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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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똑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시간에 학교에 나가 하루 종일,

야간 자율학습까지 마치고

집에 돌아와 몇 시간 눈을 붙이고 나면

같은 매일이 여지없이 반복되던 수험생 시절.


다들 겪는 시기라고 하지만

공부 외에는 어떤 것도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

몸도 마음도 다 자란 것 같지만

각자의 마음이나 생각은 헤아려 주지 않는

강압적인 학교는 참 답답했다.


먹고살기 빠듯해서 공부도 마음껏 하지 못했던

부모님의 기준에서는

공부만 하면 되는 요즘은 참 감사한 건데

뭐가 그렇게 힘들고 딴짓만 하냐는

잔소리가 야속하기만 하고,

꽉 막힌 통제와 오직 성적으로만

판단하고 바라보는 선생님 역시

갑갑한 존재 그 자체였다.


그 시간을 지나 어른이 되고 나서는

나 역시도 '뭐가 그렇게 힘들었지' 싶지만

그때에는 마냥 힘들게만 느껴져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은 기분이었다.


어떻게 어른이 되었더라,를 생각하면

지금도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그렇지만 미완의 상태로 헤매던 그 시간 자체가

어른이 되는 하나의 과정이 아니었나 싶다.

때로 중간중간 나를 보듬어 주고

내가 있고 싶은 모습대로 존재하게 해주는

다정한 어른들의 틈에서 말이다.


힘들었던 학창 시절

어른이 되고 사회에 나가 산다는 것이

스스로와 너무 거리가 느껴졌다던

작가 마쓰시에 마사시,

막상 어른이 되고 회사에 들어가서는

지나칠 만큼 잘 적응해 열심히 살았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왜 그렇게 학교가 싫었는지

선명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 과거의 자신을 마주하며

《거품》을 출간했다.


노골적으로 폭력적이며 갑갑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학교 밖 청소년이 된

고등학교 2학년 가오루가

친척들과의 모임에서 농담도 던지며

자유인처럼 보이는 작은할아버지네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에

여름 한 철, 살던 도쿄를 떠나 그가 있는

바닷가 작은 마을로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작은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재즈카페 일을 도우며

처음으로 집, 학교, 부모님을 벗어나

어른들과 관계를 맺고 생활을 하게 되고,

자신을 다그치고 옭매지 않는 그들 속에서

지금까지 허락되지 않았던 자유를 만끽한다.


평상시에 과한 긴장으로

호흡 중 공기를 과하게 삼키며

뱃속에 거품이 가득했던 가오루는

별다를 것 없는 재즈카페의 일상 속

닮고 싶은 어른,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깨달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자라

변화하고 한걸음 앞에 나아갈 힘을 얻는다.


숨 쉴 곳을 찾기 위해 집과 학교를 떠난 가오루,

그리고 그를 품어준 작은할아버지 가네사다와

재즈카페에서 일하는 오카다의 이야기는

특별한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흐른다.


가오루를 위해서 특별히 애쓰지 않고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하되

원한다면 일을 돕도록 하는 할아버지와

몇 해 전 가네사다의 도움으로 카페에 정착한

오카다가 보여주는 '닮고 싶은 어른의 모습' 아래

가오루는 반복과 통제가 싫던 시간에서

조금은 자라나는 성장을 보여준다.


커다란 계기 없이 스스로 숨을 고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조용히 곁에 머물러주는 어른들,

그들의 힘겹고 지난했던 과거의 사연과 얽혀

모두가 그렇게 어른이 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도 같았다.


자신 역시 헤매는 시간이 있었지만

질풍노도의 시절을 통과하는 소년에게

적당한 거리감과 조용한 연대로

품어줄 줄 아는 어른들의 모습에서

나의 과거의 시간을 되짚게 되었다.


나에게 그런 어른이 누구였던가,

그리고 현재로 다시 되돌아와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어른이 되고 있는가

다시 질문하는 시간이 되었고


누가 누구를 살린다, 구원한다는 개념을 넘어

서로와의 연대 속에서 조금씩

각자가 서로를 살리며 다시 살아가게 하는

이 따스함이 오랜 여운으로 남았다.


입시, 학교생활, 미래에 대한 불안은

소설 속 가오루에게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청춘 역시

각자가 안고 있는 불안이 있기에

가오루가 헤매는 시간에 대한 공감이

크게 다가오리라 생각한다.


