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늘 어딘가가 아프다 - 컨디션 난조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법
야마자키 아쓰코.도리이 린코 지음, 원선미 옮김 / 마인드빌딩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

동료 남자 직원이 그런 얘길 한 적이 있었다.

"여자들은 맨날 아프잖아…."


그 얘기를 듣고 생각해 보니

맞다, 여자는 늘 어딘가가 아프다.

누군가는 연약한 척을 하는 거라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평생 '호르몬의 노예'라 비유할 정도로

여성의 신체는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생리 시작 전 PMS로 일주일,

그리고 생리 기간 일주일,

조금 괜찮아졌나 싶으면 배란기까지.

한 달에 3주는 정상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다.


그렇기에 얼핏 보면

매일같이 아프다는 말을 달고 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생리를 더 이상 하지 않으면 괜찮을까?

그것도 아니다.

드라마나 영화 속 갱년기 여성만 봐도

갑자기 화를 내기도 하고,

밤에는 잠이 안 온다며 깨어있거나

덥다, 춥다 하면서 땀을 뻘뻘 흘리기도

몸이 으슬으슬하다며 담요를 끼고 있기도 하며

종잡을 수 없는 컨디션은 여전하다.


그렇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이런 여성 신체 건강의 본질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

원인이나 해결책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드물다.

하다못해 당사자인 여성조차도

'별로 안 좋긴 한데, 괜찮을 거야'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 《여자는 늘 어딘가가 아프다》는

일본 스포츠 선수의 트레이너이자

28년간 7만 명을 치료한 여성 침구사인

야마자키 아쓰코와,

실제 그녀의 환자로서 회복 과정을 함께한

도리이 린코가 함께 써낸 책이다.


여성들이 겪는 이유 없는 컨디션 난조와

자율신경실조증에 대해 다루며,

몸과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은 내 몸은 왜 늘 어딘가가 아플까,

의구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했던 여성 본인은 물론,

나의 어머니, 여자 형제, 연인·아내 등

여성들의 늘 아픈 컨디션을 이해하기 어려운

남자들에게도 여성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1장 〈센스 있는 사람 역할에서

내려오는 레슨〉에서는

여성은 사회적·가정적 역할 속에서

늘 누군가를 챙기는 사람으로 살아가기에

자기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챙기는 태도,

보부상처럼 짐을 짊어진 삶에서 벗어나려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허락을

스스로에게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갱년기 증상과 피로, 무기력함은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 몸에 남긴 흔적일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라 전한다.


2장 〈누군가의 언짢음을 떠안는 걸

그만두는 레슨〉에서는

여성은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지만,

그만큼 감정의 피로도 역시 큰 편이기에

타인의 감정을 흡수하지 않고

나의 감정만 책임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든 사람에게 늘 좋은 사람이 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고,

불안과 공포를 억누르지 말고 인정하며

타인의 감정에는 공감하되 책임지지 말고,

마음이 무거우면 몸도 아프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장 〈불안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레슨〉에서는

자율신경을 교란시키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불안에 대해 이야기한다.

불안을 유발하는 비교, 질투, 후회를 정리하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SNS나 주변 사람과의 비교는

자존감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디톡스 실행하고,

후회나 미련 같은 감정을 끌어안지 않을 것.

울기, 말하기, 글쓰기 등의 감정 해소 루틴을 통해

불안을 흘려보내는 해결법을 제시한다.


4장 〈나 자신을 우선시하는 레슨〉에서는

여성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인

'나를 먼저 챙기는 것'을 다룬다.

타인의 기대와 요구에 맞춰 살아온 삶에서 벗어나

내 감정과 욕구를 중심에 두는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다.


해야 할 일 보다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용기,

혼자만의 시간, 나만의 공간, 나만의 리듬을

존중하는 습관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자기 돌봄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기본 조건이며,

'나부터 챙겨도 괜찮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자주 건네는 연습을 통해

삶의 중심으로 우뚝 서는

스스로를 만들 수 있다 강조한다.


5장 〈캔 맥주 하나로 행복해지는 레슨〉에서는

회복은 거창한 변화나 특별한 치료가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누리는 태도에서

시작됨을 강조한다.


자기만족과 감각의 회복을 통해

자율신경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것.

