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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길 것 버릴 것 간직할 것 - 공간의 가치를 되살리는 라이프 시프트 정리법
정희숙 지음 / 큰숲 / 2025년 8월
평점 :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정리에 대한 잔소리가 많았다.
다 같이 쓰는 가위나 테이프 같은 물건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을 때면
"눈을 감고도 찾을 수 있게 원래 자리에 놔." 하며
어떤 때는 강박처럼 물건의 자리를 강조하곤 했다.
그때는 '귀찮은데 꼭 지금 정리해야 하나,
눈에 보이는 데 있는데 꼭 정해진 자리에 놔야 하나'
투덜거리는 마음이었지만,
뭔가 필요한 것이 있어 '그게 어딨더라' 할 때면
엄마 말을 들을 걸 하는 후회와 함께
"엄마 그거 어딨더라?" 하며 눈치 섞인 질문을 던졌다.
그때부터 습관을 들인 정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귀찮아도 외출을 다녀온 뒤에는 가방을 바로 비워
가지고 나갔던 파우치나 화장품, 이어폰 등도
원래 자리에 넣어둔다.
바로 다음날 같은 가방에 같은 물건을 들고 나가더라도
이제는 원상복구를 해두어야만
비로소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다.
왜 이렇게 엄마는 정리에 집착할까 하는
불만 섞인 마음도 이제는 잠잠해져서
'정리만 해도 깔끔해진다'라며 내가 나서서
집안을 정리하거나 불필요한 물건을 비워내며
그렇게 매일을 쌓아가고 있다.
엄마의 가르침으로 몸에 익힌 정리,
습관처럼 하고 있긴 하지만 이것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에 대한 정보는 부족했는데
이 책 《남길 것 버릴 것 간직할 것》을 통해
제대로 된 정리법은 물론
삶의 방식과 공간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정리에 대한 통찰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한국의 1세대 정리 컨설턴트이자
1만 명 이상의 집을 정리하며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벌써 세 권째 책을 펼친 정희숙 작가의 책으로
책을 통해 작가는
정리의 원칙, 정리의 시기, 정리의 방법론을 다룬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무너진 삶 속에서 우리를 구제할 수 있는 정리의 힘,
어떤 방법으로 정리할 것인가의 실질적인 팁은
이미 주기적으로 정리를 실행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올바르게 하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기회가 될 것이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사람에게는
차근차근 방법을 알아가는 시작점이 되어줄 것이다.
1장 〈누구나 내 집을 되돌아보는 날이 온다〉에서는
정리를 시작하게 되는 계기와
공간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집이 나를 밀어낼 때 우리는 정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며,
우울, 혼란, 변화의 시기에
정리는 삶을 회복하는 도구가 됨을 강조한다.
즉, 정리는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자신을 다시 살게 하는 과정으로,
'삶의 균형을 되찾는 시작점'이라는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2장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떠나보낼 것인가〉에서는
물건과의 관계를 점검하며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하는 과정을 가진다.
버릴 것과 남길 것을 구분하는 것은
곧 나를 이해하고 삶을 정돈하는 과정이라는 메시지로,
정리에도 '선택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무조건 버린다고 될 것이 아니라
무엇이 필요한지 되짚어보며
나의 삶을 재구성하는 철학적 행위로서 정리를 조명하였다.
3장 〈삶의 균형을 위한 5단계 정리 원칙〉에서는
정리를 감정이 아닌 기술로 접근해야 하며,
체계적인 원칙을 통해 지속 가능한 공간을 만든다는 목표 아래
실질적인 정리 방법과 단계별 실천법을 제안한다.
0단계 : 정리의 의미를 이해하기
1단계 : 물건 분류하기
2단계 : 필요 없는 것 비우기
3단계 : 생활 패턴에 맞춘 수납
4단계 : 제자리를 유지하는 습관
체크리스트를 포함한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팁을 통해
현재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정리 계획을 수립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마지막 4장 〈집의 시간과 삶의 시간을 맞춘다〉에서는
집이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현재의 삶과 충돌하기 때문에
공간은 지금의 나를 반영해야 한다는 핵심 메시지 아래
인생의 생애 주기에 맞춘 공간 재설계 방법을 소개한다.
독립과 결혼, 육아와 은퇴 등 변화하는 삶의 주기에 따라
공간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그 포인트를 강조하고,
공간을 현재의 나에게 맞추는 것이 진짜 정리의 목적이며
나를 중심에 두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는 페이지였다.
우리 집의 경우만 해도 언니의 결혼 이후
언니의 방으로 있던 공간이 애매해져
아빠의 서재이자 우리의 드레스 룸으로,
물건을 쌓아두며 목적을 잃은 곳이 되었는데
생애 주기에 맞춘 정리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할 수 있어 가장 의미 있게 느껴진 장이었다.
책을 따라 정리에 대한 새로운 정의,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의 접근법을 익히다 보니
정리는 단순히 물건을 버리거나 비우는 일이 아니라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하고
나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과정임을 깨달았다.
결혼, 출산, 퇴직, 독립 등 가족 구성원의 삶에
수많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지 않은 공간에서는
아무리 비우고 버려도 불편함과 괴리가 생길 수 있다는 것,
과거의 나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현재의 나를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필요가 있기에
생애 주기의 변화에 따라
주기적인 정리를 실행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정리를 하며 물건을 비우고 버리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를 핑계 삼아
지금은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봉인'한다며 그대로 넣어두는 물건들이 많았는데,
물건에 집착하지 않고 중요한 건 마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정리하고 싶은 충동'을 마주한 것도
하나의 발전적인 마음이었다.
10대부터 살기 시작한 집에서
벌써 20년도 넘게 살고 있는데,
겉으로는 '잘 정리된 집'처럼 보이지만
한번 물건을 꺼내려고 보면 속짐이 많아
비우고 비워도 끝이 나지 않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분명 각자 '나의 많은 것'을 버렸다고 생각함에도
왜 우리의 정리에는 찜찜함이 남을까
사실 약간의 의구심이 많았었는데,
그것이 정리의 본질과 원칙 없이
'비우기'에만 집중했던 결과였음을,
변해가는 가족의 생활에 따라
제대로 짚고 정리해야 할 것들을 외면한 이유였음을 깨달았다.
이러한 상태에서 그대로 살아갈 것인가,
혹은 책 제목처럼 남길 것, 버릴 것, 간직할 것을
제대로 구분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인가는
결국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당장 정리가 시급한 과제처럼 느껴진다.
공간은 현재의 나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책 속 가르침을 잊지 않고 수시로 상기하면서
'나를 위한 선택'으로 보다 현명한 정리를 해야겠다.
나의 삶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떠나보낼 것인가,
왜 집안에서 편안함을 느끼지 못할까,
넘치는 짐 속에서 헤매는 사람이 있다면
꼭 '깔끔하고 정돈된 집'을 넘어
나를 중심으로 두는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책을 덮고 난 이후에는 눈앞의 서랍 한 칸을 정리하거나
오래 묵은 추억의 짐을 덜어낼 용기가 생길지 모른다.
정리는 결국, 나를 위한 존중이자 사랑이라는 걸
이 책이 가르쳐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