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메리골드 시리즈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 소설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메리골드 시리즈'로
누적 판매 30만 부를 돌파한 K-문학 힐링 판타지 결정판,
2023년 소설 베스트셀러 1위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윤정은 작가의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인생의 후회되는 순간을 세탁해 지워준다는
이 판타지는 읽는 이로 하여금
'나도 이 세탁소에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누구나 마음속 한구석에 가지고 있는
후회, 그리고 상처와 제대로 마주할 수 있어
읽는 내내 몰입하고 공감하게 해준
최고의 힐링 소설이었다.

이번에 출시된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은
전작 세탁소에 등장하는 인물이자
세탁소 주인인 지은처럼 특별한 능력을 가진
'해인'이 중심에 선다.
시크하지만 속내 따뜻한 사장 지은이
정성 어린 기도로 손님들의 마음의 얼룩을 지워주던
마음 세탁소 1층 한편에 해인이 사진관의 문을 열고
방문하는 손님들의 바로 읽고 싶은 마음이나
보고 싶은 미래를 사진으로 찍어주며
이번 시리즈의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전작처럼 운명에 이끌리듯
사진관을 찾아온 손님들은
저마다 비교할 수 없는 슬픔과 상처를 안고 있다.

믿었던 친구의 배신으로 졸지에 바닥으로 주저앉아
이 고통스러운 삶을 아이에게만큼은 물려주고 싶지 않아
삶을 끝내려는 부부 봉수, 영미와 어린 딸 윤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커리어를 가지고도
오빠만을 편애하는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살아온 탓에 자신을 오롯이 사랑하지 못하는 여자 수현,

꿈을 찾지 못해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거나,이조차 끈기 있게
해내지 못하고 집에서 잉여의 하루살이 삶을
살아가는 20대 청년 범준,

일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이제는 자신이
가족들에게 투명 인간처럼 느껴지는
중년의 워킹맘 상미까지.

그동안 어디에도 솔직하게
본인의 속 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었던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각기 사정은 다르지만
꼭 우리의 현실과 닮아있었다.

그래서인지 사진관을 찾아온 이들이
해인이 내어준 따뜻한 위로 차 한 잔을 마시며
담담하게 자신의 상처를 고백하고
그가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모습은
책을 읽는 우리의 마음까지 천천히 녹아들게 만들고,

신기하리만큼 단단한 결심으로
두렵지만 용기 있게,
알 수 없는 미래에 행복한지 불행한지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선 이들의 모습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컴컴한 현실을 살고 있는 이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과연 행복한 삶일지 걱정되는 마음에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과 호기심이 동시에 나타났다.
닫아두었던 깊은 속 마음을 열고
카메라 앞에서 가장 진실한 '자신의 모습'으로 선
손님들의 용기가 그들의 미래와
지금부터의 인생을 바꾸게 해 준
결정적인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사진 한 장이 미래를 바꾸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사진관을 찾는 손님 각자가
스스로의 상처와 마음을 제대로 마주하고
앞으로의 인생을 바꾸겠다는 '선택'을 했기에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행복한 삶을 위해 변화'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방문하는 손님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그들의 상처를 보듬으며
이들의 발걸음을 묵묵히 인도하는,
외로웠지만 타인을 생각할 줄 알았던
해인과 지은의 모습은
책을 덮고도 오래 잔상처럼 남는다.

'후회를 지운다'거나 '미래를 미리 본다'라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지금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미래는 변화하는 것 같다.
그 변화를 따스한 마음으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메리골드 세탁소'와 '메리골드 사진관'은
그 꽃말처럼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을
스스로 깨치게 해주는 마법 같은 장소가 되어주었다.

전작보다 뛰어난 후속작은 없다지만,
더 큰 감동과 진한 마음의 위로로
더 슬프고 더 행복한 전작 그 이상으로
많은 울림이 준 책이었다.

책의 후반부, 봉수의 아내 영미와 연자가
틈틈이 운영하는 우리 분식 심야 식당과
수현이 메리골드에 차린 책방을 보며
사진관 이후에 이어질 또 다른 '메리골드 시리즈'
후속작을 기대해 본다.

