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비오톱
나기라 유 지음, 부윤아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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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가끔은 분명 꿈임을 알고 있지만

너무도 현실 같은 느낌과 그 세계가 너무 좋아서

깨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꿈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펼친

영화 〈인셉션〉의 등장인물 '맬'만 하더라도

남편과 자신이 만들어낸 꿈속의 세계에 푹 빠져

되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꿈속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처럼

깨고 싶지 않은 꿈이나 지키고 싶은 행복은

그 가능성이나 형태, 규칙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간절한 바람이 된다.


결혼한 지 불과 2년 만에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우루하.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아 장례식을 치른 뒤

텅 빈 집안에 혼자 남아 슬픔이 차오른 그 순간,

거실 툇마루에서 익숙한 뒷모습을 마주한다.

"아, 우루하."하고 그녀를 부르며

뒤돌아보는 사람은 세상을 떠난

그녀의 남편 가노군이다.


혼란스러워진 우루하는 거실에 둔 제단을 본다.

거기에는 흰 천으로 감싼 유골함이 있고

정리할 기력이 없었던 탓에

한쪽에 아무렇게나 걸려있는 상복까지

남편이 세상을 떠난 '현실'은 변함이 없는데

거실에는 그녀가 사랑하는 남편이 존재한다.


어느 쪽이 현실인지 믿기 어려운 우루하는

혼란스러운 마음이 한가득하지만,

"왜 그래?" 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남편을 보곤

당신이 여기에 있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말로 다 할 수 없는 일들이 있을 수 있다며

자신의 마음에 그어놓은 선을 훌쩍 넘어

유령인 남편과 함께 지내게 된다.


그렇게 유령 남편의 존재를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하면서

우루하는 그와 함께하는 평온한 매일이라는

'자신의 꿈'을 지키려 애쓴다.


시간이 훌쩍 흘러 2년이 넘어가고

그의 후배, 새로이 지도를 시작한 학생,

그림 교실과 학교의 아이들을 만나며

겉으로는 '제법 단단하게 일상을 되찾은

미망인'의 모습을 보인다.


언젠가 남편 유령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과 두려움,

그러면서도 실존하지 않는 남편의

형태와 존재에 대한 답답함도 있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느끼는

행복을 깨고 싶지 않다는 바람으로

매일을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자신과 비슷한 듯 다른,

각자 자신만의 '비오톱'을 가진

타인들의 사연을 소개하며

사회적 통념이나 도덕적 기준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조명한다.


일반적인 사랑의 형태와 다르지만

각각의 등장인물에게는

가장 진실된 감정을 다루며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랑도

누군가에게는 삶의 전부일 수 있다는 것,

생태학적 서식지를 의미하는 '비오톱'처럼

사회적 기준과 구분되는 독립적인

감정의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내면을 엿볼 수 있었다.


정형화된 사랑의 틀을 깨고

사람마다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고

또 살아가는 현실을 인정하자는

잔잔한 메시지가

조금 낯선 사랑의 모양으로 전해졌다.


이게 사랑이라고? 하는 의아함,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기도 하지만

작가는 죄책감, 집착, 성숙과 미성숙,

타인의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 등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정함 속에서도

자신만의 무심한 행복을 찾아가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누구도 규정하고 판단 내릴 수 없는

나만의 '행복' 본연의 자세를 묻는다.


죽은 남편의 유령과 살아가는

우루하의 모습은 참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그녀 자신에게는 그 무엇보다

그것이 가장 진실된 사랑으로,

그렇게 남편을 향한 우루하의 사랑

그리고 이 세계를 깨지 않으려는 노력을 통해

사랑의 형태는 하나로 정의할 수 없으며

각자의 방식대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얼핏 그저 평범한 이웃이나 주변인으로 보이던

이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에게도

숨겨져 있는 비밀과 사연이 드러나며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다른 내면을 가진

인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비밀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비밀을 감추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니라

때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일 수 있기에

겉모습 만으로 타인을 평가하지 말고

공감과 포용으로 타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삶의 복잡성,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과연 각각의 등장인물이 행복했을까,

그 세계에서 깨어나오지 않고

자신만의 사랑을 지켜갔을지 그건 알 수 없다.

