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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지구 사랑법 - 덜 버리고 덜 먹고 적게 쓰면서도 여전히 즐겁게 사는
이은재 지음 / 클랩북스 / 2024년 4월
평점 :
제로 웨이스트(Zero-waste)는
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서
쓰레기를 줄이려는 행동을 말한다.
가깝게는 시장에서 물건을 담아줄 때 사용하는
비닐봉지 대신 미리 준비해 간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것,
음식을 포장할 때 식당에서 준비한 용기 대신
집에서 가져간 그릇에 받아와 쓰레기를 줄이는 등의
환경보호를 위한 활동을 일컫는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집합금지나 격리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집에 쌓인 많은 물건이나 가구 등이 주는
불편함이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미니멀리즘'과 '정리'가 큰 화두가 되었다.
꼭 필요한 물건만을 최소한으로 가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것을 버리며
간소한 생활을 쫓는 담백한 삶이 유행처럼 번진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미니멀리즘의 유행과 동시에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마트에서 직접 장을 보는 대신
배달 앱을 이용해 음식을 주문하거나 온라인 주문으로
집 앞까지 물건을 받아보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되려 이러한 선택지는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 사용,
재활용하기 어려운 아이스팩이나 보냉 가방 등의 사용을 늘려,
미니멀리즘의 본연의 의미와 맞지 않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생활습관을 함께 가져오게 되었다.
떡볶이와 튀김 하나를 포장한다 하더라도
집에서 끓였으면 고작해야 냄비 하나에
접시 하나, 수저만 설거지하면 될 일을
겉비닐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용기,
배달 중 쏟아지지 않기 위해 랩을 여러 겹 씌우거나
봉해진 용기를 뜯기 위한 작은 플라스틱 칼날이나
튀김의 기름이 새지 않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코팅된 종이봉투까지 꽤 많은 쓰레기를 떠안게 되었다.
이 책은 기후 위기 시대에
지구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일상 속에서 쉽게 생길 수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보호를 위해 제로 웨이스트와 비건 생활에 입문하게 된
작가의 일상 속 최소한의 지구 사랑법을 담은 이야기이다.
그동안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각종 포장재와
일회용품, 플라스틱을 비롯한 다양한 자원과
에너지의 낭비에 양심을 가책을 느끼는
예비 환경 보호자들에게 꽤나 흥미 있고
실질적인 가이드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 생활을 했던 지난 2년여 전이
나에게도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시기이다.
격리 생활을 하는 일주일간 건강을 잘 챙기라며,
지인과 가족이 보내준 배달과 택배의 홍수 속에서 남은 건
그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있지만
원치 않게 쌓이게 된 일회용품 무덤도 있었다.
일회용품이라고 표기하였지만
대부분은 배달음식이 담겨 온 플라스틱 용기로
세척을 거치면 일상생활에서도 여러 번
충분히 재사용이 가능한 그릇임에도
한 번 쓰고 버리는 '간편함'을 상징하는 의미로
'일회용품'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었는데,
문득 "플라스틱이 왜 일회용품이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다.
심지어 이 그릇은 내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썩지 않을 테니
절대 일회용이 아닌데도 말이다.
나와 같은 계기는 아니더라도
환경보호와 고기로 사육되는 동물의 보호 등을 이유로
적극적인 제로 웨이스터와 비건의 삶을 사는 작가의 생존기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고려하는 철두철미 함으로
나름 적극적이지는 않아도 '환경을 생각하고 있다'라고
생각했던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반성의 마음을 들게만 했다.
시장에서 생선을 사며 들고 가는 동안 생선의 물기나 비린내가
새어 나오지 않게 한 번 더 싸달라고 요구하거나,
흙이 거의 묻지 않은 당근 한 개를 사기 위해
망설임 없이 뜯어내는 마트 식품 코너의 비닐봉지에
죄책감을 느낀 적이 있던가.
어릴 때 시장이나 마트에서 두부를 살 때면
두부 한 모 주세요 하면 칼로 슥 갈라 건네주거나
바가지로 퍼서 냄비에 넣어주던 풍경,
혹은 콩나물도 미리 봉지에 담겨있지 않아
비닐 여부를 선택할 수도 있었는데
이제는 한 봉씩 이미 비닐포장되어 있는 그 편리함에는
왜 의구심을 갖지 않았던가 하는 뒤늦은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쓰고 버리는 쓰레기가 그대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사실은 미래의 후손들에게 그저 떠넘기는 것이었다는 걸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단순히 자원의 사용을 넘어서
공장식 축산 속 고기로 태어난 동물의 고통,
반복되는 가축의 역병과 비인도적 살처분,
바다에서 생명의 씨를 말리고 해양생물의 죽음을 일으키기도 하는 어업,
그렇게 생산된 것들을 우리가 먹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과
그것들을 포장하기 위한 플라스틱의 사용까지
그저 '한 끼를 먹고 하루를 보내기 위한' 이유로
우리는 계속해서 지금까지 누군가의 희생을 당연시 한 것이다.
이런 문제를 인식했기에 당연히
제로 웨이스트와 비건에 동참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현실에서의 불편함과 어려움 앞에
'자신이 없어서' 의 이유로 또 한 번 외면하면서 말이다.
작가는 본인도 노력하는 과정 속에 있지만
책을 읽는 독자에게 완벽한 제로 웨이스터와
비건으로서의 삶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녀 역시 처음에는 지구를 사랑하는
작고 아주 단순한 마음으로 쓰레기 줄이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부터 할 수 있는 만큼만 도전한다면
그 누군가의 시작이 쌓이고 쌓여
나만의 당신만의 우리의 지구 사랑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의 마음이 생긴다.
예전에 제로 웨이스트와 관련된 책을 읽은 뒤
한 번 용기 내 '비닐은 안 주셔도 돼요'라는
말을 내뱉고는 괜스레 뿌듯한 마음에
'한 걸음 내디뎠다' 싶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다시 흐지부지된 실천이기는 했지만
잊으면 다시 처음부터, 또 작은 것부터
망설이지 않고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면
나 역시 언젠가는 더 업그레이드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듯,
이제라도 다시 한번 내 방식대로
최소한의 지구 사랑법을 실천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