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틈에 빛이 든다 - 책에서 길어올린 생각의 조각들
류대성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수많은 문제에 직면하거나
다양한 고민에 빠지곤 한다.

누군가는 종교의 힘에 기대어 답을 얻기도 하고
부모나 인생 선배 그리고 지인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그들이 해주는 말을 들으며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

나 역시 고민이 있을 때면
이미 이런 고민의 시간을 거쳐보았을
부모님이나 언니, 선배에게 묻기도 하지만

어떤 때에는 누군가에게 묻지 않고
읽었던 책 속 중 나에게 힘을 주었던 구절을 찾아
혼자 조용히 이를 되뇌며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이 책은 회사에서 국어교사로
또 지금은 작가로 살아가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한 인문학자가 책장 모서리를 접어
마음에 담아둔 문장들을 추려낸 글로,

삶의 고민에 빠져있을 때 건네는
인생 선배의 조언처럼,
혹은 누군가 대신 읽어주는
책 속 힘을 주는 문장과 같은 느낌으로
실제로 흔들리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 책이라고 한다.

책에서는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선택, 속도, 공존, 시선, 시간, 성장이라는 여섯 낱말을
흔들리고 망설이는 현실을 지탱해 줄 키워드로 삼아
책에서 길어올린 문장과 이 키워드를 엮어
인문학적인 따뜻한 조언을 건네었는데

이를 통해 삶의 지평 속 꼭 필요한
나와는 다른 시선과 관점의
조언들을 얻게 되었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인간'의 문제로 귀결되어
좀 더 폭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삶을 살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인생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수많은 선택의 시간,
종착역도 이정표도 없이 불안해하며 걷는
인생 속에서도
자기만의 속도와 스타일을 추구하며
때로는 자기만의 페이스로,
때로는 주변 사람들의 속도에 맞춰
걸을 수 있어야 행복하다고
그는 책 속 문장을 빌려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 안내하며
친절하고 따뜻한 조언을 건네주었고

세상을 살아가며 맺는 나의 관계,
즉 '타인과의 거리'가 바로
지금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이기 때문에
내 입장만을 고수하는
높은 담을 쌓아 올리기보다는
각자의 입장을 공감하고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관계적인 경계를 만든다는
'공존'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다.

또한 나의 생각과 판단, 선택이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함을 전제로 한
타인의 말과 행동을 헤아릴 줄 아는 배려는
궁극적으로 내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되고
행복한 방향으로 시선을 바꾸어 놓는다는
이야기에서는 절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책의 마지막에서 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성장한다는 것은 양손에 쥔 무언가를 내려놓고
또 다른 무언가를 움켜잡는 과정으로,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세계의 벽을 깨고
또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질서와 이기적인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고 때때로 길을 잃고 흔들리더라도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려는
그 정신이 있다고 말이다.

작가는 읽다 접어둔 책장에 빛이 들듯
우리가 사는 팍팍한 일상의 틈에도 언젠가
빛이 드는 순간이 찾아온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의 믿음으로 써 내려간 글을 통해
지금의 나를 돌아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지금 현재의 힘든 나를 잘 다독여 나간다면
제대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기도 했다.

또한 이렇게 책 속에서 삶의 길을 찾고
태도와 방향을 점검하는 이 과정을 통해
망설이고 부딪치고 갈등하지만
그래도 매일 조금씩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든다.

쉽지만은 않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평소의 나라면 쉽게 접하고 읽어보지 않았을
책 속 문장들을 대신 읽어주는 작가의 친절함으로
이만큼 인문학에, 지식과 교양에
가까워지는 독서가 되지 않았나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행 아닌 여행기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재미있는 필명을 가진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대학교 다니던 시절엔가 우연히 읽게 된
《키친》이라는 소설이 시작이었다

이 소설의 단편 중 하나인
〈달빛 그림자〉에 푹 빠져버려서
한창 모든 사이트의 닉네임을
달빛 그림자로 하며
단연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손꼽을 만큼
20대를 거쳐 30대가 되는 긴 시간 동안
그녀의 많은 작품들을 읽고 또 애정 해왔던 터

