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무레 요코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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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을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어느덧 책상이나 화장대 위,

혹은 자주 들어가지 않는 방 한구석에

조금씩 물건이 쌓이기 시작한다.


'나중에 한꺼번에 치우지 뭐…'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지만

그 결심의 실행은 자꾸만 뒤로 미루고

어느덧 한가득 쌓여 더 이상 손대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곤 한다.


꼭 필요한 것만 곁에 두는 간소한 삶이 좋다고,

생각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건 알면서도

이건 추억이 담긴 거니까,

꽤 값나가는 물건이니까 하면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것들도 정리하지 못한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많은 공감과 힐링을 안겨주는 작가 무레 요코의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서도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차곡차곡 쌓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자의 사정으로 물건에 집착하는

그들의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그 깊숙한 안쪽에는 불안한 삶의 문제가 있다.


꼬여버린 관계, 후회 가득한 과거의 선택,

불안한 미래 같은 것이 원인이 되어

물건을 쌓아 올리게 되었고,

결국 이 물건들로 인해 그들은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을 갈라놓는 담을

스스로 만들어버리게 된 것이다.


물건에 대한 집착을 끊어냄으로써

질질 끌어온 삶의 문제들을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

나는 과연 삶에서 무엇을 채워왔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성찰의 과정을 채워주는 책이다.


첫 번째 〈못 버리는 언니, 버리려는 동생〉에서는

더 작은 집으로 이사하게 된 토모코가

추억이 담긴 옷들을 정리하지 못해

망설이는 에피소드로,

동생 마이가 도와주며 옷을 버릴지 말지를

함께 고민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물건을 통해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고

현재를 연결하는 이 에피소드를 통해

추억이 담긴 물건을 버린다는 건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감정의 정리라는 메시지로,


물건을 줄이고 비우기에 앞서

감정을 먼저 정리해야

진정한 정리로 이어진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두 번째 이야기 〈쌓아두는 엄마〉에서는

자연재해에 대한 불안으로

비상식량을 대량 주문해 곤란해진 엄마의 사연이다.


재난에 대한 과한 두려움은

식량에 대한 과잉 준비로 이어졌고,

그렇게 잔뜩 쌓인 물건을 보며 느끼는 무력감은

딸과의 갈등을 더 크게 만드는데…


불안은 물건으로도 채워지지 않으며

과잉 준비는 오히려

삶의 여유를 해친다는 것을 역설한다.


세 번째 이야기

〈책벌레와 피규어 수집가의 신혼집 논쟁〉은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에 들일 물건을

줄여야 하는 두 사람의 에피소드로,


책 애호가인 사에코는 눈물을 머금고

책을 정리하지만

요시노리는 피규어를 포기하지 못해

둘 사이의 갈등은 심화된다.


취미와 현실 사이의 타협은 만만치 않았고,

서로의 취향을 존중받지 못하며 좌절감을 맛본다.


노력을 기울이는 사에코와 달리

자신의 취미와 취향에 대해 노력하지 않는

요시노리로 인해 신혼집 계약을 해지하고

결국 관계에 금이 가게 된다.


사랑에도 공간과 타협이 필요한 현실 아래,

취미와 집착의 얇은 경계를 실감하며

함께 살아간다는 건 서로의 '버릴 수 없는 것'을

이해하는 과정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네 번째 〈남편의 방〉은 젊은 여성에게 집착하고

불륜 상대의 사진과 물건을 고이 간직하는

어떤 남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가 병원에 입원한 사이 아내와 딸은

그의 방을 정리하며 경악하게 되며,

새로운 삶을 결심하게 되는데


물건뿐 아니라 나쁜 습관, 관계도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교훈과 함께

가족 안에서도 '존중받지 못한 감정'은

쌓이면 폭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남편의 외도를 알면서도 외면한 아내 역시

정리를 통해 공간의 청소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결심으로 나아가며

강단 있는 결정을 하게 된다.


