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는 집들의 비밀 - 부와 운을 부르는 공간과 삶에 관한 이야기
정희숙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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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기억에 남는 익숙한 풍경이 있다면
워킹맘이었던 엄마가 집에 있는 날이면
종일 집안을 쓸고 닦고,
또 정리하고 치우며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정성을 쏟는 모습이다.

그렇게 집안을 치우고 정리하며 엄마는
"매일 같이 청소할 수는 없어도,
이렇게 정리만 해도 집이 깨끗해.
한번 쓴 물건은 항상 두는 곳에 갖다 놔서
정전이 되더라도 찾을 수 있어야 해." 하고
잔소리가 귀에 딱지가 앉도록 얘기하곤 했다.

엄마가 왜 그렇게 정리와 청소에 열을 올렸는지
그때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보기엔 크게 다르지 않은 집안인데
왜 그렇게까지 공을 들여야 할까 싶었다.

또 엄마를 보며 신기했던 점 중의 하나는
평상시 물건을 쉬이 사는 편도 아니고
절약정신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었음에도
그만큼이나 '물건을 버리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다는 점이다.

외할머니는 그런 엄마를 보며
"너희 엄마는 버리는 걸 퍽이나 좋아한다."라며
가끔 이해가 안 간다는 투로 얘기했는데
엄마는 "쓸데없는 걸 쌓아둬 봤자 짐만 되고
쓰레기 밖에 안된다."라고 과감하게 물건들을 버렸다.

엄마의 길고도 긴 정리 습관은 6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주말이면 대청소 모드로 돌입하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을 정리하고
자꾸 아빠를 설득해 안 쓰는 물건들을
중고마켓에 내놓기도 한다.

그런 엄마가 얼마 전 '정리 전문가 정희숙이
쓴 책 읽어보고 싶어.' 하고 얘기를 하길래
어떤 얘기가 담겨있길래 엄마가 흥미를 가졌을까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 우리나라에도 유행처럼 번진
'집 정리'와 '미니멀리즘' 덕분에
정리 전문가라는 직업이 알려지게 된 것 같다.

이 책은 유튜브 누적 5,000만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반응을 일으킨
정리 전문가 정희숙 님이 말하는
정리와 삶의 연관관계 그리고 부와 운을 부르는
공간을 꾸리는 팁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정리란 단순히 물건을 깔끔하게 보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왔는데
책을 읽어 내려가며
정리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부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
정리에 대한 태도는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엄마가 평생을 강조해온
'정리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배우지도 않은 엄마가 어떻게 몸소 깨달았는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유행처럼 번지는 미니멀리즘을 위해
무조건 물건을 버리고 공간을 비워낸 뒤
다시 새로운 보관함이나 용기를 사서
'보이는 정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좋은 정리는
집에 있는 기존의 물건을 버리는 일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떤 물건을 내 공간 안에
들여놓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한다는 것,

정리를 하고 공간에 '여유'를 두는 과정을 통해
물건을 비워가며 내게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재점검'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도 하고

그 비워내기를 통해 명확한 내 취향과
나에게 어울리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정리에는 큰 의미가 있지만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그때그때 알게 되며
결과적으로 내 삶의 주인으로 비로소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는
마음에 강한 깨달음을 가져다주었다.

물건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되면 그 존재를 잊고
또 새로 사게 되기도 하고,
마냥 짐이 한가득 쌓인 공간 안에서는
어떤 여유도 생각도 할 틈이 없어진다.

반면 내가 가진 공간을 욕심껏 꽉 채우지 않고
여유 있게 꼭 필요하면서도 나에게 가치 있는
물건들로만 채우는 부자들은 오히려 그로 인해
삶을 주체적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물건에 자기 자리를 찾는 사소한 시작이
우리에게는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하게 해주고
이 공간은 내가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더 큰 자유와 안정을 얻게 해 준다.

물건이 정리되면 마음도 정리되고,
우리는 그 여유 안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며
결과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정리 멘토 정희숙 님의 메시지는

복잡하고 어려워만 보이던 부와 운이
작은 시도만으로도 얼마든지 다가올 수 있다고,
일단 작게는 서랍 한 개,
하루 10분 정리로 시작해 보자고 독려한다.

날 잡고 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던
정리에 대한 편협했던 시각은 물론,
그동안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정리가 가져올 수 있는 수많은 긍정적인 부분까지
엄마가 강조하는 '정리의 힘'에 대해
체계적으로 깨닫고 자극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독서였다.