그런 요시모토 바나나가 쓴 에세이라니
어찌 읽어보지 않을 수 있을까 싶어
읽을 책이 쌓여있는 와중에 이 책을 펼쳤다

조금 스트레스 받는 일상,
어딘가 답답하고 잘 풀리지 않는 인간관계,
미래를 향한 걱정과 두려움까지 더해져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갈증이 드는 요즘이라
여행기라는 제목에서
작가가 어딘가를 여행하며 느낀 시선을
담은 책일까 하는 기대감에 펼쳐본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 다르게
책의 서두에 등장하는 어성초 이야기를 읽고 나니
왜 책 제목이 《여행 아닌 여행기》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이별과 슬픔 혹은 여유가 없는 바쁨 속에서도
발견되는 삶의 아름다움을
즉,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여행하며
느낀 작가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으로

1부에서는 반려동물이나 음식 등
일상의 작은 것들이나 해외여행을 통해
얻은 단상들을

2부에서는 친구 선생님 좋아하는 사람들 등
주변인에게 배운 좋은 것들에 대해

3부에서는 예상치 못한 피해나
이별을 겪으며 깨달은 생각이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까지
폭넓게 그녀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작가이자 엄마이자 딸 그리고 아내로서
모든 역할을 잘 해내는 것에 지친 그녀가
불쑥 '내 인생은 내 것'임을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며

아무리 존경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자기를 맡길 수는 없다는 생각에
내 인생은 내 것이라는 확실한 감각을 바탕으로
주변을 바라보게 된 그 새로운 하루를
담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낄 때,
무슨 일이 있을지 알 수 없어서
불안하고 조급한 인생에서
그저 꽉 움켜쥐고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바람을 타고 파도를 타고 판단하는 것뿐
그런 본능을 갈고닦아야 한다고,
만약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기면
자신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흥미롭게 지켜보면 된다고
책을 통해 인생 선배와 같이 바나나는
담담한 조언을 건네주었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일상에서 만나는 음식, 반려동물, 물건을 비롯해
주변 지인과 좋아하는 사람, 가족과의 관계까지
다양한 인생의 희로애락과 흐름에 몸을 맡기고
스스로가 인생의 제대로 된 주인이 되어
나를 위해 내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삶을 살자는 단단한 결심을 하게 되었다

작가의 말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손을 꼭 잡아 주거나,
죽어가는 개가 마지막 힘을 다해 다가오는
그런 너무도 슬픈 힘을 받아들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아주 무거운 책임을 맡기는 그 힘.
그러나 살아 있는 한 무거워도 받고 싶다.
그리고 나 역시 죽을 때는 모두의 손을 꼭 잡고 싶다.
온 힘을 다해 간절히 바통을 넘긴다.
그것이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소한 것들을 귀하게 보듬으며 살아온
바나나의 삶의 태도가 담긴 이 메시지는
책을 덮은 이후에도 오래오래 잔상처럼 남아

만일 내일이 마지막 하루라 하더라도
오늘과 똑같이 지낼 수 있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나날을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자꾸만 되뇌게 되었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약간씩 차이가 있을 뿐
어느 인생이나 엇비슷할 것이다
맛있는 것을 먹는 날도,
그저 평범하게 산책을 즐기는 날도 있고,
또 어떤 날에는
깊이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내는
이별의 순간도 있고 말이다

그 속에서도 깊고 아름다운
生의 반짝임을 건져낼 줄 아는,
소중히 살펴보고 그것에서 감동하고
다시 새로운 하루의 마음을 단련하면서
나날이 어른이 되어가는 그녀의 생각을 좇아
나 역시 조금은 마음의 키가 자란
느낌을 받기도 했다

하나하나 되짚어보면 아름다운 삶을
스스로 눈을 가리고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며
살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오직 나를 위해 조정하는 내 인생.
근육을 단련하듯 매일 마음을 단련해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새로운 매일을
만들어내는 진짜 어른이 되어가자고
이 책을 통해 다짐해 본다

