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잘해줘도 당신 곁에 남지 않는다 - 가짜 관계에 끌려다니지 않고 내가 행복한 진짜 관계를 맺는 법
전미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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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한때는
휴대전화의 연락처 목록의 인원수나
메신저나 SNS의 친구 수,
혹은 경조사에 찾아주는 지인의 수나
화환의 개수가 그 사람의 '인성'을 설명해 주는
하나의 척도처럼 평가되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매일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때때마다 연말이나 새해, 명절이나 생일 같은
경조사마다 안부 인사를 전하며
'관계'를 유지하느라 애쓰는 시간들이 많았다.

정말 애정 넘치는 마음으로 챙기는 연락도 있었지만
반쯤은 의무감이나 숙제 같은 마음으로,
'이렇게 하면 다 나에게 되돌아온다'라는
계산적인 마음도 약간은 깔려있다고 고백한다.

이것이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둥글게 사는 게 좋은 거라며
누군가와 두루두루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전부 나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인간관계의 암묵적인 공식이 참 부담이곤 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오랜만에 연락을 해도 반갑고 서로 따스운 관계가 있고
애써서 때때마다 안부를 주고받거나
선물을 보내기도 하지만 형식적인 관계일 뿐
마음 깊이 나와 이 사람이 서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짜 관계가 아닐 때도 꽤 많았다.

휴대전화를 바꿀 때마다 갱신하는 연락처 속
꾸준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은 몇 안 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리고 내 인간관계의 폭이
좁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가짜 관계들을 남겨두며 위안을 받는 날도 있었다.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미경 원장의 신간인
《아무리 잘해줘도 당신 곁에 남지 않는다》는
나처럼 가짜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고
상대방의 반응이나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느라
정작 나를 위한 관계를 놓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자기주도적 인간관계를 맺는 솔루션을 담은 책이다.

책이 출간되기 전 미리 받아본 가제본을 통해
인간관계에서 계속 똑같은 문제를
반복하는 이유를 분석하며 문제를 인식하고,
내가 좋아하고 편안해 하는 진짜 관계의
특징을 생각해 보는 나에 대한 탐구 시간을 가졌으며,
나를 망치는 가짜 관계와 아픈 과거를 끊어내며
인간관계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에 받아본 정식 출간본에서는
문제인식 - 탐구 - 선택과 집중 단계를 거친 이후
이해와 포용, 자기주도적 관계의 단계를 통해
나에게 의미 있는 타인의 세계를 인정하고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배우고,
너와 나, 우리가 함께 행복한 진짜 관계를 맺는 법까지
가짜 관계의 상처에서 벗어나 합리적이고
진실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여는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다.

한창 애쓰며 연락을 주고받았던 관계를 되짚어보면
늘 연락하는 것은 내 쪽이었고,
상대방은 그저 내 연락에 적당히 답을 하며
나에게 먼저 손 내민 적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는 그래도 이런 시간들이 쌓이면
언젠가는 내 진심을 헤아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탄탄한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사실은 나 역시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이었을 뿐
진심을 담아내지 않았을뿐더러
오직 한쪽만의 노력으로 이어지는 관계였기에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는 자조적인 결론이다.

이런 인간관계를 유지하고자 애썼던 마음은
결국에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함이었다.
그런 마음이었기에 관계의 중심에는
내 감정이 우선시 되기보다
상대방의 반응이나 감정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아
정작 나를 위한 진짜 관계가 되지 못했고,
또 상대방에게 이끌리며 이어져왔던 것 같다.

'늘 애쓰는데 왜 마음 같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 가득한 마음은
관계에서 느끼는 아쉬움과 허탈함의 원인을
상대방이 아닌 나에게서 찾게끔 했고,
그랬기에 되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그 사람의 반응에 따라 움직이게 하는
수동적인 형태로 스스로를 이끌었다는 것을
이제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이 사람과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아래 내가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상대방을 어떻게 맞출지만 생각했던
좁은 시야에서 '굳이 이 사람과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질문이 더해지며
관점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나 혼자 애쓰는 관계는 내가 손을 놓으면 끝난다는 것,
불필요한 관계를 끊어낸다고 해서
나의 세상이 끝나거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
무조건 상대방을 배려하고 그에게 맞춘다고 해서
그 관계가 오래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등
인간관계 속에서 고민하고 망설이게 되는
포인트에 대해 하나씩 짚어가며

나와 타인은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이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더 이상 타인을 바꾸거나
내가 타인에게 맞추려고 애쓰지 않더라도
나다움 삶과 자기주도적인 관계 속에서는
가짜 관계는 자연스레 정리되고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진짜 관계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이끌어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해 주고,
용기 있고 주도적인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혼자 남게 될까 봐, 나를 외면하고
타인의 눈치를 보며 이어왔던 인간관계에
새로운 시각과 마음가짐을 가지게 해 준
의미 있는 독서였다.