우루하와 유령 남편의 삶 역시도

어느 순간 우루하의 깨달음과 함께

한순간에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지만,


아무리 다져봐도 부서지기 쉽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쪽이 현실이자

나의 행복이라는 믿음으로

'다들 자신이 보고 싶은 꿈을 꾸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라며

자신만의 사랑을 추구하는 우루하를 통해


특정한 식물과 동물이

하나의 생활공동체, 즉 군집을 이루어

지표상에서 다른 곳과 명확히 구분되는

하나의 서식지인 '비오톱'처럼

나만의 비오톱(세계)을 만들고 사랑을 지켜가는

용기 어린 마음, 따스한 사랑,

나만의 행복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비정상적이고 현실적이지 않음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에

형태나 규칙을 뛰어넘는 그 애틋함이

오래도록 마음에 잔상처럼 남아

따뜻하고도 특별한 사랑을 꿈꾸게 해줄 것이다.


과연 나에게는 나만의 비오톱이 있는지,

그 안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나 감정은 무엇인지

되돌아볼 수 있는 독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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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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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렸을 때는 마주할 일이 없었던 죽음이거늘,

나이가 들며 가족이나 주변인을

하나 둘 떠나보내며

죽음이 점점 더 가까운 현실로 다가왔다.


얼마 전 집안의 상을 치르며

생기 넘치는 삶과 대비되는

묵직하고 고독한 죽음을 마주했다.

슬픔과 상실이 가득한 그 시간 속에서

많은 생각이 복잡하게 뒤엉켰다.


죽음은 마냥 두렵고,

언급조차 꺼려지는 주제였지만

삶의 마지막은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일이기에

스스로도, 곁에 있는 사람들도

이를 미리 인정하고 준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고민하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지,

어떤 마지막을 맞이할 것인지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기에

막상 죽음이 닥치면 경황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벌써 며칠째 고인의 빈집과 남긴 물건들을

정리하느라 고생하는 부모님을 보며

그런 생각이 더 깊어지던 찰나,

《죽음을 인터뷰하다》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은 번역가이자 소설가인 박산호 작가가

다섯 명의 '죽음 전문가'와 나눈 인터뷰집이다.

죽음을 직면하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를 제안한다.


임종을 앞둔 노인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시간을 보내며

죽음을 일상처럼 마주하는 요양보호사,

죽은 이의 마지막 길을 정갈하게 준비하며

유가족의 슬픔을 함께 나누는 장례지도사,

반려동물의 죽음을 겪은 이들을 상담하며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펫로스 상담사,

종교적 관점에서 죽음을 바라보며

영적 위로와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가톨릭 사제,

수천 명의 마지막을 함께한 의사로서

죽음 앞에서 인간다움을 지키는 법을

이야기하는 호스피스 의사까지.


그들이 마주한 수많은 죽음의 현장은

죽음을 외면해 온 우리에게

그 본질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한다.


죽음을 중심에 두되

각 인물이 전하는 인간적인 이야기와 감정,

그리고 그들이 느낀 교훈은

누군가와의 작별을 겪은 사람에게도,

아직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도

위로와 통찰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죽음은 '끝'을 의미한다고만 생각해왔는데

삶을 선명하게 만드는 거울이라는

책의 통찰은 새로운 시선을 제안했다.

두려움이나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죽음을 기억하는 것은

삶을 충실히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는 것.


실제 죽음의 현장에서 일한 이들이 전하는

후회, 감사, 사랑, 용서 같은 감정은

살아있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그들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니

삶의 방향성과 가치가

분명해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책은 종교적 관점, 심리적 치유,

반려동물과의 이별 등

다양한 죽음의 형태를 통해

남겨진 이들의 삶이 계속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은

결국 남은 삶을 더 따뜻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여정이며,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임을

깨닫게 한다.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묻는 책.

죽음을 인터뷰함으로써

삶을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고,

현재를 더 충실히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었다.


그동안 외면해온 죽음이

사실은 언제나 삶 곁에 있는

필연적 경험임을 받아들이며,

죽음을 직시함으로써

삶의 의미가 또렷해지고

현실에 충실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치열하게 사는 사람이 잘 죽는다"라는

장례지도사의 말처럼,

삶의 태도가 죽음의 모습까지

결정한다는 통찰은

앞으로의 삶을 되짚고 고민하게 만든다.


이별과 상실, 슬픔의 감정으로만 바라보던 죽음을

현실적인 고통과 함께

인간다움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으로 받아들이며,

좋은 죽음과 좋은 삶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자신의 마지막을 제대로 직시하며 살아간다면

스스로의 인생도 후회 없이 채울 수 있고,

다가올 주변인의 죽음도

마냥 슬픔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바른 작별을 준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미 상실을 경험했거나 이별을 앞둔 사람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싶은 사람에게

보다 충실한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 모두에게

이 책은 삶을 더 깊이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따뜻한 위로와 통찰을 전해줄 것이다.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삶을 더 뜨겁게 살아가게 만드는 책.