엄마가 읽고 싶어 했던 책이기도 하지만
한바탕씩 각자의 방을 정리하며
뿌듯함을 느끼는 우리 가족 모두가
읽어보면 도움이 될 책이 될 것 같다.

하루 10분 집 정리,
어렵지 않으니 앞으로는 엄마의 정리 타임에
나 역시 함께 움직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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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 2023-11-01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음에 와닿는 서평입니다!!저도 노력하고 싶어집니다.
 
야생의 식탁 - 자연이 허락한 사계절의 기쁨을 채집하는 삶
모 와일드 지음, 신소희 옮김 / 부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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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집 採集이라 하면
널리 찾아서 얻거나 캐거나 잡아 모으는 일로,
열매를 따거나 물고기를 잡는 등
채집과 수렵활동 만으로
모든 식생활을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글쎄, 하고
누구나 말끝을 흐리게 될 것이다.

일단 내 경우만 하더라도 아파트 단지와
빌딩으로 가득 찬 도심에 살고 있으니
채집활동을 할 만한 '자연'이 가까이 있지 않아서
채 하루조차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다못해 텃밭 재배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채집이라 함은 그 조차 불가능하고
오직 줍거나 따고, 잡는 행위만으로
식생활에 필요한 재료를 조달해야 하니
너무 제약조건이 많아 애초에 이 도전을
시작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이런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에 무려 일 년 동안
과감하게 뛰어든 사람이 있었으니
이 책을 쓴 작가, 모 와일드이다.

그녀가 채집 생활을 시작하게 된 데에는
조금 특별한 이유가 있다.
자연 파괴와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는 요즘,
'어느 날 지구에 식량 위기가 닥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만약 그런 식량 위기가 닥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가 채집과 수렵 만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본인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
일 년간의 커다란 도전에 나선다.
돈은 일절 쓰지 않고, 농사도 짓지 않고,
본인이 살고 있는 스코틀랜드 중부 자연에서 나는 것만
직접 채취를 통해 살아가기로 다짐한다.

과연 일 년 동안 그녀는 굶주리지 않고,
음식과 소비의 유혹에 굴복하지 않고
무사히 이 실험을 끝마칠 수 있을까?

이 책은 채집 생활 실험을 시작하게 된 이유와
그녀의 도전기, 도전을 끝마친 후까지
일 년여의 기록을 일기 형식으로 담아낸 글로,
그녀가 써 내려간 글을 읽어 내려가며
계절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자연의 다양한 모습과 그 자연이 선사하는 먹거리,
이를 활용해 만든 음식 레시피를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한 채집은 나무에 열린 열매를 따먹거나
나물 채취, 각종 잎을 활용한 샐러드 같은
채식 위주의 단순한 식단이 채집으로 얻어낼 수 있는
식사 메뉴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또한 어렴풋한 짐작으로
'장을 보지 않고 자연에서 먹거리를 얻는다'라는
그녀의 도전 자체가 꽤나 궁핍하고
고통과 고난 속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니 단순히 열매를 얻는
방법 외에도 물고기나 사슴, 토끼나 까마귀 등의
동물을 잡는 수렵과 새들이 낳은 알을 얻는 등의
육식 메뉴도 꽤 다양하게 있었고,

되려 계절에 따라 채소나 견과류는 섭취하지 못한 채
육류로만 끼니를 채워야 하는 시기도 있는 만큼
채집 생활에 대해 그동안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잘못된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물론 실험 당사자이자 책을 집필한 작가는
어린 시절을 아프리카에서 보낸 이력이 있는
자연을 사랑하는 채취인 이자 평소에도
채식 위주의 식단을 실행하고 있는 약초 학자이기에
다양한 식용식물에 대한 지식이 있어
조금 더 유리한 면이 있지 않을까 하는 점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찌 그 도전이 쉽기만 할까.

숲에서 다양한 나뭇잎과 버섯을 채취하고,
시간을 기다려 바다에서 해초를 뜯고,
고등어 낚시에 직접 도전하거나
'채집 생활'의 유지를 위해 채식에서 벗어나
육식을 위주로 식사를 하며 괴로워하는 에피소드,

때때로 찾아오는 우울감에
오르내리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따라가며
그녀가 이 실험으로 깨우치고자 한 질문의 답을
직접 체험하지 않고도 나 역시 깨달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감사하고 존경스러운 마음까지 든다.

날 것의 자연이 주는 야생의 맛과
건강(다이어트를 떠나 혈당이나 체내 미생물 등)에
주는 효과를 읽어내려가며
야생식에 대한 흥미가 생겼을 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에게도
그 무엇을 지불하지 않아도,
자연이 공평하게 베푸는 풍성함에 감사함이 든다.

