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노동 - 적게 일해도 되는 사회, 적게 일해야 하는 사회
데니스 뇌르마르크 지음, 손화수 옮김 / 자음과모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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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넷에서 댓글이 요란하게 달리던
하나의 글이 있었다.

하루에 정해진 수량만큼만 파는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해
8시간 근무 기준으로 시급을 책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채용된 아르바이트 직원의
수완이 좋아 본인의 근무시간 보다
3시간 정도 빨리 그날의 수량을 모두 소진했다.

사장은 그 아르바이트생에게
노동시간은 계약된 시간보다 3시간 적게 일했으나
물건을 모두 팔았으니 약속한 하루 일당을
모두 지급할 것인가?
혹은 근무시간에 따른 시급을 계산해
5시간 만큼의 금액만 지불한 것인가?

누군가는 누군가는 '일한 노동시간' 만큼만
지급하는 게 맞다고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직원의 능력으로
일을 일찍 마친 것이니
8시간 몫의 시급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만약, 전체 하루 일당을 모두 지급하지 않으면
앞으로 그 직원은 '열심히' 하지 않고
적당히 시간을 때우게 될 것이라며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적당히 때우는 시간'이
바로 이 책을 쓴 데니스 뇌르마르크가 말하는
'가짜 노동'을 의미한다.

불필요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겉으로만 그럴싸한 일을 하는듯한 모습을 보이거나
일하는 시간을 과장하게 하는 노동,
실질적으로 아무 가치가 없는 행위를 말이다.

2023년 인문사회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그의 전작 《가짜 노동》의 후속편인 이 책은
가짜 노동의 의미를 깨달은 독자들에게
이를 넘어선 '진짜 노동'의 의미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결과적으로 매일 일하고 싶은 방식을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지침서라 할 수 있겠다.

그가 전작을 통해 설명했던 '가짜 노동'의
개념이 크게 이슈화되면서
기업을 운영하고 직원들을 통솔하는 관리자나
혹은 일을 하는 당사자 스스로도
본인이 하는 일이 '가짜 노동'인가 아닌가를
따져보는 경우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직 내에 산재하는 나쁜 아이디어와
습관은 분명히 존재하기에
그 예시로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그러한 것이 생겨나는지 살펴보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했다.

《가짜 노동》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이 책을 접했기에 우선 '가짜 노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에게는 아직
개념이 잡혀 있지 않은 상태였는데

✔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을 눈치채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되는 업무
✔ 다른 사람이 했을 때 돈을 지불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업무
✔ 다른 사람들에게 업무 내용을 설명하기가 어렵거나,
종종 그 의미를 확신할 수 없는
고급 용어를 사용해야 설명이 가능한 업무
✔ 가치 창출이 매우 어려운 업무
✔ 상대방이 읽어보거나 또는 전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보고서, 이메일을 작성하는 업무
✔ 동료들과 자주 이야기했던 중복되는 업무
✔ 이상하고 터무니없다고 생각되는 업무
✔ 다른 일 또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 때문에
반복적으로 우선순위를 무시하게 되는 업무
✔ 코로나 봉쇄 기간 등 오랫동안 하지 않고
방치해두어도 눈치채는 사람이 없는 업무

등의 예시를 통해
성과와 관련 없는 일, 보여주기 식의 일,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위한 일,
단지 바빠 보이기 위한 무의미한 일들이
사실은 모두 가짜 노동이었음을
그 의미에 대해서 제대로 알 수 있었고,

그간 내가 해왔던 업무 중에 가짜 노동이 있었는지
혹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업무 속에
가짜 노동은 있지 않았는지 되짚어보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데니스 뇌르마르크는 책에서
일이란 단순한 돈벌이와 생존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삶의 근본과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그래서 가짜 노동은 개인의 자존감에 타격을 주고,
존재를 위태롭게 하며 번아웃에 빠져
오래 일할 수 없게 만들기에
그는 우리 스스로가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왜 오래 일하는가?"
"나의 노동은 가짜 노동인가, 진짜 노동인가?"

