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메리골드 시리즈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 소설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메리골드 시리즈'로
누적 판매 30만 부를 돌파한 K-문학 힐링 판타지 결정판,
2023년 소설 베스트셀러 1위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윤정은 작가의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인생의 후회되는 순간을 세탁해 지워준다는
이 판타지는 읽는 이로 하여금
'나도 이 세탁소에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누구나 마음속 한구석에 가지고 있는
후회, 그리고 상처와 제대로 마주할 수 있어
읽는 내내 몰입하고 공감하게 해준
최고의 힐링 소설이었다.

이번에 출시된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은
전작 세탁소에 등장하는 인물이자
세탁소 주인인 지은처럼 특별한 능력을 가진
'해인'이 중심에 선다.
시크하지만 속내 따뜻한 사장 지은이
정성 어린 기도로 손님들의 마음의 얼룩을 지워주던
마음 세탁소 1층 한편에 해인이 사진관의 문을 열고
방문하는 손님들의 바로 읽고 싶은 마음이나
보고 싶은 미래를 사진으로 찍어주며
이번 시리즈의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전작처럼 운명에 이끌리듯
사진관을 찾아온 손님들은
저마다 비교할 수 없는 슬픔과 상처를 안고 있다.

믿었던 친구의 배신으로 졸지에 바닥으로 주저앉아
이 고통스러운 삶을 아이에게만큼은 물려주고 싶지 않아
삶을 끝내려는 부부 봉수, 영미와 어린 딸 윤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커리어를 가지고도
오빠만을 편애하는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살아온 탓에 자신을 오롯이 사랑하지 못하는 여자 수현,

꿈을 찾지 못해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거나,이조차 끈기 있게
해내지 못하고 집에서 잉여의 하루살이 삶을
살아가는 20대 청년 범준,

일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이제는 자신이
가족들에게 투명 인간처럼 느껴지는
중년의 워킹맘 상미까지.

그동안 어디에도 솔직하게
본인의 속 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었던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각기 사정은 다르지만
꼭 우리의 현실과 닮아있었다.

그래서인지 사진관을 찾아온 이들이
해인이 내어준 따뜻한 위로 차 한 잔을 마시며
담담하게 자신의 상처를 고백하고
그가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모습은
책을 읽는 우리의 마음까지 천천히 녹아들게 만들고,

신기하리만큼 단단한 결심으로
두렵지만 용기 있게,
알 수 없는 미래에 행복한지 불행한지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선 이들의 모습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컴컴한 현실을 살고 있는 이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과연 행복한 삶일지 걱정되는 마음에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과 호기심이 동시에 나타났다.
닫아두었던 깊은 속 마음을 열고
카메라 앞에서 가장 진실한 '자신의 모습'으로 선
손님들의 용기가 그들의 미래와
지금부터의 인생을 바꾸게 해 준
결정적인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사진 한 장이 미래를 바꾸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사진관을 찾는 손님 각자가
스스로의 상처와 마음을 제대로 마주하고
앞으로의 인생을 바꾸겠다는 '선택'을 했기에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행복한 삶을 위해 변화'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방문하는 손님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그들의 상처를 보듬으며
이들의 발걸음을 묵묵히 인도하는,
외로웠지만 타인을 생각할 줄 알았던
해인과 지은의 모습은
책을 덮고도 오래 잔상처럼 남는다.

'후회를 지운다'거나 '미래를 미리 본다'라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지금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미래는 변화하는 것 같다.
그 변화를 따스한 마음으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메리골드 세탁소'와 '메리골드 사진관'은
그 꽃말처럼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을
스스로 깨치게 해주는 마법 같은 장소가 되어주었다.

전작보다 뛰어난 후속작은 없다지만,
더 큰 감동과 진한 마음의 위로로
더 슬프고 더 행복한 전작 그 이상으로
많은 울림이 준 책이었다.

책의 후반부, 봉수의 아내 영미와 연자가
틈틈이 운영하는 우리 분식 심야 식당과
수현이 메리골드에 차린 책방을 보며
사진관 이후에 이어질 또 다른 '메리골드 시리즈'
후속작을 기대해 본다.

상처를 보듬어주고 행복으로 이끌어주며
우리의 지친 일상을 부드럽게 토닥이는
메리골드 시리즈가 계속 출시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