이제부터라도 타인을 대하는 마음에
책의 조언처럼 단단한 주관을 가지고 행동해
나에게 의미 있는 사람만을 곁에 둘 수 있는
진짜 관계로 나아가야겠다는 결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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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안부를 묻는 시간 - 불안으로부터 나를 지켜낸 25명 마음 치유 기록
윤주은 지음 / 문예춘추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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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이라는 말은 사전적으로는

'이치에 어그러진 생각' 혹은

'병적 원인에 의해 생기는 객관적으로 불합리한

그릇된 주관적 신념'을 말한다.


간단히 '병적으로 생긴 잘못된 판단이나 확신'을

의미하지만 일반적으로 망상이라는 말에는

망상장애가 떠오르며 치매나 조현병 같은

정신병적인 문제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 말들을 생각해 보자.


안 될까봐, 욕먹을까봐, 비난받을까봐,

아플까봐, 버림받을까봐


아마 이 말들에 해당하는 감정을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여기저기 동그라미를 잔뜩 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말들의 감정을 느꼈다면

당신에게 '망상'이 자리하고 있고

마음 한편에 불안이 있는 것이라고

독서 치유 상담사이자 문학 박사인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게 될까봐'로 고민하거나 고통받는 건

인생을 살아가면서 아이는 물론이거니와

나이 든 노인까지 누구나 가진 감정일 것이다.


하지만 이 작은 '까봐'의 시작은

점점 자신을 망상으로 몰고 가 결국에는

상상 속에서 파국으로 가는 결말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고통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생성자는 다른 이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만든 생각으로, 내가 만든 이야기로

내가 고통스러운 것이다.


습관처럼 '~까봐'의 마음으로 스스로를

불안으로 내몰게 된 우리,

이 이야기들은 나 스스로가 만든 이야기니까

내가 그 이야기를 깨부술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책에는 독서 치유 상담사로서 만나온

25명의 마음치유 기록을 담아

헛된 불안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을 담았다.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무엇이 불안한지 물으면

막상 대답을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에

그들이 쉽게 자신의 불안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다양한 ~까봐의 감정을 담은

일명 '까봐 카드'를 만들어낸 것이 시작,


이 카드를 펼쳐놓고

자신의 감정과 동일한 카드를 선별해가며

내담자들은 스스로 가진 불안에 대한

구체적인 형상을 떠올릴 수 있었고,


그 불안의 실상을 마주하고 나니

정작 그 감정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거짓된 불안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해결책을 내어놓게 된 것이다.


내가 가진 불안이라는 감정의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하던 사람들이

스스로 원인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역동은

정말 신기하기도 했고,


그 불안이 치유되는 사례들을 읽고 나니

'내가 가진 불안도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와 궁금증의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내 마음과 내 생각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가운데 두지 못한 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도 한창 입시를 준비하다

수능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내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감보다는

기대했던 부모님을 실망시켰다는 것에

죄책감이 더 크게 들었고

그 실망한 마음을 만회하고

남아있는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애쓰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행복했느냐고,

내 뜻이었는지, 만족스러웠는지 묻는다면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 같다.


그래서 불안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이 담긴

이 책을 읽으며 내 안에 숨겨져있던

불안의 감정들을 제대로 마주하게 해주어

더 마음 깊이 와닿았다.


나에게 그랬듯,

크든 작든 불안이나 트라우마로 인해

자기주도적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꼭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내가 가진 '불안'에서 시작된

망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받아들임'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지금-여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에만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삶.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까봐'하는

걱정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하면서

미래는 '오직 모를 뿐' 단정 짓지 말자 하고,

망상 이야기를 스스로 생성하지 않는

실천을 강조하는 이 책의 치유 방법은

어렵지 않게 시도해 볼 만하다.


