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잘되길 바랍니다 - 사람을 보고 길을 찾은 리더의 철학
권영수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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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 회사에 취직하고 나면

정년까지 다니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요즘은 연봉이나 복지, 조건이나 비전 등에 따라

철새처럼 쉬이 회사를 옮기는 사람이 많다.

'내 회사'라는 마음보다는

그저 밥벌이로 직장을 바라보는 경우도 왕왕 있다.


직원을 회사의 부속품 정도로 생각해

쉽게 교체하거나 버리고,

노력이나 수고스러움을 치하하기보다는

능력을 발휘하는 건 월급을 주니

당연한 것이라 여기는 냉혹한 시대다.


회사의 발전에 이바지하거나

혹은 승진을 통해 커리어에서의 발전,

목표를 이루는 성장이나 애사심은

뒷전이 되어버린 요즘,

평사원으로 시작해 CEO까지 올라

한 조직을 일으킨 리더십의 대가가

사람 그리고 진심으로 승부를 걸어온

이 기록은 색다르게 다가온다.


시대가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원칙,

자신만의 '사람'을 바라보는 믿음으로

45년이라는 시간 동안

위기에 물러서지 않고 변화 속에서 길을 찾아온

LG그룹 권영수 전 부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대기업의 대물림식 경영으로

"아무리 애써봤자 올라갈 수 있는 곳엔

한계가 있는 법이지" 라며

노력하기보다는 버티거나,

혹은 나태하게 그저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포기하지 않는 자가 결국 이긴다는 믿음을

몸소 실천하고 보여주는 그의 시간은

매일이 승부처 그 자체인 현대에

따뜻한 응원이자 따끔한 동기부여로 다가온다.


책은 사원 시절부터 CEO가 되기까지

그의 커리어 시계를 따라

자신이 임한 사업에서 무엇을 배우고

성장했는지 그 행보를 보여준다.


교련 과목을 이수하지 못해

군 문제 해결을 위해 시작한 회사 생활이

정년을 맞이해 퇴사하기까지

무려 45년의 시간 동안

그가 만나온 리더들의 가르침,

빛나는 성장과 때로는 모험 같았던 도전,

그리고 뼈아프게 시린 실패까지.

좋은 학교를 나와 탄탄대로를 걸었을 거란

예상을 뒤엎듯 기복이 있던 매일을 담았다.


사회 초년생 시절,

무게감을 잡지 않고 가깝고 열린 마음으로

아직 미숙했던 그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맘껏 펼칠 수 있게 지원하고 도와주었던

조직의 감사함으로 성장한 경험.


국내외 현장에서 자신만의 원칙과 직관,

때로는 과감한 결정으로 많은 성과를 이뤄내며

쌓아 올린 실행력과 책임.


IMF와 M&A의 위기에서도

숫자나 전략보다 사람을 믿고,

실패와 고비 속에서도 인내심과

이해로 이겨낸 위기.


CEO가 된 뒤 과감하고 무모해 보이지만

공감과 소통의 리더십으로 이뤄낸

다양한 성과의 과정을 소개하며,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었고

더 나아가 나의 직장 생활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얼핏 단순한 성공담이나 자랑,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직장 생활은 늘 성과와 수익이 중요하며

인간적인 면모나 소통은 뒷전으로

생각하기 쉬운 요즘에


진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어떤 관계와 경영이 우리를 성공으로 이끌며

위기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지를

일깨워 주는 새로운 시각은

CEO나 상사를 '꼰대'쯤으로 취급하며

귀담아듣지 않던 비틀어진 마음을

환기시켜 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기업의 일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각자가 하나하나의 역할을 하고,

나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힘을 합쳐 해낸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실적을 내는 것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이를 해내는 각각의 사람,

함께 일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고

그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그의 리더십과 접근법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통하는 진심,

부속품이 아닌 동료로 바라보는 그 마음이

되려 열심히 하고 싶은 동기부여로

작용하리라 생각한다.


비단 기업의 운영이나 직장 생활을 넘어

우리가 속한 다양한 사회,

타인과의 인간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는

따뜻한 시선이 담긴 문장들은

오래 마음속에 남는 인생 조언이 될 것 같다.


인생을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어려움이 닥칠 수 있고,

그 어려움은 누구도 피해 가지 않고 찾아온다.

그럴 때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며

행동하는지에 따라,

또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얻었는지에 따라

같은 어려움이라 할지라도 다른 역할을 하고

다른 결과를 가져오리라 생각한다.