이런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삶과 일에 진짜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며
가짜 노동에서 벗어나 진짜 의미 있는 일로
기후변화, 저출산 고령화, 인플레이션,
경제 침체 등 세계의 불안정성 심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가짜 노동이 만연하다.
대기업만 하더라도
'저녁 먹고 난 뒤부터가 진짜 업무시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정식 업무시간에는
'일을 하는 듯한' 액션만을 취하다가
진짜 해야 할 일들은 업무 외 시간에 하면서
야근수당이나 특근수당을 받는 사람도 허다하고,
또 그렇게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직원이
자칫 능력이 있는 직원이거나
회사에 헌신하는 모양새로 비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에서
'진짜 노동'의 필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으며,
그동안 가짜 노동에 묶여있던
시간들 속에서 회사와 관리자, 노동자가
스스로를 해방시켜 진짜 일을 해야 할 시간에만
제대로 집중해 일을 할 수 있어야겠다는
경각심 있는 메시지를 주었다.

일과 삶의 의미를 되찾는 방법은
문제의 원인만을 해결하거나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내부에서 그 원인 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본질적인 해결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진짜 노동을 해야겠다는 한 사람의 다짐만으로는
개인과 조직과 사회와 국가를 바꾸기는 역부족이다.
동료와 조직이 함께 이를 위해 함께 애쓰고
업무를 하면서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점이나
허탈감 등 여러 문제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
그리고 이렇게 제기된 문제에 대해 해답을 찾는
조직과 개인이 있어야 바뀔 수 있겠다는 결론이다.

기업을 운영하거나 관리자 직급에 있는
이 사회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인식 개선은 물론
'진짜 노동'을 위한 첫 발걸음으로
꼭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닐까 싶다.

무의미하게 가짜 노동을 할 시간에
책 속의 메시지를 마음에 담고
변화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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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 사는 걸 어떡합니까
신아로미 지음 / 부크럼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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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지라
부모님과 한지붕 아래 함께 살고 있지만,
이따금씩 나만의 '로망'을 가득채운 집에서
즐겁게 취미를 즐기고 자유를 만끽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꿈꾸곤 한다.

그렇기에 '독립생활'을 하고 있는
자취러나 나혼삶을 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게 될 때면
부러움과 동경의 마음이 잔뜩 솟아오른다.

이 책은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삶인
'누워서 돈벌기'를 현실화 한
구독자 40만의 여행유튜버이자
시골집에서 명상과 요가수련을 하며
혼자서 멋진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신아로미의 에세이로

그녀는 책을 통해 혼자살기의 이상과 현실,
그리고 진정한 '혼자사는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현실적이면서도 따스한 조언을 담았다.

결혼적령기를 지나도 결혼을 하지 않거나
혼자서 사는 삶을 선택한 사람에게는
이런 질문을 많이 던지곤 한다.
'왜 결혼하지 않아?'

신기하게도 결혼한 사람에게는
'왜 결혼을 선택한거야?'라고 묻지 않으면서
혼자의 삶을 선택한 사람에게는 이유를 묻거나
'그래도 둘이 낫지'라는 대답이 돌아오니
이런류의 말은 나도 익히 들어왔지만
참 불편하고 유쾌하지 만은 않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결혼을 생각하지 않거나
(할 수도 안할 수도 있지만 당장은 아닌데도)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데,

그저 지금이 좋고 편하니까
이렇게 계속 홀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하는 마음을
왜 타인에게 납득시켜야 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꼭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작가의
혼자 사는 삶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인듯 순식간에 빠져들게 했다.

책은
1장. 혼자 살 용기
2장. 혼자 살 준비
3장. 혼자 살아가기
로 나뉘여 있는데,

'혼삶'의 즐거움을 맛보고 싶지만
어떤 것부터 준비해야 할지 모르거나
아직은 조금 두려운 사람들을 위해

단계별로 구체적인 방법은 물론,
그녀가 혼자 살며 느낀 세세한 조언들을
아끼지 않고 담았다.