좋아하는 음료나 향기, 음악, 산책 등

감각을 자극하는 경험이 회복을 돕는다 말한다.


'이 정도면 충분해'라는 감각을 익히는 것이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는 핵심이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부족해도 괜찮다는 인식으로

스스로의 스트레스를 줄일 것을 제안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

작은 기쁨을 느낄 수 있을 때

몸도 마음도 회복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책을 읽어 내려가며

여자들은 하나같이 왜 이렇게 예민한지,

여자인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었던

컨디션의 저하는 물론

갱년기 증상으로 고생하는 엄마를

안쓰러워하면서도 제대로 공감하지 못했던

지난날의 감정을 반성할 수 있었다.


피로나 통증, 무기력 같은 증상은

단순한 컨디션 난조가 아니라

몸이 보내는 구조 요청일 수 있음을 인식하며,

앞으로 다가올 나의 '미래'에

어떤 마음으로 임할 것인가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다양한 역할에서 늘 누군가를 챙기느라

자신이 좀먹고 있는지도 몰랐던

수많은 여성들에게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그 역할에서 한 걸음 물러나도 괜찮다고 말하는

책 속의 따뜻한 다독거림은 큰 위로가 되었다.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

지나치게 떠안는 습관은

자기 자신을 소진시킬 수 있기에,

공감은 하되 그 감정의 책임은

타인에게 돌려주는 '감정의 경계'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불안과 비교를 유도하는 SNS에서 멀찍이 떨어져

나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살아갈 때,

마음은 물론 몸까지 건강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르침을 배울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회복은 꼭 병원의 치료나 약, 주사가 아니어도

거창한 변화가 아닌 작은 생활 습관 속에서도

얼마든지 회복의 열쇠를 발견할 수 있기에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은

문제가 생겼을 때뿐만 아니라

항상 일상의 선택으로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마음에 되새기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여성의 아픔은

자신의 나약함이 원인이 아니라

너무 오래 애썼기 때문이라는 것.

그렇기에 나를 돌보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기본이며,

내가 편안해야 주변도 편안해진다는 믿음 아래

자기 자신을 아끼는 삶의 방식을

다시 배우게 도와주는 독서였다.


책에서 제시하는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삶'을 위한

태도와 습관은

이미 무너진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고

회복의 시작점이 될 수 있기에

엄마에게도 추천하고 싶어졌다.


스스로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이자

다짐이 될 수 있는 책 속의 문장들은

나 자신을 돌보는 연습의 시작점이자

'나는 괜찮다'는 감각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건강도서가 아닐까 생각했던 책을 통해

마음의 위로는 물론

삶의 태도와 자기 돌봄에 대한

깊은 통찰까지 만나볼 수 있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안도감,

스스로를 아끼는 삶의 방식을 배우며

보다 자기 돌봄에 가까운 내일을

마주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긴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가 편한 사람을 위한 관계 연습
함규정 지음 / 유노북스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학창 시절 새 학년에 올라가면

긴장감에 휩싸이곤 했다.

일 년 동안 익숙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헤어져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것은

내성적인 나에게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었고

스트레스로 배가 아프거나,

긴장감에 위축되어 있다 집에 돌아오면

피곤함이 몰려와 잠이 쏟아지기도 했다.


비단 학창 시절 만의 일은 아니었다.

직장 생활에서도

새로이 팀이나 부서를 옮길 때,

혹은 회사를 이직하게 되었을 때도

새로 맡게 된 업무보다 나에게 가장 큰 고민은

늘 '인간관계'였다.


때로는 이런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는

혼자 고독한 편이 오히려 낫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만들었고,

그런 생각에 잠겨있다 보면 어느새

관계의 바운더리는 좁아진 채

소극적으로 '혼자'가 편한 스스로를 만나게 했다.


타인과 어울리는 게 싫은 것도 아니고

외로운 것을 오히려 좋아하지 않는데

왜 그러면서도 혼자가 편할까,

아이러니한 감정을 마주할 때쯤

이 책을 통해 혼자가 편한 내 마음의 본질을,

그리고 어떻게 해야 감정을 회복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이어갈 수 있는지

배워나갈 수 있었다.


