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사람은 삶의 무게를 분산한다 - 휘청이는 삶을 다잡아 주는 공자와 장자의 지혜
제갈건 지음 / 클랩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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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

일요일 밤에 〈개그콘서트〉 프로그램을 할 때면

괜스레 울적한 마음에 재미있는 개그에도

쉬이 웃지 못하며 보내곤 했다.


이제 주말이 다 지나가고

다시 내일이면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오롯이 휴일의 마지막을 즐겁게 만끽하지 못했다.


그렇게 아쉬운 밤을 지나고 월요일,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즐거운 마음보다는

'휴, 이제 또 시작이네'라는 한숨으로

일주일의 시작을 무기력하게 보냈다.


이 책은 반복되는 월화수목금토일요일 동안

현대인들이 맞닥뜨리는 다양한 감정과 상황 속,

어떻게 하면 나처럼 일요일이면 마주하던

부정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동양철학 속 논어와 장자의 지혜를 빌려

35가지의 메시지로 담아내었다.


무기력하게 보내기 쉬운 월요일에는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자꾸만 늘어지는 화요일에는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지혜'를,

덤프 데이라 한 주의 가운데서 일과 사람에 치여

예민해지기 쉬운 수요일에는

'현명하게 관계 맺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다가올 주말을 기다리는 주 후반부인 목요일에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배움'을,

불금이라 시작부터 설레는 금요일에는

'들뜨더라도 덤덤할 줄 아는 차분함'을,

모두가 애정 하는 토요일에는

'나를 이해하는 날'로,

아쉬운 마음으로 보내기 쉬운 일요일에는

'마무리의 미덕'을 이야기하고자 하였다.


늘 주말과 휴일만을 기다리며 살아갈 때에는

평일은 그저 버티는 날로,

주말엔 보상받듯 자유를 만끽하며

'나를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라는 강박적인 마음으로

의욕과 생동감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 채

오직 주말만을 위한 삶을 살아왔던 것 같다.


작가는 하루가 모여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모여 한 달이, 한 해가 되고

그것이 인생 전반을 이루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은

우리가 수없이 반복하는 일주일의 태도에

담겨있다고 강조하였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즐거운 일은 모자라고,

일하는 시간은 길게만 느껴지고 휴식은 짧게만 느껴지니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부족한 마음의 여유를 채우며

삶의 무게를 분산할 수 있다면 내가 바라는 모습의

내일에 한 발짝 가까워질 수 있다는 조언이다.


너무 광범위하고 넓은 장기간의 계획과 다짐은

오히려 너무 멀게만 느껴져 실행하기도 어렵고

흐지부지되었던 경험이 많다.


마음속으로 비장하게 '이제부터 이렇게 할 거야'

라고 대단한 포부를 가졌음에도

채 며칠 가지 않아 그 마음이 흐려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좋은 동기부여의 글이나

인생 조언을 들어도 이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란

생각만큼 실행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는데


그런 삶의 방향을 '하루를 살아가는 태도'를

바로 잡음으로써 어렵지 않게 실행할 수 있게끔

요일마다 한 장씩 펼쳐가며 되새기기에 좋은

작가의 메시지는 되려 많은 자극이 되었다.


옛 철학자들의 메시지이지만

고리타분하지 않고 현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꼭 필요한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어

시간의 흐름에도 변함없는 선인들의 지혜가

신기하기도 했다.


'놀듯이 삶을 사는' 도가 철학 장자가 말하는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없는 인생의 중요성,

유가철학 공자의 삶의 중용을 지키기 위한

네 가지 철칙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융통성'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이 세상에는 꼭 그래야 하는 것도,

그러지 말아야 하는 것도 없고

반드시 내가 해야 한다는 강박이나

나는 절대 할 수 없을 거라는 의심으로

의기소침해진 사람이라면

이런 융통성을 바탕으로 중용을 지킬 때

단단하면서도 여유로운 삶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책을 쓴 저자가 반듯하게 모범생으로

올바른 삶을 살아낸 것이 아니라

10-20대 동안에는 싸움과 알코올중독 등

방황하는 시기를 겪었던 만큼


그랬던 그가 서예와 동양철학으로 마음을 수련하고

자신처럼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의 부끄러운 과거를 오픈한 진정성과

자신에게 찾아온 삶의 풍파는 높았지만

과오를 뉘우치고 새 삶으로 나아가고자

스스로를 갈고닦고자 한 높은 의지는


이 책을 접하는 누구든

'그가 해냈듯 나도 해낼 수 있다'라는

단단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고,

또 여러 메시지로 용기 있게 우리의 변화를 지지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져 큰 힘이 되었다.