환경오염과 자연 파괴에도 묵묵히 제 역할을 하며
계절마다 본인을 헐어 우리를 '생존'하게 해주는
자연의 경외로움까지 잊고 있던 문제를 깨달으며
이 책을 덮었다.

야생의 식탁은 단순히 입에 맛있고 배가 부르며,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먹거리는 아니다.
시간은 걸리고 매 끼니 고군분투 투성이지만
자연에 집중하는 순간 복잡한 생각이 모두 사라지고
단순히 '채취'하며 솟아나는 즐거움과
마음의 배부름까지 가져다줄 수 있는 만큼

이 책에 써 내려간 그녀의 도전을 통해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나갈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을 얻게 되어 참 뿌듯한 마음이다.
좀 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인간과 자연의 몸과 마음이 한데 건강해지는 길을
고려할 수 있는 시각을 가지게 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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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1학년이었다
김성효 지음 / 빅피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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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이기에 스쳐 지나간 꽤 많은 시간들이 흐릿해졌거늘
그 와중에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순간 중 많은 부분이
바로 초등학교 1학년 때의 기억이다.

2월생 '빠른' 나이라 7살의 나이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한 살 어린 나이라 상대적으로
몸집도 키도 작았던 나는 얼마나 긴장이 되었는지 모른다.

유치원 때만 해도 20대의 이모 같은 선생님과 지내다
입가에 쪼글쪼글 주름이 있는 풍채 좋은 할머니 선생님과
수업을 해야 하니 무섭기도 하고 흥이 떨어지기도 했다.

처음엔 낯선 마음에 잔뜩 움츠러들었다가
시간이 갈수록 선생님이 보여준 진심과 사랑,
아낌없는 애정에 스르륵 녹아내렸는데

'진주'라는 내 이름 대신 '구슬이'라는 애칭으로 불러주며
머리를 쓸어주고 칭찬해 줬던 선생님의 모습은
이만큼 잔뜩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선명하기만 하다.

이것은 비단 나만의 기억뿐은 아닐 것이다.
누구에게나 첫 사회생활의 데뷔였던 1학년은
굉장히 의미 있고 강렬한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이 책은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26년 차 교육자로
현직 교감선생님이자 많은 책을 써낸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성효 선생님께서 어른이자 선생님의 시각에서 바라본
1학년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낸 책이라 할 수 있다.

마치 나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이만큼 펼쳐놓으면
선생님이 '그래, 그랬지.' 하며 응답해 주는 듯한 기분으로,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포근하면서 따뜻한 포용으로
끌어안은 선생님의 사랑스러운 표현은
읽는 내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하다못해 내 배 아파서 낳은 자식도 미운 날이 있는데,
매일같이 부대끼며 분명 예쁘게 보기만은 어려운
아이들의 어설픈 행동과 개구진 장난 안에서도
어찌 그렇게 예쁜 사랑을 느낄 수 있을까 싶어
어떤 면에서는 울컥 마음이 찡해지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너무 어려 짐작하고 헤아리지 못했던
선생님의 마음을 어른이 된 이제서야 헤아려본다.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선생님의 사랑 아래
다시 한번 자라는 기분이기도 했다.

한창 언론을 통해 오르내리는 학부모와 선생님 간의 갈등,
혹은 노키즈존을 둘러싼 사회적 이슈까지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요즘이다.

이렇게 삭막해지고 퍽퍽한 지금의 현실에서도
여전히 아이들을 사랑으로 바라보고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선생님들이 여전히 있다는
진정성 있는 이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잊고 있던
해맑고 순수한 아이들 본연의 사랑스러움을
다시 깨우치게 되었으니 참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또한 누구나 스쳐 지나온 시간이지만 잊고 있었던
소중한 1학년의 추억과 선생님의 사랑을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고,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들에게 눈과 마음을 맞추며
그들에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따금 자신감이 떨어질 때마다
"구슬이 잘한다!" 하면서 등을 두드려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사랑스러워 어쩌지 못하겠다는 듯
귀여워해 주던 선생님의 목소리를 떠올리곤 한다.

그때 선생님이 베풀어준 사랑과 끝없는 칭찬,
확신에 찬 믿음이 지금껏 나를 이만큼 자라게 했노라고
이제야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1학년 교실의 풍경과
선생님의 사랑에 행복하며 감사했고,
아이들의 천진한 귀여움을 만끽하며 참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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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게임 - 쓰는 시간 5초 썩는 시간 500년, 애증의 플라스틱 추적기
신혜정.김현종 지음 / 프란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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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참 많다.
당장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 용기부터 시작해
샴푸와 린스, 바디워시가 담긴 통도 플라스틱이고
배달시켜 먹는 음식을 담은 용기도,
겨울에도 얼죽아를 외치며 커피를 담아오는
용기 역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다.