함규정 작가가 쓴 이 책

《혼자가 편한 사람을 위한 관계 연습》은

인간관계에 피로를 느끼거나

혼자가 더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감정 코칭 기반의 관계 회복 안내서이다.


억지로 잘하려 애쓰지 않고,

작은 연습을 통해 '관계의 근육'을 키우는

방법을 일러주는 실천 팁을 함께 담았다.


책에서는 관계의 어려움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고

표현하지 못해 생긴다고 강조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타인을 중심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두고 성숙하게 관계를 맺는 법,

가까운 사람일수록 거리 조절이 필요하며

무조건 좋은 관계가 정답은 아니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책은 총 5장으로,

인간관계의 다양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지키며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1장 〈너무 가까워지지도

너무 멀어지지도 않는다〉에서는

인간관계가 편안해지는 습관에 대해 다룬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불편한 관계에 감정을 낭비하지 않는 법을 배우며

관계에서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으로,


거리 감각이 없는 사람은

쉽게 지치고 상처받기에

타인의 기대에 맞추는 착한 사람보다

나답게 행동하는 편안한 사람이 되는 것이

관계를 지속하는 힘이 됨을 일러준다.


혼자 있는 시간을 불안해하지 않고,

자기 회복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법을

익힐 수 있었다.


2장 〈완벽하게 잘 지내려는 부담은

내려놓는다〉에서는

가족 사이에서 지치지 않는

거리 두기를 이야기한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생긴

감정의 찌꺼기를 정리하고

심리적 독립을 시도하는 것,

늘 '사이좋게 지내라'는

부모님의 당부에 부응해왔던

형제자매와의 관계 역시도

꼭 친밀할 필요는 없으며

'그저 그런 사이도 괜찮다'는 인식이

오히려 관계를 편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배우자,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무리하지 않고 건강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

가족 모임에서도 서로 민감한 대화 주제는 피하고

감정을 상하지 않게 표현하는 기술을 통해

격없이 지내야 한다는 가족 사이에서도

적당한 거리감이 오히려

도움이 됨을 깨달을 수 있었다.


3장 〈혼자여도 행복해야

둘이어도 행복하다〉에서는

상처받지 않고 사랑을 지키는 태도를 담았다.


연애나 결혼도 감정 독립이 바탕이 되어야

건강하게 유지됨을 강조하며,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감정적으로 얽매이지 않는 관계를 추구함으로써

'사랑하니까'라는 이유로 상대를 통제하거나

희생시키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상대방에 대해

쉬이 가질 수 있는 불만을 이해하고,

상처 없이 사과하는 법을 통해

갈등을 줄이는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4장〈일은 일로 두고 마음은 가볍게 한다〉에서는

일터에서 적당하게 잘 지내는 요령을 말한다.


나 역시 공감한 포인트이지만

직장에서는 업무 자체보다

사람과의 감정 소모가

더 큰 스트레스 임을 인식하며,

협업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감정을 관리하며

함께 일할 수 있는 노하우를 소개한다.


직장 분위기, 타인의 기분에 영향을 받지 않고

내 감정을 중심으로 행동하는 법,

상사의 말이나 태도에 휘둘리지 않고

그의 기분과 내 감정을 분리하며

내 감정을 지키는 연습을 통해

마음을 가볍게 만드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


마지막 5장

〈혼자인 순간은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에서는

감정을 회복하는 자기 돌봄 방법을 일러준다.


혼자 있는 시간에 떠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마주하는 법을 배우고,

혼자가 편한 사람은 단순한 고립이 아니라

의식적인 자기 회복의 시간으로

혼자 있음을 활용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불편한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회복하는

감정 받아들이기를 통해

타인의 시선보다 자기 인식과 수용으로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책을 따라

혼자가 편한 내 마음의 본질을 바라보고

부모·형제자매·배우자, 연인·직장에서 느꼈던

갈등, 불편한 점을 되짚으며

이런 인간관계의 피로감이나 상처가

단순히 '사람' 때문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무엇 때문에 불편한지

내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고

표현하지 못해서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런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타인을 바꾸는 것이 아닌

