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오딧세이 - 한 끼에 담아낸 지속 가능성의 여정
김태윤.장민영.황종욱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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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나중에는 바나나를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바나나는 씨가 없는 품종이라

접목에 의존해 번식하는데,

이로 인해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낮아

병충해에 취약하다는 것.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해 재배환경이 적절하지 않아

멸종될지도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한 생물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의 세계가 좁아지는

심각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바나나뿐만 아니라 초콜릿, 커피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고,

이렇게 다양한 식재료들이 사라짐으로 인해

우리의 식생활이 단조로워지다 보면

그 끝에는 ‘과연 우리에게 먹을 음식이 남을까?’

하는 걱정에까지 이르게 된다.


누군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 이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들이 있다.

‘로컬 오딧세이’라는 미식 행사를 여는

요리사, 음식 탐험가, 음식 문헌 전문 번역가로

이들은 우리의 미식 경험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한 끼를 먹더라도 그 재료를 내어준 우리의 지구와

각 지역의 생산자, 그리고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식문화까지 지켜나가는

‘지속 가능한 미식의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 책 《로컬 오딧세이》는

그들이 바다와 연안지역을 여행하며

그곳의 식재료와 음식 문화를

지속 가능성의 관점에서 탐구한 기록으로,

부산 기장, 속초, 태안, 제주도, 울릉도, 거문도

여섯 곳의 지역 특산 식재료를 발굴하고

이를 창의적인 요리로 재해석하는 과정을 담았다.


성게나 염생식물, 재래종 돼지처럼

생태계와 기후 변화에 민감한 식재료를 통해

환경과 먹거리의 관계를 조명하고,

자신들이 직접 겪은 삶의 순간과

음식의 위안을 엮어내며

요리가 단순한 소비를 넘어선

문화적 경험임을 강조하는 책 속의 문장은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시야를 확장하는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셰프의 손길 아래 만들어지는

말똥성게 그라탱, 태국풍 골뱅이무침,

페루식 염생식물 요리, 그리스식 수블라키 등

다양한 문화와 조리법을 접목한

실험성 넘치는 퓨전요리는

사진과 문장만으로도 입에 침을 고이게 해

절로 허기를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음식 문헌 전문 번역가의 참여로

각 식재료의 역사적 배경과 문헌적 정보도 함께 제공되며

깊이 있는 이해를 도왔다.


그들의 기록을 따라

전국 방방곡곡 여섯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지역성과 생태, 기억과 조리법이 어우러진

인문학적 여정으로서 접근한 그들의 시야를 통해

읽는 이로 하여금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자라났으며,

어떤 기억과 문화가 깃들어 있는지 배우고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책의 서두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성게알이나 멸치 같은 식재료를 시작으로

점점 찾아보기 힘들거나 가공이 어려워

선뜻 먹지 않게 되는 부새우나 탱자처럼

흔히 지나치기 쉬운 식물, 부수어획물이나

재래종 식재료를 만나볼 수 있었다.


덧붙이는 설명을 통해 이러한 식재료들이

생태적으로 중요한 자원이자

창의적인 요리를 통해

새로운 문화로 재탄생할 수 있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고,


보통 대부분의 식재료를 마트에서 구입하며

산지에서만 접할 수 있는 식재료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이렇게나 다양한 식재료가 존재하고 있으며

그 가치가 얼마나 뛰어난지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멸치의 크기는 다른 ‘종’이 아니라

그저 나이 차이에 의한 것으로,

치어를 먹는 것은 미래의 자원을

당겨 쓰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

어른 팔뚝만 한 크기의 삼치도

아직 ‘성장’ 중인 과정으로,

다 큰 생물을 먹는 것만으로도

지속 가능한 한 끼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은

어렵지 않기에 우리가 시도할 수 있는 행동이라는

경각심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를 요리하는 셰프의 마음,

번거롭지만 정성스러운 손길을 통해

요리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

그리고 자연환경을 연결하는

문화적 행위라는 관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저자들의 개인적인 기억과 요리 경험을 통해

각기 다른 환경에 사는 서로와 문화가 연결되는

유기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식재료와 요리법의

새로운 가치와 긍정적인 의미에도 불구하고

기후 변화와 해양 생태계의 파괴,

지역 공동체의 붕괴 같은 문제들로 인해

수많은 식재료를 수급하고 조리하는 데 있어서도

많은 어려움이 존재하며,


결과적으로 우리가 ‘먹는 행위’가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성찰하게 하는

‘지속 가능성’의 관점은

앞으로의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는 메시지는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전통적인 조리법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문화와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방식으로 식재료를 해석하는

‘로컬 오딧세이’ 행사를 통해

요리가 얼마나 창의적이고 열린 실천이며,

‘로컬’은 단순한 지리적 개념이 아니라

관계와 기억, 생태와 문화가 얽힌

복합적인 개념임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각 지역의 식재료와 요리법을 담은

요리책이기도 하지만

이런 시각들 때문에 인문학적 성찰을 담은

에세이로 와닿는 측면도 있었다.


그동안은 맛 위주로만 생각하던 음식이지만

식재료에 초점을 맞추어보며

‘왜 이 재료를 먹지 않았을까?’

‘이 식재료는 어디에서 왔을까?’

‘이 요리는 어떤 생태적 영향을 줄까?’

같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을 수 있었고,

요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가는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요리를 통해 지역을 이해하고, 생태를 존중하며,

기억을 되살리고, 문화를 교류하고,

삶을 성찰할 수 있다는 것.

로컬 오딧세이 행사를 통해

저자들이 전하고자 하는 철학을 깨달으며

요리법이나 지역 식재료에 대한 이해를 넘어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감각의 변화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우리가 무엇을 먹는가는 메뉴를 고르는

‘선택’의 문제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이는 환경과 공동체,

문화에 대한 태도를 드러내는 행위로,

지역 식재료를 존중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요리하는 것이

곧 삶을 책임 있게 살아가는 방식이

될 수 있음을 깨우칠 수 있었다.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않았던 지역의

식재료와 사람을 만나고,

음식을 통해 누군가를 떠올리거나

어떤 장소를 기억하게 하는,

잊고 있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경험을 통해

우리가 자신과 타인,

과거와 현재를 다시 연결할 수 있다는

관계를 회복하는 도구로서의

요리를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를 두고

어떤 방식으로 어떤 메뉴를 만들까

고민하는 저자의 고민과

결과물로 만들어낸 창의적인 음식을 보면서는

낯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험하고 때로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하는 과정이

창조의 본질이라는 메시지 또한 인상적이었다.


바다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성게를 푸짐하게 충분히 먹는 것,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지역 품종을 소비하는 일상의 작은 선택이,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우리가 매일 하는 요리와 식사 속에서

지속 가능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앞으로 꽤 의미 있는 선택지로 작용할 것 같다.


요리를 통해 세상을 다시 보는 법을

가르쳐 준 이 책 덕분에

우리가 매일 하는 사소한 행위가

얼마나 깊은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깨달으며

마음에 조용하지만 강력한 울림으로 남았다.


맛있게 만들어진 한 그릇의 요리,

그 안에 담긴 서로와의 연결을 잊지 않으며

앞으로 느리고 더딘 발걸음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지속 가능성’의 여정을

이어가야겠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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