흘러가는 순간을 붙잡으려 하지 말고

그 자체를 아름답게 바라보는 성찰,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 그 자체인

성장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겼다.


어쩌면 집과 학교를 떠나온

재즈카페라는 장소가 아니라

가오루의 지친 마음을 헤아리며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스스로 느낄 수 있게 보여주는

어른들의 삶과 오늘이

그를 치유하고 자라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의 덧없음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으로

방황하는 청춘을 이끄는 이 이야기가

삶의 불완전함, 실패에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해답을 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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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오염의 시대 - 28년 차 환경정책 전문가가 진단한 오염의 과학
정선화 지음 / 푸른숲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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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여름이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폭염,
하늘이 구멍 난 듯 쏟아지는 폭우,
겨울이면 이어지는 한파 같은
기상이변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봄·가을에는 미세먼지로
마스크 없이 외출하기 힘들고,
바다 생물의 사체나 산모의 양수에서까지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는
우리가 얼마나 심각한 '대오염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눈에 보이는 폐수나 쓰레기뿐 아니라
과불화화합물, 환경호르몬,
미세 플라스틱 같은 보이지 않는 화학 오염이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다.

어떤 나라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개선하려 하지만,
인식이 부족한 지역은 문제를 자각하지 못한 채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

《대오염의 시대》는
현대 사회가 직면한 화학 오염과
기후 위기의 복합적인 문제를
과학과 정책의 시선으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환경과학 연구와 정책 분석을 바탕으로,
인류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반드시 직시해야 할
'투명한 침입자'의 실체를 파헤친다.

책은 사례와 과학적 분석,
정책적 제언을 균형있게 담아내며
독자가 문제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어릴 때만 해도 '오염'은
탁한 물이나 매캐한 연기처럼
눈에 보이는 범주에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며
눈에 보이지 않는 오염물질이 늘어나고,
우리의 몸은 이들이 얽히며 쌓이는
'화학 찌개' 상태가 되었다.

문구류, 전자제품, 포장재 등
거의 모든 생활용품에 화학물질이 들어있고,
우리는 소비와 폐기를 반복하며 오염에 노출된다.

납 첨가제, 프레온가스, DDT 같은 물질은
한때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환경과 건강에 큰 피해를 주었고,

과학기술은 이를 바로잡으려 했지만
과불화화합물, 환경 호르몬, 미세플라스틱 등
새로운 오염물질이 등장하며
또다시 문제를 일으키는
악순환의 연속이 일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대오염의 시대의 씁쓸한 민낯과 함께
책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환경오염을 막고 대비하기 위한 일환으로
'탄소 중립 정책'이 실행 중이다.
일회용품을 자제하는 법안이나 친환경 버스 등
정책적인 면에서 어느 정도 환경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나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사후 규제에만 의존하는 정책은
그 한계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따라
대기 오염물질이 줄어들면서
지구를 식혀주던 '순 냉각 효과'가 약화되고,
온실가스의 온난화 효과가 상대적으로 커져
지구 온도가 임계점(1.5도)을 넘어설
위험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그렇다고 해서 미세먼지를 늘릴 수도 없는
아이러니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새로이 생겨나는 화학물질로 인한 오염과
이로 인해 망가지는 우리의 환경을
어디에 포인트를 두고 지켜낼 것인가
마냥 막막하기만 하다.

책은 이런 현실 앞에
단순히 탄소 중립만으로는 부족하며,
환경 재난의 속도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오염물질이라 말한다.

그래서 유해 물질을 최소화하고,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친환경적으로 설계된 화학 제품과
공정을 사용해야 한다는
저독성, 저오염, 고효율을 지향하는
'녹색 화학'으로의 전환을 제안한다.

결과적으로는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서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화학물질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
정책과 과학의 결합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실천적 메시지가 큰 울림으로 남는다.