내 감정을 들여다보고, 표현하고,

조율하는 연습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관점 아래

감정 중심의 관계 회복,

자기중심의 거리 조절,

혼자 있는 시간의 가치를 헤아릴 때

건강한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는


무조건 친밀하고 갈등이 없는 상태가

건강한 인간관계라 생각했던 지난날에서 벗어나

내 감정을 존중하며 타인과 건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게끔

만들어주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혼자가 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이 외면이나 도피가 아닐까 싶어

걱정스러운 마음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명절 연휴 북적이는 가족들에게서 슬쩍 빠져나와

방 안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

곁을 내주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사실은 적당한 거리감으로

안도감을 느꼈던 나의 지난날의 행동이

그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보호'이자

자기 돌봄의 시간이었음을 깨달으며

조금은 안도하기도 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모두와 잘 지내는 게 좋은 인간관계라는

보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관계는 잘하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감정을 조율하는 연습이라는 책의 메시지가

자기 이해와 감정 회복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시간이기도 했다.


나처럼 혼자가 편하지만

외롭지는 않았으면 하는 사람에게도,

인간관계에 자주 지치거나 상처받는 사람,

가까운 가족이나 연인 등과의

거리 조절이 어렵거나

자기감정을 잘 모르고 표현이 서툰 사람처럼

관계에 상처받지 않고 나답게 살아가고 싶은

많은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따뜻한 위로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는 타인과의 관게 개선에 앞서

어떻게 나를 지키면서 잘 지낼지를 고민하며,

새로운 환경과 관계 앞에

두려움보다는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브로큰 컨트리
클레어 레슬리 홀 지음, 박지선 옮김 / 북로망스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넉넉하진 않지만 평화로운 시골 마을,

양떼 목장을 운영하는 젊은 부부 베스와 프랭크.


여느 때처럼 양 떼를 돌보던 어느 날,

갑작스레 목장에 뛰어든 개 한 마리가

양 떼에게 달려들며 물어 죽이기 시작하자

자식처럼 아끼는 그들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침입자 개를 총으로 죽이고 만다.


울상을 지으며 나타난 개 주인인 어린아이,

그리고 그 뒤를 쫓아온 아이의 아빠.


사실 아이의 아빠인 게이브리얼과

양떼목장의 안주인인 베스는

오랜 시절 인연이 닿아있는 사이이다.

10대 어린 시절 첫사랑이었지만

너무도 차이 나는 환경 속에서

그들은 어쩔 수 없는 이별을 겪게 되었고,

그 뒤에 베스는 자신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켜보던 프랭크와 가정을 꾸리게 된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마을을 다시 찾은 게이브리얼의 등장에

베스는 감정의 균형을 잃고,

프랭크 역시 불안해한다.


사실 베스와 프랭크에게는 깊은 상처가 있다.

바로 그들의 사랑하는 아들 바비가

몇 년 전, 목장에서 일어난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었던 것.


자신의 아들과 비슷한 또래였던

게이브리얼의 아들인 레오를 보며

베스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과거의 미완의 감정과

현재의 책임 사이에서

자꾸만 마음이 흔들린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의 양떼 목장에서 또 한 발 총성이 울린다.

그 총성 이후 프랭크는

살인사건의 피의자로 잡히게 되고,

연일 이어지는 법정 심문 속에서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베스의 태도와

게이브리얼과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사건은 점점 복잡해진다.


이 책은 베스의 시점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진다.

농장을 운영하는 평온한 일상과

게이브리얼과의 뜨거웠던 10대 시절이

교차되며 보여지고,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현재 벌어진 사건의 피해자는 누구인지,

진실은 무엇인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직 어린 나이였기에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서로 너무도 다른 환경 속에서

사랑에 빠져 선을 넘어버린

베스와 게이브리얼이 마주한 현실의 벽은

너무나 높기만 했고,


그 순간에도 항상 베스의 곁에서

그녀를 따스하게 지켜보던 프랭크의 모습은

한 소녀의 사랑과 선택이

인생에 어떤 결말을 가져오는지

나비효과처럼 되새기게 만들었다.


이별 후 각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둔 상태의 베스와 게이브리얼은

오랜 시간이 지난 재회에

요동치는 감정을 드러내고,

그녀를 지켜왔던 프랭크와

그들 사이의 사랑을 완성시켜주었던

아들 바비를 떠올리면

그 감정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해서

읽는 내내 화가 나기도 했다.