모든 게 다 내 마음 같지 않아 혼란스러웠던
요즘의 나를 다시금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던
참 고마운 독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4 문화 소비 트렌드 - 지금 눈여겨봐야 할 문화소비자들의 욕망
신형덕 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회사 생활을 할 때에도 그랬지만
'내 사업'을 하게 되면서부터
한 해의 막바지에 이르게 되면
과연 내년은 어떤 것에 포인트를 두고 일해야
좀 더 성과가 있을까 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만들어낸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입장에서
더욱이 인스타그램을 주된 매체로 사용하다 보니
물건을 팔고자 하는 나의 고객이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또 어떤 때에 지갑을 열게 되는지는
캐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내 일을 하면서 새삼 더 깨닫고 와닿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이슈로
모든 사람들의 생활이 일시정지되었다가
얼음 땡을 하듯 다시 풀려가는 요즘,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소비가 일어나고 있어
어디로 발을 딛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던 차에
감사하게도 내년의 문화 소비 심리 예측을 담은
《20214 문화 소비 트렌드》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은 소비자의 소비 유형부터 시작해
라이프 스타일과 뉴미디어
부동산과 주식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다양한 예측을 담은 책으로

지나간 소비 결과를 가지고 분석한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사람들이 누리는 문화생활 이면에 감춰진
소비자의 심리와 욕망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좀 더 다른 트렌드를 담은 책보다
쉽게 읽히고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할 때 해마다 혹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발생하는 문화적 변화들이
단순히 그냥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각기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현상들이 우리가 단편적으로
보는 것보다 더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설명하였다.

이러한 현상들이 일관된 문화적 트렌드를
공통분모로 가지고 있기에
이런 문화 트렌드를 추적하고 여기에 맞는
관점으로 발 빠르게 대처한다면
업무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블루오션을 발견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들었다.

이 책에서 2024년 주목해야 할 트렌드는
경제적 럭셔리라는 말로 설명되는
이코노-럭스 시대가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검소하면서도 럭셔리하고
대중적이면서도 고급 진,
지역적이면서도 글로벌한 양면적인 모습을 가진
이 이코노-럭스 문화 소비자가
부상할 것이라고 말이다.

멀티플 N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코노-럭스 소비자들은
자기만의 고유하고 역동적인 기준에 따라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면서도 자신에게
가장 큰 만족감과 행복함을 주는
제품과 서비스는 망설임 없이 소비한다고 했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줄어든 매출에 대해
마냥 '팬데믹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무언가 변화가 생긴 걸 거야
경기도 불황이니까'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드는 순간이기도 했다.

경기는 불황이어도
여전히 사람들은 지갑을 열어 물건을 사고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는 꽤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망설임 없이 사람들이 지갑을 연다.

내가 사업을 하며 놓치고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
간과하고 있거나 미처 캐치하지 못한
포인트가 무엇인지 재정비하며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총 14가지로 정리된
2024년의 문화 소비 트렌드를 통해
올해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유속에 몸을 맡기고
소극적인 자세로 임했던 과거였다면
다가오는 새해에는 트렌드를 읽고
소비심리를 제대로 파악한 전략으로
나 역시 새로운 도전으로
이코노-럭스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그런 한 해를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그저 한 번 휘리릭 읽기보다는
한 번씩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이 될 때
이 포인트들을 되짚어가며 몰입해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되는 집들의 비밀 - 부와 운을 부르는 공간과 삶에 관한 이야기
정희숙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 때부터 기억에 남는 익숙한 풍경이 있다면
워킹맘이었던 엄마가 집에 있는 날이면
종일 집안을 쓸고 닦고,
또 정리하고 치우며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정성을 쏟는 모습이다.

그렇게 집안을 치우고 정리하며 엄마는
"매일 같이 청소할 수는 없어도,
이렇게 정리만 해도 집이 깨끗해.
한번 쓴 물건은 항상 두는 곳에 갖다 놔서
정전이 되더라도 찾을 수 있어야 해." 하고
잔소리가 귀에 딱지가 앉도록 얘기하곤 했다.

엄마가 왜 그렇게 정리와 청소에 열을 올렸는지
그때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보기엔 크게 다르지 않은 집안인데
왜 그렇게까지 공을 들여야 할까 싶었다.

또 엄마를 보며 신기했던 점 중의 하나는
평상시 물건을 쉬이 사는 편도 아니고
절약정신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었음에도
그만큼이나 '물건을 버리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다는 점이다.

외할머니는 그런 엄마를 보며
"너희 엄마는 버리는 걸 퍽이나 좋아한다."라며
가끔 이해가 안 간다는 투로 얘기했는데
엄마는 "쓸데없는 걸 쌓아둬 봤자 짐만 되고
쓰레기 밖에 안된다."라고 과감하게 물건들을 버렸다.