마냥 바르고 정석대로 하는

뻔한 해결책이 아니라

때로는 무모하고 도박 같은 결단력으로,

어떤 때에는 신중하고 확실하게 데이터로,

그리고 그 기반에는 공통적으로

'사람'을 이해하고 우선시하며

진심으로 임하는 자세,

자리가 올라가더라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자신만의 주관과 원칙을 이어간

그의 인생을 바라보면서


내가 부족하고 놓치고 있었던 것이

그저 기회나 실력, 운이 아니라

일을 바라보고 임하는 자세,

진정성에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자신의 커리어를 통해

오랜시간 쌓아 가슴에 새겼던 마음과 문장들을

인생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그의 진심은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좋은 나침반이자 힘,

세상을 바라보는 단단한 롤모델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달콤한 성공, 쓰디쓴 실패,

때로는 억울한 오해와 시기 같은 어려움이

우리의 인생에도 다가오겠지만

먼저 인생을 살아내며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한 그의 발걸음으로

덜 헤매고 더 도약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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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비오톱
나기라 유 지음, 부윤아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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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가끔은 분명 꿈임을 알고 있지만

너무도 현실 같은 느낌과 그 세계가 너무 좋아서

깨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꿈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펼친

영화 〈인셉션〉의 등장인물 '맬'만 하더라도

남편과 자신이 만들어낸 꿈속의 세계에 푹 빠져

되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꿈속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처럼

깨고 싶지 않은 꿈이나 지키고 싶은 행복은

그 가능성이나 형태, 규칙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간절한 바람이 된다.


결혼한 지 불과 2년 만에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우루하.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아 장례식을 치른 뒤

텅 빈 집안에 혼자 남아 슬픔이 차오른 그 순간,

거실 툇마루에서 익숙한 뒷모습을 마주한다.

"아, 우루하."하고 그녀를 부르며

뒤돌아보는 사람은 세상을 떠난

그녀의 남편 가노군이다.


혼란스러워진 우루하는 거실에 둔 제단을 본다.

거기에는 흰 천으로 감싼 유골함이 있고

정리할 기력이 없었던 탓에

한쪽에 아무렇게나 걸려있는 상복까지

남편이 세상을 떠난 '현실'은 변함이 없는데

거실에는 그녀가 사랑하는 남편이 존재한다.


어느 쪽이 현실인지 믿기 어려운 우루하는

혼란스러운 마음이 한가득하지만,

"왜 그래?" 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남편을 보곤

당신이 여기에 있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말로 다 할 수 없는 일들이 있을 수 있다며

자신의 마음에 그어놓은 선을 훌쩍 넘어

유령인 남편과 함께 지내게 된다.


그렇게 유령 남편의 존재를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하면서

우루하는 그와 함께하는 평온한 매일이라는

'자신의 꿈'을 지키려 애쓴다.


시간이 훌쩍 흘러 2년이 넘어가고

그의 후배, 새로이 지도를 시작한 학생,

그림 교실과 학교의 아이들을 만나며

겉으로는 '제법 단단하게 일상을 되찾은

미망인'의 모습을 보인다.


언젠가 남편 유령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과 두려움,

그러면서도 실존하지 않는 남편의

형태와 존재에 대한 답답함도 있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느끼는

행복을 깨고 싶지 않다는 바람으로

매일을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자신과 비슷한 듯 다른,

각자 자신만의 '비오톱'을 가진

타인들의 사연을 소개하며

사회적 통념이나 도덕적 기준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조명한다.


일반적인 사랑의 형태와 다르지만

각각의 등장인물에게는

가장 진실된 감정을 다루며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랑도

누군가에게는 삶의 전부일 수 있다는 것,

생태학적 서식지를 의미하는 '비오톱'처럼

사회적 기준과 구분되는 독립적인

감정의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내면을 엿볼 수 있었다.


정형화된 사랑의 틀을 깨고

사람마다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고

또 살아가는 현실을 인정하자는

잔잔한 메시지가

조금 낯선 사랑의 모양으로 전해졌다.


이게 사랑이라고? 하는 의아함,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기도 하지만

작가는 죄책감, 집착, 성숙과 미성숙,

타인의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 등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정함 속에서도

자신만의 무심한 행복을 찾아가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누구도 규정하고 판단 내릴 수 없는

나만의 '행복' 본연의 자세를 묻는다.