그녀는 혼자 사는 삶을 경험하며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먼저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또 어떤걸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의 취향 등
오롯이 스스로를 제대로 마주하고,
충분히 자신이 혼자서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이제는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용기있게 1인분의 삶을 선택해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둘이서 사는 삶'을
포기할 때 얻을 수 있는
다른 더 큰 무언가가 있어
혼자사는 삶을 선택한 것이 아니고

거창한 이유 없이도,
나만의 방식으로
혼자서 살아가는 매일이 행복하고
그런 오늘에서 느껴지는 자유로
삶이 충분하기에
'혼자살기'를 이어가고 있는 그녀의 삶이
전혀 외롭지 않고
반짝반짝 충만하게만 보인다.

마냥 혼자서 사는게 정답이다,
혹은 결혼은 하지 않는게 좋다는 메시지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아갈지 그 중심을 나에게 두고
내가 원하는 삶의 모양을 찾아 갈 때
인생의 행복이 찾아온다는 그녀의 말에서

타인에 시선이나 기준으로 나의 삶을 바라보며
평가하거나 휘둘리지 않고
오롯이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매일로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이 생긴다.

혼자서든 혹은 누구와 함께든
나만의 모양으로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게
내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나와도 잘 지내고
결과적으로는 타인과도 잘 지낼 수 있는
그런 미래를 맞이하기를 기대해본다.

이 책을 읽고나니
'왜 결혼 안했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조금은 덜 두려워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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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파랑 - 성우 남도형, 목소리로 세상을 물들이다
남도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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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즐겨보던 애니메이션을 보면
만화 주제가가 나올 때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를 내주는 성우의 이름이
함께 나오곤 했다.

남자 등장인물은 남자 성우가,
여자 등장인물은 여자 성우가 할 것이라
으레 생각해왔었는데
보다 보니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성우가 있고
한 애니메이션 내에서도 한 성우가
여러 명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알게 되고는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중에서도 이 사람,
무려 만 22세라는 나이로
KBS 최연소 공채 성우에 합격해
미키마우스나 원피스 캐릭터는 물론
세계 1위 유튜버로 유명한 미스터 비스트의
한국어 목소리를 담당하고 있는
성우계 '아이돌'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

그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대신 내주는
성우라는 직업만 가진 것이 아니라
40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이자
MC와 쇼 호스트, 강연자 등
목소리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직군에서
본인의 능력을 뽐내며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낸
특별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 책은 본인의 직업인 성우를 '말로 이루어지는 모든 일,
그 모든 일에 관여할 수 있는 직업'이라 설명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보여주고,
자신이 서야 할 무대를 스스로 확장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성우테이너 남도형의
인생과 성장을 담아낸 이야기이다.

최연소 성우에서 대표 성우테이너가 되기까지
그가 그간의 삶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기에
이렇게 성공의 자리에 발돋움할 수 있었는지
궁금한 마음이 생겨 이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성우로서 성공을 거두었을 뿐 만 아니라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확장시켜
'나만의 세계'를 구축해낸 그의 인생에
어떤 비밀이 담겨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책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책의 초반, 그의 성우 데뷔기는 여타의 다른 사람들의 인생과
크게 다르지는 않게 보였던게 사실이다.
우연한 기회에 성우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그가
오디션을 준비하고 공채에 합격하게 된 것은
직업의 종류만 다를 뿐 사회 초년생 누구나가
직장을 구하며 겪을법한 일이었는데

일을 구하기 위해 음성 샘플 USB를 들고 다니거나
떨어졌던 작품들을 찾아보며
연기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노력,
반년도 넘게 이명으로 고생한 슬럼프나
계속 이어지는 오디션 낙방에도 불구하고

그런 자신의 흔들림을
미워하거나 한심하게 보기보다는
안달하지 않고 이 또한
'반드시 겪어야 할 일과 시간'이라며
느리더라도 확실하게,
자신만의 성장 방식으로 스스로를 단련하는 그의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어떤 면에서는 무모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고 그만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이끌어가는 그의 모습에서
'괜히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내 성장의 시간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본인이 흥미를 가지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열정의 마음을 동경 그 자체로 멈추지 않고
맹렬하게 그 감정을 좇으며
그 일을 통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고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덕업 일치의 선순환을
맞이한 그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모습에서는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의 힘이 얼마나 큰지,
그 마음이 얼마나 삶에 커다란 동력이 되는지
그 힘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 삶을 좋아하는 일과 사람으로 가득 채우는
즐거움을 설명하며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재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그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직업을 떠나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좋은 자극의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는 성우로서 발돋움을 시작해
다양한 일로 세계를 무한 확장해온 지금에 이르는
자신의 인생을 본인이 좋아하는 색인
'파랑'에 빗대어 표현했다.