상처를 보듬어주고 행복으로 이끌어주며
우리의 지친 일상을 부드럽게 토닥이는
메리골드 시리즈가 계속 출시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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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30만 부 기념 한정 플라워 에디션) 메리골드 시리즈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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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누구나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싶은 후회의 순간이 있다.
시간을 되돌려 후회됐던 일을 없었던 일로 되돌리거나
그 일을 지워버리면 이렇게 힘들지 않고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도 들고 말이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살아온 인생에서
'후회되는 순간을 지울 수 있다면?'이라는
전제로 시작되는 힐링 판타지 소설이다.

조용한 마을에 마법처럼 등장한 한 세탁소,
이 세탁소는 평범한 세탁소와 다른 점이 있다.

세탁소에서 내어주는 티셔츠를 입고
본인이 인생을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을 떠올리면 옷에 얼룩으로 나타나
본인의 '선택'에 따라 얼룩을 아예 지우기도
혹은 상처는 남겨둔 채 살짝만 다림질할 수도 있는
특별한 판타지가 담겨있다.

책에서는 세탁소를 찾게 되는
각기 다른 등장인물의 사연을 통해
그들이 가진 후회와 상처를 보여주는데,

그들이 특별한 능력을 가진 세탁소 주인
지은과 만나 스스로
후회하고 있는 순간과 상처를 마주하고
이를 씻어내는 과정을 거치며

슬픔과 기쁨이 결국에는 이어져 있음을,
아픈 상처도 아름다운 꽃이 될 수 있음을,
'밝은 슬픔'이 존재함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그런 날에도
나를 다시 살게 하는 누군가의 격려와 믿음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마음 따뜻한
위로와 믿음의 메시지를 얻을 수 있었다.

'마음 세탁소'라는 공간과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을 통해 실존할 수 없는 공간이지만
'만약 존재한다면 나도 찾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그들을 응원하며
순식간에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어
책을 펼친 뒤로 마지막 장을 읽고 덮을 때까지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단숨에 읽어 내려간 책이었다.

정말 탄식이 나올 만큼 안타까운
등장인물들의 사연에 울컥하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이겨내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 가슴 찡함은 물론,

내가 가진 지난날의 상처와
후회했던 선택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런 감정을 '후회'로 멈춰있기 보다
스스로 그 상처를 세탁하고 극복해
앞으로 나아가야겠다는 용기를 가지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책에서 등장하는 여러 인물 가운데,
초반에 등장하는 재하의 어머니인
연자 씨의 사연이 특히 마음에 와닿았다.

누구나 후회의 순간을 지우고 싶어 하지만,
그 얼룩은 그 얼룩 자체로 그날들이 있었기에
'오늘이 좋은 것'을 알게 되었기에
과감히 상처를 지우지 않은 채 안고 살아가겠다는
그녀의 용기 있는 결심이 많은 울림을 주었다.

후회로 남은 순간들, 상처에 집중해 살아가면
나머지 날들도 그 감정에 잡아먹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꾸 과거로 거슬러
웅크리고 위축되는 삶을 살게 되는 것 같다.

가끔은 힘들어 빨간 불이 들어와 멈추기도 하지만
언젠가 다시 나타날 초록 불을 기다리면서
오늘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놓치지 말고
누구에게나 있는 초능력인
'삶을 원하는 대로 만들어가는 힘'을 믿고
살아가자는 메시지가 오래 잔상처럼 남는다.

상처를 털어낼 수 있는 마음 세탁소에
누구나 한 번쯤 다들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

상처받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만큼은 상처와 후회가 옅어져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제대로 된 '오늘'을 살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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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당신의 말로 결정된다 - 나를 변화시키는 가장 쉽고 강력한 말습관
니시 다케유키 지음, 정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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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차이는
'어떠한 일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인 의지에 달려있다고 믿었다.

의지만 있으면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던 터라
'의지'가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온다고 생각해왔고,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일을 해내지 못했을 때는
나의 의지가 부족한 탓인가 자책할 때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작심삼일이 결코 나쁜 게 아닙니다" 라는 말로
잘되는 사람과 안되는 사람을 가르는 한 끗은 '말 습관'의 중요성에 있다고
이야기하는 책이 있어 궁금한 마음에 펼쳐보게 되었다.