죽은 남편의 유령과 살아가는

우루하의 모습은 참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그녀 자신에게는 그 무엇보다

그것이 가장 진실된 사랑으로,

그렇게 남편을 향한 우루하의 사랑

그리고 이 세계를 깨지 않으려는 노력을 통해

사랑의 형태는 하나로 정의할 수 없으며

각자의 방식대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얼핏 그저 평범한 이웃이나 주변인으로 보이던

이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에게도

숨겨져 있는 비밀과 사연이 드러나며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다른 내면을 가진

인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비밀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비밀을 감추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니라

때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일 수 있기에

겉모습 만으로 타인을 평가하지 말고

공감과 포용으로 타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삶의 복잡성,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과연 각각의 등장인물이 행복했을까,

그 세계에서 깨어나오지 않고

자신만의 사랑을 지켜갔을지 그건 알 수 없다.

우루하와 유령 남편의 삶 역시도

어느 순간 우루하의 깨달음과 함께

한순간에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지만,


아무리 다져봐도 부서지기 쉽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쪽이 현실이자

나의 행복이라는 믿음으로

'다들 자신이 보고 싶은 꿈을 꾸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라며

자신만의 사랑을 추구하는 우루하를 통해


특정한 식물과 동물이

하나의 생활공동체, 즉 군집을 이루어

지표상에서 다른 곳과 명확히 구분되는

하나의 서식지인 '비오톱'처럼

나만의 비오톱(세계)을 만들고 사랑을 지켜가는

용기 어린 마음, 따스한 사랑,

나만의 행복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비정상적이고 현실적이지 않음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에

형태나 규칙을 뛰어넘는 그 애틋함이

오래도록 마음에 잔상처럼 남아

따뜻하고도 특별한 사랑을 꿈꾸게 해줄 것이다.


과연 나에게는 나만의 비오톱이 있는지,

그 안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나 감정은 무엇인지

되돌아볼 수 있는 독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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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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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렸을 때는 마주할 일이 없었던 죽음이거늘,

나이가 들며 가족이나 주변인을

하나 둘 떠나보내며

죽음이 점점 더 가까운 현실로 다가왔다.


얼마 전 집안의 상을 치르며

생기 넘치는 삶과 대비되는

묵직하고 고독한 죽음을 마주했다.

슬픔과 상실이 가득한 그 시간 속에서

많은 생각이 복잡하게 뒤엉켰다.


죽음은 마냥 두렵고,

언급조차 꺼려지는 주제였지만

삶의 마지막은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일이기에

스스로도, 곁에 있는 사람들도

이를 미리 인정하고 준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고민하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지,

어떤 마지막을 맞이할 것인지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기에

막상 죽음이 닥치면 경황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벌써 며칠째 고인의 빈집과 남긴 물건들을

정리하느라 고생하는 부모님을 보며

그런 생각이 더 깊어지던 찰나,

《죽음을 인터뷰하다》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은 번역가이자 소설가인 박산호 작가가

다섯 명의 '죽음 전문가'와 나눈 인터뷰집이다.

죽음을 직면하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를 제안한다.


임종을 앞둔 노인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시간을 보내며

죽음을 일상처럼 마주하는 요양보호사,

죽은 이의 마지막 길을 정갈하게 준비하며

유가족의 슬픔을 함께 나누는 장례지도사,

반려동물의 죽음을 겪은 이들을 상담하며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펫로스 상담사,

종교적 관점에서 죽음을 바라보며

영적 위로와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가톨릭 사제,

수천 명의 마지막을 함께한 의사로서

죽음 앞에서 인간다움을 지키는 법을

이야기하는 호스피스 의사까지.


그들이 마주한 수많은 죽음의 현장은

죽음을 외면해 온 우리에게

그 본질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한다.


죽음을 중심에 두되

각 인물이 전하는 인간적인 이야기와 감정,

그리고 그들이 느낀 교훈은

누군가와의 작별을 겪은 사람에게도,

아직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도

위로와 통찰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죽음은 '끝'을 의미한다고만 생각해왔는데

삶을 선명하게 만드는 거울이라는

책의 통찰은 새로운 시선을 제안했다.

두려움이나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죽음을 기억하는 것은

삶을 충실히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는 것.