하지만 파랑을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어떤 대상을 좋아할 때 그걸 좋아하는 이유가
필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특별한 이유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가 사라지거나 바뀌는 순간
그 대상을 좋아하는 마음도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삶의 모든 영역에
이 '파랑을 대하는 태도'를 적용해
사람이나 일을 대할 때도 초심을 잃지 않고
무한한 애정을 쏟고 매 순간 진심을 다하며
매일을 쌓은 끝에 지금의 남도형이 된 것이다.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그의 시간,
아픈 만큼 성장했고 기쁜 만큼 행복했던
순간들일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매 순간을 충분히 아파하고 만끽한 그의 태도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나의 삶에도 용기와 결심의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한순간도 허비하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온
그의 인생 이야기를 읽고 나서 보니
그에게서 책 제목처럼
참으로 맑고도 청량한 파랑 빛이 비친다.

파도치는 바다의 풍경만으로도
시원하고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듯
그의 파란색 인생을 읽고 나니
삶을 바라보는, 일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도
시원한 환기가 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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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추는 찻집 - 휴고와 조각난 영혼들
TJ 클룬 지음, 이은선 옮김 / 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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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난 이후에는 누구도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죽음' 이후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누구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존재할 것이다.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죽음 이후를 다루기도 했는데
저승과 이승의 길목, 저승사자가 건네주는 차를 마시며
이승에 대한 기억을 지울지 혹은 간직할지를 결정한 후
담담하게 길을 떠나는 등장인물의 모습을 보며
만약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고민을 하기도 했다.

이 책은 이처럼 누구나 한 번쯤은 떠올렸을 법한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소설이다.
삶이란 말 자체가 '살아있음'을 의미하는데
함께 존재할 수 없는 이 두 단어를 엮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그렇기에 죽음 이후엔 뭐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는 소재의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냉철한 변호사 월리스 프라이스이다.
그는 이 세상에 두려운 게 없다.
오로지 성공만을 위해 달려왔고,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성과를 거뒀다.
그런 그에게 회사는 정교한 기계였고,
그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동료가 아닌 부품이었다.
그들은 그저 자신이 지시하는 대로
그저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면 됐다.
기계가 고장 나면 부품을 교체하듯
직원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실수하면 가차 없이 해고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평소대로 실수를 범한 직원과 면담을 했다.
직원의 실수로 인해 회사가 입을 뻔한 손실을
빠짐없이 나열하며 해고를 통보했고,
새 부품처럼 그 자리를 새 직원으로 대체하면
회사가 다시 순조롭게 돌아갈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새 직원이 출근하면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똑똑히 알려주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이틀 뒤 월리스는 갑작스레 사망했고,
눈 뜨고 나니 자신의 장례식장인 것이다.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열심히 살아온 자신이었기에
분명 많은 사람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안타까워할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월리스의 장례식에는 조문객이 달랑 다섯 명뿐이었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도 믿기 어려운데,
누구도 그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는 매우 충격적이고 못마땅했다.

조문객 중 네 명은 그가 아는 사람들이었다.
지독한 이혼 소송 끝에 헤어진 전처 와
월리스의 동료 파트너 변호사들이 전부.
그들은 월리스의 죽음을 전혀 슬퍼하지 않았다.
빨리 이 장례식이 끝나기만을 바라며
시큰둥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머지 한 명의 조문객은 처음 보는 여자로,
잡담만 늘어놓는 조문객들에게 성을 내는
'죽은' 월리스를 보며 혀를 찼다.
그는 여자가 자신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당황했고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몸을 벌벌 떠는 월리스에게
그녀는 자신을 사신 메이라고 소개하며,
그를 저승으로 건너가기 전 잠시 머무는
‘카론의 나루터’라는 찻집으로 데려간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도,
이 이상하고 묘한 찻집이 저승으로 건너가기 전
잠시 머무는 곳이라는 사실도 당최 믿기 힘들기만 하다.
찻집 안으로 들어가니 정체 모를 할아버지 유령과 강아지 유령이 그를 맞이한다.