왜 그들의 아이는 갑자기 세상을 떠났는지,

자신의 아이도 아닌

오래전 첫사랑의 아들인 레오에게

왜 그리 맹목적인 모습을 보이는지,

베스의 이해하기 어려웠던 장면들은

몇 차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스무 고개를 하듯 비로소 정답을 찾고

그녀의 감정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뒤이어 총성으로 시작된 사건,

과거의 선택을 되돌리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가 맞물리면서

억눌린 감정과 오래된 비밀이 드러나고,

각 등장인물의 내면이 변화하며

비로소 이 이야기가 완성되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 보수적인 1950년대의 배경 속,

한참 차이 나는 가정환경이나

여성에게 유독 가혹한 사회의 편견,

규범을 넘어서 자신을 최우선으로 두고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자 움직이는 베스의 여정은

어떤 의미에서는 응원하게 되기도 했다.


법정에서 피의자로 선 프랭크,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베스의 모습 때문에

소설의 서두에서는

‘과거의 사랑’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프랭크가 게이브리얼을 해치지 않았을까

생각했었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새로이 드러나는 사건의 진실,

그리고 반전의 반전처럼

그동안 쌓아온 서사를 무너뜨리는 전개는

쉴 새 없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아들의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상실을 겪은 베스가

무너진 삶에서 도피하듯

첫사랑을 통해 상처 없던 시절의

자신을 마주함으로써 얻은 치유를 통해


각자 무너진 삶 속에서도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아가는

등장인물의 모습은

슬픔이 인간을 파괴하는 동시에

재창조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오래전 안타까운 이별로 끝난 첫사랑,

게이브리얼의 재등장이

베스에게 과거의 감정을 되살리며

혼란을 주었지만


그 감정이 단순한 불륜이나

사랑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자신을 이해하고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외면했던 과거와 제대로 마주할 때

진정한 회복이 가능하다는

작가의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가족의 기대나 사회적 규범에

쉬이 순응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과 직관을 따라

행동하는 베스의 인생을 바라보며,

결국 여성이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지,

그리고 그것이 그녀 스스로

자아를 회복하고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울림으로 다가왔다.


목장에서 벌어진 총성이

단순한 사랑이나 치정에 의한 것,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미스터리에

그치는 이야기가 아니라


무너진 삶을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인지

고심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베스, 프랭크, 게이브리얼을 통해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서로 갈등할 수 있지만,

그 감정을 어떻게 맺음 할 수 있는지는

모두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으며,

그 선택에 따라 인생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


과연 나라면 베스처럼 용기 있게

자신의 인생에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프랭크처럼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진

상대를 아내로 맞을 수 있었을까 싶다.

그 찰나의 선택이 불러오는 파장까지

모두 받아들이는 그들을 통해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인 면을 떠나

진정한 사랑에 대해 조명한 글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치정’ 사건에만 주목하는 동네 사람들과 달리,

그 안에 담긴 엄청난 진실,

그리고 차원을 넘어서는

서로를 향한 각자의 사랑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우리에게 역으로 질문하는 책인 것 같다.


읽고 난 뒤에도 여전히 마음이 무겁고,

과연 남은 그들의 삶이 마냥 행복할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또 어떤 위기나 감정적인 흔들림이 있더라도

각자 자기 삶의 주체로서 살아갈

베스, 프랭크, 게이브리얼, 레오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살아가겠지 하는

안심이 되기도 한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화가 확정되었다고 하는데,

꼭 영상화된 작품을 보고 싶다.

너른 초록빛의 시골 목장,

실제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그 작은 가정을 눈으로 보면

조금은 무거운 마음이 흐려지지 않을까 싶다.


소설 속 그들의 이야기는 끝났지만

또 다른 시작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계속 이어질 그들의 삶에 응원을 보내며

이 책을 덮는 마지막 순간까지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컬 오딧세이 - 한 끼에 담아낸 지속 가능성의 여정
김태윤.장민영.황종욱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나중에는 바나나를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바나나는 씨가 없는 품종이라

접목에 의존해 번식하는데,

이로 인해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낮아

병충해에 취약하다는 것.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해 재배환경이 적절하지 않아

멸종될지도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한 생물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의 세계가 좁아지는

심각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바나나뿐만 아니라 초콜릿, 커피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고,

이렇게 다양한 식재료들이 사라짐으로 인해

우리의 식생활이 단조로워지다 보면

그 끝에는 ‘과연 우리에게 먹을 음식이 남을까?’

