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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잘해줘도 당신 곁에 남지 않는다 - 가짜 관계에 끌려다니지 않고 내가 행복한 진짜 관계를 맺는 법
전미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4월
평점 :
지금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한때는
휴대전화의 연락처 목록의 인원수나
메신저나 SNS의 친구 수,
혹은 경조사에 찾아주는 지인의 수나
화환의 개수가 그 사람의 '인성'을 설명해 주는
하나의 척도처럼 평가되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매일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때때마다 연말이나 새해, 명절이나 생일 같은
경조사마다 안부 인사를 전하며
'관계'를 유지하느라 애쓰는 시간들이 많았다.
정말 애정 넘치는 마음으로 챙기는 연락도 있었지만
반쯤은 의무감이나 숙제 같은 마음으로,
'이렇게 하면 다 나에게 되돌아온다'라는
계산적인 마음도 약간은 깔려있다고 고백한다.
이것이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둥글게 사는 게 좋은 거라며
누군가와 두루두루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전부 나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인간관계의 암묵적인 공식이 참 부담이곤 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오랜만에 연락을 해도 반갑고 서로 따스운 관계가 있고
애써서 때때마다 안부를 주고받거나
선물을 보내기도 하지만 형식적인 관계일 뿐
마음 깊이 나와 이 사람이 서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짜 관계가 아닐 때도 꽤 많았다.
휴대전화를 바꿀 때마다 갱신하는 연락처 속
꾸준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은 몇 안 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리고 내 인간관계의 폭이
좁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가짜 관계들을 남겨두며 위안을 받는 날도 있었다.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미경 원장의 신간인
《아무리 잘해줘도 당신 곁에 남지 않는다》는
나처럼 가짜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고
상대방의 반응이나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느라
정작 나를 위한 관계를 놓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자기주도적 인간관계를 맺는 솔루션을 담은 책이다.
책이 출간되기 전 미리 받아본 가제본을 통해
인간관계에서 계속 똑같은 문제를
반복하는 이유를 분석하며 문제를 인식하고,
내가 좋아하고 편안해 하는 진짜 관계의
특징을 생각해 보는 나에 대한 탐구 시간을 가졌으며,
나를 망치는 가짜 관계와 아픈 과거를 끊어내며
인간관계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에 받아본 정식 출간본에서는
문제인식 - 탐구 - 선택과 집중 단계를 거친 이후
이해와 포용, 자기주도적 관계의 단계를 통해
나에게 의미 있는 타인의 세계를 인정하고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배우고,
너와 나, 우리가 함께 행복한 진짜 관계를 맺는 법까지
가짜 관계의 상처에서 벗어나 합리적이고
진실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여는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다.
한창 애쓰며 연락을 주고받았던 관계를 되짚어보면
늘 연락하는 것은 내 쪽이었고,
상대방은 그저 내 연락에 적당히 답을 하며
나에게 먼저 손 내민 적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는 그래도 이런 시간들이 쌓이면
언젠가는 내 진심을 헤아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탄탄한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사실은 나 역시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이었을 뿐
진심을 담아내지 않았을뿐더러
오직 한쪽만의 노력으로 이어지는 관계였기에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는 자조적인 결론이다.
이런 인간관계를 유지하고자 애썼던 마음은
결국에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함이었다.
그런 마음이었기에 관계의 중심에는
내 감정이 우선시 되기보다
상대방의 반응이나 감정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아
정작 나를 위한 진짜 관계가 되지 못했고,
또 상대방에게 이끌리며 이어져왔던 것 같다.
'늘 애쓰는데 왜 마음 같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 가득한 마음은
관계에서 느끼는 아쉬움과 허탈함의 원인을
상대방이 아닌 나에게서 찾게끔 했고,
그랬기에 되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그 사람의 반응에 따라 움직이게 하는
수동적인 형태로 스스로를 이끌었다는 것을
이제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이 사람과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아래 내가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상대방을 어떻게 맞출지만 생각했던
좁은 시야에서 '굳이 이 사람과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질문이 더해지며
관점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나 혼자 애쓰는 관계는 내가 손을 놓으면 끝난다는 것,
불필요한 관계를 끊어낸다고 해서
나의 세상이 끝나거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
무조건 상대방을 배려하고 그에게 맞춘다고 해서
그 관계가 오래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등
인간관계 속에서 고민하고 망설이게 되는
포인트에 대해 하나씩 짚어가며
나와 타인은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이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더 이상 타인을 바꾸거나
내가 타인에게 맞추려고 애쓰지 않더라도
나다움 삶과 자기주도적인 관계 속에서는
가짜 관계는 자연스레 정리되고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진짜 관계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이끌어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해 주고,
용기 있고 주도적인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혼자 남게 될까 봐, 나를 외면하고
타인의 눈치를 보며 이어왔던 인간관계에
새로운 시각과 마음가짐을 가지게 해 준
의미 있는 독서였다.
이제부터라도 타인을 대하는 마음에
책의 조언처럼 단단한 주관을 가지고 행동해
나에게 의미 있는 사람만을 곁에 둘 수 있는
진짜 관계로 나아가야겠다는 결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