그동안은 눈에 보이는 오염에만 집중해
내가 사용하는 제품 대부분에
화학물질이 들어있고,
그것이 신체는 물론 환경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일상 속 오염의 실체를 깨닫고 나니
이 화학물질을 줄이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스스로 고민하고
실천 가능한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환경 문제는 개인 한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각각의 개인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작은 실천을 이어나갈 때,
그리고 사회적·정책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우리가 코앞으로 마주한
기후 오버슛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오염과 기후 위기가 서로 맞물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현실,
환경이 오염되었다는 자각이
어둡게만 느껴질 수 있지만
작은 생활 습관의 변화가
지구적 위기를 늦추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책의 메시지를 통해
희망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최소화,
불필요한 화학제품을 줄이거나
친환경 인증 제품을 사는 등
작은 실천과 에너지 절약을 비롯해
환경 관련 법안이나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실천부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독 타는듯한 여름 더위와 기후 위기에
물음표를 가지고 있다면,
조금 더 나은 환경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학부모,
그리고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학생이나
정책 담당자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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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에서 만난 수업 - 죽음이 가르쳐준 후회 없는 삶
에리카 하야사키 지음, 이은주 옮김 / 북모먼트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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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죽음을 마주하지만

우리는 이를 입에 올리거나

깊이 생각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다.


유명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나

참사 소식에도 애써 외면하고,

어린아이들에게는 "너희는 몰라도 돼"라며

이별의 감정을 배우지 못하게 한다.


잘 사는 것만큼이나 잘 죽는 '웰다잉',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가 오르내리지만

진정성 있는 논의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가까운 이의 죽음이나 참사 앞에서

우리는 두려움에 무너지곤 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우울감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자살이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별을 겪은 이들이 불안과 고통 속에서

죽음을 더 두렵게 느끼는 상황은,

죽음을 더욱 멀리하게만 만든다.


그러나 죽음을 멀리하지 않고 바라볼 때

오히려 삶의 감각이 되살아난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바로 미국 뉴저지 킨 대학교에서

'죽음학 수업'을 이끄는 노마 교수이다.


많은 참사를 취재했지만

죽음을 설명할 언어를 찾지 못했던

미국 기자 에리카 하야사키는

노마 교수의 수업을 통해 죽음을 직시하며

삶을 더 선명하게 사랑하게 된 과정을

책 《삶의 끝에서 만난 수업》에 담았다.


학생이자 기자로서

4년 동안 밀착 취재한 이 책은

실제 사례에 기반해 구성되었고,

극적인 이야기들이

소설처럼 흡입력 있게 펼쳐진다.

그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저자가 느낀 감정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될 것이다.


수업에는 가족의 자살, 폭력, 학대, 가난, 중독 등

삶의 가장 취약한 지점에 있는 이들이 참여한다.


전 남자친구에게 스토킹을 당하다

총에 맞아 숨진 여성의 이야기,

총기 난사로 목숨을 잃은 교사와

그 가족의 이야기,

폭탄에 목숨을 잃은 수십여 명의 희생자 등

각각의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수업의 참여자들은

함께 살아가던 가족, 지인의 죽음 이후에

평범하게 자신의 생활을 이어가는 듯 보이지만

각자가 안고 있는 사연은

그들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고,

상실과 고통 속에서 힘겹게만 한다.


하지만 수업을 통해

유서를 작성하고 추도사를 상상하거나

묘지, 장례식장, 호스피스 방문 같은

과제를 수행하며

죽음을 현실 속 경험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노마 교수는 에릭 에릭슨의

8단계 발달 이론을 토대로 수업을 설계해,

각 단계의 심리적 과제를

죽음과 연결시킨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기 삶을 되돌아보고,

스스로를 존중하며

내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죽음을 삶의 필수 과제로 제시하는 이 수업은

단순히 죽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사랑하고 자기 존재를 긍정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후회 없는 삶'을 향한 길잡이로서

죽음을 두려움이 아닌 배움의 기회로 삼게 한다.


책 속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조나단과 케이틀린의 이야기였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뒤

가족이 해체되며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에

자신을 삶의 중심으로 두지 못한 조나단,

반복적으로 삶에 대한 의지를 놓은 채

병원에 실려가는 엄마로 인해

불안과 강박을 가진 케이틀린.


두 사람은 수업을 통해

각자의 문제를 직면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애쓰는데,

서로 사랑하면서도 갈등하고

결국 각자의 길을 향해 나아간다.


그 과정은 죽음을 회피하지 않고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한 사람'으로서의 자립을 느끼게 했다.


저자 역시 어린 시절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수많은 사건의 취재 속에서

죽음의 의미를 묻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노마 교수의 수업과 과제를 통해

깨달음을 얻으며,

독자에게도 '나는 어떤 눈으로

삶과 죽음을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죽음에 대한 불안감을 내려놓고

지금의 삶에 집중하는 것,

'죽음'을 공부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삶'을 공부하는 과정이라는

수업의 메시지가 강하게 다가온다.


