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건강 상담소 - 채소·과일식의 모든 것
조승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 끼 배부르게 먹는 게 소원이었던

부모님 세대와 달리

나고 자랄 때부터 풍족한 먹거리로

오히려 고지혈증, 혈당 등의 건강 문제가

소아 · 청년기부터 나타나는 요즘은

'어떻게 먹을 것인가'가 큰 화두이다.


SNS의 피드를 보다 보면

애사비라 불리는 사과 발효 식초나

효소 등을 챙겨 먹으면

다이어트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피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당뇨를 앓고 있는 것이 아님에도

24시간 내내 혈당을 측정해 주는

연속혈당측정기를 착용한 채

음식을 먹을 때마다 혈당 추이를 보여주며

'이 음식은 좋지 않아요' 알려주는

게시물을 볼 때면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식사 순서는 채소 먼저 그다음은 단백질,

탄수화물을 마지막으로 하라는 조언에는

'지켜야 할 게 너무 많구나' 싶어

피곤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결국에는 모두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하나의 바람에서 시작한 행동이다.

한창 유행하던 애사비를 보며

혹하는 마음에 나 역시 먹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애사비를 찬양하던 사람들은

공구가 끝났는지 이제는 보이지 않고,

바통터치하듯 또 다른 유행이 다가와

다양한 식습관이나 건강 조언들 사이에서

과연 무엇이 맞는 것일까

분별하는 것도 참 어렵기만 하다.


이 책 《완전 건강 상담소》는

관상동맥질환을 앓기 시작한 이후

식이조절을 통해 병을 극복한

한약사 조승우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가 추천하는 채소·과일식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을 문답 형태로 기술한

Q&A 가이드북이다.


전작 《나를 살리는 습관, 죽이는 습관》을 통해

채소·과일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가

이 식단에 대해 가진 궁금증이나

오해를 담은 질문에 답을 하는 형식으로,

채소·과일식의 실천법은 물론

완전 건강을 꿈꾸는 모두에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가짐을 갖는 법

또한 섬세하게 안내한다.


보통 채소·과일식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완전 채식이나 육류를 배제한

나물이나 생야채로만 구성된 단조로운 식단,

건강하지만 맛은 없고 자극적이지 않아

구미가 당기지 않는 등

굉장히 한쪽으로 치우친 이미지만 생각한다.


나 역시 채소·과일식을 제안하는 그의 말에

'사람이 어떻게 풀만 먹고 사나?

스님들도 동자승한테는 고기를 먹이는데'하며

물음표를 던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무조건적인 식단 강요가 아닌

자연에 가까운 식단을 통해

우리의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그리고 요즘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받는

'저속 노화'를 실현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이 되는 채소·과일식의 핵심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총 60가지 질문에 이어지는 그의 답은

식습관과 혈당, 체중과 수면, 마음가짐 등

일상에서 자주 물을 수 있는

건강 고민에 대해 본인이 만난 환자,

혹은 자신이 경험한 사례를 덧붙여

구체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기에

'건강 이론'같은 딱딱한 느낌보다는

어렵지 않으면서도 명확하게

채소·과일식의 장점과 필요성을

몸소 느낄 수 있게 도와주었다.


때로는 자신도 가공식품을 먹고,

완전한 채식을 하지 않으며

고기나 술도 종종 즐긴다고 했다.

완전한 '금욕'의 식단이 아닌

'할 수 있는 정도의 작은 실천'만으로도

채소·과일식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며

도전에 대한 두려움의 허들을 낮춰주었고,


실제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식단 구성법,

아침을 여는 음양탕 마시는 법,

껍질째 먹는 채소와 과일의 효능 등

실용적인 조언이 많아

'나도 한번 도전해 볼까?' 하는

동기부여를 제공하기도 했다.


건강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

내 키에 적당한 '몸무게'에 강박을 갖고

혹은 건강수치(혈압이나 혈당, 콜레스테롤 등)에

신경 쓰느라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데


건강은 숫자가 아니라

쉽게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힘에서 비롯된다는

자신만의 철학을 통해,

하나하나의 숫자에 연연하거나

건강에 대한 염려로 유행에 휩쓸리는

'일회성 건강처방'이 아닌

나만의 기준을 세울 것을 강조해

건강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약이나 수치에 의존하기보다는

우리 몸의 면역력, 치유력의 기본이 되는

식사를 가장 먼저 바로잡음으로써

내 몸이 하는 이야기와 신호에 귀를 기울여

그에 맞는 실천을 이어간다면

건강이 성큼 다가온다는 메시지가

멀게만 느껴지던 '완전 건강'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게 되었다.