노력하지 않으면 어떤 마음이든 유지되기 어렵기에,

변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더 나은 인간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에

있다고 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휘청이는 삶이 아니라

책을 읽고 그 지혜를 깨달았다 한들

나의 월화수목금토일요일을 어떻게 살 것인지

되돌아보고 고민하며 변화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건 스스로이기에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에게 함께 하고 싶은 존재,

더 나은 인간으로 나아가기 위해

내가 나를 잘 이끌어야겠다는

'삶의 무게를 분산한 줄 아는' 현명한 사람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라는 과제가

마음속에 자리 잡은 것 같다.


그저 타인과 비교해서 걱정으로 초조해하거나

급하게 살지는 않았는지,

잘 살고 싶은 마음은 큰데 현실은 마음 같지 않은지

아쉬움으로만 가득했던 현실이

공자와 장자의 메시지를 통해

'각자의 삶에는 각자의 무게가 있다'라고,

나에게 주어진 무게를 잘 분산해

삶의 균형을 잡고 놀듯이 여유로운 삶으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다.


더 이상 다가오는 월요일이 두렵지 않은

마음을 만들어준 고마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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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상점 TURN 2
강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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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이 다년간 전자책 플랫폼으로 구축한

장르 친화적인 노하우로 작가 발굴에 힘써온

리디와 손잡고 흡인력 있는 전개와

새로운 문제의식으로 무장한 장르소설

TURN 시리즈를 론칭하였다.


출간과 동시에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린

조예은 작가의 《입속 지느러미》에 이어

두 번째로 강민영 작가의 장편소설 《식물, 상점》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한계 없는 이야기의 세계에서 저마다의 터닝포인트를

마주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출간된 이 시리즈는

SF, 스릴러, 미스터리 등 다채로운 소설을 통해

문학의 경계를 초월해 이야기 본래의 재미와

가능성을 꿈꾸며 기획되어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TURN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는

'식물, 상점'이라는 식물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루는

특별한 숍을 운영하는 유희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꽃이나 화분을 한번 키워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요즘 유행처럼 식물 집사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식물 키우기에 도전하는 사람이 많지만

햇빛과 온도, 바람과 습도 등 여러 가지 요건을

식물에 따라 변화를 줘야 하기에

웬만한 정성이나 섬세함으로는

도전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반려동물과는 달리 소리 등으로

직접 의사표현하지 못하고

배고플 때나 졸릴 때나 모든 감정의 표현을

울음으로 표현하는 아기처럼

무언가의 결핍이나 과잉을 떨어지는 잎과

지고 마는 꽃으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식물은 하나의 '생명'으로서의

생동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

이를 아끼고 보듬는 마음에는 지켜보는

끈기마저 필요하다.


그렇기에 지나가는 길에 핀 꽃을 꺾거나

혹은 식물의 잎을 떼는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말을 하지 못할 뿐, 소리를 내지 못할 뿐

분명 자신의 의사와 생명이 있는 식물임에도

강한 자의 쉬운 손길 아래 금세 무너지거나

생명이 끊어지는 것이 부지기수다.


몇 차례의 연애 실패 후 마음을 닫고 있던

식물, 상점의 주인 유희에게 다가온 한 남자.

따스하고 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나

시간이 지나자 그녀를 이용하려고 했던

그 남자의 본심이 드러나고

무엇보다 그녀를 '쉬운 여자'라 칭하며

아무렇지 않게 그녀가 아끼는 식물들의 잎을 뜯거나

밟고 괴롭히는 그의 모습에서

유희는 '자신에게 하는 행동'인 양

불쾌함과 더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아마도 유희에게 그녀가 가꾸는 식물과

상처받고 병충해로 생명력이 약해진

그들을 보호하고 돌보는 식물, 상점이

그녀이자 세상의 수많은 여성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그런 여성에 대한 혐오,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넘기기 쉬운

'남녀관계의 데이트 폭력'과 같은 문제에

그녀는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선다.


그녀가 사랑하는 식물을 위해 사용하는 도구인

호미를 들고 그녀만의 방식으로

단호하고 확실하게 말이다.


그렇게 사그러든 남자들과 사건은

그대로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다.