그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한 남자가 그에게 다가오더니 환하게 웃어 보이며 말한다.
“저는 당신을 저승으로 안내할 사공 휴고 프리먼이에요.
궁금한 게 많으시겠지만 우선, 차 한잔하실래요?”

어떤 준비도 예상도 없이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했다면 어떤 기분에 사로잡힐까?
심지어 누구도 나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다면
과연 나는 잘 살아낸 걸까 하고 후회와 복잡한 감정 속
씁쓸함과 외로움에 분노할 것이다.

책의 주인공인 월리스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분노와 흥분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그저 이 찻집을 벗어나기만 한다면
어떻게든 다시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으리란
기대에 빠져 무작정 뛰쳐나간다.

하지만 그의 가슴에 걸려있는 갈고리가 강하게 옥죄고,
그의 몸은 점점 흩어져 가루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당황스러워하는 그를 사공 휴고와 사신 메이가
다시 찻집으로 이끌고,
그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님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

바꿀 수 없는 죽음 앞에 그는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
정말 죽음 이후에 사람은 그저 마침표를 찍고
삶을 마감하게 되는 것인가?

그저 성공만을 쫓으며
곁에 있던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
진정한 삶의 가치는 생각하지 못한 채
이기적인 삶을 살았던 월리스는
찻집을 운영하는 사공 휴고와 메이,
그곳에서 만난 유령들과의 생활 속에서
죽음 이후에야 비로소 변화를 가지게 된다.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며 외로웠던 것 같다고
고백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스스로 깊은 깨달음을 얻고
그제야 늦은 후회를 하게 되는데,

죽었으니 이제 끝인 것만 같았지만
살면서 한 번도 깨닫지 못했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와
함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찻집 사람들에게 배우며
그는 하루하루 변화하고
죽어서야 비로소 살아있는 기분을 느끼며 성장한다.

또한, 그를 믿고 이끌어주는 휴고와의 공감을 통해
살아 있는 삶이 끝난 이후에도 사랑은 이어지고,
그 사랑을 붙잡고 있는다면
사랑하는 이들은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 가득한 판타지는
그저 두렵고 슬프게만 느껴지는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마음을 가지게 해 주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고,
절망과 슬픔뿐 아니라 희망과 사랑이 함께하기에
사랑하는 존재나 자신의 존재가
소멸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오늘에 최선을 다하고
삶에서 진짜 중요한 가치에 집중할 수 있어야겠다는
다정한 다독임이 가득했다.

각자의 사정과 아픔이 있는 결핍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카론의 나루터 찻집에서 만나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여정을 함께 하며,
그들이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에서도
누군가에게 오롯이 사랑받고 신뢰받는
따스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떠나보낸 가족들이
죽음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아내고 있을지
걱정스러웠던 마음에 한자락 안심이 된다.

마냥 눈물로 떠올리게 되었던 죽음 이후의 삶에
두려움은 조금 덜어내고 따스한 치유를 얻게 된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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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잘해줘도 당신 곁에 남지 않는다 - 가짜 관계에 끌려다니지 않고 내가 행복한 진짜 관계를 맺는 법
전미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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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한때는
휴대전화의 연락처 목록의 인원수나
메신저나 SNS의 친구 수,
혹은 경조사에 찾아주는 지인의 수나
화환의 개수가 그 사람의 '인성'을 설명해 주는
하나의 척도처럼 평가되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매일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때때마다 연말이나 새해, 명절이나 생일 같은
경조사마다 안부 인사를 전하며
'관계'를 유지하느라 애쓰는 시간들이 많았다.

정말 애정 넘치는 마음으로 챙기는 연락도 있었지만
반쯤은 의무감이나 숙제 같은 마음으로,
'이렇게 하면 다 나에게 되돌아온다'라는
계산적인 마음도 약간은 깔려있다고 고백한다.