내 몸의 컨디션이나 건강이 어떤지,

몸이 보내는 신호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사람들이 좋다니까, 요즘 유행이니까 하고

휩쓸리듯 다양한 건강법을 따라 하기만 했던

지난날에서 벗어나,


이제는 정해진 틀이나 유행이 아닌

스스로 회복해나가는 삶의 주인공으로서,

거창한 변화가 아닌 작은 식사법의 실천으로

차근차근 한 걸음을 내디뎌야겠다는 생각이다.


'완전 건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그 답을 얻기 위해 펼쳤던 책인데,

건강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과 개념을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일찍부터 대사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나

건강하지 않은 식단으로

건강이 무너진 경험이 있다면,

그리고 아직은 젊어 아무 문제 없지만

앞으로도 쭉 건강한 삶을 이어가고 싶은

현대인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헌치백 - 2023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이치카와 사오 지음, 양윤옥 옮김 / 허블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애인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논쟁을 담은 글을 본 적이 있다.

아이를 가지는 것은 부부만의 선택이자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장애가 있으면서 아이를 낳는 건

무책임한 것 같다'는 댓글이 주를 이렀다.


혹시 유전될지 모르는 장애에 대한 염려,

그리고 아이가 비장애인으로 태어난다 하더라도

과연 장애가 있는 부모가 이 아이를

오롯이 키워낼 수 있을 것인가 때문일 터.


사람은 누구에게나 본능적인 욕구가 있다.

비단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내 종이 이어질 수 있도록 새끼를 낳는 건

당연한 욕구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장애'에 대해

그 기본적인 욕구조차 발휘할 수 없게,

그들의 선택을 가로막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실제 장애를 가진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

이 책 《헌치백》은

암묵적으로 금기시되는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편견은 물론,

그들에게는 무조건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회 약자'로 바라보는 시선을 비틀어

장애인에게도 욕구가 있고,

그들을 연민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과감하게 위악으로 맞서는 발칙한 내용이다.


직접 걷지도 못하고 때로 호흡기에 의지하며

5평 남짓의 방 안에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생활하는 샤카.

세상에 혼자 남을 그녀를 위해

장애인 시설 그룹홈을 만들고

막대한 유산을 남긴 부모님 덕분에

생활에는 불편함이 없고,

성인 소설과 양산형 기사를 써서 돈을 벌어

어려운 사람에게 기부하는 건실한 여성이다.


하지만 그녀에겐 숨겨진 비밀이 있다.

비밀 SNS 계정을 통해

'다시 태어나면 고급 창부가 되고 싶다'

'비장애 여성처럼 임신과 중절을 하고 싶다' 등

욕구를 감추지 않고 패륜적 망언을 내뱉는

'불온한 여성'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장애인 시설 그룹홈에서 그녀를 보살펴 주는

한 남성 간병인이 그녀에게 말을 건다.

본능적인 욕구와 마음을 내뱉는

비밀 SNS 계정이 그녀의 것임을 알고 물어온 것.

진실을 들킨 듯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마음도 잠시,

샤카는 많은 돈을 손에 쥐고 싶어 하는

그의 몸을 사서 임신과 중절을 시도하고자 한다.


얼핏 비뚤어진 감정이지만,

아무리 노력하고 애써도

비장애인과 같은 삶을 살 수 없는 그녀에게

출산과 육아는 아니더라도 임신과 중절만큼은

자신의 '인간다움'을 위해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자유'이자 '권리' 아닐까 하는

정당성을 부여하게 한다.


타인의 손을 빌리지 않고서는 식사와 목욕은 물론

평범한 연애도 성관계도 할 수 없는,

장애인들의 강요되어 온 '금욕의 삶'을 꼬집으며

그녀를 악인으로, 비뚤어진 패륜처럼 보이지만

'인간답게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한 사람의 치열한 삶을 내다보게 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을 통해 그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남성 간병인의 몸을 사서

임신과 중절을 시도하는 샤카의 모습은

소설 속 허구의 설정이지만,

그 행위를 욕망하며 행동하게 만드는 뿌리인

휘어지고 뒤틀린, 장애를 가진 몸은

작가가 실제로 매일을 살아가는 실존이자 '현실'이다.