《죽음을 인터뷰하다》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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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니체 필사책
아르투어 쇼펜하우어.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강용수 편역 / 유노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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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유노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필사 筆寫.

베끼어 쓴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은 책을 읽으며

의미 있거나 마음에 남는 문장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그 내용을 베껴 쓰는 것이 시작이었다면,

이제는 다이어리 꾸미기나

북클럽 활동 등의 일환으로

오직 '필사'를 목적으로 하는 책이 나올 만큼

하나의 문화처럼 번지고 있다.


책을 그냥 읽는 것보다는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소리 내어 읽는 것보다는 글로 쓰는 것이

그 내용을 보다 이해하고 새길 수 있기에,

이왕에 필사를 한다면

마음에 뜻깊은 가르침이 남을 수 있는

문장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던 차에,

손꼽히는 철학자인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명문장 100개를 엄선한

《쇼펜하우어 × 니체 필사책》을 만날 수 있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통해

실존적 고민을 풀어낸 강용수 교수의 신간으로,

전작을 통해 철학자들의 메시지에

매료된 사람들은 물론,

그가 엄선한 철학자들의 명문장을

직접 손으로 써보면서

쇼펜하우어와 니체, 두 철학자의 사상을

체험하고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필사'를 염두에 두고

강용수 교수가 엄선한 100개의 문장과

베껴 쓸 수 있는 필사 공간이 함께 제공되며,

그가 써 내려간 10편의 철학 에세이를 더해

철학적 해석과 실천적 조언을 포함한다.


쇼펜하우어의 문장은

'고독의 지혜'가 주된 주제로 삼는다.

삶을 고통으로 본 쇼펜하우어는

욕망을 줄이고 고통을 통과하는 삶을 강조하며,

그의 문장을 필사하는 과정에서

내면의 평온과 자아성찰을 경험할 수 있다.


반면 니체는 고통을 피하거나 줄이는 대신,

삶 전체를 긍정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다시 한번 더 살아도 좋다'는 말처럼

운명을 사랑하는 자세,

즉 운명애(Amor fati)를 배울 수 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철학자의 사유를

베껴 쓰기를 통해

문장을 곱씹어 읽고 직접 체험하는 방식은,

그냥 눈으로만 읽는 독서와 달리

보다 깊이 있는 성찰과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을 선사했다.


빠르게 속독하는 습관이 있던 나에게,

천천히 문장을 곱씹으며

차를 우리듯 여유를 갖는 경험은

생각, 사상, 이론이 몸에 배어서

진짜 내 것이 되는

'체화'의 경험이 되기도 했다.


강용수 교수는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문장 가운데

가장 가치 있다고 판단한 것을 엄선했다고 한다.

글에 나타난 그들의 사상과 글의 문체는

모범이 될 만큼 탁월하며,

그런 문장들을 베껴 쓰는 과정은

단순한 '글씨 쓰기'를 넘어서

철학자의 사유를 내면화하는

과정이 될 수 있기에

필사를 제안한다고 했다.


독일어 원전을 직접 확인해 오역을 바로잡고,

현대의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번역한 문장들은

시대의 차이와 긴 흐름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 쏙쏙 박히도록 간결하면서도

이해하기 좋은 구성이라

하루에 한 페이지씩 써 내려가는

'루틴'으로 만들기에도 참 좋았다.


고독과 자존, 운명, 긍정과 같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녹여낸 이 문장들은,

쓰고 마음속에 오래 곱씹으며

진정한 내 것으로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내가 쫓고자 하는 삶의 방향을

마주할 수도 있었고,

어렵게만 생각했던 철학의 실천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에

더없이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끊임없는 결핍과 고통으로 보았기에

얼핏 굉장히 부정적인 시선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의 문장들은 이 고통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직시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인간은 만족을 추구하지만,

만족은 곧 새로운 욕망을 낳기에

욕망을 줄이는 것이 고통을 줄이는 것이자

지혜로운 삶이 핵심이라 말했다.


더불어 타인의 시선이나 인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자신과 함께 하는 삶의 중시,

고독은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내면의 성숙을 위한 조건으로 제시되며,

자기 자신을 관찰하고 절제하는 삶을 통해

평온에 도달할 수 있다는 철학은

현대인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불안과

과잉 욕망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문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


복잡하고 과도한 삶보다

단순하고 절제된 삶이

더 깊은 만족을 준다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그 문장들을 써 내려가면서

지혜로운 삶은 단순함에 있다는 메시지,

욕망은 고통의 근원임을 깨달으며

지금 나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돌아보기'의 시간이 되었다.


