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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도서관 - 도서관에서 보내는 일주일 ㅣ 날마다 시리즈
강원임 지음 / 싱긋 / 2025년 4월
평점 :















장난감이 많지 않았던 어린 시절,
책은 나에게 가장 가깝고 좋은 친구였다.
더듬더듬 겨우 글을 읽을 때 즈음엔
엄마가 매일 동화책을 골라 읽어주기도 했지만,
스스로 글을 읽을 수 있게 된 이후에는
동화 전집이나 한국, 외국 위인전에 담긴
주요 내용을 달달 외울 만큼 책에 푹 빠졌다.
뜨거웠던 독서의 열정도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식어갔다.
동화책은 이미 많이 읽어서
시들해진 마음도 물론 한몫 하긴 했지만,
책 한 권 사려고 하면 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
쉬이 사 달라 말하거나 내 돈으로 사지 못하고,
숙제나 수행평가 등을 위해 꼭 읽어야 한다며
선생님이 '꼭 사라' 하는 책만으로도 빠듯했다.
거기에 본격적인 수험생활이 시작되며
그저 '재미'를 위해 읽는 책은 사치,
교과서를 읽고 문제집을 풀기에도 바빴다.
이 또한 핑계이겠지만 대학생이 되어서는
대학 생활을 즐기고 과제하느라 바빠,
직장 생활에서는 잠잘 시간도 부족한데
책은 언제 읽나 싶어서
책과의 거리는 이만큼 멀어졌다.
그랬던 내가 본격적으로 책과 가까워진 건
집 근처에 도서관이 개관하면서부터다.
한창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
시장의 공약으로 내건
'시민 누구나 걸어서 10분 거리에
도서관이 있게 한다' 덕분인지
단지 바로 앞에 도서관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오랜만에 찾는 도서관은
왜 이제야 왔냐는 질책이나 멋쩍음 없이,
처음 찾은 사람도, 그냥 한번 들러본 사람도
어디에서나 마음껏 책을 꺼내서 읽을 수 있는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로 반겨줬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빈자리에 앉아
누구든 책을 읽을 수 있다는 메리트는
여러 가지 이유로 책을 멀리했던 나에게
'도서관 홀릭'으로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문턱이 닳도록 도서관을 오가는 새에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집합 금지와 도서관도 폐쇄를 하게 되고,
온라인으로 미리 신청해둔 도서만
문 앞에서 받는 시기가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꽉꽉 최대 대출도서 수량을 채워가며
도서관의 책을 읽는 재미는
어느덧 일상이자 삶의 큰 즐거움이 되었다.
한여름에는 무더위 쉼터를 겸해
하루 종일 도서관에 읽을 책을 가져가 읽고,
매주 금요일마다 찾아오는 휴관일에는
아쉬운 마음을 접지 못했지만
도서관이 가까이 있어 참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여전히 도서관을 자주 찾는다.
여기 나처럼 도서관의 매력에 푹 빠진
한 사람이 있다.
도서관이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마다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는 여행지라 말하는
독서 컨설턴트이자 독서지도사 강원임 작가이다.
그녀가 써 내려간 《날마다, 도서관》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도서관과 함께한 일주일을 기록하며 느낀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의 결을 담았다.
🌱 월요일, 적당한 자리 찾기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간 김에
도서관을 들러 책을 구경하는 일상 속,
자리를 찾는 행위를 통해 깨달은
인생의 자리 찾기에 대한 의미가 녹아있다.
삶의 방향을 조용히 되짚어보는 공간으로
타인과의 거리, 나의 위치를 고민하는
'자리 찾기'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 화요일, 가장 가까운 밤의 피난처
마음이 흔들리거나 혼란이 극에 달할 때 찾은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이다.
밤의 도서관은
도시의 등대처럼 존재하는 고요한 요새로,
혼란한 마음을 잠재우고
안전하게 회피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위안을 준다 말한다.
🐾 수요일, 도서관의 로맨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도서관에 갔다가
여기에서 헌팅을 당하고 연애로 이어지는
자신의 경험을 담았다.
도서관에서의 만남을 시작으로
결혼까지 이어진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책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이 이어지는 장소로,
외로움 속에서도 연결을 꿈꾸는 공간이 되는
도서관을 조명한다.
✍️ 목요일, 글쓰기의 용기
도서관 운영위원회 활동과 교양 강좌 수강,
무명 저자의 강연 등 도서관에서 경험한
배움과 용기에 대한 기록이다.
도서관은 배우는 사람의 공간으로
독학자이자 어른으로 성장하는 길목에서
글쓰기의 용기를 얻는 장소가 된 도서관을 담았다.
🔍 금요일, 리좀적 독서와의 연결
북클럽과 심야 이동도서관,
들뢰즈의 '리좀' 개념을 인용하며
독서의 연결성과 창의성을 탐구하는 장이다.
경험과 감상, 추억을 되새기는 앞과 달리
끝없이 연결되는 지식의 미로인
도서관에 포커스를 맞춰
의도적 혼란 속에서 필연 같은 우연을 기대하는
창의적 공간인 도서관을 만날 수 있었다.
🎈토요일, 우연의 공간에서 필연 만들기
약속도 없고 돈도 없을 때 찾는
도서관의 이야기로,
우연히 만난 책들 속에서 발견한
자신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반복된 우연은 필연이 되며,
도서관은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의 출발점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 일요일,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기
주말의 끝자락,
맨얼굴에 편한 옷차림으로 찾은
도서관의 이야기이다.
관내 분실 도서, 저항의 공간과 그루잠 등
일요일의 잔상을 녹여내었는데,
존재의 흔적을 남기고 사라지는 공간으로서
도서관을 조명하며
빌려다 쓴 인생처럼 책도 삶도 깔끔하게
정리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 책은 도서관을 단순한 책의 공간이 아닌
삶의 쉼터이자 탐색의 장소로 그려낸다.
요일마다 각기 다른 감정과 이유로
도서관을 찾으며 아침과 낮, 밤의 도서관에서
새로운 공간을 감각하는 경험을 통해,
이 경험이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을
감정과 이유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우리의 일상과 닮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저 다양한 책을 소장하고 빌려주는
공공기관으로서의 도서관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도서관은 누군가에게는
마음을 쉬게 하는 안전한 회피 공간으로서
혼란한 마음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자신을 되찾는 장소로 기능하고,
작가에게는 매일 습관처럼 들르는 일상 속에서
자기성찰과 타인과의 연결,
삶의 방향성을 탐색하며
삶의 깊이를 더해주는 장치가 되었다고 했다.
내가 원하는 책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책이 나를 선택한다'라고 문장을 통해
우연한 독서가 필연적인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순간,
우연을 허락하는 공간으로서 풀이되는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진 도서관을 접할 수 있었다.
문장을 따라 매일 다르게 와닿는
도서관에 다녀오고 나니,
멀리 떠나지 않아도
도서관은 언제든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여행지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문턱이 닳도록 도서관을 찾았던 지난날이
그저 취미이자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감각을 경험한
하나의 여행이었기에 그토록 매력적이었음을,
그래서 자꾸만 찾고 싶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도서관을 통해
'나'를 다시 만난 작가의 여정을 따라가며,
나에게 도서관은 어떤 의미였는지
스스로의 시간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책이나 도서관이 낯선 사람에게도,
매일같이 도서관을 찾는 사람에게도
이 책의 문장들은 새로운 시선으로
도서관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줄 거라 생각한다.
작가가 그랬듯, 우리도 도서관이라는
가장 가까운 여행지로 떠나보자.
그곳에서 다시 ‘나’를 만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