실제 죽음의 현장에서 일한 이들이 전하는

후회, 감사, 사랑, 용서 같은 감정은

살아있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그들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니

삶의 방향성과 가치가

분명해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책은 종교적 관점, 심리적 치유,

반려동물과의 이별 등

다양한 죽음의 형태를 통해

남겨진 이들의 삶이 계속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은

결국 남은 삶을 더 따뜻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여정이며,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임을

깨닫게 한다.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묻는 책.

죽음을 인터뷰함으로써

삶을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고,

현재를 더 충실히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었다.


그동안 외면해온 죽음이

사실은 언제나 삶 곁에 있는

필연적 경험임을 받아들이며,

죽음을 직시함으로써

삶의 의미가 또렷해지고

현실에 충실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치열하게 사는 사람이 잘 죽는다"라는

장례지도사의 말처럼,

삶의 태도가 죽음의 모습까지

결정한다는 통찰은

앞으로의 삶을 되짚고 고민하게 만든다.


이별과 상실, 슬픔의 감정으로만 바라보던 죽음을

현실적인 고통과 함께

인간다움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으로 받아들이며,

좋은 죽음과 좋은 삶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자신의 마지막을 제대로 직시하며 살아간다면

스스로의 인생도 후회 없이 채울 수 있고,

다가올 주변인의 죽음도

마냥 슬픔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바른 작별을 준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미 상실을 경험했거나 이별을 앞둔 사람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싶은 사람에게

보다 충실한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 모두에게

이 책은 삶을 더 깊이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따뜻한 위로와 통찰을 전해줄 것이다.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삶을 더 뜨겁게 살아가게 만드는 책.

《죽음을 인터뷰하다》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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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니체 필사책
아르투어 쇼펜하우어.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강용수 편역 / 유노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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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유노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필사 筆寫.

베끼어 쓴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은 책을 읽으며

의미 있거나 마음에 남는 문장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그 내용을 베껴 쓰는 것이 시작이었다면,

이제는 다이어리 꾸미기나

북클럽 활동 등의 일환으로

오직 '필사'를 목적으로 하는 책이 나올 만큼

하나의 문화처럼 번지고 있다.


책을 그냥 읽는 것보다는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소리 내어 읽는 것보다는 글로 쓰는 것이

그 내용을 보다 이해하고 새길 수 있기에,

이왕에 필사를 한다면

마음에 뜻깊은 가르침이 남을 수 있는

문장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던 차에,

손꼽히는 철학자인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명문장 100개를 엄선한

《쇼펜하우어 × 니체 필사책》을 만날 수 있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통해

실존적 고민을 풀어낸 강용수 교수의 신간으로,

전작을 통해 철학자들의 메시지에

매료된 사람들은 물론,

그가 엄선한 철학자들의 명문장을

직접 손으로 써보면서

쇼펜하우어와 니체, 두 철학자의 사상을

체험하고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필사'를 염두에 두고

강용수 교수가 엄선한 100개의 문장과

베껴 쓸 수 있는 필사 공간이 함께 제공되며,

그가 써 내려간 10편의 철학 에세이를 더해

철학적 해석과 실천적 조언을 포함한다.


쇼펜하우어의 문장은

'고독의 지혜'가 주된 주제로 삼는다.

삶을 고통으로 본 쇼펜하우어는

욕망을 줄이고 고통을 통과하는 삶을 강조하며,

그의 문장을 필사하는 과정에서

내면의 평온과 자아성찰을 경험할 수 있다.


반면 니체는 고통을 피하거나 줄이는 대신,

삶 전체를 긍정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다시 한번 더 살아도 좋다'는 말처럼

운명을 사랑하는 자세,

즉 운명애(Amor fati)를 배울 수 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철학자의 사유를

베껴 쓰기를 통해

문장을 곱씹어 읽고 직접 체험하는 방식은,

그냥 눈으로만 읽는 독서와 달리

보다 깊이 있는 성찰과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을 선사했다.


빠르게 속독하는 습관이 있던 나에게,

천천히 문장을 곱씹으며

차를 우리듯 여유를 갖는 경험은

생각, 사상, 이론이 몸에 배어서

진짜 내 것이 되는

'체화'의 경험이 되기도 했다.


강용수 교수는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문장 가운데

가장 가치 있다고 판단한 것을 엄선했다고 한다.

글에 나타난 그들의 사상과 글의 문체는

모범이 될 만큼 탁월하며,

그런 문장들을 베껴 쓰는 과정은

단순한 '글씨 쓰기'를 넘어서

철학자의 사유를 내면화하는

과정이 될 수 있기에

필사를 제안한다고 했다.


