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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고장 났어도 고치면 그만이니까 - 별별 마음돌봄에 탈탈 월급 털린 이야기
손성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평점 :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인생을 살아오면서
가장 어두웠던 시기를 떠올리면,
아이러니하게도 커리어 상으로는
가장 바쁘고 빛났던 때이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외국계 대기업,
해만 넘어가면 승진을 코앞에 두고 있었음에도
하루가 다르게 곪아가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아 우는 날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증상은 번아웃,
빠른 생일로 7살에 학교에 입학해
중,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에 들어가고
그마저도 조기졸업으로 한 학기 일찍 졸업해
남들보다 한 뼘쯤은 빠른 걸음으로
살던 내게 문제가 생긴 것이다.
출근할 생각을 하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마냥 놀고 싶다'는 게으름이 아니라
내일이 무섭고 두려워지는 생각은
분명 건강하지 않은 것임에도
뭐가 문제인 줄도 모른 체 '내가 왜 그럴까' 하며
나약해진 스스로를 탓할 뿐이었다.
결과적으로는 퇴사를 선택했고,
바삐 흘러가던 인생의 시계를 다시 맞추고 나서야
원래의 나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때는 그저 '시간이 약'이라 생각했는데,
《마음이 고장 났어도 고치면 그만이니까》를 읽고 나니
그때의 내게 이런 위로와 조언이 있었다면
조금은 다른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이 책은 한국일보 손성원 기자의 에세이로,
실제 마음의 어려움을 겪으며
정신질환 진단 F 코드를 받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처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위한
따뜻하고 진솔한 기록을 담았다.
비슷한 마음의 아픔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와 함께
마음을 어떻게 돌보며 일상을 살아갈 것인가
마음 돌봄의 실천법을 공유 받을 수 있고,
주변에서 속앓이를 하거나
마음을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응원과 다정함으로 지켜볼 수 있는
따뜻한 시선을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마음이 아프다는 것,
심리 상담이나 정신과에 찾는다는 것을
겉으로 드러내기 보다 쉬쉬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경험을 용기 있게 오픈하는 문장들을 통해
정신과에 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이런 감정은 나만 가지는 것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책은 그녀가 처음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던
경험을 고백하며 시작한다.
나도 힘들었던 번아웃의 시기에
'심리 클리닉에 찾아가고 싶다'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막상 실행으로 옮기거나
그런 마음을 겉으로 표현하지 못했었는데
그녀는 이를 숨기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여정을 기록하며
마음의 회복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가감 없이 소개하였다.
마음이 흔들릴 때, 자책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그 감정을 솔직하게 마주하는 것이
회복의 시작임을 말하며,
심리 상담, 정신과 진료, 요가, 명상같이
우리가 알고 있는 실천방법 외에도
유행처럼 번진 MBTI 검사나
상담대학원 진학에 이르기까지
보다 폭넓고 깊이 있는 시도를 통해
'나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적극성을 보여주었다.
회당 10만 원이 훌쩍 넘는
심리 상담을 100회 이상 받으면서도
마음을 위한 투자는 결코 낭비가 아니며
우리에게도 스스로를 위한 마음 챙김,
돌봄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상담을 통해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남의 목소리가 아닌 '자기 목소리'를 듣는 방법을 배우고,
스스로를 닦달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을 다정하게 대하는 법을 익혀가는 과정을 보니
그 무엇보다 의미 있는 성장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일상생활이 가능한데
과연 마음이 아프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보편적인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은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외면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미루는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마음을 돌보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사회 전체가 더 무해해지기 위한 실천이라는
관점을 제시하며 이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는 사회를 꿈꾸는 그녀의 마음은
'기자답지 않은 기자'의 기자다운 면모이기도 해서
피식 웃음이 나오게도 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돌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그녀의 노력을 보니
재테크나 자산관리 같은 투자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면서
평생을 함께 살아갈 나 자신과 마음을 위해
무언가를 시도하거나 투자할 생각을
왜 미처 하지 못했을까 하는 반성과 함께
과거의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무기력과 자기혐오를 마주하면서도
그저 하루를 버티고 견디며
주말을 기다리면서 보냈던 시간은
문제를 외면하는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스스로에게 내가 먼저 다정한 손길을 내밀고
주변 사람들의 다정함을 원동력 삼아
마음을 회복시킬 수 있었던 그녀처럼,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다정함을 잃지 않고
개인이 그리고 사회가 마음이 고장 난 사람들을
따스한 손길로 감싸안을 수 있다면
힘들어 테두리 바깥으로 튕겨져 나가거나
때로 괴로워 주저앉아버리는 상황까지 가지 않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겠다는 기대가 든다.
한 발 느려도 괜찮다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마음이 돌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잔잔한 위로 아래
많은 시도 끝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마음을 회복시킨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으며
자신의 기준과 감각을 찾아가는 여정이
진정한 치유라는 책 속의 메시지는
마음이 아픈 사람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한 '마음 안내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고장 나면 어때, 고치면 그만이지 하며
마음의 문제를 심각하지 않고 다정한 말이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과거의 나에게도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위로와 힘이 되었다.
결국은 타인이든 스스로에게든
마음을 쏟아주는 다정함이 우리를 살게 한다.
나와 타인을 보듬어 안아줄 수 있는 열린 마음으로
매일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단순한 자기 고백을 넘어
마음이 흔들릴 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실천적 지혜를 담아낸 이 책은
앞으로 흔들리는 순간을 마주하더라도
'나도 괜찮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했다.
마냥 괜찮아질 거라는 말은 위로가 되지 않지만
어떻게 괜찮아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여정이
마음을 더 단단하게,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따습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마음이 망가졌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거나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고치면 그만이니까 천천히 나를 돌보며
다시 시작하자고,
책을 읽고 마음을 돌아보며 모두가
각자 자신만의 회복의 실마리를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