요즘은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 건강이 참 중요하다.

물질적으로 많은 것을 가지려 애쓰는

요즘의 현대사회이니 만큼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 분명

약간씩이라도 누구나 마음에 '~까봐'하는

불안을 안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좀 더 튼튼한 마음으로 자기주도적인,

그리고 불안하지 않고 안(安) 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오늘부터 내 마음속에 담긴 불안을

평안으로 바꾸는 노력을 기울여보면 어떨까 싶다.


익숙하고 쉬이 빠지게 되는 ~까봐에서 벗어나

진짜 내 마음이 이야기하고 원하고,

진짜 나를 마주하는 인생을 사는 내일이

기대가 되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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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어서는 교실 - 교사도 학생도 가고 싶은 학교가 되려면
송은주 지음 / 김영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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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 시다."

내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이 노래 가사처럼
선생님이라는 존재는 누구에게나 존중받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라면
부모님도 네, 하며 바로 수긍하고
교육방식이나 아이들을 지도하는 방식에 있어
혹여 체벌이 있다 하더라도 그 부분에 대해
믿고 '신뢰'하며 선생님의 뜻에 맡기며 말이다.

그로부터 참 많은 시간이 흘렀고 세상이 변했다.

학생이라는 말 대신 '금쪽이'가
학부모라는 말 대신 '맘충', '괴물 학부모'라는 표현이,
이런 학부모들의 지나친 민원과
선생님을 존중하지 않는 아이들의 태도 앞에
'공교육 붕괴', '교권 추락'의 문제가 나타난 것이다.

이런 문제를 체감하고 있으면서도
누구도 적극적이지 않았던 그때,
죄 없는 한 선생님의 죽음이 도화선이 되었다.
일명 '서이초 사건'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며
큰 이슈가 된 이 일을 계기로
사회와 구성원인 우리 모두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책은 《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를 쓴
현직 초등학교 교사 송은주 선생님이 써 내려간
나 자신과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한 교실 증언으로

교사, 학부모, 학교, 공교육, 학생의 시선으로
우리가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학교라는 교육현장을 바라보고,
작금의 흔들리는 교실을 다시 일으켜
희생 없는 교실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

1장 교사의 시선에서는 교사들을 죽음으로 내몬
악성 민원의 실체를 파헤친다.
교육법, 민원시스템, 사회적 인식 등
그 원인을 다각도로 들여다보며
교사들의 비슷한 죽음을 막기 위해
교실과 가정에서 지켜져야 할 선을 제시했다.

2장 학부모의 시선에서는 폐쇄적이고
소통이 어려운 학교와 교사 사이에서 흔들리는
학부모의 현실을 드러내었다.
교사이지만 아이를 둔 학부모의 입장이기도 한
저자는 학부모-교사 간의 소통이
어떤 지점에서 어긋나는지 짚어내며,
고여있던 양쪽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3장은 학교의 시선을 담았다.
'늘봄학교'와 '챗봇 민원 시스템' 등
학교의 운영방식과 교육 정책에 책임이 있는
교장, 장학사, 교육부 리더의 역할에
뼈 있는 질문을 던지고,
현장을 잘 알고 있는 교사로서 학교 실정에 맞는
정책과 교육 시스템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선다.

4장 공교육의 시선에서는 사교육과 대안학교
사이에서 공교육의 존재 이유를 물으며,
아이를 공립학교에 보낸 부모이기도 한
저자의 간절한 바람을 담아
공교육이 다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방향을 제안하였다.

책을 읽으며 독특했던 포인트는
하나씩 각기의 장으로 구분된 다른 시선들과는 달리
학생의 시선은 따로 분리하지 않고
각 장 사이 인터뷰 형식으로 담겨있다는 점이었는데,

이 인터뷰를 읽는 스스로가 질문에 대답하는
아이들의 말을 통해 직접 그들의 시선을
이해하도록 유도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초중고 공립학교, 대안학교, 교대 학생들의
학교에 관한 순수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생각과
교사나 학부모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교사와 학생의 인권이 잘 지켜진다고 생각하는지,
학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등의 질문을 통해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오직 단 하나, 학생이어야 함을 일깨워주었다.

