한국상인, 중국상인, 일본상인
이영호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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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으로 꽤나 짬밥을 쌓았다고 생각했지만,
막연하게 판매처는 '당연히 한국 내에서만'이라는
테두리를 둘러놓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따금 애매한 한국어나 영어로
나는 중국에 있는, 혹은 대만에 있는 업체인데
너희 물건을 도매로 사고 싶다며 말을 걸어올 때면
"우리는 한국 내 배송만 가능하니,
국내에 물건을 받을 수 있는 주소가 있다면 주문하세요."
하는 식으로 에둘러 주문을 끊어내기도 했다.

괜히 혹여나 돈을 못받게 되거나 소통이 되지 않아
문제가 생기면 곤란해지는 일이 생길까봐 무서워
애초에 그 시작의 싹을 잘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의뢰가 들어오는 텀이 조금씩 짧아지면서
중국시장이나 인접한 일본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된 찰나에
좋은 기회에 한국, 중국, 일본 3국 상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시장이 다르지만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해왔었는데
몇 건의 중국주문 건들을 보며 각 나라의 시장상황이나
상인들의 '사업'을 임하는 태도가 꽤 많이 다르다는 걸
나도 직접 경험을 통해 몇 차례 체감하기도 했지만,
책속에 담긴 각 나라 상인과 관련된 속설과
작가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을 읽어보며
그제야 비로소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기도 했다.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다가도
막상 원하는 것을 다 얻고나면 모르쇠로 일관하며
돈과 이익 앞에서는 만만디가 사라지는 중국상인,

목적을 위해서는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도 하며
상인에게 안심을 준 후 자신들이 주도권을 잡아
상대가 이 방식대로 따를수 밖에 없게끔 하는 일본 상인.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디서 어디까지 이들의 말을 신뢰해야 하며,
또 그들의 속임수나 잔꾀를 피하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직접 이를 겪어낸 작가의 경험은 그 어떤 조언보다 솔직하고
마음 가까이에 와닿았다.

꼭 중국, 일본 시장 뿐 아니라 '상인'으로 성공하기 위해
어떤 마인드로 접근하고 대처해야 할지
다양한 사례와 표현으로 잘 설명되어 있어
어떤 면에 있어서는 '상인을 위한 바이블'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하고,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 의도와 속내가 파악되지 않아 난감했던 상황,
분명 관심을 보이다가도 어느순간 잠잠해져 이해가 안 가던
그들의 행동이 책을 읽고난 이제서야 비로소 이해가 간다.

나라별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장사를 하는데 이토록 중요한 것임을,
겉으로 드러나 있는 대화의 표면적인 의미 뿐 아니라
그들이 감추고 있는 속뜻을 짐작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배웠다.

이 책을 진작 알았더라면
좀더 내 사업에 유리한 쪽으로 현명하게 이용하고
주도권을 이끌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앞으로 다가올 기회에서는 이 독서를 발판삼아
좀더 여유있게 그들의 '상술'에 담긴 진짜 의미를 파악해
꽤 괜찮은 '장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든다.

이 모든 것을 직접 발로 뛰고 몸으로 겪어가며 깨우친
작가의 노력 덕분에 귀한 인생의 진리를
쉽고 빠르게 익힌 기분이 드는 감사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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