단지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버리지 못한 '버릇'이 타인에게 상처가 되고

관계가 끝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것이다.


마지막 〈며느리의 짐 정리〉에서는

두 살배기 아이를 두고 도망간 며느리의 방을

직접 정리하는 시아버지의 모습을 담았다.


가족을 버린 선택을 한 며느리에 대한 분노,

남겨진 아이에 대한 연민과 상처 입은 가족들의 마음과

떠난 며느리의 흔적을 마주하며

기존에 알고 있었던 모습과 다른 그녀의 소비에

복잡한 감정을 갖게 되는데,


물건을 정리하는 과정 속에서

감정의 변화를 겪는 시아버지를 통해

떠난 사람의 흔적을 정리하는 것은

감정의 애도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물건을 통해 관계의 상처를 마주하고

치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과

그럼에도 남겨진 사람의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묵직한 메시지가 남았다.


각 등장인물의 사연을 따라가다 보니

이 책은 '무엇을 버릴 것인가' 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건을 정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까지 정리하게 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는 경험이기에

나에게 '버리지 못하는 것'은 무언인가를 되짚으며


사실은 나에게 어떤 감정이나 집착이 있는지

물건을 매개로 인간관계나 불안,

집착 등의 감정을 깨닫고 나면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추억이나 후회, 불안, 집착과 같은

감정이 물건에 스며들어

단순한 기능 이외에 감정의 거울로 역할하는

물건의 의미를 깨우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물건을 정리한다는 것은

곧 마음을 정리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점,

결국 이것을 비우고 정리한다는 것은

'내려놓음'의 마음으로

버린다는 것은 상실이 아니라 선택이며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꾸리는 행위임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건이 쌓이면 공간이 좁아지고,

마음도 답답해지기 마련이다.

정돈된 공간은 눈으로 보기 좋은 것을 넘어

삶의 여유와 안정감을 주기에

물리적인 공간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인 공간을 확보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임을,


그렇기에 물건을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 안의 감정을, 그리고 나를 둘러싼 관계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오랫동안 버리지 못하고

서랍 안 깊숙이에 넣어둔 물건을 꺼내보며

내가 왜 이것을 버리지 못하는가

그 본질을 제대로 마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이 책의 메시지가 물건의 정리를 넘어,

마음의 정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에

정리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

관계에 상처를 입은 사람,

비워두는 삶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문장들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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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고쇼 그라운드
마키메 마나부 지음, 김소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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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몇 년 전 가을의 시작 무렵,

가족여행으로 떠난 일본 여행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도시가 있다.

서정적이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

과거의 시간이 멈춘 듯한 교토였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이자,

마음속 로망을 자극하는 곳.

그런 교토를 배경으로 한,

8월의 뜨거운 여름과 펑펑 눈 내리는 겨울을 담은

특별한 판타지 소설을 만날 수 있었다.


마키메 마나부가 쓴 제170회 나오키상 수상작.

조금은 기묘하고 찬란한

청춘의 에피소드를 담은 두 편의 이야기다.


책 제목과 동명인 단편소설

〈8월의 고쇼 그라운드〉에 앞서,

작가만의 판타지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12월의 미야코오지 마라톤〉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반되는 두 계절의 교토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린 마음을 헤집는 혼돈과 흔들리는 시절,

그 안에 담긴 뜨거운 추억을 맛볼 수 있었다.


먼저, 거센 눈발이 휘날리는 겨울의 교토를 담은

〈12월의 미야코오지 마라톤〉은

어쩌다 역전 마라톤의 마지막 주자가 된

한 방향치 소녀의 이야기다.


빈혈로 인해 출전이 불투명해진 선배를 대신해

1학년 사카토가 출전 선수로 결정된다.

무려 27년 만에 전국 고교 역전 마라톤 대회

참가권을 획득한 의미 있는 경기였지만,

후보 선수였던 사카토는

긴장감이나 중압감 없이 따라나섰는데

갑작스런 경기 출전에 많은 걱정이 뒤따른다.