새삼 이렇게 많은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구나
싶은 생각에 살짝 민망해지던 찰나
어느 날 문득 들른 커피 전문점에서
모바일 앱을 통해 주문하던 중

컵을 선택하는 란에
'매장컵, 개인컵, 일회용컵' 항목이 있고
이 중 하나를 선택해 주문할 수 있었는데
그때 문득 '플라스틱이 어째서 일회용인 거지?'
하는 의문이 든 것이다.

플라스틱과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들 중
유독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지구상에서 처음 만들어진 플라스틱도
아직 썩지 않고 남아 있다.'

그 말인즉, 내가 이 지구상에서 죽고 없어져도
오늘 마신 이 커피잔은 여전히 땅속에 남아 있다는 게
뭔가 소름 끼친다는 마음과 동시에
잘못되어도 이건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분명 튼튼하고 잘 부서지지 않아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일회용품처럼 생각해서 어마어마하게 사용되고
썩지 않고 점점 지구에 쌓여가는 플라스틱이
이제야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 되려 놀랄 정도였다.

이 책은 그런 의심에서 시작된 책이다.

2020년 여름 우리나라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이어진
최악의 폭우로 수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여름 내 이어진 비로 '유난히 추웠던 여름'으로 기억되는
그때의 날씨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사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라고 했다.

그런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조치 중 하나로
제로 웨이스트, 즉 불필요한 쓰레기의 대표격인
플라스틱을 줄임으로써
장기적으로 화석연료 중심의 시스템을 바꾸고,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할 때
그리고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를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두 명의 기자가 그래서 달려들었다.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우리 생활 속에
'꼭 필요한지'도 모른 채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플라스틱 사용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그 플라스틱을 없애는 실험을 통해
'플라스틱 없이 사는 삶'의 가능성을 증명한 것이
바로 이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당연히 '일회용'이라 생각하고
쉽게 쓰고 버렸던 비닐봉지를 시작으로,
제품을 살 때면 따라오는 플라스틱 트레이나
포장 용기처럼 당연한 과정을 거치듯
뜯자마자 버린 플라스틱까지 합치면
태어난 후 짧지 않은 30여 년의 시간 동안
내가 만들어낸 플라스틱 쓰레기는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 보니
단순한 셈으로 어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많기만 하다.

과자 트레이가 있어도 과자는 깨질 수 있지만,
깨진 과자가 들어있다고 해서 문제가 되진 않는다.
스팸 캔은 조금 찌그러진다 해도
제품이 새어 나오지 않는 한 상관없을뿐더러
라면 분말수프와 건더기 수프가 한 봉지에
함께 담겨있던 각각 따로 담겨있던
내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제품을 사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자연스레 따라온다.

그렇다면 이 플라스틱이 없어도 된다고,
사실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게
이 실험이 시작된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조금 플라스틱을 덜 쓴다고 얼마나 달라져?
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얇디얇아 '이 정도는 뭐'라고 생각했던
김 트레이 하나만 없어도
연간 340만 명이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고,
설과 추석 두 번의 명절 선물세트에 들어가는
스팸 뚜껑을 제거했을 뿐인데도
20여 톤의 플라스틱이 덜 사용되었다는
조사 결과를 듣고 나니
'나 하나만 달라져도 바뀔 수 있겠다'라는
마음으로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부모님이 어리던 시절에는 그릇도 참 귀해서
봉지도 물에 헹궈 몇 번이고 재사용 했고
(심지어 라면 봉지는 튼튼해서 인기였다고),
여전히 음식 배달 온 용기를 설거지해 두었다가
일상에서 다회용기로 사용하고 계신다.

나 역시 시간을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500ml 음료수 병은 튼튼하면서도 두께가 얇아
한여름에 냉동실에 넣어두면 금방 물이 얼고,
휴대하기에도 가벼워 너 나 할 것 없이
음료수 병을 물병 삼아 물을 얼려서는
손수건으로 묶어 가지고 다니기도 했으니

그 길지 않은 10여 년 남짓의 시간 동안
플라스틱의 사용이 얼마나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으며,
플라스틱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회용에서 일회용으로 자연스레 바뀌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이제라도 문제를 실감할 수 있게 되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샴푸와 린스, 바디워시나 화장품을 새로 사고
다 쓴 공병들을 버리면서 마음속 한편
'아직 이런 용기는 튼튼하고 새 거니까
몇 번이고 더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찜찜한 마음이 비단 나만의 것이 아니길 바라본다.