이 책은 뇌과학자인 니시 다케유키가 쓴 책으로,
인생에서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인 나와의 '뇌 속 대화'를 통해
자신의 기분을 북돋아주고, 새로운 발상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어주거나
목표 달성을 도와준다면 인생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그는 책의 서두에서 자기 자신과의 대화로 스스로를 성공으로 이끌어간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의 사례를 통해
뇌 속 대화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강조 하였고

상황과 목표에 따라 필요한 뇌 속 대화를 그때그때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매사를 파악하는 방법이나 행동은 물론 능력, 성격, 나아가 건강과 습관,
업무 능률까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꿔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내일 자신에게 하는 말을 조금만 바꾸면 뇌가 활성화되고,
결국 스스로가 원하던 모습이 되어 자기 실현을 이룰 것이다'는
기대감을 제시하였다.

그는 책에서 총 45개의 뇌 속 대화 방법을 제시하였는데
그중 하나의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뇌는 말에 따라 순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에
"피곤해" "지루해" "싫어" "관심없어" 등의 부정적인 말 뒤에
'그래도'라는 말을 사용하기만 해도 뇌는 첫 번째 말과
반대되는 말을 만들어 내려고 해서 긍정적인 말이 이어서 나오게 되고,
이런 말습관을 계속 이어나가게 되면 뇌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하도록 촉진한다는 것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말습관은 이처럼 대단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인생을 바꾸려면 큰 일을 해야 하고
대단한 결심과 실행력을 갖추어야만 한다고 믿지만,
그는 매일 하는 사소한 일들이 우리를 바꾼다고
그 밑바탕이 되는 것이 뇌 속 대화이며, 뇌 속 대화는 인생을 확실하게 바꿔준다고 말한다.

✔ 불안과 초조함을 날려보내는 '선택형 뇌 속 대화'
✔ 감정을 통제하기 쉬워지는 '제삼자의 뇌 속 대화'
✔ 꽉 막힌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가정형 뇌 속 대화'
✔ 창의력을 높이는 '질문형 뇌 속 대화'
✔ 효율을 높이고 일을 빠르게 진행시키는 '우선순위의 뇌 속 대화'

책에서는 어렵지 않게 누구나 실현할 수 있는 사소하지만 확실한,
다양한 상황에 활용할 수 있는 말습관을 안내함으로써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누구나 쉽게 시도해 볼 수 있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해주었는데,
성공을 위한 변화를 실현하는데 있어 도전의 부담을 낮춰 줬다는 점도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미 '어른이 되어 고치기 어려운' 여타의 다른 습관이나 행동과 달리,
뇌는 가소성이 있어 어른이 된 이후에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한다.

'되고 싶은 나'로 변화하기 위해서 의지가 약한 스스로에게 실망하거나
지켜지지 않는 작심삼일의 계획을 세우기 보다
간단한 단어 하나로, 심플한 문장 하나로, 사소한 말습관 하나를 가져보자는
그의 제안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무게감 있게 와닿았다.

언젠가부턴가 하루에 단 한 가지라도 마음에 드는 일이 있었다면
'그래도' 좋은 하루 였다고 생각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루틴이 생겼다.
이런 사소하고 작은 '스스로와의 대화'가 하루를 긍정적이고
만족스럽게 만드는데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걸 느끼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작은 말습관'이 사실은 나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었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책을 통해 배운 다양한 말습관을 가져간다면,
더 많은 변화와 큰 성공의 길로 나를 이끌 수 있겠다는 기대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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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세 방연순 할머니
공가희 지음, 방연순 그림 / KONG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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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반 전 즈음, 요양병원에서 긴 시간 삶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시던 외할머니가 수술 후 깨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나와 나이 뒷 자리가 똑같아 50세 차이였던 젊은 할머니가
한 줌의 재가 되어 '생과 사'라는 종이 한장 차이만큼의 간극을 넘어
더이상 우리 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한 차례 가족의 죽음을 겪어보았지만 또 다른 의미로
생경한 경험이자 아픔이었다.