그렇기에 '살아가기 위해' 매일 파괴되는 몸과 정신,

거기에서 오는 치열한 삶에 대한 욕구와

타락에 대한 열망은 우리가 기존까지 오해하고 있던

혹은 잘 몰랐던 장애인의 '인간답기 위한 노력'은

소설을 넘어 장애인 인권까지 생각하게 하는

진실한 부르짖음이기도 했다.


자칫 적나라한 성적 표현과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사고를 뒤집는 전개가

때로는 불편함을 느끼게도 했지만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와 비장애인의 고정관념과 시선을 꼬집고

중증 장애인의 복잡한 내면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기존에 장애인을 다룬 문학작품과는 다른

적극적인 '生의 주인'으로서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장애인을 묘사하는 일이 드물고

언제나 전형적이고 고정적인 역할만 맡기는

기존의 문학작품,

지성인을 자처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없는 문학계,

다섯 가지 건강성을 전제로 하여

중증 장애인은 읽기 어려운

종이책만을 고집하는 출판계까지

비장애인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날카롭게 꼬집은 이 '종이책'은

같은 중증 장애를 가진 장애인을 넘어

비장애인들에게도

울림 있는 메시지가 되리라 생각한다.


강력하고 자극적인 이야기 속

지금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부분을 고민하게 되었고,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멈춰있지 않고

치열하게 생을 살아내는 샤카를 통해

우리가 믿는 '정상성'의 개념을

다시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실 속에서 존재할 수많은 '샤카'들을 위해

모두가 한 번쯤 들여다보고

귀 기울였으면 하는 목소리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숨 쉬러 나가다 - 개정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아내와 딸 하나, 아들 하나가 있는

평범한 40대 중반의 남자 조지 볼링.

작은 마을의 곡물·종자 상의 아들로 태어나,

1차 대전에 참전해 하급 장교로 전역,

운 좋게 들어간 보험회사에서

18년째 일하고 있는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겨우 먹고살 만한 하류 중산층의 삶은

큰 사건 없지만 매일이 무미건조하다.

애정 없는 결혼생활,

아내는 매일 돈, 돈 노래를 하며 그를 옥죄고

쟁쟁거리는 아이들은 그를 지치게 한다.

부모로서 따스한 사랑, 희생을 감수하는 다짐은

아이들이 잠든 찰나의 순간뿐이다.


그러던 그에게 어느 날 공돈이 생긴다.

동료의 권유로 우연히 경마에 돈을 넣었고

아내가 모르는 돈 17 파운드가

그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


이걸 어디에 쓸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 그는,

문득 20여 년 전 떠나온 고향을 떠올린다.

평화로운 풍경, 낚시를 즐기던 유년 시절,

첫사랑과의 추억이 가득한 그곳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빠듯하게 먹고사는 매일 속 반복되는 걱정거리,

그리고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그렇지만 반드시 찾아올 거라 확신하는

전쟁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

'고요함'을 만끽하고 싶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무겁게 얹어진 가장의 중압감을

잠시나마 떨쳐버리고 오로지 나만의 공간,

어린 시절 나만이 알고 있던

비밀 연못에서 낚시를 하다 보면

이 흔들리는 마음과 불안감은 녹아내리고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현타'의 순간에서 꿈꾸는 '현실도피',

일명 '힐링'이라 할 수 있겠다.


《숨 쉬러 나간다》는 이 책의 제목처럼

오랫동안 발길을 끊었던

평온한 고향으로의 발걸음은

숨 막히는 현실을 살아가는 누구나 꿈꾸는

일주일간의 작은 일탈을 다룬 이야기이다.


아내에게 출장을 간다는 거짓말을 하고

비상금을 들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찾아간 고향은 예전과 같이

그를 설레고 따스하게 맞아줄까?


그랬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대리만족'을 기대하던 마음을 무너뜨리듯

대규모 주택단지, 공업 타운으로 변해

삭막해진 풍경은 물론

푹 퍼져 '할머니' 같은 모습이 된 첫사랑

(심지어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이곳만큼은 남아있을 거란 기대로 찾은

그만의 비밀 연못도 물 한 방울 없이

쓰레기 매립장이 되어 그를 실망시킨다.