코스를 헷갈리지 않고 잘 달릴 수 있을까

걱정하던 것도 잠시,

막상 경기에 임한 그녀는 달리며 즐거워하는

경쟁자들의 모습에 자극을 받고

어느덧 경기에 몰입하게 된다.

지고 싶지 않은 마음,

그리고 달리며 즐거워하는 스스로를 마주한다.


그렇게 달리는 와중,

인도에서 깃발을 들고 검을 휘두르며

기모노 차림에 상투를 올린 이상한 무리를 보게 된다.

응원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그들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달리기를 이어간 사카토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게 된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후,

그녀가 봤던 그 무리를 봤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미스터리한 기분과 함께 이야기는 미궁 속으로 빠진다.


교토의 풍경 아래 눈발을 헤치며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청춘의 모습.

평범한 일상 속 풍경에서 갑자기 등장한

미스터리한 존재는

소름 돋는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1등이나 우승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30위권 안에 든 보통의 결과였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한 청춘의 빛나는 순간까지.

경주가 주는 긴장감과 감동이 이어지며

작가 특유의 필력이 빛났다.


뒤이어 펼쳐지는 〈8월의 고쇼 그라운드〉에서는

여자친구와의 이별로

권태한 일상을 보내던 구치키가

친구의 제안으로 매해 오봉 연휴마다 열리는

아마추어 야구 대회에 참여하게 된다.


졸업을 위해 교수님의 제안으로

야구 대회에 참여하게 된 다몬,

그의 부탁을 받은 구치키는 뜻 없이 제안을 수락한다.


선수가 부족한 오봉 연휴의 아마추어 야구 경기에서

우연히 구치키와 구면인 중국 유학생 샤오,

벤치에 앉아 있던 에이짱과 그 일행까지 함께하며

청춘들의 뜨거운 여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불타는 더위 속 하루 걸러 치러지는 경기가

어떻게든 이어지는 모습은 놀라웠다.


하지만 그 평온도 잠시,

이름도, 직업도, 사는 곳도, 연락처도 모른 채

대회에 함께하는 에이짱 일행에 대해

샤오가 찾아낸 정보는

평범하던 청춘들의 야구 대회에

갑작스런 반전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현실 같은 환상과

쨍쨍 내리쬐는 햇볕 속 교토의 잔잔한 풍경은

여름의 한복판에서

청춘의 의미를 되새기기에 충분했다.


무모해 보이는 것에도

열정과 최선을 다하는 젊은 청춘들의 땀방울.

‘불꽃이 없다’는 이유로 이별했던 구치키가

야구를 통해 마음속에 불꽃을 일으키게 된 성장은

기특하고,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앞선 마라톤 이야기에서도,

뒤에 이어지는 야구 이야기에서도,

젊은 시절 누구나 느낄 법한 불안과 설렘,

상처의 감정을 담백하게 그려냈기에

독자의 연령대에 따라 색다른 공감을 불러일으킬 듯하다.


청춘을 지나간 세대에게는

지나간 청춘에 대한 향수와 회환으로,

동년배의 청춘들에게는 공감과 설렘

그리고 한 발 더 내디딜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환상이 가미된 두 이야기는

현실의 고통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며,

실제 존재하는 교토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했기에

비현실적인 사건과 설정에도

거부감 없이 금세 빠져들게 만들었다.


일상 속에서 발견한 기묘한 경험의 틈은,

우리의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판타지를 꿈꾸게 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각각의 스토리는 다르지만,

여러 주자가 이어 달리는 역전 마라톤과

팀 스포츠인 야구를 통해

인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며

관계를 맺는 과정을 보여준다.

각자의 상처와 고민을 가진 인물들이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치유와 성장을 경험하는

의미 있는 결말로 이어진다.