할머니는 요양병원에 들어가시기 몇 년 간은 함께 살았었는데
그때는 지금 느끼는 아릿한 그리움을 예상하지 못한 채
할머니와의 시간을 당연스레 흘려보냈다.

할머니가 요양병원에 들어가시고 점점 얕아지는 인지능력과 기억으로
그렇게나 예뻐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던 우리가 누군지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되면서 슬슬 뒤늦은 후회의 감정이 들었다.

아직 살아계시지만 '할머니가 이랬었는데' 하고
과거형으로 할머니를 추억할 때가 많았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코로나라 면회가 되지 않아
할머니의 삶 마지막은 참으로 외롭고 쓸쓸하기만 했던 것 같아
돌아가시고 나서야 그 때 더 자주 찾아뵐 걸 하는 마음이 들곤 했다.

이제는 시간이 꽤 지났지만 여전히 할머니가 요양병원에 계신듯
아직도 이따금 찾아오는 그리움에 먹먹해진다.

우리 할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한창 주간보호센터에 다니시던 시절 활동하고 집에 가져오던
그림과 비슷한 방연순 할머니의 그림책을 보고는
펼쳐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할머니의 그림에 손녀의 글, 엄마와 외삼촌에게 물어 찾아가는
방연순 할머니의 삶을 따라가면서 분명 '타인'임에도
'우리 할머니'와 같은 모습이 많이 보여 몇 번이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수술을 앞둔 중환자실에서 고통에 눈 뜨지 못했음에도
목소리만 듣고도 엄마인 큰 딸을 알아보던 할머니,
30대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도 엄마와 삼촌, 이모를 생각해서
정신줄을 붙들고 생활전선에 뛰어 들었던 할머니,
넉넉치 않은 큰딸의 가정형편에 남의집 밭일을 거들어주고는
얻어낸 채소나 과일 등을 들고 이고 우리집에 찾아오거나
쌀을 팔아 보내고 떡을 해 오던 할머니,
그렇게 고생만 하며 살고도 편한 노후는 커녕
평생 가장 멀리 간 곳이 동네 할머니들과 갔던 제주도 여행이 전부였던 할머니.

방연순 할머니의 삶과 너무도 닮아있는 나의 할머니를 추억하며
그래도 아직 살아계신 할머니에게 좋은 추억이자 선물이 될 수 있게
책을 만들어낸 손녀의 마음이 대단하기도 참 부럽기도 했다.

가족을 위해 평생의 모든 노력을 쏟아낸 할머니의 인생에 남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단 한순간도 '나'는 생각하지 않고 자식과 손주들만 생각한 할머니는 행복했을까.
그런 질문을 던지곤 했는데,

가족이라는 이름을 가지고도 나역시 할머니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참 많았구나,
이제는 묻지도 못하는 질문의 답을 이렇게나마 대신 찾아본다.

어린시절 방학을 맞아 할머니 댁에 가면
쟁반 한가득 수북하게 계란프라이를 부쳐놓고
초코파이와 쿠크다스를 사놓고는 하나라도 입에 더 넣어주려 애쓰던 할머니가,

눈밭에서 뛰놀다 들어오면 내복만 입은채
아랫목 뜨끈한 이불 속에 우리를 넣어둔 채
찬물로 빨래를 해서 빨개진 손으로 감기 걸릴새라
우리 옷을 연탄불 위에서 펼쳐들고 말리던 할머니가 떠오른다.

읽는내내 할머니가 많이 떠오르고 너무도 보고싶은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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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악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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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큰 이슈가 되었던 AI 컴퓨터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치 국가대표 경기를 보듯 기계와 인간의 대결 앞에
우리와 '한 팀'인 그를 응원하는 마음에
한 경기 한 경기를 치를 때마다 쏟아지는
기사에 눈을 떼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알파고에 연이은 패배로
점점 굳어가고 초조한 표정으로 바뀌던
천재 바둑 기사 이세돌의 모습을 보며 느낀 감정은
창피하겠다 혹은 이만큼이나 발전한
과학기술에 대한 경이로움보다는

