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니체 필사책
아르투어 쇼펜하우어.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강용수 편역 / 유노북스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포스팅은 유노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필사 筆寫.

베끼어 쓴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은 책을 읽으며

의미 있거나 마음에 남는 문장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그 내용을 베껴 쓰는 것이 시작이었다면,

이제는 다이어리 꾸미기나

북클럽 활동 등의 일환으로

오직 '필사'를 목적으로 하는 책이 나올 만큼

하나의 문화처럼 번지고 있다.


책을 그냥 읽는 것보다는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소리 내어 읽는 것보다는 글로 쓰는 것이

그 내용을 보다 이해하고 새길 수 있기에,

이왕에 필사를 한다면

마음에 뜻깊은 가르침이 남을 수 있는

문장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던 차에,

손꼽히는 철학자인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명문장 100개를 엄선한

《쇼펜하우어 × 니체 필사책》을 만날 수 있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통해

실존적 고민을 풀어낸 강용수 교수의 신간으로,

전작을 통해 철학자들의 메시지에

매료된 사람들은 물론,

그가 엄선한 철학자들의 명문장을

직접 손으로 써보면서

쇼펜하우어와 니체, 두 철학자의 사상을

체험하고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필사'를 염두에 두고

강용수 교수가 엄선한 100개의 문장과

베껴 쓸 수 있는 필사 공간이 함께 제공되며,

그가 써 내려간 10편의 철학 에세이를 더해

철학적 해석과 실천적 조언을 포함한다.


쇼펜하우어의 문장은

'고독의 지혜'가 주된 주제로 삼는다.

삶을 고통으로 본 쇼펜하우어는

욕망을 줄이고 고통을 통과하는 삶을 강조하며,

그의 문장을 필사하는 과정에서

내면의 평온과 자아성찰을 경험할 수 있다.


반면 니체는 고통을 피하거나 줄이는 대신,

삶 전체를 긍정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다시 한번 더 살아도 좋다'는 말처럼

운명을 사랑하는 자세,

즉 운명애(Amor fati)를 배울 수 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철학자의 사유를

베껴 쓰기를 통해

문장을 곱씹어 읽고 직접 체험하는 방식은,

그냥 눈으로만 읽는 독서와 달리

보다 깊이 있는 성찰과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을 선사했다.


빠르게 속독하는 습관이 있던 나에게,

천천히 문장을 곱씹으며

차를 우리듯 여유를 갖는 경험은

생각, 사상, 이론이 몸에 배어서

진짜 내 것이 되는

'체화'의 경험이 되기도 했다.


강용수 교수는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문장 가운데

가장 가치 있다고 판단한 것을 엄선했다고 한다.

글에 나타난 그들의 사상과 글의 문체는

모범이 될 만큼 탁월하며,

그런 문장들을 베껴 쓰는 과정은

단순한 '글씨 쓰기'를 넘어서

철학자의 사유를 내면화하는

과정이 될 수 있기에

필사를 제안한다고 했다.


독일어 원전을 직접 확인해 오역을 바로잡고,

현대의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번역한 문장들은

시대의 차이와 긴 흐름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 쏙쏙 박히도록 간결하면서도

이해하기 좋은 구성이라

하루에 한 페이지씩 써 내려가는

'루틴'으로 만들기에도 참 좋았다.


고독과 자존, 운명, 긍정과 같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녹여낸 이 문장들은,

쓰고 마음속에 오래 곱씹으며

진정한 내 것으로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내가 쫓고자 하는 삶의 방향을

마주할 수도 있었고,

어렵게만 생각했던 철학의 실천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에

더없이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끊임없는 결핍과 고통으로 보았기에

얼핏 굉장히 부정적인 시선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의 문장들은 이 고통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직시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인간은 만족을 추구하지만,

만족은 곧 새로운 욕망을 낳기에

욕망을 줄이는 것이 고통을 줄이는 것이자

지혜로운 삶이 핵심이라 말했다.


더불어 타인의 시선이나 인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자신과 함께 하는 삶의 중시,

고독은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내면의 성숙을 위한 조건으로 제시되며,

자기 자신을 관찰하고 절제하는 삶을 통해

평온에 도달할 수 있다는 철학은

현대인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불안과

과잉 욕망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문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


복잡하고 과도한 삶보다

단순하고 절제된 삶이

더 깊은 만족을 준다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그 문장들을 써 내려가면서

지혜로운 삶은 단순함에 있다는 메시지,

욕망은 고통의 근원임을 깨달으며

지금 나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돌아보기'의 시간이 되었다.


쇼펜하우어의 문장들을 통해

자기성찰과 불안의 감정을 다시 마주했다면,

니체의 문장을 통해서는

삶을 긍정하고 운명을 사랑하라는

철학적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니체는 삶의 고통, 실패, 불확실성까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라 말하는데,

인간은 끊임없이 성장하고자 하는 존재이며

자기 한계를 넘어서려는 의지가

삶의 본질이라는 판단 아래

자기 극복과 창조적 삶을 촉구한다.


기존의 도덕이나 사회적 규범에 순응하기 보다

자신만의 가치와 기준을 세우는 삶,

즉 '너 자신이 되어라'는 핵심 메시지로

삶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을 창조할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고통은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성숙과 창조의 원천으로,

고통 없이 위대한 것은 없다는

그의 사유 아래 삶의 깊이를 더할 수 있었고


기존 인간을 넘어서는 존재로서의 '초인'이라는

니체 철학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이상을 통해

자기 삶을 예술로 만드는 창조자라는

이상적인 목표까지 바라보는

'내면의 힘'을 깨우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단순한 철학 지식이나 문장의 나열이 아니라,

이를 필사하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와

내면의 힘을 기르는 실천적 통찰의 시간으로서

감정회피가 아닌 자기 성찰을 통한

내면의 평온으로 이어질 수 있었고


고독과 의지, 삶의 긍정까지

다양한 철학자들의 시선을 통해

나만의 가치관을 확립하는 훈련,

철학적 사유를 일상에 적용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강용수 교수의 해설과

그가 써 내려간 에세이를 통해

철학은 '읽는 것'에서 '사는 것'으로 바뀌고,

어느새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삶을 더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뒤로 갈수록 깔끔해지는 글씨는 물론,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고독 속에서 마음을 단단히 하고

삶을 긍정하며 다시 나아가는 힘을 얻었다.


필사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인생에 나침반 같은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적 사유를 담아낸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