두드러지는 선인과 악인 없이,

청춘 그대로의 흔들림과 성장을 표현한 이 이야기에

마음이 따뜻하게 달궈졌다.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지명과 풍경,

한국어판에만 있는 교토의 지도까지.

실제 존재하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판타지는

단순한 배경으로서의 도시가 아닌 감정의 무대로 기능했고,

그로 인해 더 ‘교토 앓이’를 하게 만들었다.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따뜻한 여운으로,

앞으로 교토를 떠올리면

내가 직접 여행으로 경험했던 모습과 함께

이 소설 속의 뜨거운 여름, 시린 겨울을

함께 추억하게 될 것 같다.


잔잔하지만 확실한 여운으로

청춘의 불씨를 가슴에 불러일으키는 이 문장들이

삶의 방향을 잃은 순간에도,

때로 자신감이 떨어지는 날에도

다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게 도와줄 것이다.


누군가에게 말하고 나면 사라지는 이상한 호접몽처럼,

한여름 청춘의 열병 같은 이 이야기들이

여름에 제격인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은 단순한 청춘 소설이 아니라,

교토라는 도시를 감정의 무대로 삼아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찬란한 여름과 겨울의 기록이다.

읽고 나면 그 여운은 교토의 풍경처럼

마음속에 잔잔히 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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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길 것 버릴 것 간직할 것 - 공간의 가치를 되살리는 라이프 시프트 정리법
정희숙 지음 / 큰숲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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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정리에 대한 잔소리가 많았다.

다 같이 쓰는 가위나 테이프 같은 물건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을 때면

"눈을 감고도 찾을 수 있게 원래 자리에 놔." 하며

어떤 때는 강박처럼 물건의 자리를 강조하곤 했다.


그때는 '귀찮은데 꼭 지금 정리해야 하나,

눈에 보이는 데 있는데 꼭 정해진 자리에 놔야 하나'

투덜거리는 마음이었지만,

뭔가 필요한 것이 있어 '그게 어딨더라' 할 때면

엄마 말을 들을 걸 하는 후회와 함께

"엄마 그거 어딨더라?" 하며 눈치 섞인 질문을 던졌다.


그때부터 습관을 들인 정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귀찮아도 외출을 다녀온 뒤에는 가방을 바로 비워

가지고 나갔던 파우치나 화장품, 이어폰 등도

원래 자리에 넣어둔다.

바로 다음날 같은 가방에 같은 물건을 들고 나가더라도

이제는 원상복구를 해두어야만

비로소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다.


왜 이렇게 엄마는 정리에 집착할까 하는

불만 섞인 마음도 이제는 잠잠해져서

'정리만 해도 깔끔해진다'라며 내가 나서서

집안을 정리하거나 불필요한 물건을 비워내며

그렇게 매일을 쌓아가고 있다.


엄마의 가르침으로 몸에 익힌 정리,

습관처럼 하고 있긴 하지만 이것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에 대한 정보는 부족했는데

이 책 《남길 것 버릴 것 간직할 것》을 통해

제대로 된 정리법은 물론

삶의 방식과 공간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정리에 대한 통찰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한국의 1세대 정리 컨설턴트이자

1만 명 이상의 집을 정리하며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벌써 세 권째 책을 펼친 정희숙 작가의 책으로


책을 통해 작가는

정리의 원칙, 정리의 시기, 정리의 방법론을 다룬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무너진 삶 속에서 우리를 구제할 수 있는 정리의 힘,

어떤 방법으로 정리할 것인가의 실질적인 팁은


이미 주기적으로 정리를 실행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올바르게 하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기회가 될 것이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사람에게는

차근차근 방법을 알아가는 시작점이 되어줄 것이다.


1장 〈누구나 내 집을 되돌아보는 날이 온다〉에서는

정리를 시작하게 되는 계기와

공간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집이 나를 밀어낼 때 우리는 정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며,

우울, 혼란, 변화의 시기에

정리는 삶을 회복하는 도구가 됨을 강조한다.