그동안은 죽음과 상실, 고통을

그저 비극으로만 여겼던 시선을

이 책을 통해 전환할 수 있었다.


상실과 죄책감, 고통을 직면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힘,

치유에 닿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비극 이후에도 남은 이들의 삶은 이어지며,

그 시간을 두려움 속에 가두기보다

다시 일어나 발걸음을 더하며

삶을 긍정하는 자세로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는

마음속에 오랜 울림으로 남는다.


이 책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을

잃은 경험이 있는 이들,

자기 성찰을 원하는 독자,

그리고 상담가나 돌봄 종사자처럼

죽음과 가까이 닿아있는 이들에게

특히 큰 의미로 다가오리라 생각한다.


죽음을 어떻게 마주하고,

삶을 되돌려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이 수업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삶을 사랑하는 법과

살아가야 할 이유를 새롭게 일깨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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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광고 카피 도감
오하림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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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했지만

광고는 지극히 계산적이라고 생각했다.

상품이나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기에

순수한 진심은 없다고 여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광고 속 카피는

시선을 붙들고 마음을 흔들었다.

단 몇 줄의 문장만으로

대상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될 때면,

어떻게 이런 문장을 썼을까 하는 감탄과

나도 이런 감각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부러움이 교차했다.


아무리 상술이라 할지라도

알면서도 넘어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광고 회사 TBWA KOREA를 거쳐

무신사와 29CM 헤드 카피라이터로,

4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가진

광고 관련 SNS 계정을 운영하며

좋은 인사이트를 수집해온 오하림.


그녀는 《일본 광고 카피 도감》을 통해

"이토록 아름다운 영업이라면,

두 번도 당할 수 있다."라는 추천사처럼

매력적으로 마음을 울리는 광고 카피들을 모았다.


SNS에서 소개했던

일본 야구선수 모자 속 다짐을 담은

포카리스웨트 광고 속 문구처럼,

브랜드와 상품에 대한 호감을 넘어

마음을 흔드는 울림을 담은 사례들은

책의 출간 소식과 동시에

궁금한 마음으로 펼치게 한 계기였다.


책 속에서 오하림은

자신이 애정하는 문장들을 되짚으며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취향'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는 사실을 실감한

그녀의 시선은 독자들에게도

특별한 인사이트를 선물한다.


책은 단순히 성공 사례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창작, 사랑, 노력, 용기, 응원, 시간 등

삶의 다양한 테마를 다룬다.


가족, 친구, 연인 등을 향한

사랑을 담은 메이지 초콜릿 광고 속 문장,

소도시 여행을 특별하게 만든

'신이 만들었다'는 표현을 담은 문장,

야구 선수의 모자 속 다짐과

여름날의 추억을 담은 카피 등은

독자로 하여금 생각지 못했던 통찰과

아련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팔기 위한 상술이라 오해했던 광고 카피가,

십수 년 차 카피라이터의 해석 아래

잊고 있던 감정을 되살리고

흐릿했던 세계를 확장하는 경험으로 바뀐다.


제품과 브랜드의 장점을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로 인해 달라질 나의 세계를 조명하는 설득법은

실무자에게는 '어떤 것을 담을 것인가?'

라는 고민의 해답을,

일반 독자에게는 일상을 조금 다르게

감각할 수 있는 시선을 제공한다.


평범한 단어들이 세상을 비범하게 조명하고,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을

새로운 세계로 확장시키는 시각은

다정하면서도 섬세하기만 했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카피 속에 숨겨진 기획자의 의도와

브랜드의 진심을 헤아리며,

광고를 단순한 마케팅이 아닌

영감의 원천이자 마음을 회복시키는

안식처로 바라보게 했다.


본인이 좋다고 느끼는 카피를 소개하면서

'왜 좋은지'를 들여다보며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는 과정이 되었다고 했다.

나 또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며,

그 취향 이면에 담긴 '진짜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다양한 광고 카피를 보며

어떤 것은 큰 공감과 끄덕거림으로

어떤 것에서는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하는

신선한 자극으로 넘기다 보니

단숨에 멈출 새도 없이 책을 완독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오하림의 광고 수집이

차곡차곡 쌓여 또 다른 형태의

좋은 인사이트가 되길 기대하며,

나도 나만의 취향을 수집하고

곱씹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작은 바람이 생겼다.