하는 걱정에까지 이르게 된다.


누군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 이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들이 있다.

‘로컬 오딧세이’라는 미식 행사를 여는

요리사, 음식 탐험가, 음식 문헌 전문 번역가로

이들은 우리의 미식 경험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한 끼를 먹더라도 그 재료를 내어준 우리의 지구와

각 지역의 생산자, 그리고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식문화까지 지켜나가는

‘지속 가능한 미식의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 책 《로컬 오딧세이》는

그들이 바다와 연안지역을 여행하며

그곳의 식재료와 음식 문화를

지속 가능성의 관점에서 탐구한 기록으로,

부산 기장, 속초, 태안, 제주도, 울릉도, 거문도

여섯 곳의 지역 특산 식재료를 발굴하고

이를 창의적인 요리로 재해석하는 과정을 담았다.


성게나 염생식물, 재래종 돼지처럼

생태계와 기후 변화에 민감한 식재료를 통해

환경과 먹거리의 관계를 조명하고,

자신들이 직접 겪은 삶의 순간과

음식의 위안을 엮어내며

요리가 단순한 소비를 넘어선

문화적 경험임을 강조하는 책 속의 문장은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시야를 확장하는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셰프의 손길 아래 만들어지는

말똥성게 그라탱, 태국풍 골뱅이무침,

페루식 염생식물 요리, 그리스식 수블라키 등

다양한 문화와 조리법을 접목한

실험성 넘치는 퓨전요리는

사진과 문장만으로도 입에 침을 고이게 해

절로 허기를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음식 문헌 전문 번역가의 참여로

각 식재료의 역사적 배경과 문헌적 정보도 함께 제공되며

깊이 있는 이해를 도왔다.


그들의 기록을 따라

전국 방방곡곡 여섯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지역성과 생태, 기억과 조리법이 어우러진

인문학적 여정으로서 접근한 그들의 시야를 통해

읽는 이로 하여금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자라났으며,

어떤 기억과 문화가 깃들어 있는지 배우고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책의 서두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성게알이나 멸치 같은 식재료를 시작으로

점점 찾아보기 힘들거나 가공이 어려워

선뜻 먹지 않게 되는 부새우나 탱자처럼

흔히 지나치기 쉬운 식물, 부수어획물이나

재래종 식재료를 만나볼 수 있었다.


덧붙이는 설명을 통해 이러한 식재료들이

생태적으로 중요한 자원이자

창의적인 요리를 통해

새로운 문화로 재탄생할 수 있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고,


보통 대부분의 식재료를 마트에서 구입하며

산지에서만 접할 수 있는 식재료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이렇게나 다양한 식재료가 존재하고 있으며

그 가치가 얼마나 뛰어난지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멸치의 크기는 다른 ‘종’이 아니라

그저 나이 차이에 의한 것으로,

치어를 먹는 것은 미래의 자원을

당겨 쓰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

어른 팔뚝만 한 크기의 삼치도

아직 ‘성장’ 중인 과정으로,

다 큰 생물을 먹는 것만으로도

지속 가능한 한 끼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은

어렵지 않기에 우리가 시도할 수 있는 행동이라는

경각심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를 요리하는 셰프의 마음,

번거롭지만 정성스러운 손길을 통해

요리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

그리고 자연환경을 연결하는

문화적 행위라는 관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저자들의 개인적인 기억과 요리 경험을 통해

각기 다른 환경에 사는 서로와 문화가 연결되는

유기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식재료와 요리법의

새로운 가치와 긍정적인 의미에도 불구하고

기후 변화와 해양 생태계의 파괴,

지역 공동체의 붕괴 같은 문제들로 인해

수많은 식재료를 수급하고 조리하는 데 있어서도

많은 어려움이 존재하며,


결과적으로 우리가 ‘먹는 행위’가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성찰하게 하는

‘지속 가능성’의 관점은

앞으로의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는 메시지는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전통적인 조리법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문화와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방식으로 식재료를 해석하는

‘로컬 오딧세이’ 행사를 통해

요리가 얼마나 창의적이고 열린 실천이며,

‘로컬’은 단순한 지리적 개념이 아니라

관계와 기억, 생태와 문화가 얽힌

복합적인 개념임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각 지역의 식재료와 요리법을 담은

요리책이기도 하지만

이런 시각들 때문에 인문학적 성찰을 담은

에세이로 와닿는 측면도 있었다.


