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에서 만난 수업 - 죽음이 가르쳐준 후회 없는 삶
에리카 하야사키 지음, 이은주 옮김 / 북모먼트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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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죽음을 마주하지만

우리는 이를 입에 올리거나

깊이 생각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다.


유명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나

참사 소식에도 애써 외면하고,

어린아이들에게는 "너희는 몰라도 돼"라며

이별의 감정을 배우지 못하게 한다.


잘 사는 것만큼이나 잘 죽는 '웰다잉',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가 오르내리지만

진정성 있는 논의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가까운 이의 죽음이나 참사 앞에서

우리는 두려움에 무너지곤 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우울감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자살이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별을 겪은 이들이 불안과 고통 속에서

죽음을 더 두렵게 느끼는 상황은,

죽음을 더욱 멀리하게만 만든다.


그러나 죽음을 멀리하지 않고 바라볼 때

오히려 삶의 감각이 되살아난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바로 미국 뉴저지 킨 대학교에서

'죽음학 수업'을 이끄는 노마 교수이다.


많은 참사를 취재했지만

죽음을 설명할 언어를 찾지 못했던

미국 기자 에리카 하야사키는

노마 교수의 수업을 통해 죽음을 직시하며

삶을 더 선명하게 사랑하게 된 과정을

책 《삶의 끝에서 만난 수업》에 담았다.


학생이자 기자로서

4년 동안 밀착 취재한 이 책은

실제 사례에 기반해 구성되었고,

극적인 이야기들이

소설처럼 흡입력 있게 펼쳐진다.

그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저자가 느낀 감정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될 것이다.


수업에는 가족의 자살, 폭력, 학대, 가난, 중독 등

삶의 가장 취약한 지점에 있는 이들이 참여한다.


전 남자친구에게 스토킹을 당하다

총에 맞아 숨진 여성의 이야기,

총기 난사로 목숨을 잃은 교사와

그 가족의 이야기,

폭탄에 목숨을 잃은 수십여 명의 희생자 등

각각의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수업의 참여자들은

함께 살아가던 가족, 지인의 죽음 이후에

평범하게 자신의 생활을 이어가는 듯 보이지만

각자가 안고 있는 사연은

그들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고,

상실과 고통 속에서 힘겹게만 한다.


하지만 수업을 통해

유서를 작성하고 추도사를 상상하거나

묘지, 장례식장, 호스피스 방문 같은

과제를 수행하며

죽음을 현실 속 경험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노마 교수는 에릭 에릭슨의

8단계 발달 이론을 토대로 수업을 설계해,

각 단계의 심리적 과제를

죽음과 연결시킨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기 삶을 되돌아보고,

스스로를 존중하며

내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죽음을 삶의 필수 과제로 제시하는 이 수업은

단순히 죽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사랑하고 자기 존재를 긍정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후회 없는 삶'을 향한 길잡이로서

죽음을 두려움이 아닌 배움의 기회로 삼게 한다.


책 속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조나단과 케이틀린의 이야기였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뒤

가족이 해체되며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에

자신을 삶의 중심으로 두지 못한 조나단,

반복적으로 삶에 대한 의지를 놓은 채

병원에 실려가는 엄마로 인해

불안과 강박을 가진 케이틀린.


두 사람은 수업을 통해

각자의 문제를 직면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애쓰는데,

서로 사랑하면서도 갈등하고

결국 각자의 길을 향해 나아간다.


그 과정은 죽음을 회피하지 않고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한 사람'으로서의 자립을 느끼게 했다.


저자 역시 어린 시절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수많은 사건의 취재 속에서

죽음의 의미를 묻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노마 교수의 수업과 과제를 통해

깨달음을 얻으며,

독자에게도 '나는 어떤 눈으로

삶과 죽음을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죽음에 대한 불안감을 내려놓고

지금의 삶에 집중하는 것,

'죽음'을 공부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삶'을 공부하는 과정이라는

수업의 메시지가 강하게 다가온다.


그동안은 죽음과 상실, 고통을

그저 비극으로만 여겼던 시선을

이 책을 통해 전환할 수 있었다.


상실과 죄책감, 고통을 직면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힘,

치유에 닿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비극 이후에도 남은 이들의 삶은 이어지며,

그 시간을 두려움 속에 가두기보다

다시 일어나 발걸음을 더하며

삶을 긍정하는 자세로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는

마음속에 오랜 울림으로 남는다.


이 책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을

잃은 경험이 있는 이들,

자기 성찰을 원하는 독자,

그리고 상담가나 돌봄 종사자처럼

죽음과 가까이 닿아있는 이들에게

특히 큰 의미로 다가오리라 생각한다.


죽음을 어떻게 마주하고,

삶을 되돌려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이 수업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삶을 사랑하는 법과

살아가야 할 이유를 새롭게 일깨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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