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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노동 - 적게 일해도 되는 사회, 적게 일해야 하는 사회
데니스 뇌르마르크 지음, 손화수 옮김 / 자음과모음 / 2024년 4월
평점 :
얼마 전 인터넷에서 댓글이 요란하게 달리던
하나의 글이 있었다.
하루에 정해진 수량만큼만 파는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해
8시간 근무 기준으로 시급을 책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채용된 아르바이트 직원의
수완이 좋아 본인의 근무시간 보다
3시간 정도 빨리 그날의 수량을 모두 소진했다.
사장은 그 아르바이트생에게
노동시간은 계약된 시간보다 3시간 적게 일했으나
물건을 모두 팔았으니 약속한 하루 일당을
모두 지급할 것인가?
혹은 근무시간에 따른 시급을 계산해
5시간 만큼의 금액만 지불한 것인가?
누군가는 누군가는 '일한 노동시간' 만큼만
지급하는 게 맞다고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직원의 능력으로
일을 일찍 마친 것이니
8시간 몫의 시급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만약, 전체 하루 일당을 모두 지급하지 않으면
앞으로 그 직원은 '열심히' 하지 않고
적당히 시간을 때우게 될 것이라며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적당히 때우는 시간'이
바로 이 책을 쓴 데니스 뇌르마르크가 말하는
'가짜 노동'을 의미한다.
불필요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겉으로만 그럴싸한 일을 하는듯한 모습을 보이거나
일하는 시간을 과장하게 하는 노동,
실질적으로 아무 가치가 없는 행위를 말이다.
2023년 인문사회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그의 전작 《가짜 노동》의 후속편인 이 책은
가짜 노동의 의미를 깨달은 독자들에게
이를 넘어선 '진짜 노동'의 의미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결과적으로 매일 일하고 싶은 방식을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지침서라 할 수 있겠다.
그가 전작을 통해 설명했던 '가짜 노동'의
개념이 크게 이슈화되면서
기업을 운영하고 직원들을 통솔하는 관리자나
혹은 일을 하는 당사자 스스로도
본인이 하는 일이 '가짜 노동'인가 아닌가를
따져보는 경우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직 내에 산재하는 나쁜 아이디어와
습관은 분명히 존재하기에
그 예시로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그러한 것이 생겨나는지 살펴보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했다.
《가짜 노동》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이 책을 접했기에 우선 '가짜 노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에게는 아직
개념이 잡혀 있지 않은 상태였는데
✔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을 눈치채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되는 업무
✔ 다른 사람이 했을 때 돈을 지불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업무
✔ 다른 사람들에게 업무 내용을 설명하기가 어렵거나,
종종 그 의미를 확신할 수 없는
고급 용어를 사용해야 설명이 가능한 업무
✔ 가치 창출이 매우 어려운 업무
✔ 상대방이 읽어보거나 또는 전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보고서, 이메일을 작성하는 업무
✔ 동료들과 자주 이야기했던 중복되는 업무
✔ 이상하고 터무니없다고 생각되는 업무
✔ 다른 일 또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 때문에
반복적으로 우선순위를 무시하게 되는 업무
✔ 코로나 봉쇄 기간 등 오랫동안 하지 않고
방치해두어도 눈치채는 사람이 없는 업무
등의 예시를 통해
성과와 관련 없는 일, 보여주기 식의 일,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위한 일,
단지 바빠 보이기 위한 무의미한 일들이
사실은 모두 가짜 노동이었음을
그 의미에 대해서 제대로 알 수 있었고,
그간 내가 해왔던 업무 중에 가짜 노동이 있었는지
혹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업무 속에
가짜 노동은 있지 않았는지 되짚어보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데니스 뇌르마르크는 책에서
일이란 단순한 돈벌이와 생존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삶의 근본과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그래서 가짜 노동은 개인의 자존감에 타격을 주고,
존재를 위태롭게 하며 번아웃에 빠져
오래 일할 수 없게 만들기에
그는 우리 스스로가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왜 오래 일하는가?"
"나의 노동은 가짜 노동인가, 진짜 노동인가?"
이런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삶과 일에 진짜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며
가짜 노동에서 벗어나 진짜 의미 있는 일로
기후변화, 저출산 고령화, 인플레이션,
경제 침체 등 세계의 불안정성 심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가짜 노동이 만연하다.
대기업만 하더라도
'저녁 먹고 난 뒤부터가 진짜 업무시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정식 업무시간에는
'일을 하는 듯한' 액션만을 취하다가
진짜 해야 할 일들은 업무 외 시간에 하면서
야근수당이나 특근수당을 받는 사람도 허다하고,
또 그렇게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직원이
자칫 능력이 있는 직원이거나
회사에 헌신하는 모양새로 비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에서
'진짜 노동'의 필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으며,
그동안 가짜 노동에 묶여있던
시간들 속에서 회사와 관리자, 노동자가
스스로를 해방시켜 진짜 일을 해야 할 시간에만
제대로 집중해 일을 할 수 있어야겠다는
경각심 있는 메시지를 주었다.
일과 삶의 의미를 되찾는 방법은
문제의 원인만을 해결하거나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내부에서 그 원인 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본질적인 해결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진짜 노동을 해야겠다는 한 사람의 다짐만으로는
개인과 조직과 사회와 국가를 바꾸기는 역부족이다.
동료와 조직이 함께 이를 위해 함께 애쓰고
업무를 하면서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점이나
허탈감 등 여러 문제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
그리고 이렇게 제기된 문제에 대해 해답을 찾는
조직과 개인이 있어야 바뀔 수 있겠다는 결론이다.
기업을 운영하거나 관리자 직급에 있는
이 사회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인식 개선은 물론
'진짜 노동'을 위한 첫 발걸음으로
꼭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닐까 싶다.
무의미하게 가짜 노동을 할 시간에
책 속의 메시지를 마음에 담고
변화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