그동안은 맛 위주로만 생각하던 음식이지만

식재료에 초점을 맞추어보며

‘왜 이 재료를 먹지 않았을까?’

‘이 식재료는 어디에서 왔을까?’

‘이 요리는 어떤 생태적 영향을 줄까?’

같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을 수 있었고,

요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가는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요리를 통해 지역을 이해하고, 생태를 존중하며,

기억을 되살리고, 문화를 교류하고,

삶을 성찰할 수 있다는 것.

로컬 오딧세이 행사를 통해

저자들이 전하고자 하는 철학을 깨달으며

요리법이나 지역 식재료에 대한 이해를 넘어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감각의 변화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우리가 무엇을 먹는가는 메뉴를 고르는

‘선택’의 문제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이는 환경과 공동체,

문화에 대한 태도를 드러내는 행위로,

지역 식재료를 존중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요리하는 것이

곧 삶을 책임 있게 살아가는 방식이

될 수 있음을 깨우칠 수 있었다.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않았던 지역의

식재료와 사람을 만나고,

음식을 통해 누군가를 떠올리거나

어떤 장소를 기억하게 하는,

잊고 있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경험을 통해

우리가 자신과 타인,

과거와 현재를 다시 연결할 수 있다는

관계를 회복하는 도구로서의

요리를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를 두고

어떤 방식으로 어떤 메뉴를 만들까

고민하는 저자의 고민과

결과물로 만들어낸 창의적인 음식을 보면서는

낯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험하고 때로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하는 과정이

창조의 본질이라는 메시지 또한 인상적이었다.


바다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성게를 푸짐하게 충분히 먹는 것,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지역 품종을 소비하는 일상의 작은 선택이,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우리가 매일 하는 요리와 식사 속에서

지속 가능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앞으로 꽤 의미 있는 선택지로 작용할 것 같다.


요리를 통해 세상을 다시 보는 법을

가르쳐 준 이 책 덕분에

우리가 매일 하는 사소한 행위가

얼마나 깊은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깨달으며

마음에 조용하지만 강력한 울림으로 남았다.


맛있게 만들어진 한 그릇의 요리,

그 안에 담긴 서로와의 연결을 잊지 않으며

앞으로 느리고 더딘 발걸음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지속 가능성’의 여정을

이어가야겠다는 다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살인 계획
야가미 지음, 천감재 옮김 / 반타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 출판사의 문예부 편집자 다치바나.

회사에서는 젊은 히트 메이커,

업계에서는 천재 미스터리 편집자로 불리던 그는

도작 사건으로 인해 다른 부서로 좌천된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평범한 직장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그의 앞으로 의문의 원고가 도착한다.


그 안에는 그의 이름과 함께,

그를 살해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처음엔 황당했지만

미스터리 편집자로서의 본능이 피를 끓게 했고,

그는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배달되는 살해 협박 원고에는

아들과 함께 평온한 주말을 보내는 사진이 담겨 있기도 해,

살인 계획이 현실에 가까워짐을 실감하며

다치바나는 약간의 긴장과 두려움을 느낀다.


다음 원고에는

‘자신을 살해할 방법’이 쓰여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그 안에는 범인 X의 직접 만나자는 제안이 들어 있었다.

나를 죽이겠다는 계획을 세운 범인과

과연 그는 직접 만나게 될까.


평범한 직장인 다치바나에게 도착한

살인 계획 원고로 인해

그의 잔잔하던 일상에는 거친 파도가 일어난다.

주말마다 아이와 즐기던 공원에서의 공놀이,

퇴근 후 사랑하는 아내가 차려주는 따뜻한 저녁밥,

그를 지탱하던 평온한 일상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그동안 미스터리 소설로 단련된 그는

살인을 예고하는 범인의 계획을 간파해

그를 잡고 말겠다는 다짐을 한다.