분명 똑같은 세계임에도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고,

그 안에 살아가는 우리의 체감도 달라진다.


내가 표현하는 단어로

내가 사는 세계를 더 확장하거나

반짝이게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이 책을 통해

'내 마음을 고스란히 카피한 문장'이라는

광고 카피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


이 책을 읽는 이들 역시

오하림의 시선으로 해석된 광고 문장들을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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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정원
조경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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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환경과 물질이 주어져도

곁에서 마음을 헤아려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 없다면 삶은 쉽게 무너진다.


반대로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누군가의 따스한 손길이 있다면,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조차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안락정원》은 이를 깊이 탐구하며,

죽음을 꿈꾸던 사람들이

결국 서로의 존재를 통해

삶을 다시 붙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책은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인

'안락정원'을 무대로 한다.

얼핏 보면 조력 죽음을 연상시키는

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삶을 다시 발견하게 만드는

역설적인 장소이다.


주인공 테오는

어린 시절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엄마,

그리고 자라면서 소중한 이들을 잃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동생 테린이

이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죽음을 가장해 안락정원에 잠입한다.


이곳에는 각기 다른 이유로

삶을 포기하려 했던 사람들이 모여 있다.

어떤 이는 가족을 잃고 고립된 채 살아가다

결국 삶을 포기하려 했고,

또 다른 이는 사회적 실패와 좌절 속에서

자신을 무가치하게 느끼며 이곳을 찾았다.

죄책감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한 사람,

사랑하는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상실감에

무너진 사람도 있다.


안락정원에는 독특한 규칙이 있다.

모든 입주민은 매 끼니를

한곳에 모여 함께 나누어야 한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기괴하게만 느껴지던 이 규칙은

시간이 흐르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작은 대화와 관심으로 연대의 힘을 만들어낸다.


동생을 찾기 위해 안락정원을 찾았지만

사실은 자신 역시 삶에 대한 의지를 잃은 채

죽음을 향해 다가가고 있던 테오 역시,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경험 속에서

삶의 의미를 되찾는다.


안락 정원의 입주민 가운데

유독 베일에 싸인 402호의 존재는

사실 테오의 동생 테린이 아닐까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였는데


테오가 과연 이곳에서 동생을 찾을 수 있을지,

그 방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지

궁금증을 자극하며 끝까지 끌고 간다.


책 속 인물들의 사연은

단순히 각자가 가진 비극적 배경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비추며

치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치로서 작동한다.


공동체 속에서 따뜻한 시선을 배우고

타인의 이해 아래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며,

자신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고,

함께 살아가는 경험 속에서

인간다운 온기를 되찾는 변화.


이들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지만

죽고 싶은 이유는 많지만,

살고 싶은 이유도 생각보다 많다는

하나의 메시지로 모인다.


읽는 내내 느껴지는 분위기는

차분하면서도 긴장감이 있었다.

인물들의 상처와 고독이

자칫 무겁게 느껴지다가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배려와 따스함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미스터리적 요소와 드라마적 감정이 교차되며,

단순히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내면과 감정을 함께 체험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특히 테오의 시선으로 바라본 안락정원이

낯설고 기묘하게 느껴지다가

시간을 더해갈수록 점차 따뜻하게 변해가며,

처음에는 죽음을 향한 공간처럼 보였던 이곳이

결국은 삶을 다시 붙드는 공동체로

변모하는 과정은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책을 읽으며 문득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각자에게 얹어진 삶의 무게나 두려움,

외로움이 있지는 않은지,

내가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들의 삶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을 향한 작은 관심과 연대가

누군가의 삶을 지탱할 수 있다는

책의 메시지가 마음 깊이 다가오며,

죽음을 단순히 끝으로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삶을 더 싶이 이해하게 만드는 계기로

조명하는 시선은 오랜 울림으로 남을 것 같다.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

삶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사람,

혹은 가까운 이를 잃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위로와 공감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동시에 평범한 독자들에게도

'삶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내는 것'

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줄 것이다.


극단적인 죽음을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그 어떤 이야기보다 삶을 이야기하며

타인과의 연대, 그리고 공감이 주는 힘을

다시금 느끼게 해 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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