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1학년이었다
김성효 지음 / 빅피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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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이기에 스쳐 지나간 꽤 많은 시간들이 흐릿해졌거늘
그 와중에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순간 중 많은 부분이
바로 초등학교 1학년 때의 기억이다.

2월생 '빠른' 나이라 7살의 나이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한 살 어린 나이라 상대적으로
몸집도 키도 작았던 나는 얼마나 긴장이 되었는지 모른다.

유치원 때만 해도 20대의 이모 같은 선생님과 지내다
입가에 쪼글쪼글 주름이 있는 풍채 좋은 할머니 선생님과
수업을 해야 하니 무섭기도 하고 흥이 떨어지기도 했다.

처음엔 낯선 마음에 잔뜩 움츠러들었다가
시간이 갈수록 선생님이 보여준 진심과 사랑,
아낌없는 애정에 스르륵 녹아내렸는데

'진주'라는 내 이름 대신 '구슬이'라는 애칭으로 불러주며
머리를 쓸어주고 칭찬해 줬던 선생님의 모습은
이만큼 잔뜩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선명하기만 하다.

이것은 비단 나만의 기억뿐은 아닐 것이다.
누구에게나 첫 사회생활의 데뷔였던 1학년은
굉장히 의미 있고 강렬한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이 책은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26년 차 교육자로
현직 교감선생님이자 많은 책을 써낸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성효 선생님께서 어른이자 선생님의 시각에서 바라본
1학년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낸 책이라 할 수 있다.

마치 나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이만큼 펼쳐놓으면
선생님이 '그래, 그랬지.' 하며 응답해 주는 듯한 기분으로,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포근하면서 따뜻한 포용으로
끌어안은 선생님의 사랑스러운 표현은
읽는 내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하다못해 내 배 아파서 낳은 자식도 미운 날이 있는데,
매일같이 부대끼며 분명 예쁘게 보기만은 어려운
아이들의 어설픈 행동과 개구진 장난 안에서도
어찌 그렇게 예쁜 사랑을 느낄 수 있을까 싶어
어떤 면에서는 울컥 마음이 찡해지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너무 어려 짐작하고 헤아리지 못했던
선생님의 마음을 어른이 된 이제서야 헤아려본다.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선생님의 사랑 아래
다시 한번 자라는 기분이기도 했다.

한창 언론을 통해 오르내리는 학부모와 선생님 간의 갈등,
혹은 노키즈존을 둘러싼 사회적 이슈까지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요즘이다.

이렇게 삭막해지고 퍽퍽한 지금의 현실에서도
여전히 아이들을 사랑으로 바라보고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선생님들이 여전히 있다는
진정성 있는 이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잊고 있던
해맑고 순수한 아이들 본연의 사랑스러움을
다시 깨우치게 되었으니 참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또한 누구나 스쳐 지나온 시간이지만 잊고 있었던
소중한 1학년의 추억과 선생님의 사랑을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고,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들에게 눈과 마음을 맞추며
그들에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따금 자신감이 떨어질 때마다
"구슬이 잘한다!" 하면서 등을 두드려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사랑스러워 어쩌지 못하겠다는 듯
귀여워해 주던 선생님의 목소리를 떠올리곤 한다.

그때 선생님이 베풀어준 사랑과 끝없는 칭찬,
확신에 찬 믿음이 지금껏 나를 이만큼 자라게 했노라고
이제야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1학년 교실의 풍경과
선생님의 사랑에 행복하며 감사했고,
아이들의 천진한 귀여움을 만끽하며 참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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