막연하게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는
서이초 사건을 보며 지금의 교권 추락이나
공교육 붕괴 문제의 원인은 그저 내 아이만 중요하고
내 말만 맞다고 믿는 '학부모'에게 원인이 있다고
생각해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책을 통해 다양한 시선으로 지금의 현실과
교육의 한계를 제대로 마주하면서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오랜 시간 얽히고설킨
이 문제들이 단순히 하나에만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의 억울한 죽음, 희생을 막기 위해
무조건 학생 인권을 고려하지 않던
과거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교권'과 '교육' 그리고 '교사의 역할'에 대한
정의와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고

이를 각 이해당사자가 제대로 이해할 때,
또 교사에게 집중된 많은 업무량이나
제도적인 한계를 더 윗선인 학교나 장학사,
교육감 등의 차원에서 개선해나간다면

때로는 흔들리고 미숙하더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이고,
이 안에서 교사와 학부모, 학교와 학생이
모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시 일어서는 교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에서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마지막 기회는 남아있다'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기도 했다.

학교라는 현장에서 일하는 교사이지만
이 문제의 해결에 100%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닌데도
얼마나 깊이 있는 고민과 반성의 시간을 가졌을지
써 내려간 글 만으로도 그 진정성이 와닿았다.

우리 사회와 각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어떻게든 그려보려 애쓴 흔적이 가득한 그 외침 아래
그저 내가 '살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기 위한' 방향을 좇아
열심히 여기저기 두드리는 선생님들이 있기에

'우리의 공교육은 다시, 더욱 굳건히 일어설 수 있다'라는
책의 마지막 말처럼 결국에는
교사도 학생도 가고 싶은 학교가 될 것이라는
단단한 믿음이 생긴다.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서야 이런 깨달음과
자성의 계기가 된 것은 안타깝지만
선생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가
교실을 지켜내는 발걸음에 힘을 보태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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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 일기 쓰는 세 여자의 오늘을 자세히 사랑하는 법
천선란.윤혜은.윤소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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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초등학생들은 매일 같이 일기를 쓰거나
선생님께 검사를 받지는 않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일기는 매일 꼭 써야 하는 의무 같은 과제였다.

아침에 학교에 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전날 쓴 일기장을 교탁 위에 올려놓는 것인데
그렇게 쌓인 아이들의 일기는
선생님께서 확인한 후
띄어쓰기나 맞춤법 등의 교열 작업을 거쳐
빨간색 볼펜으로 체크해 주시곤 했다.

선생님의 확인했다는 도장 혹은 사인과 함께
그날의 일기에 답장처럼 짤막한 글을
덧붙여주시곤 했는데 그 답을 기다리는 재미로
일기를 더 열심히 썼던 것 같다.

본래의 일기라 하면
날마다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으로
그 글을 읽는 독자 역시 글을 쓴 나 혼자뿐이다.

하지만 사춘기 때 선생님 몰래 베프와 주고받던
교환일기는 혼자 쓰는 일기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똑같이 일상과 내 생각을 다룬 글이지만
글을 읽는 것이 나 혼자가 아닌 친구라는 점,

내 글에 답장하듯 정성 들여 쓴 글씨와 그림으로
마음을 표현하던 친구의 일기를 보며
공감, 우리만의 비밀이라는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친구와 공감을 나누는
교환일기를 읽는듯한 기분을 주는 책으로
SF 소설가 천선란, 에세이스트 윤혜은,
편집자 윤소진 세 명이 함께 만들어내었다.

'글'을 업으로 삼으면서도 취향과 성격,
일상 등 모조리 제각각인 세 사람이 모여
서로의 일기를 읽고 생각을 수다로 나누는
화제의 팟캐스트 〈일기떨기〉를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팟캐스트에 소개된 회차 중
보다 깊이 있게 나누고픈 이야기들을 선별하여
주제별로 묶고, 팟캐스트에서는 풀지 못한 내용을
전면 다듬고 덧붙여 새로운 대담으로 녹여냈다.

본인의 삶, 생의 복판에서 고군분투하는 하루,
일의 희로애락에 울고 웃는 시간까지
진득한 산문 뒤로 이어지는 세 사람의 대화에서
가득 찬 진심을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1부에서는 누구 하나 좋다는 사람 없이
후회막심인 20대를 뒤로하고 이젠
'지나치게 하나의 나에게 집중하지 않게다'라는
선언으로 무장한, 30대에 접어든 세 사람의 인생관이

2부에는 결혼에 관심 없는 세 사람의 결혼식 로망이나
만남과 이별, 모녀의 이야기 등 관계에 관한
꾸밈없는 고백이 녹아 있었다.