즉, 정리는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자신을 다시 살게 하는 과정으로,

'삶의 균형을 되찾는 시작점'이라는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2장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떠나보낼 것인가〉에서는

물건과의 관계를 점검하며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하는 과정을 가진다.


버릴 것과 남길 것을 구분하는 것은

곧 나를 이해하고 삶을 정돈하는 과정이라는 메시지로,

정리에도 '선택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무조건 버린다고 될 것이 아니라

무엇이 필요한지 되짚어보며

나의 삶을 재구성하는 철학적 행위로서 정리를 조명하였다.


3장 〈삶의 균형을 위한 5단계 정리 원칙〉에서는

정리를 감정이 아닌 기술로 접근해야 하며,

체계적인 원칙을 통해 지속 가능한 공간을 만든다는 목표 아래

실질적인 정리 방법과 단계별 실천법을 제안한다.


0단계 : 정리의 의미를 이해하기

1단계 : 물건 분류하기

2단계 : 필요 없는 것 비우기

3단계 : 생활 패턴에 맞춘 수납

4단계 : 제자리를 유지하는 습관


체크리스트를 포함한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팁을 통해

현재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정리 계획을 수립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마지막 4장 〈집의 시간과 삶의 시간을 맞춘다〉에서는

집이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현재의 삶과 충돌하기 때문에

공간은 지금의 나를 반영해야 한다는 핵심 메시지 아래

인생의 생애 주기에 맞춘 공간 재설계 방법을 소개한다.


독립과 결혼, 육아와 은퇴 등 변화하는 삶의 주기에 따라

공간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그 포인트를 강조하고,

공간을 현재의 나에게 맞추는 것이 진짜 정리의 목적이며

나를 중심에 두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는 페이지였다.


우리 집의 경우만 해도 언니의 결혼 이후

언니의 방으로 있던 공간이 애매해져

아빠의 서재이자 우리의 드레스 룸으로,

물건을 쌓아두며 목적을 잃은 곳이 되었는데

생애 주기에 맞춘 정리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할 수 있어 가장 의미 있게 느껴진 장이었다.


책을 따라 정리에 대한 새로운 정의,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의 접근법을 익히다 보니

정리는 단순히 물건을 버리거나 비우는 일이 아니라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하고

나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과정임을 깨달았다.


결혼, 출산, 퇴직, 독립 등 가족 구성원의 삶에

수많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지 않은 공간에서는

아무리 비우고 버려도 불편함과 괴리가 생길 수 있다는 것,

과거의 나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현재의 나를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필요가 있기에

생애 주기의 변화에 따라

주기적인 정리를 실행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정리를 하며 물건을 비우고 버리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를 핑계 삼아

지금은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봉인'한다며 그대로 넣어두는 물건들이 많았는데,

물건에 집착하지 않고 중요한 건 마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정리하고 싶은 충동'을 마주한 것도

하나의 발전적인 마음이었다.


10대부터 살기 시작한 집에서

벌써 20년도 넘게 살고 있는데,

겉으로는 '잘 정리된 집'처럼 보이지만

한번 물건을 꺼내려고 보면 속짐이 많아

비우고 비워도 끝이 나지 않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분명 각자 '나의 많은 것'을 버렸다고 생각함에도

왜 우리의 정리에는 찜찜함이 남을까

사실 약간의 의구심이 많았었는데,

그것이 정리의 본질과 원칙 없이

'비우기'에만 집중했던 결과였음을,

변해가는 가족의 생활에 따라

제대로 짚고 정리해야 할 것들을 외면한 이유였음을 깨달았다.


이러한 상태에서 그대로 살아갈 것인가,

혹은 책 제목처럼 남길 것, 버릴 것, 간직할 것을

제대로 구분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인가는

결국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당장 정리가 시급한 과제처럼 느껴진다.