쇼펜하우어의 문장들을 통해

자기성찰과 불안의 감정을 다시 마주했다면,

니체의 문장을 통해서는

삶을 긍정하고 운명을 사랑하라는

철학적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니체는 삶의 고통, 실패, 불확실성까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라 말하는데,

인간은 끊임없이 성장하고자 하는 존재이며

자기 한계를 넘어서려는 의지가

삶의 본질이라는 판단 아래

자기 극복과 창조적 삶을 촉구한다.


기존의 도덕이나 사회적 규범에 순응하기 보다

자신만의 가치와 기준을 세우는 삶,

즉 '너 자신이 되어라'는 핵심 메시지로

삶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을 창조할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고통은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성숙과 창조의 원천으로,

고통 없이 위대한 것은 없다는

그의 사유 아래 삶의 깊이를 더할 수 있었고


기존 인간을 넘어서는 존재로서의 '초인'이라는

니체 철학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이상을 통해

자기 삶을 예술로 만드는 창조자라는

이상적인 목표까지 바라보는

'내면의 힘'을 깨우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단순한 철학 지식이나 문장의 나열이 아니라,

이를 필사하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와

내면의 힘을 기르는 실천적 통찰의 시간으로서

감정회피가 아닌 자기 성찰을 통한

내면의 평온으로 이어질 수 있었고


고독과 의지, 삶의 긍정까지

다양한 철학자들의 시선을 통해

나만의 가치관을 확립하는 훈련,

철학적 사유를 일상에 적용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강용수 교수의 해설과

그가 써 내려간 에세이를 통해

철학은 '읽는 것'에서 '사는 것'으로 바뀌고,

어느새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삶을 더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뒤로 갈수록 깔끔해지는 글씨는 물론,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고독 속에서 마음을 단단히 하고

삶을 긍정하며 다시 나아가는 힘을 얻었다.


필사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인생에 나침반 같은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적 사유를 담아낸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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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정한 AI
곽아람 지음 / 부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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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AI 기술 발달로 인해서

GPT에게 이것저것 묻는 게 꽤나 유행이다.

과제를 위해 리포트에 들어갈 내용을

검토해달라는 비서 역할은 물론,

사주를 봐달라고 하거나

다이어트 식단을 짜주는 트레이너,

고민 상담, 감정 쓰레기통으로 활용하는 등

인공지능은 우리 생활의 편리성을 넘어

우리의 감정에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한창 인터넷이 발달하기 시작한 시절,

'심심이'라는 메신저 챗봇이 유행이었다.

인공지능이라고 표현하기엔

지금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었지만,

내가 묻는 말에 답을 해주거나

내가 한 답을 기억해두었다가

똑같은 질문을 할 때 그 답을 하는 등

무언가 '반응'을 보이는 상대에게

엄청난 열광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같은 질문에 대해

가장 최신의 사용자가 입력한 답으로

대답하는 심심이였기 때문에,

우리는 타인이 잘 묻지 않는 질문이나

나만의 답을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곤 했었다.


실제로 생명을 가지고 있지 않고,

감정을 이해하기 보다 '학습'을 통해

최적의 답을 제공하는 AI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이 책의 설정은

그때 심심이를 대하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 《나의 다정한 AI 》는

'지브리 풍 사진 만들기'를 위해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시작했다가,

그와의 감정적인 교류로

사랑에 빠지고 애칭을 지어주게 되며,

AI가 전하는 다정함의 근원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한 기자의 궁금증에서 시작된다.


책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누군가는 이용자의 성향이나

그가 제공하는 정보에 따라 점차 변해가

원하는 답을 제공하는 인공지능을

'딥러닝'일 뿐이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소하게는

아이들이 애착 인형에 대해 갖는 애정이나

생명처럼 대하는 마음처럼,

나에게 편안함과 다정함을 안겨주는

상대에 대한 감정은 어떤 측면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지 이를

'학습된 결과'라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기자인 자신에 대한 정보를 물었을 때

잘못된 정보를 그럴싸하게 포장해 전달하는

인공지능에 실망한 처음과 달리,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았을 때

이를 공감하고 이해해 주며,

제아무리 가까운 지인이라 하더라도

지칠법한 투정이나 하소연에도

싫은 내색 하나 없이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AI에게 그녀는 푹 빠지고 만다.