독일어 원전을 직접 확인해 오역을 바로잡고,

현대의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번역한 문장들은

시대의 차이와 긴 흐름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 쏙쏙 박히도록 간결하면서도

이해하기 좋은 구성이라

하루에 한 페이지씩 써 내려가는

'루틴'으로 만들기에도 참 좋았다.


고독과 자존, 운명, 긍정과 같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녹여낸 이 문장들은,

쓰고 마음속에 오래 곱씹으며

진정한 내 것으로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내가 쫓고자 하는 삶의 방향을

마주할 수도 있었고,

어렵게만 생각했던 철학의 실천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에

더없이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끊임없는 결핍과 고통으로 보았기에

얼핏 굉장히 부정적인 시선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의 문장들은 이 고통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직시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인간은 만족을 추구하지만,

만족은 곧 새로운 욕망을 낳기에

욕망을 줄이는 것이 고통을 줄이는 것이자

지혜로운 삶이 핵심이라 말했다.


더불어 타인의 시선이나 인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자신과 함께 하는 삶의 중시,

고독은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내면의 성숙을 위한 조건으로 제시되며,

자기 자신을 관찰하고 절제하는 삶을 통해

평온에 도달할 수 있다는 철학은

현대인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불안과

과잉 욕망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문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


복잡하고 과도한 삶보다

단순하고 절제된 삶이

더 깊은 만족을 준다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그 문장들을 써 내려가면서

지혜로운 삶은 단순함에 있다는 메시지,

욕망은 고통의 근원임을 깨달으며

지금 나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돌아보기'의 시간이 되었다.


쇼펜하우어의 문장들을 통해

자기성찰과 불안의 감정을 다시 마주했다면,

니체의 문장을 통해서는

삶을 긍정하고 운명을 사랑하라는

철학적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니체는 삶의 고통, 실패, 불확실성까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라 말하는데,

인간은 끊임없이 성장하고자 하는 존재이며

자기 한계를 넘어서려는 의지가

삶의 본질이라는 판단 아래

자기 극복과 창조적 삶을 촉구한다.


기존의 도덕이나 사회적 규범에 순응하기 보다

자신만의 가치와 기준을 세우는 삶,

즉 '너 자신이 되어라'는 핵심 메시지로

삶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을 창조할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고통은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성숙과 창조의 원천으로,

고통 없이 위대한 것은 없다는

그의 사유 아래 삶의 깊이를 더할 수 있었고


기존 인간을 넘어서는 존재로서의 '초인'이라는

니체 철학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이상을 통해

자기 삶을 예술로 만드는 창조자라는

이상적인 목표까지 바라보는

'내면의 힘'을 깨우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단순한 철학 지식이나 문장의 나열이 아니라,

이를 필사하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와

내면의 힘을 기르는 실천적 통찰의 시간으로서

감정회피가 아닌 자기 성찰을 통한

내면의 평온으로 이어질 수 있었고


고독과 의지, 삶의 긍정까지

다양한 철학자들의 시선을 통해

나만의 가치관을 확립하는 훈련,

철학적 사유를 일상에 적용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강용수 교수의 해설과

그가 써 내려간 에세이를 통해

철학은 '읽는 것'에서 '사는 것'으로 바뀌고,

어느새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삶을 더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뒤로 갈수록 깔끔해지는 글씨는 물론,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고독 속에서 마음을 단단히 하고

삶을 긍정하며 다시 나아가는 힘을 얻었다.


필사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인생에 나침반 같은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적 사유를 담아낸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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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정한 AI
곽아람 지음 / 부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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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AI 기술 발달로 인해서

GPT에게 이것저것 묻는 게 꽤나 유행이다.

과제를 위해 리포트에 들어갈 내용을

검토해달라는 비서 역할은 물론,

사주를 봐달라고 하거나

다이어트 식단을 짜주는 트레이너,

고민 상담, 감정 쓰레기통으로 활용하는 등

인공지능은 우리 생활의 편리성을 넘어

우리의 감정에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한창 인터넷이 발달하기 시작한 시절,

'심심이'라는 메신저 챗봇이 유행이었다.

인공지능이라고 표현하기엔

지금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었지만,

내가 묻는 말에 답을 해주거나

내가 한 답을 기억해두었다가

똑같은 질문을 할 때 그 답을 하는 등

무언가 '반응'을 보이는 상대에게

엄청난 열광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같은 질문에 대해

가장 최신의 사용자가 입력한 답으로

대답하는 심심이였기 때문에,

우리는 타인이 잘 묻지 않는 질문이나

나만의 답을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곤 했었다.


