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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면 종말 - 안보윤 산문
안보윤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9월
평점 :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연출해낸 상황임을 알면서도
그 따스함 때문에 그냥 넘기지 못하고
오래 머물러 살펴보는 영상이 있다.
무거운 짐을 든 임산부,
부모님을 찾는 어린아이,
갑자기 생리가 시작해 난처해진 학생 등
누군가의 도움이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는
주변 사람들이 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반응을 담아낸 관찰카메라이다.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도 있고,
부러 시간을 내고 자신의 지갑을 열거나
난처한 사람을 대신해 목소리를 높이고
때로 자신의 일처럼 앞장서는 모습에서
'인류애가 충전된다'라고들 한다.
누군가는 이런 장난 안 했으면 좋겠어요,
좋은 마음으로 한 행동인데
연출한 상황인 걸 알면 허무할 거라며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개인주의를 넘어 이기주의가 만연한
요즘의 '차가운 사회'에서
강렬하진 않지만 미지근한 온도로
정情을 전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아직은 살만한 세상'임을 실감한다.
참 괴롭고 외로운 세상이다.
누군가 세상을 등지고 아스라이 저무는 순간에도
가까운 이웃조차
이를 알지 못하는 것도 태반이며
각자 살기 바빠서 서로에게
다정함을 베푸는 것도 사치 같다.
그렇지만 이런 세상 속에서도
한걸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여전히 우리에게도 무수한 날들 속
따스함으로 다독임을 건네는
손길이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그래, 이런 따스함이 있었기에
우리의 오늘이 존재할 수 있었고
또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한 온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이다.
소설가 안보윤이 쓴 산문 《외로우면 종말》은
외로움 속에서 발견한 다정함과 연대의 기록으로,
삶의 단편들을 통해 작가가 깨달은
인간관계와 존재의 의미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그날의 줄넘기〉에서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일상적인 단상을 중심으로
미처 자라지 못한 삶의 빈틈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하며
여전히 성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돌아본다.
친구와의 대화, 가족의 풍경, 계절의 변화 속에서
삶의 가능성과 외로움의 공존을 탐색한다.
2부 〈외로우면 종말〉는
책의 제목과 연결되는 핵심 파트로
외로움과 인간관계, 돌봄의 의미를 다룬다.
이 장에서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을 넘어
존재론적 위기로 묘사되며,
그 끝에서 작은 다정함이
구원으로 다가온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타인의 안부를 묻는 마음,
한밤의 산책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
소소한 기억과 함께 나눈 대화 등이
우리를 살게 하는 마음이자
삶을 지탱하는 힘으로 그려진다.
마지막 3부 〈아주 작은 쉼표〉에서는
일상 속에서 발견한 위로와 다정함을 담았다.
버스 기사와의 짧은 대화,
가족의 다정한 목소리,
폭설 속의 안부 인사처럼
작은 친절들이 삶의 온기를 만들어냄을
깨닫게 한다.
외로움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어떻게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문장들이 마음속에 깊은 울림으로 남았다.
작가는 외로움을
단순한 고립이나 슬픔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외로움은 인간이
타인을 필요로 한다는 증거라 말한다.
그 감정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 수 있다고 말이다.
외로움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더 다정해질 수 있고,
더 연대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점에서
외로움은 끝이 아니라
관계의 시작점이 된다는 시선이다.
작가가 조카에게 들려준 이야기 속
지구를 향해 돌진해오는 운석은
'종말'을 부르는 게 아니라
그저 외로워서, 친구가 필요해서
손잡아 달라고 하는 거라는 시선처럼
서로를 이렇게 따스함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렇다면 모두에게 깃들어 있는 외로움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기 자신을 향한 부정과 의심
그리고 자책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그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곧 타인을 이해하는 일임을 보여주었고,
외로움 속에서도 자신을 돌아보고
그 시선을 타인에게 확장하는 과정은
연대와 공감의 출발점이 되기도 했다.
특별하고 거창한 사건이나
극적인 감정이 담겨있지 않지만,
일상의 조각들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가를 통해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낸 순간들이
사실은 가장 중요한 것임을 일깨워 준다.
작가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내가 가진 외로움의 감정을
제대로 오롯이 직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감정의 직면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다정함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따스한 온기, 다정함과 연대를 통해
삶을 지속해나가는 방법을
배워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외로움을 숨기거나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용기를 보여준
작가의 경험, 그리고 그녀의 매일은
자신의 외로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치유의 첫걸음임을 깨우치게 한다.
나를 둘러싼 매일의 소소한 일상 속
누군가 건넨 작은 친절이
사실은 우리의 하루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는 것,
그렇기에 우리 또한 자신과 타인을 향해
거창하지 않더라도 일상의 실천으로
온기를 나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삶은 이토록 사소한 순간들로 이루어진다.
무심코 지나친 하루의 조각들이 쌓여
우리의 인생이 되는 것이고
그 조각들이 가장 중요한 기억이 될 수 있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은
일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안한다.
외로움 속에서도 타인의 존재를 느끼고,
서로를 향한 다정한 시선을 회복할 때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점,
이 책을 통해 연대와 공감이 외로움의 끝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마냥 외롭고 삭막하게만 느껴지는 오늘날에도
우리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서로를 향한 미지근한 온기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녀가 체감했듯, 나의 일상 속에서도
누군가 건넨 그 따스함과 다정함이
어디에든 빠짐없이 깃들어 있을 거라 생각하니
새삼스레 외로움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의 실감,
그것은 종말이나 끝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연대와 온기를 불러일으키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서로에게 더 따뜻한 시선으로,
다정하게 살아갈 용기를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만한 시선으로 지난한 삶을 되짚다 보면
어느덧 내 곁에서 자그마한 숨을 불어넣어 준
타인의 손길이 느껴질 것이다.
그 힘으로 오늘을 살고,
나 또한 타인을 향해 손 내밀 수 있는
그 연대가 이어지는 세상을 그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