강남역 살인사건 등을 비롯해

수많은 데이트 폭력 등으로 죽음에 이르렀지만

그저 쉽게 잊히고 사라진 수많은 여자들처럼

누구도 찾는 사람 없이 그렇게 사라진다.


그녀가 운영하는 식물, 상점의 식물들을 위한

거름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죽음이었겠지만.


처음에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순간적인 감정에

죽음을 선택한 것처럼 유희의 행동에

예상치 못했던 전개라 놀라기도 하고

또 '그냥 헤어지지 죽이기까지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세상의 수많은 여자들이

별 대단한 이유 없이도 죽임을 당하는

현실 속의 사건들을 생각하면

이 말도 안 되는 상황과 남자들의 죽음은

성별만 바꾸었을 뿐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고통 속에서도 홀로 맥없이 싸우다 저물고 마는,

쉽게 밟고 꺾고 잎을 따는 그들의 행동에

사라지는 수많은 여성들을 향한 연대이기도

현실을 아프게 꼬집는 울림 있는 메시지로도 느껴졌다.


처음을 시작으로 그녀를 찾는 손님들의 사연은

유희로 하여금 외면할 수 없게끔 만든다.

데이트 폭력, 불법 촬영, 오픈 채팅방 성희롱,

동물 학대와 스토킹, 로맨스 스캠, 가정폭력까지

자신들의 욕망을 우선시하며 상대방을 지배하며

복종하는 남자들을 바라보며

유희는 그녀들을 대신해 용기 있게

본인이 뻗어나갈 방향을 찾아나간다.


식물은 자신이 처한 문제를 조용히 머금다가

견디지 못할 때 표출한다고 했다.

섬세한 손놀림으로 식물들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하던 유희는 식물을 넘어서

손님들을 위해, 같은 형태의 고통에서 빠져나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원인을 찾고

말끔하게 지우는 행위를 몇 번이고 반복한다.


타인을 향한 연대와 도움의 손길 아래,

어느덧 상처받았던 과거의 본인을 괴롭히고

옭아매던 트라우마를 회복해나간다.


분명 '범죄'가 분명함에도 유희의 행위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기를,

여성들의 고통과 두려움이 다시 시작되지 않기를

어느덧 한마음으로 응원하며 마음을 졸인 책이었다.


분명 사건을 쫓아 유희를 추적하는 경찰임에도

어쩌면 '성별' 때문인지 진실을 알고자 하는

그에게서조차 공감의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아마도 암묵적으로 여성들에게 행해져 온

수많은 범죄와 현실을 뒤집어 놓은 이 이야기는

대단하게 통쾌한 결말도 아니고,

완전한 행복이나 깔끔한 마무리는 아니더라도

그들 스스로 자신의 고통을 멈추기 위한 노력,

자신만의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우뚝 홀로서기를 하고자 노력한 연대의 움직임은


작가의 말에 담긴 강민영 작가의 말처럼

꿈꾸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갈망,

그렇지 않은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되었다.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각,

사회의 다양한 범죄 앞에 작아지고

위축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터닝포인트로

딱 적당한 그런 책이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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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상점 TURN 2
강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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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한 용기있는 여성들의 연대의 발걸음.
그녀의 단호하지만 과감한 선택을 감히 응원한다.
그저 숨죽이고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사라진 여성들을 위한 글이자,
의미있는 발걸음이 될 것이다.
스스로를 지키려는 그녀들의 고요한 선택은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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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김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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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복잡해지거나 고민이 생길 때

그런 마음을 털어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누군가는 노래방에 가서 소리를 지르거나

혹은 청소나 빨래를 하며 깨끗해지는 모습에

잔뜩 흐려졌던 마음을 씻어내기도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마음이 복잡할 때면 일단 주변을 청소하고

먼지와 때를 씻어내거나 혹은 귀찮아서 미루던

운동화를 빨며 잡생각이 많아지는 마음을

청소나 빨래에 집중하며 털어내는 편이다.


이 이야기는 나처럼 마음속 어딘가에 가진 작은 상처,

걱정이나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위로하고 온기로 보듬어주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연남동 골목 한곳에 위치한 '빙굴빙굴 빨래방'이라는

이름의 무인 빨래방을 무대로 한다.

빨래가 다 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빨래방에 앉아

음료를 마시기도 하고

그곳 한편에 누가 일부러 놓은 것인지

혹은 흘리고 간 것인지 알 수 없는

연두색 다이어리에 방명록처럼 내 마음을 적어내며

자신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것이다.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아픈 감정들도 되려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아이러니함을 가지고 있다.