3부는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이든 좋다는 소설가,
음악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본 적 없는 에세이스트,
무언가를 좋아하고 시작하기에 망설임이 없는
편집자가 밝힌 지금의 삶을 더 세세히,
가치있게 돌보는 방법을 담았다.

내가 쓴 글과 나의 일상과 생각에 이만큼 침투해
한마디씩 따스한 말을 더해주는 친구들의 우정은
학창 시절 친구와 나누던 교환일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즐거운 설렘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고

책 제목처럼 '엉망이지만 열심히 살며'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하루,
실수투성이인 것 같아도 어떻게든 마무리되는
일들을 바라보며 삶을 얼렁뚱땅 살고 있다는 생각에
'언젠가는 꼭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그들의 다짐은 실현 가능성을 떠나
어릴 적 일기 말미에 늘 추신처럼 덧붙이던
'내일은 ~해야겠다'라고 쓰던 것처럼
거창한 계획보다는 한심하게 여기며 불화했던
나와의 화해를 위해 손 내미는 노력이랄까
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도 스스로가 미숙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건 어릴 때와 다를 게 없다.
친구와 주고받던 교환일기에서도
고민이나 울적한 마음을 털어놓아도
이렇다 할 해결책은 없지만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고 위로해 준다는 사실 자체로
큰 힘이 되었던 것처럼

퍽퍽하고 조금은 흔들리는 30대의 삶에서도
친구들이 건네주는 따스한 사족이
엉망진창이거나 소소하고 지극히 일상적인
회색의 하루가 꽤나 그럴싸하게 열심히 살고자
노력한 결과물로 만들어준다.

블로그에 오픈된 글로 일상을 담아내지만
늘 대나무 숲에 외치는 메아리처럼
혼자만의 일방적인 감정을 쏟아내고 있는데
어린이 되어서도 내 일기를 보며
이렇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그들의 우정과
이 따스한 모임이 참 부럽기만 하다.

살다 보면 쓰고 싶고, 쓰다 보면 말하고 싶어지는
그들의 잘 쓰인 마음들과 다정다감한
위로의 대화들을 읽어 내려가며
오랜만에 누군가와 교감하는 일기를
제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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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지구 사랑법 - 덜 버리고 덜 먹고 적게 쓰면서도 여전히 즐겁게 사는
이은재 지음 / 클랩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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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웨이스트(Zero-waste)는
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서
쓰레기를 줄이려는 행동을 말한다.

가깝게는 시장에서 물건을 담아줄 때 사용하는
비닐봉지 대신 미리 준비해 간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것,
음식을 포장할 때 식당에서 준비한 용기 대신
집에서 가져간 그릇에 받아와 쓰레기를 줄이는 등의
환경보호를 위한 활동을 일컫는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집합금지나 격리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집에 쌓인 많은 물건이나 가구 등이 주는
불편함이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미니멀리즘'과 '정리'가 큰 화두가 되었다.

꼭 필요한 물건만을 최소한으로 가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것을 버리며
간소한 생활을 쫓는 담백한 삶이 유행처럼 번진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미니멀리즘의 유행과 동시에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마트에서 직접 장을 보는 대신
배달 앱을 이용해 음식을 주문하거나 온라인 주문으로
집 앞까지 물건을 받아보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되려 이러한 선택지는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 사용,
재활용하기 어려운 아이스팩이나 보냉 가방 등의 사용을 늘려,
미니멀리즘의 본연의 의미와 맞지 않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생활습관을 함께 가져오게 되었다.

떡볶이와 튀김 하나를 포장한다 하더라도
집에서 끓였으면 고작해야 냄비 하나에
접시 하나, 수저만 설거지하면 될 일을
겉비닐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용기,
배달 중 쏟아지지 않기 위해 랩을 여러 겹 씌우거나
봉해진 용기를 뜯기 위한 작은 플라스틱 칼날이나
튀김의 기름이 새지 않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코팅된 종이봉투까지 꽤 많은 쓰레기를 떠안게 되었다.