공간은 현재의 나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책 속 가르침을 잊지 않고 수시로 상기하면서

'나를 위한 선택'으로 보다 현명한 정리를 해야겠다.


나의 삶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떠나보낼 것인가,

왜 집안에서 편안함을 느끼지 못할까,

넘치는 짐 속에서 헤매는 사람이 있다면

꼭 '깔끔하고 정돈된 집'을 넘어

나를 중심으로 두는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책을 덮고 난 이후에는 눈앞의 서랍 한 칸을 정리하거나

오래 묵은 추억의 짐을 덜어낼 용기가 생길지 모른다.

정리는 결국, 나를 위한 존중이자 사랑이라는 걸

이 책이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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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엄마 파란만장 인생 분투기 - 반드시 지켜주겠다는 약속
차이경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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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새로운 사연자가 등장할 때마다 이슈화되는

'고딩엄빠'라는 프로그램.

남들 학교 다니고 공부해야 할 나이에

출산과 결혼을 선택한 이들의 삶에 대해

손가락질은 물론 비난이 이어지곤 한다.


"일찍 애 낳은 게 무슨 자랑이라고,

부끄러운 줄 모르고…" 하면서

아이를 지우지 않고 낳아 키우기를 선택한 이들에게

무책임하다는 말을 퍼붓는다.


이른 나이에 아이를 낳은 만큼

정숙하지 않고 비행을 저질렀을 거라는 편견,

출산을 결정하고 책임을 떠안았음에도

어리고 미숙하다는 비난으로

우리는 쉽게 편견 어린 프레임을 씌우곤 한다.


이 책 차이경 작가의

《고딩엄마 파란만장 인생 분투기》는

그런 우리의 고정관념에 돌을 던지듯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고백한다.


지금보다도 보수적인 1980년대,

고등학생이던 시절 아이를 출산한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담은 에세이로,

준비도 없이 엄마가 된 그녀가 겪은

극적인 인생 여정을 담았다.


단순한 삶에 대한 회고에 그치지 않고

시대와 사회, 가족과 여성의 역할을 관통하는 이 이야기는

한 사람의 인생을 넘어 강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1부 〈주민등록증도 없는 엄마〉에서는

고3의 봄날, 의식을 잃고 쓰러진 작가가

예고 없이 집에서 아이를 출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갑작스러운 출산은 그녀의 인생에 격변을 가져오는데,

아이의 출산을 인정하지 않고

그저 어떻게든 '없는 것'으로 되돌리고 싶어 하는

시댁과 친정엄마의 외면, 폭력적인 시선 아래

아이를 지키려는 생존의 사투가 펼쳐진다.


단칸방에서 굶주림과 추위에 떨거나

쌀을 훔치기도 하며 힘든 생활이 이어지지만,

'제 아기예요'라는 외침 속에서

인정받고 싶었던 어린 엄마의 마음,

'애가 애를 키운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처절한 생존의 기록을 엿볼 수 있었다.


2부 〈엄마는 어른이 된다〉에서는

본격적으로 엄마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한

그녀의 고군분투와

사회적 책임을 짊어진 여성의 성장기를 담았다.


뒤늦은 결혼식, 과태료를 내며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고 주민등록을 갖게 되며

잠시나마 안정을 갖는 듯싶지만,

남편의 입영통지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자

청와대에 편지를 보내는 간절함을 더한다.


생활력 있는 모습으로

장사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시댁에 담판을 짓거나

식당을 창업하며 세상의 쓴맛을 보기도 하며,

아무것도 모르던 여자아이가

엄마라는 역할을 통해

어른으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필 이럴 때 찾아온 종양과 크론병이라는

희귀 난치성 질환까지 겹친 건강의 문제에도,

아이를 지키기 위한 ‘엄마’라는 이름의 선택과 희생 아래

점점 단단해지는 자신을 마주한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말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아이를 지키겠다는 결심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애쓴 작가의 인생이

녹록지는 않았지만 참 단단하고 뚝심 있음을,

엄마가 되며 어른이 된 그녀의 성장이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존경스러웠다.


