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살인 계획
야가미 지음, 천감재 옮김 / 반타 / 2025년 8월
평점 :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 출판사의 문예부 편집자 다치바나.
회사에서는 젊은 히트 메이커,
업계에서는 천재 미스터리 편집자로 불리던 그는
도작 사건으로 인해 다른 부서로 좌천된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평범한 직장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그의 앞으로 의문의 원고가 도착한다.
그 안에는 그의 이름과 함께,
그를 살해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처음엔 황당했지만
미스터리 편집자로서의 본능이 피를 끓게 했고,
그는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배달되는 살해 협박 원고에는
아들과 함께 평온한 주말을 보내는 사진이 담겨 있기도 해,
살인 계획이 현실에 가까워짐을 실감하며
다치바나는 약간의 긴장과 두려움을 느낀다.
다음 원고에는
‘자신을 살해할 방법’이 쓰여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그 안에는 범인 X의 직접 만나자는 제안이 들어 있었다.
나를 죽이겠다는 계획을 세운 범인과
과연 그는 직접 만나게 될까.
평범한 직장인 다치바나에게 도착한
살인 계획 원고로 인해
그의 잔잔하던 일상에는 거친 파도가 일어난다.
주말마다 아이와 즐기던 공원에서의 공놀이,
퇴근 후 사랑하는 아내가 차려주는 따뜻한 저녁밥,
그를 지탱하던 평온한 일상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그동안 미스터리 소설로 단련된 그는
살인을 예고하는 범인의 계획을 간파해
그를 잡고 말겠다는 다짐을 한다.
시간이 흐르고,
범인이 살인을 예고한 날짜가 다가오면서
‘그가 죽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긴장감으로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
세 번째 원고를 통해 직접 대면을 요구한 범인,
과연 그 현장에서 그는 죽게 될까.
아니면 범인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왜 그는 다치바나에게 살인 예고를 했을까.
회수되지 않는 궁금증은 계속 쌓이는 와중에
이야기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자극하며,
이야기 속 여러 장치와 심리전을 벌이게 만든다.
무섭지만 어떻게 될지 궁금한 마음으로
대결을 지켜보는 쫄깃한 매력이 가득했다.
실제로 대면한 범인이 꺼낸 이야기,
과연 그 이야기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하는 고민은
다치바나가 범인 X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고
과연 그와의 대결에서 이길 수 있을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다치바나에 대한 살인 예고로
긴장감을 이끌었던 극의 흐름은,
범인 X와의 대면 이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며
책을 읽으며 이후의 스토리를 예측했던 독자 모두가
허를 찔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누구의 경험인지, 누구의 대사인지 짐작할 수 없는
끔찍하고 비틀어진 사건과 심리가 이어지고,
뒤로 갈수록 하나씩 깔아둔 서사가 회수되며
처음 호기심을 갖게 된 범인 X의 정체를 넘어
과연 이 이야기의 끝은 무엇인가 하는
새로운 미궁 속에 빠져들게 되었다.
범인 X와 다치바나의 결투가 마무리된 후
모든 것이 끝난 것인가 싶을 때 즈음,
예상치 못한 새로운 원고가 도착한다.
X가 보낸 것과 같은 원고의 내용에는
다치바나의 숨기고 싶었던 비밀이 담겨 있고,
새로운 두려움과 다시 뒤집힌 진실을 따라
각각의 등장인물을 의심하고 추적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또 한 번
이야기의 흐름이 전복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범인 X는 가해자, 다치바나는 피해자라고
믿었던 책의 서두와 달리
이야기를 더해갈수록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인지,
그리고 누구를 믿고 누구를 의심해야 하는지,
이 말이 과연 진실인지 거짓인지
어느 것 하나 믿을 수 없는 상황은 멘붕과 혼란으로 이끌어
작가의 문장 아래 ‘독자가 놀아나는’ 듯한 기분으로
찜찜해지는 것은 덤이었다.
이야기의 말미 에필로그에 접어들면서
또 한 번 끝났다 싶었던 이야기가 다시 뒤집히고,
진범의 ‘살인 계획’은
여기까지 계획했던 건가 하는 허탈함과 충격이 와닿는다.
과연 ‘완벽하게 아름다운 일류 살인’을 통해
그가 느끼고자 했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물음표가 남기도 했다.
이야기의 서사가 회수될 때마다
새로운 혼란과 공포를 안기는 문장은
예측할 수 없는 서스펜스로,
책을 읽는 독자의 시선을 교란하고 흔들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만들어낸 작가의 함정은
이 작품에 빠질 수밖에 없는 매력이 한가득했다.
모든 이야기를 다 읽고 진실이 드러난 이후에도
여전히 충격의 얼얼함이 가시질 않는다.
다 읽고 난 뒤에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면
진실을 알기 전에 느꼈던 감정,
예상했던 문장의 주인공이 바뀌면서
같은 내용임에도 다시 읽을 때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신선한 경험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은 다른 독자들의 평처럼
영상화된다면 어떨까 하는 기대가 든다.
예상을 비껴가는 이야기의 흐름,
독자의 서사를 무너뜨리는 전개,
완벽한 ‘살인 계획’이 수시로 새로운 국면으로 초대하며
짜릿한 즐거움을 주리라 생각한다.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현실 공포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아직 뜨거운 햇살이 남은 이 계절에
더위를 한 번에 씻어주는 그런 독서가 될 것이다.
실제 일상 속에서 존재할 법한,
마치 정말 뉴스에 등장할 듯해서
어쩐지 더 무섭고 두려운 느낌, 찜찜한 기분이 남았다.
《나의 살인 계획》은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을 넘어,
독자의 심리를 교란하고 흔드는
감각적인 장치들로 가득한 작품이었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우리는 과연 누구를 믿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