1차 대전을 겪고,

시대의 변화로 인해 기존의 가치가

와르르 무너지던 당시의 시대상,

그리고 다가올 전쟁에 대한 두려움 등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느끼는

'소외와 불안'을 다룬 이 이야기는

주인공의 일탈이 성공했는가,

혹은 그가 일탈을 통해

무엇을 만끽했는가를 떠나


시대는 다르지만 장기 불황과

불확실성 속에 살아가는 요즘에도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

큰 공감의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젊고 야망이 가득했으며,

당장은 어떨지 모르지만

미래에는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로

반짝반짝 빛났던 과거의 영광과 달리

한가득 배가 나오고 틀니를 낀

중년의 그가 마주한 현실은

시간의 흐름만큼이나, 그의 외모처럼

씁쓸하고 잿빛으로만 변했기에

마치 나의 '일탈'이 실패한 양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호시절은 미화되기 마련이지만

낚시로 상징되는 그의 어린 시절은

무척이나 서정적이고 아름다웠으며

그의 곁을 지켜주는 부모의 노동 역시

힘겹고 지치기보다는 그가 흘리는 땀방울로

건강하게만 느껴졌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물론

그들의 '계급'과 '성격'을 표현한 문장은

'시간의 흐름 앞에 장사 없다'는

옛말을 실감하게 해 주었다.


변해버린 추억의 장소에 대한

실망감이랄까 안타까움은 물론

저물어 가는 한 시대와 세계,

그리고 이를 잠식하고 쉽게 무너뜨리는

현대의 삭막함은 이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의 운명과 숙명을,


그렇기에 가속화되는 경쟁과 불안감,

각자의 욕심을 위해 유발되는 전쟁이라는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두려움은

책이 쓰일 당시 다가오지 않았던

2차 대전과 파시즘 지배를

정확하게 예견했다는 점에서

시대를 제대로 통찰하고 바라본

조지 오웰의 뛰어난 안목과 시선을

느낄 수도 있었다.


전쟁이 일어날 것임은 알고 있지만,

전쟁이 일어난 이후가 문제라며

먹고살기 바쁜 내가 왜

이런 것을 걱정하고 고민하는가가

도리어 이상하게 느껴지는 조지의 고민은


다가올 두려움의 정체와

불안함의 원인이 뭔지 모르겠지만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단지 1차 대전을 겪고 2차 대전을 맞이할

그때의 그들에게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 같아

한편으로는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제 과거로 돌아가 본다는 생각과는

작별을 고한 그가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

어떤 기대로, 어떻게 숨을 쉬며 살 것인가

그 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가장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시대와 문명의 위기를 짚었을

조지 오웰의 날카로운 문장에서

어쩌면 더 꽉 막혀버린 오늘,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혹은 어떤 것을 꿈꿔야 할까 모르겠다.


하나의 저무는 세계,

그 격동의 지점을 살아갔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과연 세상에 숨 쉴 곳은 존재하는가'라는

물음표가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개정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르포르타주(reportage)는

허구가 아닌 사실에 관한 보고,

실제의 사건을 보고하는 문학을 말한다.

어떤 사회현상이나 사건에 대한

단편적인 보도가 아니라 보고자로서

자신의 식견을 배경으로 하여 심층취재하고,

대상의 사이드 뉴스나 에피소드를 포함시켜

종합적인 기사로 완성하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조지 오웰의 르포르타주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 쓰인 시기는

대공황기로 대량 실업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정치적으로는 유럽 여러 나라에서

파시즘이 득세하던 때였다.


이 즈음 밑바닥 사람들의 생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오던 그가

잉글랜드 북부 노동자들의 실상을 취재하여

책을 써달라는 제의를 받고

집중적인 조사 끝에 완성한 책이다.


책은 탄광 지대 노동자들의 실상,

탄광의 실태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담겨

문학적으로도, 역사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는데


이 실상에 대한 내용에 이어

자신의 성장 배경과 영국의 계급 문제,

그리고 정치적 견해를 담은

주장 강한 에세이가 이어지며

큰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 이 책은

조지 오웰이 '작가'로서 얼마나

문학적으로도 감동을 주는

'르포르타주'를 써 내려갔는지,

그리고 역사학적으로 충실한 자료가 될 정도로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명의 기반이 되는 석탄을 캐기 위해

지옥 같은 땅굴에서 목숨을 걸고 노동하지만

천대받는 광부들의 모습을 통해

'그들' 없이 고상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자는 없다며

계급 문제, 정치적인 견해까지 이어져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탄광 노동자의 실상을 다룬 1부에서는

다큐멘터리나 미디어를 통해 접한

탄광 노동의 고됨을 면면히 알 수 있었다.