시간이 흐르고,

범인이 살인을 예고한 날짜가 다가오면서

‘그가 죽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긴장감으로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

세 번째 원고를 통해 직접 대면을 요구한 범인,

과연 그 현장에서 그는 죽게 될까.

아니면 범인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왜 그는 다치바나에게 살인 예고를 했을까.


회수되지 않는 궁금증은 계속 쌓이는 와중에

이야기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자극하며,

이야기 속 여러 장치와 심리전을 벌이게 만든다.

무섭지만 어떻게 될지 궁금한 마음으로

대결을 지켜보는 쫄깃한 매력이 가득했다.


실제로 대면한 범인이 꺼낸 이야기,

과연 그 이야기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하는 고민은

다치바나가 범인 X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고

과연 그와의 대결에서 이길 수 있을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다치바나에 대한 살인 예고로

긴장감을 이끌었던 극의 흐름은,

범인 X와의 대면 이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며

책을 읽으며 이후의 스토리를 예측했던 독자 모두가

허를 찔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누구의 경험인지, 누구의 대사인지 짐작할 수 없는

끔찍하고 비틀어진 사건과 심리가 이어지고,

뒤로 갈수록 하나씩 깔아둔 서사가 회수되며

처음 호기심을 갖게 된 범인 X의 정체를 넘어

과연 이 이야기의 끝은 무엇인가 하는

새로운 미궁 속에 빠져들게 되었다.


범인 X와 다치바나의 결투가 마무리된 후

모든 것이 끝난 것인가 싶을 때 즈음,

예상치 못한 새로운 원고가 도착한다.

X가 보낸 것과 같은 원고의 내용에는

다치바나의 숨기고 싶었던 비밀이 담겨 있고,

새로운 두려움과 다시 뒤집힌 진실을 따라

각각의 등장인물을 의심하고 추적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또 한 번

이야기의 흐름이 전복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범인 X는 가해자, 다치바나는 피해자라고

믿었던 책의 서두와 달리

이야기를 더해갈수록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인지,

그리고 누구를 믿고 누구를 의심해야 하는지,

이 말이 과연 진실인지 거짓인지

어느 것 하나 믿을 수 없는 상황은 멘붕과 혼란으로 이끌어

작가의 문장 아래 ‘독자가 놀아나는’ 듯한 기분으로

찜찜해지는 것은 덤이었다.


이야기의 말미 에필로그에 접어들면서

또 한 번 끝났다 싶었던 이야기가 다시 뒤집히고,

진범의 ‘살인 계획’은

여기까지 계획했던 건가 하는 허탈함과 충격이 와닿는다.

과연 ‘완벽하게 아름다운 일류 살인’을 통해

그가 느끼고자 했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물음표가 남기도 했다.


이야기의 서사가 회수될 때마다

새로운 혼란과 공포를 안기는 문장은

예측할 수 없는 서스펜스로,

책을 읽는 독자의 시선을 교란하고 흔들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만들어낸 작가의 함정은

이 작품에 빠질 수밖에 없는 매력이 한가득했다.


모든 이야기를 다 읽고 진실이 드러난 이후에도

여전히 충격의 얼얼함이 가시질 않는다.

다 읽고 난 뒤에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면

진실을 알기 전에 느꼈던 감정,

예상했던 문장의 주인공이 바뀌면서

같은 내용임에도 다시 읽을 때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신선한 경험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은 다른 독자들의 평처럼

영상화된다면 어떨까 하는 기대가 든다.

예상을 비껴가는 이야기의 흐름,

독자의 서사를 무너뜨리는 전개,

완벽한 ‘살인 계획’이 수시로 새로운 국면으로 초대하며

짜릿한 즐거움을 주리라 생각한다.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현실 공포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아직 뜨거운 햇살이 남은 이 계절에

더위를 한 번에 씻어주는 그런 독서가 될 것이다.

실제 일상 속에서 존재할 법한,

마치 정말 뉴스에 등장할 듯해서

어쩐지 더 무섭고 두려운 느낌, 찜찜한 기분이 남았다.


《나의 살인 계획》은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을 넘어,

독자의 심리를 교란하고 흔드는

감각적인 장치들로 가득한 작품이었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우리는 과연 누구를 믿어야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