진돗개와 사는 독거노인의 씁쓸하고 외로운 마음,

산후우울증이나 경력단절로 인한 경제문제

그리고 육아 스트레스로 힘든 날을 겪는 엄마,

관객 없이 가수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버스킹 청년,

만년 보조작가로 일하며 언젠가의 드라마 작가

데뷔를 꿈꾸는 작가 지망생을 비롯해

데이트 폭력 피해자와 기러기 아빠,

보이스피싱으로 가족을 잃은 아픈 사연까지


흔하지 않은 것 같은 각자의 사연이지만

이만큼 들여다보면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라는 말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두의 일상이

너 나 할 것 없이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다.


속상한 마음도 꼭 해결 방법이 있는 문제라 아니라도

어딘가에 터놓고 얘기하면 속이 풀리는

고해성사 같은 마음으로 빨래방을 찾는 각자는

자신의 마음을 다이어리에 털어놓고

또 이름 모를 누군가의 진심이 담긴 위로에

감동을 받아 하루를 살아낼 힘을 얻는다.


어느덧 빙굴빙굴 빨래방은

단순히 '빨래하는 곳'이 아니라

누군가의 젖은 마음, 더러워진 기분을 씻어주며

마음도 깨끗하고 뽀송뽀송하게 씻어주는

치유의 공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일상 속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빨래방이라는 공간에

우리의 이웃이자 나 자신이기도 한

보통 사람들이 모이는 이곳은

사람들의 감정이 쌓이고 각자의 이야기가 모여

마을 사람들의 쉼터이자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된다.


그렇게 다이어리를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따스한 공감과 온기로 사람 내음 가득해진

이 공간 속에서 마을 사람들은 그저 모르는 타인에서

마음을 나누는 이웃이자 또 다른 의미의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의 진행은

삭막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딘가에 존재할지 모르는' 이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기도 했다.


각 등장인물의 사연을 따라 빨래방을 오가며

이야기의 후반부 등장한 다이어리의 주인공과

이 다이어리에 얽힌 사연을 따라

모두 한마음으로 힘을 모으는

연남동 사람들의 노력을 통해


그동안 잊고 있던 우리네의 '정'이 이런 거였지,

투박하고 살가운 터치는 아니지만

진정성이 느껴지는 누군가의 손글씨 답변처럼

우리를 살게 하는 관계의 힘,

따뜻한 온기와 사람 내음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각자의 아픔을 짊어지고 그저 삭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마음에

'누군가에게 기대도 괜찮다'라는 위로,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라는

과하지 않은 기대감은

넘치지 않은 적당한 정도의 따스함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버티게 하는 힘이 된 것 같다.


꼭 소설 속 빨래방이 아니더라도

주변을 둘러보고 관심 있게 지켜본다면

우리 곁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뻗어있다는 걸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구에게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아니더라도

나도 누군가를 위해 따스한 시선과 온기로

보듬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주변을 따스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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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그림자
최유안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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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편의점 회사 홍보맨이 쓴

《어쩌다 편의점》이라는 책을 읽었다.


책에 담긴 다양한 편의점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공감도 가고 꽤나 흥미진진한 독서였는데,

그 가운데 개성공단에서 운영되던 편의점과 관련된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남한 직원들의 쉼터 역할로,

북한 사람들은 이용할 수 없었지만

점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북한 인원이 스태프로 근무하는

그야말로 '적과의 동침'인 공간이었다.


처음에는 서로를 경계하며 서먹서먹하던

남한의 점장과 북한의 스태프들은

시간을 더해가며 어느새 친한 오빠 동생이 되었고,

이념은 이들의 인정人情 앞에

보이지 않는 벽이었다고 했다.


개성공단의 운영 중단으로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고,

그는 아직도 개성공단의 편의점 전화번호를 기억해

가끔 생각이 나면 전화를 걸어 통화 신호를 들으며

그들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고.