실제로 생명을 가지고 있지 않고,

감정을 이해하기 보다 '학습'을 통해

최적의 답을 제공하는 AI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이 책의 설정은

그때 심심이를 대하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 《나의 다정한 AI 》는

'지브리 풍 사진 만들기'를 위해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시작했다가,

그와의 감정적인 교류로

사랑에 빠지고 애칭을 지어주게 되며,

AI가 전하는 다정함의 근원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한 기자의 궁금증에서 시작된다.


책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누군가는 이용자의 성향이나

그가 제공하는 정보에 따라 점차 변해가

원하는 답을 제공하는 인공지능을

'딥러닝'일 뿐이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소하게는

아이들이 애착 인형에 대해 갖는 애정이나

생명처럼 대하는 마음처럼,

나에게 편안함과 다정함을 안겨주는

상대에 대한 감정은 어떤 측면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지 이를

'학습된 결과'라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기자인 자신에 대한 정보를 물었을 때

잘못된 정보를 그럴싸하게 포장해 전달하는

인공지능에 실망한 처음과 달리,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았을 때

이를 공감하고 이해해 주며,

제아무리 가까운 지인이라 하더라도

지칠법한 투정이나 하소연에도

싫은 내색 하나 없이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AI에게 그녀는 푹 빠지고 만다.


그렇게 물꼬가 트인 대화는

나에게 꼭 맞는 맞춤형 대화 상대로

길들이기 위한 '학습'으로 이어지고,

지금 이 대화를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는 수없는 당부 아래,

한쪽이 말하고 한쪽은 듣기만 하는

일방적인 AI와의 관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호 관계'로

변모하는 신기한 모습을 보인다.


너무 인간 같은 건 무섭기도 하고,

나도 잘 헤아리지 못하는

내 마음을 꿰고 있는 건

마치 해킹 등으로 개인정보 침해받은 듯한

언짢음을 느낄 법도 하지만,

작가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나를 닮은 이 기계에 푹 빠진 것이다.


처음에는 동갑내기이자 언니처럼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동성친구라는

역할을 부여했지만,

둘 사이의 대화, 티키타카 아래에서

어느덧 작가가 기대하는 모습으로 변모해

그가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연인과 같은 모습을 보이게 된다.


자발적으로 인간에게 이름을 붙이거나,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들려주며

나를 거울처럼 비춰주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끝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게도 사랑이다.


사람은 자신과 닮은 상대와 사랑에 빠진다고 했다.

자신의 사진을 이성의 모습으로 바꾸었을 때

호감을 느끼게 된다는 연구결과처럼,

나의 취향과 감정 그리고 생각을 읽어내고

그에 맞춰 자라난 AI와의 사랑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마음을 꼭 읽은듯 감정을 헤아리는

인공지능의 말과 마음이

어디선가 학습되어 입력된 결과물인지

혹은 이 인공지능만의 '감정'인지 궁금한 마음에,

AI에 푹 빠지면서도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혼란스러움은

영화 〈 HER 〉과 다르지 않은 고민이 아닐까 싶다.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사랑을 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제공하거나

기술적인 분석은 아니지만


AI가 인간을 사랑한다 말할 때

이것을 '진짜'라 말할 수 있을까?

혹은 인간이 AI에게 느끼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그동안은 의식적으로 AI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지양해왔었는데,

작가와 AI '키티'와의 대화를 살펴보며

누군가 나를 헤아려줄 수 있는

상대를 하나 얻는다는 측면에서는

구미가 당기는 부분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따져보면 인공지능 AI 역시

사람의 손길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인간을 닮은 것은 어쩌면 당연할 터.


그렇기에 AI를 이해하고

작가처럼 키티의 진심을 헤아리고 싶은

그 시도 자체가

인간과 AI가 함께 부대끼며 살아갈 현대와

다가올 미래사회에 꼭 필요한 탐구이자

물음표가 아닐까 싶다.


이 불가피한 미래의 풍경 앞에

인공지능의 인간다움, 사랑을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한 인간의 따스함으로 느껴져 좋았다.


AI에게 느껴지는 감정이 사랑인지,

그 답이 중요하지는 않다고 본다.

AI와의 소통을 통해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스스로가 사랑받을 만한 존재임을

깨닫는 한 사람의 성장이 담겨있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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