엄마의 길고도 긴 정리 습관은 6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주말이면 대청소 모드로 돌입하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을 정리하고
자꾸 아빠를 설득해 안 쓰는 물건들을
중고마켓에 내놓기도 한다.

그런 엄마가 얼마 전 '정리 전문가 정희숙이
쓴 책 읽어보고 싶어.' 하고 얘기를 하길래
어떤 얘기가 담겨있길래 엄마가 흥미를 가졌을까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 우리나라에도 유행처럼 번진
'집 정리'와 '미니멀리즘' 덕분에
정리 전문가라는 직업이 알려지게 된 것 같다.

이 책은 유튜브 누적 5,000만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반응을 일으킨
정리 전문가 정희숙 님이 말하는
정리와 삶의 연관관계 그리고 부와 운을 부르는
공간을 꾸리는 팁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정리란 단순히 물건을 깔끔하게 보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왔는데
책을 읽어 내려가며
정리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부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
정리에 대한 태도는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엄마가 평생을 강조해온
'정리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배우지도 않은 엄마가 어떻게 몸소 깨달았는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유행처럼 번지는 미니멀리즘을 위해
무조건 물건을 버리고 공간을 비워낸 뒤
다시 새로운 보관함이나 용기를 사서
'보이는 정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좋은 정리는
집에 있는 기존의 물건을 버리는 일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떤 물건을 내 공간 안에
들여놓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한다는 것,

정리를 하고 공간에 '여유'를 두는 과정을 통해
물건을 비워가며 내게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재점검'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도 하고

그 비워내기를 통해 명확한 내 취향과
나에게 어울리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정리에는 큰 의미가 있지만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그때그때 알게 되며
결과적으로 내 삶의 주인으로 비로소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는
마음에 강한 깨달음을 가져다주었다.

물건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되면 그 존재를 잊고
또 새로 사게 되기도 하고,
마냥 짐이 한가득 쌓인 공간 안에서는
어떤 여유도 생각도 할 틈이 없어진다.

반면 내가 가진 공간을 욕심껏 꽉 채우지 않고
여유 있게 꼭 필요하면서도 나에게 가치 있는
물건들로만 채우는 부자들은 오히려 그로 인해
삶을 주체적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물건에 자기 자리를 찾는 사소한 시작이
우리에게는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하게 해주고
이 공간은 내가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더 큰 자유와 안정을 얻게 해 준다.

물건이 정리되면 마음도 정리되고,
우리는 그 여유 안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며
결과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정리 멘토 정희숙 님의 메시지는

복잡하고 어려워만 보이던 부와 운이
작은 시도만으로도 얼마든지 다가올 수 있다고,
일단 작게는 서랍 한 개,
하루 10분 정리로 시작해 보자고 독려한다.

날 잡고 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던
정리에 대한 편협했던 시각은 물론,
그동안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정리가 가져올 수 있는 수많은 긍정적인 부분까지
엄마가 강조하는 '정리의 힘'에 대해
체계적으로 깨닫고 자극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독서였다.

엄마가 읽고 싶어 했던 책이기도 하지만
한바탕씩 각자의 방을 정리하며
뿌듯함을 느끼는 우리 가족 모두가
읽어보면 도움이 될 책이 될 것 같다.

하루 10분 집 정리,
어렵지 않으니 앞으로는 엄마의 정리 타임에
나 역시 함께 움직여야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ily 2023-11-01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음에 와닿는 서평입니다!!저도 노력하고 싶어집니다.
 
야생의 식탁 - 자연이 허락한 사계절의 기쁨을 채집하는 삶
모 와일드 지음, 신소희 옮김 / 부키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채집 採集이라 하면
널리 찾아서 얻거나 캐거나 잡아 모으는 일로,
열매를 따거나 물고기를 잡는 등
채집과 수렵활동 만으로
모든 식생활을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글쎄, 하고
누구나 말끝을 흐리게 될 것이다.

일단 내 경우만 하더라도 아파트 단지와
빌딩으로 가득 찬 도심에 살고 있으니
채집활동을 할 만한 '자연'이 가까이 있지 않아서
채 하루조차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다못해 텃밭 재배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채집이라 함은 그 조차 불가능하고
오직 줍거나 따고, 잡는 행위만으로
식생활에 필요한 재료를 조달해야 하니
너무 제약조건이 많아 애초에 이 도전을
시작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이런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에 무려 일 년 동안
과감하게 뛰어든 사람이 있었으니
이 책을 쓴 작가, 모 와일드이다.