마지막 3부 〈아주 작은 자유〉에서는

미숙했던 어린 엄마, 성장하는 여성을 넘어

드디어 삶의 방향을 스스로 정하는 존재로 거듭나는

작가 본인을 위한 인생이 펼쳐진다.


우연히 글쓰기를 통해 상을 받으며

누군가에게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한 그녀가,

큰 아이와 함께 수험생이 되어 공부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하는 모습은


엄마라는 역할을 선택하느라

자기 자신은 놓고 살았던 한 여성이

주체적으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기에

더없이 빛나고 아름답게 느껴졌고,


아이와 함께 대학에 진학하고,

남편도 대학원에 진학하며

각각의 가족이 자신만의 꿈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며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은


시작은 어설프고 갑작스러운 짜임이었지만

점점 함께 제대로 된 가족을 이뤄가는 성장이 엿보여

괜스레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삶의 주인으로 스스로를 마주하게 된

그녀의 인생을 돌아보니

그 어떤 미약한 시작, 혹은 두려운 현실을 가진 누구라도

희망의 씨앗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싶다.


단순한 고난의 기록이 아닌

사랑과 책임, 성장과 회복의 서사가 가득 찬

그녀의 인생을 통해

인간의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을 엿볼 수도 있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고,

엄마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모든 고난을 감내한

아이를 지키겠다는 약속은

그녀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원동력임을,

모성이 단순한 본능이 아니라

선택과 책임의 결과임을 느끼게 했다.


특히나 198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에서는

고딩엄마라는 낙인이 가져오는

멸시와 폭력적인 시선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그 편견을 뚫고 아이를 키우고 학업을 이어가며

작가로서 재탄생한 그녀의 인생은

여성의 놀라운 생존력과 회복력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다들 사는 모양이 엇비슷하다고는 하지만,

단칸방에서의 퍽퍽한 삶과

난치질환을 앓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진 단단함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는 인간 정신에

감동한 포인트이기도 했다.


처음엔 아이를 지키기 위한 삶이었지만

점차 자신을 위한 인생을 찾아가는 작가의 모습에

끝없이 응원의 마음을 쏟아내게 되었다.


마치 내 엄마를 떠올리듯

혹은 사회의 편견 아래,

엄마라는 이름으로 많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여성들을 대신하듯

엄마라는 역할을 넘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여정은 많은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결국 삶은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 길을 내준다는 것,

아이를 낳는다고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지키기 위해 성장하는 과정에서

진짜 어른이 된다는 깨달음은

한 인간이 어떻게 삶을 붙들고 성장하며,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지를 보여주는

강렬한 서사가 아니었나 싶다.


그에 비하면 너무도 평온하고 안전한

나의 삶을 다시 마주하면서,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되묻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마냥 보듬어 주고 싶을 정도로 안쓰러운 어린 소녀가

생활력으로 악착스러운 엄마가 되었고,

결국에는 아이도 자신도 성장하여

오롯이 내 인생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참 대견하기만 하다.


일찍 아이를 낳았지만 너른 책임감으로

진짜 어른으로 자라난 그녀의 인생에

끝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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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 피는 병원, 아즈사가와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최주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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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몇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때가 기억난다.

치매를 앓고 계셔서 요양센터에서 생활하시던 중,

식사를 거의 못하시고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연락을 받았다.


부랴부랴 119를 불러 종합병원으로 이동했는데,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과 함께

워낙 고령이라 수술 중 사망하거나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수술을 하지 않으면

하루 이틀 내에 돌아가실 수 있다는 말에,

가족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당장 너무 고통스러워하시니,

강한 분이니까 회복하실 거라 믿으며 수술을 결정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할머니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중환자실에 계시던 중 새벽에 세상을 떠나셨다.