그저 '힘들겠지' 정도만 생각했던

노동의 고됨과 그럼에도 퍽퍽했던 생활,

'몸으로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을 위한 처우가 개선되거나

그들이 처할 수 있는 위험을 대비하지 않으며

사실상 '노예의 강제 노역'과 같은 노동환경은

먼 과거의 일이 아니라 오늘날 현대와

크게 다를 바 없어 씁쓸해지는 순간이었다.


시대와 국가는 다르지만

여전히 탄광 노동자들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공장에서 체력과 건강을 갈아 넣으며

자신을 다 태워 넣는 노동환경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기에


영국의 탄광 노동자의 현실이 아니라

'전태일'과 '미싱공'을 떠올리는 우리의 과거,

그리고 식품공장에서 목숨을 잃고도

여전히 일을 이어가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여전한 문장이라서

그들의 희생과 극한의 노동이

더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영화 〈기생충〉에서

상류층 동익이 아내 연교에게

운전기사 기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항상 선을 넘을 듯 말 듯 하지만

절대 선을 넘지 않는데,

그의 냄새만큼은 선을 넘는다."


아무리 숨기고 포장해도 숨길 수 없는

계급 차이를 '몸'으로 실감할 수 있던 대사라

오래 기억에 남았는데

'아래 것들은 냄새가 나'라는

부르주아로 자란 유럽인들이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시선,

'그들 사이의 넘을 수 없는 장벽'에서

영화를 보며 실감했던 같은 씁쓸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그저 관찰하고

글로 써 내려갈 뿐만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고 사회적, 정치적으로 확대해 바라보는

어쩌면 용기 있었던 조지 오웰의 선택에서

지금의 우리가 알아야 할,

목소리 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르포르타주라는 '보고'를 넘어선

2부의 내용은 상당히 어렵게 느껴졌다.

정치나 이념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고,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와

주장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에세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말에

반대로 '정치적인 목적'으로 글을 쓴다고 말하는

조지 오웰만의 신념을 엿볼 수 있기도,

계급 차별에 대한 냉철한 현실을 꼬집고

그 안에서 자신의 인생 궤적을 되짚으며

한 인물의 서사를 알게 되는 문장들이기도 했다.


탄광 노동자들의 실상을 시작으로

'밑바닥 사람들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메시지는


같은 맥락에서 힘없는 빈자와 약자와 소수자가

사회에 압살당하지 않고

공공의 영역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스스로 느끼고 고민해 보게 도와주었다.


우리가 어떤 곳에 힘을 실어야 하는지

어디에 연대의 함성을 보내야 하는지,

과거의 그가 전하는 문장을 통해

우리의 '내일'을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과 기대를 품을 수 있었고


다시 '조지 오웰'을 읽는 이유를,

각자가 사회와 노동자와 자신을 위해

해야 할 몫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는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피할 수 있으면 누구나 피하고 싶은 길을

부러 찾는 사람이 있을까?


영국 문학에서 중요한 입지를 가진 인물,

여러 매체를 통해 가장 위대한 작가로 손꼽히는

조지 오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요즘으로 치면

명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명문대 입학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입학을 포기한 채 열악한 환경의 나라로 떠나

공무원 생활을 하는 셈이다.


아버지의 근무지로 인해

식민지 인도에서 태어났지만

교육을 위해 다시 본국으로 돌아와

명문 기숙학교에 입학하게 되지만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명문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식민지 인도의 경찰 간부,

파리와 런던에서의 부랑자 생활,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는 등

평생 남과 다른 길을 걸어간 사람이다.


그의 유명한 저서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왜 쓰는가'라는 이 제목은

어떤 이념과 생각 그리고 현실이

그를 '쓸 수밖에 없게' 만들었는가를 살펴보는

그의 인생 연대기를 담아낸 책이라 할 수 있겠다.