인간보다 뛰어난 컴퓨터,
'스스로 생각하고 진화하는 기계'라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감이 크게 느껴졌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에만 하더라도
테슬라 생산공장에서 작업 로봇이
인간 작업자를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 만큼
인간이 만들어낸 컴퓨터가 단 시간에 인간을 뛰어넘고
스스로 진화해 우위를 점했다는 점이
어딘가 모르게 섬뜩하면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감정에 휩싸이게 했다

이 책은 폰 노이만 프로젝트의 핵심 질문인
'인간의 이해나 통제를 넘어 진화하는 지능을 가진
자기 복제 기계의 탄생은 가능한가'에 대한
답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사실을 기반으로 한 픽션으로 씌여진
벵하민 라바투트의 신작이다

일반적인 소설과는 달리 실존 인물을 다뤘기에
읽는 내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느 부분이 허구인가를 헷갈릴 정도로
몰입감 있는 표현과 디테일로 가득한 책으로

평상시 과학사와 세계사 특히 양자역학이나
컴퓨터 등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기에
총 3부작으로 파울 에렌페스트, 폰 노이만, 이세돌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세부적인 내용들은
꽤 어렵게 느껴지고 의문이 가득했지만

천재로 불리는 각 인물의 내면과 행동,
그로 인해 변화하는 세계를 심도 있게 표현한
과거 - 현재, 동양 - 서양, 인간 - 기계가 충돌하고
대결하는 격전의 모습이 흥미진진해
쉼 없이 빨려들 수 있었다

이야기는 물리학자 파울 에렌페스트의
비이성의 발견으로 시작해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컴퓨터과학자인
폰 노이만에 의해 매니악 컴퓨터가 발명되는 과정,
그리고 그것이 더욱 발전되어 지금의 AI(알파고)로 이어져
바둑 기사인 이세돌과 대결하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전개된다

모두가 익히 알고 있듯 인간이 만들어낸
과학적 발전의 결과물이 인간의 지성
그 이상으로 뛰어넘는 결말까지 이어지며

세상에 없는 것, 완전히 새로운 것,
신의 영역에 발을 들이게 하는 결정적인 것을 향한
천재들의 광기 어린 지성을 보여줄 뿐 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그들의 고뇌와 격돌, 갈등과 갈망을
적나라하게 마주하며 과학자들의 땀과 노력 속에
가려진 민낯도 확인할 수 있었다

2부인 폰 노이만의 이야기는 총 3부 가운데
가장 중점적이고 심도있게 다뤄졌는데,
주변인들이 화자가 되어 인터뷰하듯 이야기하는
그들의 입을 통해 언급되는 노이만의 모습을 통해
그의 내면을 짐작하고 들여다보는 접근 방식으로
독자 스스로가 정보를 조합해
노이만에 대한 판단과 의문,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듯한 느낌으로 그의 발걸음을 따라갈 수 있어
숨이 턱 막힐 정도로 흡입력이 있었다

이어지는 이세돌과 AI의 대결을 통해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의
대미를 장식하였는데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연이어 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번째 대결 37수에서
획기적인 '신의 손길이 닿은 한 수'를 둔
이세돌의 회심의 일격을 담은 장면을 통해

'모든 사람을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 위기에 처한'
오늘날의 현실에서 단순히 바둑의 수를 넘어
인류가 가진 힘과 희망을 느낄 수 있어
한 명의 인간으로서 짜릿한 마음을 느끼기도 했고

인간의 경험치를 뛰어넘어 무한해 보이는
컴퓨터의 발전이 앞으로 다가올 과학사와 세계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책을 덮는 마지막에는
두려움 반 궁금증 반으로 너른 상상을 펼칠 수 있었다

과학의 발전뿐만 아니라 천재적인 한 인물의
심리적인 묘사부터 복잡한 아이디어를
독자들에게 엄청난 양의 문장으로 풀어내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앞으로 끌어나가게 한
작가의 필력으로 긴 호흡의 책이지만
내내 감탄하고 몰입하게된 독서였다

닫힌 결말이 아닌 한계 없는 가능성을 보여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맺어진 이 책을 보며
낯설고 끔찍하지만 이 아름다운 과학기술의 발전이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책을 덮고난 뒤에도
여전히 물음표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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