더 나아가 이런 쓰레기가 애초에 생기지 않도록
불필요한 플라스틱의 사용을 스스로 자제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보다 많은 사람이 이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고
소비자로서 기업에게 정부에게,
그리고 지구의 한 일원으로서 지금 당장을 떠나
더 먼 미래를 살아갈 우리들의 자녀,
후손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꼭 플라스틱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마냥 낭비하고 있는 자원은 없는지,
불필요한 소비로 지구상에 내가 만든 쓰레기가
쌓여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로 인해 지구 어딘가에서 어떤 동물이 생명의
위기에서 고통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경각심 있는 태도로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져야겠다는 가르침을 얻었다.

모두가 깨닫고 행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나부터라도 작게라도 지금부터 매일을
'플라스틱 게임'의 마지막 남은 참가자처럼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사실은 체감하고 있었으면서도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플라스틱과 환경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깨닫게 해준 의미 있는 독서였다.
이제 제대로 알았으니, 실행으로
그간의 무지함을 만회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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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상인, 중국상인, 일본상인
이영호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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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으로 꽤나 짬밥을 쌓았다고 생각했지만,
막연하게 판매처는 '당연히 한국 내에서만'이라는
테두리를 둘러놓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따금 애매한 한국어나 영어로
나는 중국에 있는, 혹은 대만에 있는 업체인데
너희 물건을 도매로 사고 싶다며 말을 걸어올 때면
"우리는 한국 내 배송만 가능하니,
국내에 물건을 받을 수 있는 주소가 있다면 주문하세요."
하는 식으로 에둘러 주문을 끊어내기도 했다.

괜히 혹여나 돈을 못받게 되거나 소통이 되지 않아
문제가 생기면 곤란해지는 일이 생길까봐 무서워
애초에 그 시작의 싹을 잘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의뢰가 들어오는 텀이 조금씩 짧아지면서
중국시장이나 인접한 일본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된 찰나에
좋은 기회에 한국, 중국, 일본 3국 상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시장이 다르지만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해왔었는데
몇 건의 중국주문 건들을 보며 각 나라의 시장상황이나
상인들의 '사업'을 임하는 태도가 꽤 많이 다르다는 걸
나도 직접 경험을 통해 몇 차례 체감하기도 했지만,
책속에 담긴 각 나라 상인과 관련된 속설과
작가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을 읽어보며
그제야 비로소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기도 했다.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다가도
막상 원하는 것을 다 얻고나면 모르쇠로 일관하며
돈과 이익 앞에서는 만만디가 사라지는 중국상인,

목적을 위해서는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도 하며
상인에게 안심을 준 후 자신들이 주도권을 잡아
상대가 이 방식대로 따를수 밖에 없게끔 하는 일본 상인.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디서 어디까지 이들의 말을 신뢰해야 하며,
또 그들의 속임수나 잔꾀를 피하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직접 이를 겪어낸 작가의 경험은 그 어떤 조언보다 솔직하고
마음 가까이에 와닿았다.

꼭 중국, 일본 시장 뿐 아니라 '상인'으로 성공하기 위해
어떤 마인드로 접근하고 대처해야 할지
다양한 사례와 표현으로 잘 설명되어 있어
어떤 면에 있어서는 '상인을 위한 바이블'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하고,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 의도와 속내가 파악되지 않아 난감했던 상황,
분명 관심을 보이다가도 어느순간 잠잠해져 이해가 안 가던
그들의 행동이 책을 읽고난 이제서야 비로소 이해가 간다.

나라별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장사를 하는데 이토록 중요한 것임을,
겉으로 드러나 있는 대화의 표면적인 의미 뿐 아니라
그들이 감추고 있는 속뜻을 짐작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배웠다.

이 책을 진작 알았더라면
좀더 내 사업에 유리한 쪽으로 현명하게 이용하고
주도권을 이끌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앞으로 다가올 기회에서는 이 독서를 발판삼아
좀더 여유있게 그들의 '상술'에 담긴 진짜 의미를 파악해
꽤 괜찮은 '장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든다.

이 모든 것을 직접 발로 뛰고 몸으로 겪어가며 깨우친
작가의 노력 덕분에 귀한 인생의 진리를
쉽고 빠르게 익힌 기분이 드는 감사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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