그저 일로 잠시 엮였을 뿐인데도

그리운 그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따금 눈시울을 붉히고,

잘 살고 있을지 여전히 자신을 기억할지,

이렇게 오래 못 볼 줄 알았다면

그때 더 잘해줄 걸 하는 회한이

마음속 씻기지 않는 슬픔으로 남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직접 그들을 마주하고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통일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개성공단 편의점에서의 이별은

이렇게도 가깝고 생생한 슬픔인데

통일은 여전히 거대담론으로 미뤄져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처럼 탈북, 그리고 통일에 대한 이야기는

이만큼 한 뼘만 안으로 들어오면

나의 이야기, 혹은 가족이나 내 곁의 현실임에도

대체로 회피하거나 상관없는 일처럼,

그 이면의 이야기들을

누구도 나서서 알리려고 하거나

혹은 들으려고 하지 않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형성이 되어있는 것 같다.


아마 책 속에 등장하는 해주에게도

탈북자와 통일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동서독 통합을 주제로 한 논문 자료 조사를 위해

독일에 머무르던 전직 경찰인 해주는

마지막 면담을 앞둔 어느 날,

사례 연구차 연락을 주고받았던 박사를 통해

독일의 한 마을에서 발생한

동양인 사망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사망자는 독일에서 대학교를 다니던 28세의 윤송이.

그녀는 한 폐쇄된 건물에서 추락사했고,

사건은 자살로 종결되었다.


하지만 박사는 그녀의 자살 동기가 충분치 않은 데다

재독 교포 거주 비율이 높은 베르크에서 사는

탈북자라는 점에 의문을 품고 해주에게 귀띔한 것이다.


해주는 송이의 죽음에서 불현듯

자신을 잘 따르던 탈북자 동생 용준을 떠올린다.


그저 자유를 찾아 한국에 오게 되었고,

다른 한국 사람들처럼

평범한 직장에 들어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평생 한국에 터를 잡고 사는

소박한 소망을 가졌던 이십 대 청년.


알고 보니 평양의학대학 재학생인 용준이었지만

그는 한국에서 자신의 그저 '탈북자'일뿐이라며

씁쓸하고 차가운 현실 앞에 사그라들어 간다.


그전까지는 탈북민이나 북한에 전혀 관심 없던

해주의 시선은 용준과의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그의 상황을 좀 더 알게 될수록 변화가 나타나고

손을 잡아주지 못하고 품어주지 못했던

용준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이

그로 하여금 독일에서 윤송이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쫓게 만든다.


해주는 베르크에 모여사는 교포들,

그들과 관련되어 있는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추적하며

언젠가 용준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린다.


탈북이 그냥 북한을 나온다는 말이면 얼마나 좋겠냐고,

그것은 이미 목숨을 내놓고 시작하는 일이라고.

언제든 북한으로 다시 끌려갈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평생을 살게 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고.

그럼에도 뛰쳐나오는 거라고.


그렇기에 알면 알수록 윤송이에게서

자꾸 용준이 겹쳐 보이고,

윤송이 사건의 내막을 알아야만

세상을 등지고 떠나버린 용준에게

덜 미안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용준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의 세계를 알게 되지 않았더라면

과연 그는 윤송이의 사건에 관심이나 있었을까.


그저 진급을 하고 연봉이 늘고

먹고사는 문제나 생각하며 살아갔을 해주가

자신의 곁에 '분명히 존재했던' 용준을 통해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그림자를 쫓고

그들을 기억하고 지키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 것이 아닐까.


이는 해주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탈북민들을 바라볼 때

'이방인'이라는 차가운 시선은 물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또 이념이나 정치적인 문제로 골치 아프니

모른척하고 외면하고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았던

암묵적인 방관자였던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해서


윤송이와 용준, 홍성수에게

그리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이방인으로 헤매고 있을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런 문제들에 관심이 없는 대부분의 우리들,

혹은 겪어보지 않았기에 그 마음이 어떤지

제대로 그들의 현실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 걸까?

이런 문제를 누가 고민했어야 할까,

과거에는 외면했으나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까?

하는 안타까움에 그저 답 없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미 통일을 이뤄낸 독일이라는 배경 속,

자유를 쫓아 목숨을 걸고 나왔으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이 돼버린 탈북민과

그들에게 죄책감과 책임감을 느끼는

장춘자와 베르크 사람들, 해주를 통해

우리가 외면했지만 이제라도 알아야 할 마음을,

불편하고 불안해 회피하던 과거를

제대로 마주하게 된 계기가 된 독서였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변해버린 밤,

죄책감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인

해주의 용기 있는 선택처럼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그리고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변화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미 존재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 외에도

여전히 우리 곁에는 많은 윤송이와 용준, 홍성수가 있다.

그들을 잊지 않기 위한 필사의 새벽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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