이것이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둥글게 사는 게 좋은 거라며
누군가와 두루두루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전부 나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인간관계의 암묵적인 공식이 참 부담이곤 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오랜만에 연락을 해도 반갑고 서로 따스운 관계가 있고
애써서 때때마다 안부를 주고받거나
선물을 보내기도 하지만 형식적인 관계일 뿐
마음 깊이 나와 이 사람이 서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짜 관계가 아닐 때도 꽤 많았다.

휴대전화를 바꿀 때마다 갱신하는 연락처 속
꾸준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은 몇 안 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리고 내 인간관계의 폭이
좁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가짜 관계들을 남겨두며 위안을 받는 날도 있었다.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미경 원장의 신간인
《아무리 잘해줘도 당신 곁에 남지 않는다》는
나처럼 가짜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고
상대방의 반응이나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느라
정작 나를 위한 관계를 놓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자기주도적 인간관계를 맺는 솔루션을 담은 책이다.

책이 출간되기 전 미리 받아본 가제본을 통해
인간관계에서 계속 똑같은 문제를
반복하는 이유를 분석하며 문제를 인식하고,
내가 좋아하고 편안해 하는 진짜 관계의
특징을 생각해 보는 나에 대한 탐구 시간을 가졌으며,
나를 망치는 가짜 관계와 아픈 과거를 끊어내며
인간관계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에 받아본 정식 출간본에서는
문제인식 - 탐구 - 선택과 집중 단계를 거친 이후
이해와 포용, 자기주도적 관계의 단계를 통해
나에게 의미 있는 타인의 세계를 인정하고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배우고,
너와 나, 우리가 함께 행복한 진짜 관계를 맺는 법까지
가짜 관계의 상처에서 벗어나 합리적이고
진실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여는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다.

한창 애쓰며 연락을 주고받았던 관계를 되짚어보면
늘 연락하는 것은 내 쪽이었고,
상대방은 그저 내 연락에 적당히 답을 하며
나에게 먼저 손 내민 적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는 그래도 이런 시간들이 쌓이면
언젠가는 내 진심을 헤아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탄탄한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사실은 나 역시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이었을 뿐
진심을 담아내지 않았을뿐더러
오직 한쪽만의 노력으로 이어지는 관계였기에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는 자조적인 결론이다.

이런 인간관계를 유지하고자 애썼던 마음은
결국에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함이었다.
그런 마음이었기에 관계의 중심에는
내 감정이 우선시 되기보다
상대방의 반응이나 감정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아
정작 나를 위한 진짜 관계가 되지 못했고,
또 상대방에게 이끌리며 이어져왔던 것 같다.

'늘 애쓰는데 왜 마음 같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 가득한 마음은
관계에서 느끼는 아쉬움과 허탈함의 원인을
상대방이 아닌 나에게서 찾게끔 했고,
그랬기에 되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그 사람의 반응에 따라 움직이게 하는
수동적인 형태로 스스로를 이끌었다는 것을
이제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이 사람과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아래 내가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상대방을 어떻게 맞출지만 생각했던
좁은 시야에서 '굳이 이 사람과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질문이 더해지며
관점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나 혼자 애쓰는 관계는 내가 손을 놓으면 끝난다는 것,
불필요한 관계를 끊어낸다고 해서
나의 세상이 끝나거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
무조건 상대방을 배려하고 그에게 맞춘다고 해서
그 관계가 오래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등
인간관계 속에서 고민하고 망설이게 되는
포인트에 대해 하나씩 짚어가며

나와 타인은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이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더 이상 타인을 바꾸거나
내가 타인에게 맞추려고 애쓰지 않더라도
나다움 삶과 자기주도적인 관계 속에서는
가짜 관계는 자연스레 정리되고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진짜 관계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이끌어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해 주고,
용기 있고 주도적인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혼자 남게 될까 봐, 나를 외면하고
타인의 눈치를 보며 이어왔던 인간관계에
새로운 시각과 마음가짐을 가지게 해 준
의미 있는 독서였다.

이제부터라도 타인을 대하는 마음에
책의 조언처럼 단단한 주관을 가지고 행동해
나에게 의미 있는 사람만을 곁에 둘 수 있는
진짜 관계로 나아가야겠다는 결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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