이 책은 기후 위기 시대에
지구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일상 속에서 쉽게 생길 수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보호를 위해 제로 웨이스트와 비건 생활에 입문하게 된
작가의 일상 속 최소한의 지구 사랑법을 담은 이야기이다.

그동안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각종 포장재와
일회용품, 플라스틱을 비롯한 다양한 자원과
에너지의 낭비에 양심을 가책을 느끼는
예비 환경 보호자들에게 꽤나 흥미 있고
실질적인 가이드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 생활을 했던 지난 2년여 전이
나에게도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시기이다.
격리 생활을 하는 일주일간 건강을 잘 챙기라며,
지인과 가족이 보내준 배달과 택배의 홍수 속에서 남은 건
그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있지만
원치 않게 쌓이게 된 일회용품 무덤도 있었다.

일회용품이라고 표기하였지만
대부분은 배달음식이 담겨 온 플라스틱 용기로
세척을 거치면 일상생활에서도 여러 번
충분히 재사용이 가능한 그릇임에도
한 번 쓰고 버리는 '간편함'을 상징하는 의미로
'일회용품'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었는데,

문득 "플라스틱이 왜 일회용품이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다.
심지어 이 그릇은 내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썩지 않을 테니
절대 일회용이 아닌데도 말이다.

나와 같은 계기는 아니더라도
환경보호와 고기로 사육되는 동물의 보호 등을 이유로
적극적인 제로 웨이스터와 비건의 삶을 사는 작가의 생존기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고려하는 철두철미 함으로
나름 적극적이지는 않아도 '환경을 생각하고 있다'라고
생각했던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반성의 마음을 들게만 했다.

시장에서 생선을 사며 들고 가는 동안 생선의 물기나 비린내가
새어 나오지 않게 한 번 더 싸달라고 요구하거나,
흙이 거의 묻지 않은 당근 한 개를 사기 위해
망설임 없이 뜯어내는 마트 식품 코너의 비닐봉지에
죄책감을 느낀 적이 있던가.

어릴 때 시장이나 마트에서 두부를 살 때면
두부 한 모 주세요 하면 칼로 슥 갈라 건네주거나
바가지로 퍼서 냄비에 넣어주던 풍경,
혹은 콩나물도 미리 봉지에 담겨있지 않아
비닐 여부를 선택할 수도 있었는데
이제는 한 봉씩 이미 비닐포장되어 있는 그 편리함에는
왜 의구심을 갖지 않았던가 하는 뒤늦은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쓰고 버리는 쓰레기가 그대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사실은 미래의 후손들에게 그저 떠넘기는 것이었다는 걸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단순히 자원의 사용을 넘어서
공장식 축산 속 고기로 태어난 동물의 고통,
반복되는 가축의 역병과 비인도적 살처분,
바다에서 생명의 씨를 말리고 해양생물의 죽음을 일으키기도 하는 어업,
그렇게 생산된 것들을 우리가 먹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과
그것들을 포장하기 위한 플라스틱의 사용까지

그저 '한 끼를 먹고 하루를 보내기 위한' 이유로
우리는 계속해서 지금까지 누군가의 희생을 당연시 한 것이다.

이런 문제를 인식했기에 당연히
제로 웨이스트와 비건에 동참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현실에서의 불편함과 어려움 앞에
'자신이 없어서' 의 이유로 또 한 번 외면하면서 말이다.

작가는 본인도 노력하는 과정 속에 있지만
책을 읽는 독자에게 완벽한 제로 웨이스터와
비건으로서의 삶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녀 역시 처음에는 지구를 사랑하는
작고 아주 단순한 마음으로 쓰레기 줄이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부터 할 수 있는 만큼만 도전한다면
그 누군가의 시작이 쌓이고 쌓여
나만의 당신만의 우리의 지구 사랑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의 마음이 생긴다.

예전에 제로 웨이스트와 관련된 책을 읽은 뒤
한 번 용기 내 '비닐은 안 주셔도 돼요'라는
말을 내뱉고는 괜스레 뿌듯한 마음에
'한 걸음 내디뎠다' 싶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다시 흐지부지된 실천이기는 했지만
잊으면 다시 처음부터, 또 작은 것부터
망설이지 않고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면
나 역시 언젠가는 더 업그레이드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듯,
이제라도 다시 한번 내 방식대로
최소한의 지구 사랑법을 실천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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