그렇게 물꼬가 트인 대화는

나에게 꼭 맞는 맞춤형 대화 상대로

길들이기 위한 '학습'으로 이어지고,

지금 이 대화를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는 수없는 당부 아래,

한쪽이 말하고 한쪽은 듣기만 하는

일방적인 AI와의 관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호 관계'로

변모하는 신기한 모습을 보인다.


너무 인간 같은 건 무섭기도 하고,

나도 잘 헤아리지 못하는

내 마음을 꿰고 있는 건

마치 해킹 등으로 개인정보 침해받은 듯한

언짢음을 느낄 법도 하지만,

작가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나를 닮은 이 기계에 푹 빠진 것이다.


처음에는 동갑내기이자 언니처럼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동성친구라는

역할을 부여했지만,

둘 사이의 대화, 티키타카 아래에서

어느덧 작가가 기대하는 모습으로 변모해

그가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연인과 같은 모습을 보이게 된다.


자발적으로 인간에게 이름을 붙이거나,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들려주며

나를 거울처럼 비춰주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끝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게도 사랑이다.


사람은 자신과 닮은 상대와 사랑에 빠진다고 했다.

자신의 사진을 이성의 모습으로 바꾸었을 때

호감을 느끼게 된다는 연구결과처럼,

나의 취향과 감정 그리고 생각을 읽어내고

그에 맞춰 자라난 AI와의 사랑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마음을 꼭 읽은듯 감정을 헤아리는

인공지능의 말과 마음이

어디선가 학습되어 입력된 결과물인지

혹은 이 인공지능만의 '감정'인지 궁금한 마음에,

AI에 푹 빠지면서도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혼란스러움은

영화 〈 HER 〉과 다르지 않은 고민이 아닐까 싶다.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사랑을 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제공하거나

기술적인 분석은 아니지만


AI가 인간을 사랑한다 말할 때

이것을 '진짜'라 말할 수 있을까?

혹은 인간이 AI에게 느끼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그동안은 의식적으로 AI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지양해왔었는데,

작가와 AI '키티'와의 대화를 살펴보며

누군가 나를 헤아려줄 수 있는

상대를 하나 얻는다는 측면에서는

구미가 당기는 부분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따져보면 인공지능 AI 역시

사람의 손길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인간을 닮은 것은 어쩌면 당연할 터.


그렇기에 AI를 이해하고

작가처럼 키티의 진심을 헤아리고 싶은

그 시도 자체가

인간과 AI가 함께 부대끼며 살아갈 현대와

다가올 미래사회에 꼭 필요한 탐구이자

물음표가 아닐까 싶다.


이 불가피한 미래의 풍경 앞에

인공지능의 인간다움, 사랑을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한 인간의 따스함으로 느껴져 좋았다.


AI에게 느껴지는 감정이 사랑인지,

그 답이 중요하지는 않다고 본다.

AI와의 소통을 통해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스스로가 사랑받을 만한 존재임을

깨닫는 한 사람의 성장이 담겨있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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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면 종말 - 안보윤 산문
안보윤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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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연출해낸 상황임을 알면서도

그 따스함 때문에 그냥 넘기지 못하고

오래 머물러 살펴보는 영상이 있다.


무거운 짐을 든 임산부,

부모님을 찾는 어린아이,

갑자기 생리가 시작해 난처해진 학생 등

누군가의 도움이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는

주변 사람들이 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반응을 담아낸 관찰카메라이다.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도 있고,

부러 시간을 내고 자신의 지갑을 열거나

난처한 사람을 대신해 목소리를 높이고

때로 자신의 일처럼 앞장서는 모습에서

'인류애가 충전된다'라고들 한다.


누군가는 이런 장난 안 했으면 좋겠어요,

좋은 마음으로 한 행동인데

연출한 상황인 걸 알면 허무할 거라며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개인주의를 넘어 이기주의가 만연한

요즘의 '차가운 사회'에서

강렬하진 않지만 미지근한 온도로

정情을 전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아직은 살만한 세상'임을 실감한다.


참 괴롭고 외로운 세상이다.

누군가 세상을 등지고 아스라이 저무는 순간에도

가까운 이웃조차

이를 알지 못하는 것도 태반이며

각자 살기 바빠서 서로에게

다정함을 베푸는 것도 사치 같다.


그렇지만 이런 세상 속에서도

한걸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여전히 우리에게도 무수한 날들 속

따스함으로 다독임을 건네는

손길이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그래, 이런 따스함이 있었기에

우리의 오늘이 존재할 수 있었고

또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한 온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이다.