그녀가 채집 생활을 시작하게 된 데에는
조금 특별한 이유가 있다.
자연 파괴와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는 요즘,
'어느 날 지구에 식량 위기가 닥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만약 그런 식량 위기가 닥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가 채집과 수렵 만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본인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
일 년간의 커다란 도전에 나선다.
돈은 일절 쓰지 않고, 농사도 짓지 않고,
본인이 살고 있는 스코틀랜드 중부 자연에서 나는 것만
직접 채취를 통해 살아가기로 다짐한다.

과연 일 년 동안 그녀는 굶주리지 않고,
음식과 소비의 유혹에 굴복하지 않고
무사히 이 실험을 끝마칠 수 있을까?

이 책은 채집 생활 실험을 시작하게 된 이유와
그녀의 도전기, 도전을 끝마친 후까지
일 년여의 기록을 일기 형식으로 담아낸 글로,
그녀가 써 내려간 글을 읽어 내려가며
계절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자연의 다양한 모습과 그 자연이 선사하는 먹거리,
이를 활용해 만든 음식 레시피를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한 채집은 나무에 열린 열매를 따먹거나
나물 채취, 각종 잎을 활용한 샐러드 같은
채식 위주의 단순한 식단이 채집으로 얻어낼 수 있는
식사 메뉴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또한 어렴풋한 짐작으로
'장을 보지 않고 자연에서 먹거리를 얻는다'라는
그녀의 도전 자체가 꽤나 궁핍하고
고통과 고난 속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니 단순히 열매를 얻는
방법 외에도 물고기나 사슴, 토끼나 까마귀 등의
동물을 잡는 수렵과 새들이 낳은 알을 얻는 등의
육식 메뉴도 꽤 다양하게 있었고,

되려 계절에 따라 채소나 견과류는 섭취하지 못한 채
육류로만 끼니를 채워야 하는 시기도 있는 만큼
채집 생활에 대해 그동안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잘못된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물론 실험 당사자이자 책을 집필한 작가는
어린 시절을 아프리카에서 보낸 이력이 있는
자연을 사랑하는 채취인 이자 평소에도
채식 위주의 식단을 실행하고 있는 약초 학자이기에
다양한 식용식물에 대한 지식이 있어
조금 더 유리한 면이 있지 않을까 하는 점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찌 그 도전이 쉽기만 할까.

숲에서 다양한 나뭇잎과 버섯을 채취하고,
시간을 기다려 바다에서 해초를 뜯고,
고등어 낚시에 직접 도전하거나
'채집 생활'의 유지를 위해 채식에서 벗어나
육식을 위주로 식사를 하며 괴로워하는 에피소드,

때때로 찾아오는 우울감에
오르내리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따라가며
그녀가 이 실험으로 깨우치고자 한 질문의 답을
직접 체험하지 않고도 나 역시 깨달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감사하고 존경스러운 마음까지 든다.

날 것의 자연이 주는 야생의 맛과
건강(다이어트를 떠나 혈당이나 체내 미생물 등)에
주는 효과를 읽어내려가며
야생식에 대한 흥미가 생겼을 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에게도
그 무엇을 지불하지 않아도,
자연이 공평하게 베푸는 풍성함에 감사함이 든다.

환경오염과 자연 파괴에도 묵묵히 제 역할을 하며
계절마다 본인을 헐어 우리를 '생존'하게 해주는
자연의 경외로움까지 잊고 있던 문제를 깨달으며
이 책을 덮었다.

야생의 식탁은 단순히 입에 맛있고 배가 부르며,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먹거리는 아니다.
시간은 걸리고 매 끼니 고군분투 투성이지만
자연에 집중하는 순간 복잡한 생각이 모두 사라지고
단순히 '채취'하며 솟아나는 즐거움과
마음의 배부름까지 가져다줄 수 있는 만큼

이 책에 써 내려간 그녀의 도전을 통해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나갈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을 얻게 되어 참 뿌듯한 마음이다.
좀 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인간과 자연의 몸과 마음이 한데 건강해지는 길을
고려할 수 있는 시각을 가지게 된 독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