그의 작품 가운데 동명의 에세이를

타이틀로 한 이 책에서는

그가 평생 동안 써 내려간 에세이 가운데

엄선된 서른여 편의 글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과 인생을

제대로 마주해야만 비로소 가능하다고들 한다.


합리주의자이자 반파시스트,

반 마르크스주의자이자 반자본주의자,

사회주의자로 설명되는 조지 오웰은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에

오히려 반대로 지극히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곤 했는데,


글을 통해 당대의 영국과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

더 나아가 영국 노동당이 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며

지나치게 관료적으로 변하였다는 평가,

노동 계급을 대변하고,

또 국제주의적 관점을 지니면서도

과학적 사회주의에 반대하는 등

독특한 그의 시선을 엿볼 수 있었다.


부랑자로 세상을 떠돌며 마주한

밑바닥의 삶에서 깨우친

'영국 노동자의 주인 근성'을 시작으로

자신에게 기대하는 시선을 외면하지 못해

코끼리에 총구를 겨누며 느낀

'가면을 쓴 꼭두각시 경찰'에 대한 회의,

헌책방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마주한

손님들을 관찰하며 써 내려간 독설과 유머 등


그의 인생 시계를 따라 여기저기로 옮겨가며

그가 마주한 다양한 환경, 체감한 계급 등

때로는 재미와 위트로 어떤 페이지에서는

진지한 사회에 대한 비판과 질타로

'인간 본성'에 대한 그의 탁월한 이해는 물론


어린 시절 침대에 오줌을 자주 싸는 통에

혼날까 봐 무섭고 두려웠던 순간,

자신을 향해 '부정적이다' 평하는 시선에

'그게 전부는 아닌데' 하듯

자신이 키워낸 장미 넝쿨에 대한

아름다움이나 뿌듯함을 써 내려간 글,

아내를 잃고 남은 아들을 위해

글쓰기를 멈추고 오랜 시간을 쏟으며 애썼던

아버지로서의 모습까지


철저히 현실적이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표현한 글이 많지만

자칫 무겁고 암울하게만 느껴지는

인생사 사이에서 만끽한 아름다운 순간을 표현하며

예술적인 서정성을 놓지 않은 이 글들은

'조지 오웰'이 어떤 사람인가,

그가 살아온 시대는 어떤 세상이었나를

깨우쳐주기에 충분했다.


처음에 책 제목만 보고서는

그가 왜 쓰는가의 이유를 알기 위해

책장을 열심히 넘겼지만,

부랑자들을 수용하는 스파이크 생활이나

누군가를 죽이는 교수형 등의 경험이

'쓰는 것'과 무슨 연결고리가 있을까

곱씹어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책에서

'내가 이런 배경 설명을 일일이 하는 것은,

어릴 때 어떤 식으로 성장했는지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한 작가의 동기를 헤아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듯

그의 인생 배경을 훑어가며 그 끝에 가서야


똑똑해 보이고 싶은,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은,

사후에 기억되고 싶은 순전한 이기심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또는 낱말과 그것의 적절한 배열이 갖는

묘미에 대해 자신이 체감한 바를

나누고자 하는 미학적 열정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을 알아내고,

그것을 후세를 위해 보존해두려는

역사적 충동


그리고 어떤 사회를 지향하며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정치적 목적


왜 쓰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이유' 네 가지를 모두 마주할 수 있었다.


그의 글은 지극히 정치적이기도,

그래서 때로는 예술이나 서정성과는

거리가 멀고 차갑고 냉소적이거나

지나치게 비판적이라 느껴지기도 했지만


인생의 순간마다 남들이 예상하는

그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함으로써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경험하며 깨달은 생각을 펼쳐내었기에

더 살아있는 문장으로 실감 나게 와닿았고


그렇기에 그의 세상사에 대한 성찰은

당시의 시대상에 대한 파악을 넘어

인간 본성에 대한 탁월한 이해자로서

조지 오웰의 진면모를 실감했다.


단순히 한 번의 만남으로

그 사람의 전부를 헤아릴 수 없었듯,

오랜 시간을 두고 여러 번 다시 펼쳐보며

조지 오웰이 통찰한 세상,

그의 경험과 사유를

이해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시대가 바뀌고 다양한 정치색으로

각자의 생각이 충돌하는 요즘,

오늘날에 적용해도 여전히 유효할

'두려움 없는 지식인' 조지 오웰의 통찰이

오랫동안 마음에 울림으로 남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