그날, 요양시설 직원 한 분이

당황한 가족들에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다들 이렇게 가는 과정이에요.”


분명 삶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식사는 유동식으로, 화장실은 기저귀에,

씻는 것도 타인의 손길로만 가능했던 할머니였다.

생명은 소중하지만,

자신의 의지 없이 겨우 연명으로 유지되는 삶은

서서히 죽음으로 닿아가는 과정처럼 느껴졌고,

연명치료와 인간다운 죽음에 대한 생각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현직 의사인 작가가 쓴

《물망초 피는 병원, 아즈사가와》는

고령화 사회 속 의료 현실과

인간 존재의 의미를 깊이 있게 다루며,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의학적·철학적 고찰을 담아낸다.


나가노현 외곽의 아즈사가와 병원을 배경으로,

3년 차 간호사 미코토와 1년 차 수련의 가쓰라가

지역 의료의 특수한 환경 속에서

응급 이송과 환자 돌봄에 시달리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인간을 성찰한다.

지방 병원의 열악한 환경, 인력 부족,

고령화 사회의 의료 부담 등

일본 지역 의료의 구조적 문제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픽션이지만,

고령인구가 급증하는 우리 사회에도 적용 가능한

고령자 의료의 딜레마를 엿볼 수 있어

묵직한 메시지로 다가왔다.


매일같이 환자를 마주하느라

개인적인 데이트도 쉽지 않은 의료진의 피로,

넘치는 고령자를 지탱할 수 없기에

다음 세대를 위한 가지치기가 필요하다는

동료 의사와 가쓰라의 윤리적 갈등은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병을 치료하거나 생명 연장에 머무르지 않고,

환자가 죽음의 순간까지 인간다운 삶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가쓰라의 성장.

위루로 영양을 공급하며

의학적으로 ‘새로운 단계’가 열렸다고 하지만,

거동도 못하고 의지도 없는 환자가

'양호한 영양상태’라는 말에

위화감을 느끼는 미코토의 마음.


이들은 단순한 의료 기술자가 아니라,

환자의 삶과 죽음을 함께 고민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산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으며

동시에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다”라는 책 속 문장처럼,

인간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각각의 존재가 기억되고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는 메시지가 깊이 다가왔다.


병원이라는 공간에 어울리지 않게

많은 꽃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가쓰라의 본가가 꽃집이라는 설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얼레지는 뿌리를 땅속 깊이 내리는데,

그 뿌리가 끊어지면 곧 시들어 버린다.

인간도 마찬가지다.”라는 표현은

삶의 끈이 남아 있는지를 꽃에 빗댄 흥미로운 접근이었다.


죽음과 관련해 한계점에 달한 현재의 의료 방식,

죽음을 준비하지 않고 무관심한

사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되짚게 해준다.

삶의 마지막까지 존엄과 연결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인간다운 삶이라는 저자의 통찰이 깊게 와닿는다.


나 역시 할머니의 죽음을 통해 느꼈지만,

막상 그 현실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궁금해하지도 않고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 무관심들이 쌓여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하고,

인간다운 마지막을 맺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이 책의 이야기가 묵직한 울림을 준다.


인간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으며,

결국엔 누군가에게 기대고

또 누군가를 지탱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의료진과 환자, 가족과 지역사회 등

여러 관계 속에서 연결된 삶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한 계절, 한 해를 살고 지는 꽃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 역시도 땅에 뿌리를 내린 존재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뿌리가 아직 끊어지지 않은 사람은

나이를 떠나 충분히 살아갈 이유가 있고,

또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연명치료를 앞둔 고령의 가족을 둔 사람들에게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소설이지만 현직 의사의 경험이 녹아 있어,

의료인으로서의 철학적 책임까지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삶과 죽음을 함께 고민하는 존재로서,

여전히 환자들에게 온 마음을 다하는

미코토와 가쓰라를 통해

우리는 죽음을 외면하지 않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미래를 꿈꿀 수 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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