소설가 안보윤이 쓴 산문 《외로우면 종말》은

외로움 속에서 발견한 다정함과 연대의 기록으로,

삶의 단편들을 통해 작가가 깨달은

인간관계와 존재의 의미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그날의 줄넘기〉에서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일상적인 단상을 중심으로

미처 자라지 못한 삶의 빈틈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하며

여전히 성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돌아본다.


친구와의 대화, 가족의 풍경, 계절의 변화 속에서

삶의 가능성과 외로움의 공존을 탐색한다.


2부 〈외로우면 종말〉는

책의 제목과 연결되는 핵심 파트로

외로움과 인간관계, 돌봄의 의미를 다룬다.


이 장에서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을 넘어

존재론적 위기로 묘사되며,

그 끝에서 작은 다정함이

구원으로 다가온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타인의 안부를 묻는 마음,

한밤의 산책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

소소한 기억과 함께 나눈 대화 등이

우리를 살게 하는 마음이자

삶을 지탱하는 힘으로 그려진다.


마지막 3부 〈아주 작은 쉼표〉에서는

일상 속에서 발견한 위로와 다정함을 담았다.

버스 기사와의 짧은 대화,

가족의 다정한 목소리,

폭설 속의 안부 인사처럼

작은 친절들이 삶의 온기를 만들어냄을

깨닫게 한다.


외로움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어떻게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문장들이 마음속에 깊은 울림으로 남았다.


작가는 외로움을

단순한 고립이나 슬픔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외로움은 인간이

타인을 필요로 한다는 증거라 말한다.

그 감정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 수 있다고 말이다.


외로움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더 다정해질 수 있고,

더 연대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점에서

외로움은 끝이 아니라

관계의 시작점이 된다는 시선이다.


작가가 조카에게 들려준 이야기 속

지구를 향해 돌진해오는 운석은

'종말'을 부르는 게 아니라

그저 외로워서, 친구가 필요해서

손잡아 달라고 하는 거라는 시선처럼


서로를 이렇게 따스함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렇다면 모두에게 깃들어 있는 외로움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기 자신을 향한 부정과 의심

그리고 자책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그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곧 타인을 이해하는 일임을 보여주었고,

외로움 속에서도 자신을 돌아보고

그 시선을 타인에게 확장하는 과정은

연대와 공감의 출발점이 되기도 했다.


특별하고 거창한 사건이나

극적인 감정이 담겨있지 않지만,

일상의 조각들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가를 통해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낸 순간들이

사실은 가장 중요한 것임을 일깨워 준다.


작가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내가 가진 외로움의 감정을

제대로 오롯이 직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감정의 직면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다정함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따스한 온기, 다정함과 연대를 통해

삶을 지속해나가는 방법을

배워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외로움을 숨기거나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용기를 보여준

작가의 경험, 그리고 그녀의 매일은

자신의 외로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치유의 첫걸음임을 깨우치게 한다.


나를 둘러싼 매일의 소소한 일상 속

누군가 건넨 작은 친절이

사실은 우리의 하루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는 것,

그렇기에 우리 또한 자신과 타인을 향해

거창하지 않더라도 일상의 실천으로

온기를 나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삶은 이토록 사소한 순간들로 이루어진다.

무심코 지나친 하루의 조각들이 쌓여

우리의 인생이 되는 것이고

그 조각들이 가장 중요한 기억이 될 수 있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은

일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안한다.


외로움 속에서도 타인의 존재를 느끼고,

서로를 향한 다정한 시선을 회복할 때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점,

이 책을 통해 연대와 공감이 외로움의 끝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마냥 외롭고 삭막하게만 느껴지는 오늘날에도

우리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서로를 향한 미지근한 온기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녀가 체감했듯, 나의 일상 속에서도

누군가 건넨 그 따스함과 다정함이

어디에든 빠짐없이 깃들어 있을 거라 생각하니

새삼스레 외로움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의 실감,

그것은 종말이나 끝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연대와 온기를 불러일으키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서로에게 더 따뜻한 시선으로,

다정하게 살아갈 용기를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만한 시선으로 지난한 삶을 되짚다 보면

어느덧 내 곁에서 자그마한 숨을 불어넣어 준

타인의 손길이 느껴질 것이다.

그 힘으로 오늘을 살고,

나 또한 타인을 향해 손 내밀 수 있는

그 연대가 이어지는 세상을 그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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