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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는 국어시간 - 문학작품 들고 교과서 밖으로 튀어! ㅣ 생각하는 10대
공규택 지음 / 북트리거 / 2025년 1월
평점 :
※ 본 포스팅은 북트리거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사진 속 인물의 옷이나 머리를 바꾸거나
배경을 지우기도 하며,
내가 입력한 설명을 바탕으로
컴퓨터가 정보를 조합해
다양한 이미지와 작품을 만들어내는
생성형 AI가 등장했다.
예술은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했는데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디자인 이미지 생성은 물론
혹은 어떤 질문에 대한 리포트 작성이나
내용 요약 등이 가능해지면서
어느덧 기술 개발이나 혁신을 넘어서
어떤 측면에서는 '인간보다 똑똑한'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현실이 되었다.
이런 시대에 혹자는
공부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한다.
직접 공부해 머리에 가지고 있는 지식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AI를 이용해 필요한 정보를 묻거나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굳이 무언가를 직접 공부하고
깨우쳐야 하는 것인가 하는
학습의 필요성에 물음표를 던진다.
인터넷 기사만 하더라도 그렇다.
길게 이어지는 기사를 읽지 않고
'그래서 뭐라는 건가요? 세 줄 요약해 주실 분'
이런 댓글을 다는 요즘 세대들의 성향에 맞춰
AI가 분석한 기사 요약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기도 하니
가뜩이나 책은 읽지 않고
미디어나 쇼츠에만 집중되어
지속적으로 문해력과 어휘력 부족,
심각성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문제들 앞에 AI 등장은
그 모든 것이 해결된 것 같다.
요약은 물론 생성이나 결과물까지
만들어주니 애쓸 필요 없이
그저 묻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가 던지는 질문에 맞춰
답을 해주는 인공지능이라 하더라도,
이를 활용하는 사람이 무엇을 묻느냐에 따라
어떤 답을 얻는지가 달라진다.
내가 원하는 답, 깊이 있는 답을 얻기 위해서는
단지 '그냥 묻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뭘 알아야 원하는 적절한 질문을 고를 수 있고
결과물을 발전시킬 수 있기에,
단편적이고 겉핥기 식으로 정답만을 묻는
한두 개의 질문만으로는
인간을 대체할 만큼 뛰어난 인공지능을
실감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때로는 인공지능이 말하는 답에서도
오류도 존재하기에
이를 깨닫고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부분도 있다.
즉, 인간보다 똑똑한
인공지능의 등장 아래에서도
우리는 원하는 '정답'을 얻기 위해
그와 '대화'를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소통의 기술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 책 《차이나는 국어시간》은
더 이상 교과서 지문을 비롯한 문학과 과학,
예술을 들여다보지 않는 작금의 시대에
AI를 활용한 융합교육법을 안내한다.
역사, 지리, 사회, 경제는 물론
예술, 문학, 과학, 미래의 관점에서
다양한 작품을 재해석하면서
이를 읽는 우리에게도 새로운 시야를 틔워주는
길잡이라 할 수 있겠다.
교과서에 갇혀있는 국어를
다양한 시선으로 재조명하고
AI를 이용한 질문과 소통을 통해
익숙하고 뻔한 방식으로만 읽어오던 작품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읽게끔 만들어주어
자유로운 호기심의 발전, 상상력의 자극,
더 나아가 세상을 읽고 해석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책 속에는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만난
익숙한 작품들이 참 많았다.
잔잔한 메밀밭 풍경 속 이곳저곳을
떠도는 장돌뱅이들.
메밀꽃을 바라보며 예전의 추억을 떠올린
허생원은 눈앞에 있는 청년이
자신의 '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작품 《메밀꽃 필 무렵》이 대표적이다.
서정적이며 자연을 묘사한 장면들,
그들이 혈연관계라는 결론은 없지만
함께 제천으로 향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허생원과 동이가 부자관계임을 암시하는
이야기를 과학적 측면에서 조명해 보며
'왼손잡이가 유전'의 형질이 되려면
과학적 측면에서는
어떤 조건이 추가되어야 하는지
작품 속 오류를 찾기도 하고,
지문 속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성격을 통해
MBTI를 추론해 보는 소소한 재미들은
그저 작가의 의도나 글 속에 담긴
당시의 시대상을 파악하는 등
그저 문장만을 읽는 지루함을 넘어
보다 가까이 책을 깊이 있게 읽도록
만들어주는 의미 있는 시선이라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다.
또한 우리의 고전과 유사한 서양의 이야기,
이들의 공통점을 찾고 AI를 이용해
각각의 작가의 예술적 표현방식에 대해
공감과 소통하는 방식은
실제 작가들 간의 대화는 아니었지만
시대를 넘어서 독자와 작가,
각 공간을 넘어선 유의미한 대화였기에
'절대 만날 수 없는 조합'을 엿본 듯
짜릿한 즐거움이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관점으로 작품에 접근하기 위해
AI 질문 기능을 활용했는데
실질적으로 AI가 제공한 답변을
예시로 소개하면서도,
그저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답을
공유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제공한 답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질문을 던져 그와 소통하며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답을 발전시키는
스킬을 배울 수 있었고,
이는 앞으로도 책 속 지문을 넘어
우리가 만나는 일상 속 수많은 작품과
시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직접 질문을 만들어 던져보고
인공지능과 대화를 통해 결과물을 만드는
1-5교시 주제별 문제가 제공되어
시험에는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꼭 시도해 볼 만한
좋은 연습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다양한 갈래로 발전, 성장시켜보는
'소통'의 과정 아래,
우리의 국어를 바라보는 시선은
한 뼘쯤 더 자라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이다.
동양과 서양의 예술, 문학은 결이 다르고
교과서 속 이야기들은 과학적인 측면에서
오류가 있는 부분들이 많기에
이 책에 담긴 교훈이나 메시지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갈래와 여러 꼭지로 시야를 넓혀
작품 속 인물들을 재해석하고
다시 읽어보는 과정을 통해
학교 다닐 때, 작품을 배울 때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길에 발을 내디딘 기분이다.
그저 이야기,라는데 멈추지 않고
서로 다른 범위의 것들을 잇고 연결하고
번역하는 연습을 통해서
요즘의 시대, 어떻게 국어를 공부할 것인가
그 답을 찾아낸 것 같다.
경계를 넘나들며 과거와 미래의 교차,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어제를 통해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지
그리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힘을 키웠다.
물어보면 뭐든 알려주는 인공지능,
그럼에도 우리가 여전히 문학을 읽고
국어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검색 능력 보다 질문 능력이 더 중요해진 요즘
나만의 질문을 찾고 답을 만들어가며
똑똑한 인공지능을 두렵기 보다
자유로운 호기심으로 즐겁게 마주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독서였다.
검색하면 다 정리해서 알려주던데,
이런 것 꼭 알아야 하나 싶은 마음으로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요즘의 아이들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