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식당, 사랑을 요리합니다 고양이 식당
다카하시 유타 지음, 윤은혜 옮김 / 빈페이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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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빈페이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곁에 함께 있을 때는 표현하지 못하다가

이승과 저승이라는 갈림길로 나뉘어

소중한 사람을 갑작스레 떠나보내고 나면

그제야 후회와 미안함의 감정이

물밀듯이 쏟아지곤 한다.


조금 더 잘해줄걸, 고맙다고 할걸,

내가 많이 사랑한다고 할걸…

아무리 마음속으로 그리고 입 밖으로

이미 늦은 말을 내뱉어보지만

전할 수 없는 이 말들은

응어리처럼 남을 뿐이다.


여기 이런 후회와 아픈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식당이 있다.

바닷가 한편에 위치한,

작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고양이 식당〉으로

작은 고양이와 후쿠치 가이라는 청년이

'추억 밥상'을 내어주는 곳이다.


식당을 찾는 네 명의 손님의 이야기를 따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

소중한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만들어낸

고양이 식당에서의 기적 같은 사연을

만나볼 수 있는 이 책은

《고양이 식당》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로

전작인 '추억을 요리합니다',

'행복을 요리합니다'에 이어

이번에는 '사랑'을 요리해 선사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스무 살이 되자마자

결혼한 동갑내기 부부 다모쓰와 히마리,

친구 같은, 연인 같은 부부였던 그들은

사소한 말다툼을 벌인 어느 날

서로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도 하지 못한 채

사고로 남편 다모쓰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남편에게 건넨 마지막 말이

"죽어버려"였다는 사실에서 오는 죄책감,

그에게 사과하지 못한 사실이 마음이 걸린

히마리는 우연히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고양이 식당을 찾게 된다.


본인이 만든 식빵과 비파잼을 곁들여 먹는 걸

좋아하던 남편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한 입 한 입 음식을 맛보던 히마리는

누군가를 마주하게 되는데…


유명한 밴드 가수를 꿈꾸며

일찍이 학업을 그만두고 도시로 상경한 미나토.

반짝반짝 빛나는 미래를 꿈꾸었으나

기대와 달리 현실은 만만치 않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20대 후반이 되도록 성공은커녕,

현실은 무엇 하나 손에 쥐지 못한

가수 지망생에 불과하다.


그래도 가수라는 꿈을 놓지 못해

공원에서의 버스킹을 이어가던 중,

'팬'이라며 다가오는 리코를 만나게 되고

운명처럼 사랑에 빠져 그녀와 만나게 된다.


사랑하는 리코를 위해 결혼을 결심하며

꿈은 접어두고 직장을 구하려던 미나토는

갑자기 이별을 고하며 사라진 리코로 인해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연락해온 리코의 부모님으로부터

그녀가 불치병에 걸려있던 상태였으며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소식을 듣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을 지키지도,

그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도 알지 못했던

미안함과 전하지 못한 마음으로

미나토 역시 고양이 식당을 찾는다.


세 번째는 중년 남성 신지의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혼자 살아갈 어머니가 걱정되던 찰나

배려 있는 아내의 권유로 인해

어머니에게 자신들과 함께 합가하자며

손을 내밀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쌀쌀맞고 퉁명스러운 어머니는

그의 손길을 뿌리치고 애써 마음을 써준

며느리에 대해서도 좋지 않게 이야기한다.


그로 인해 소원해진 모자지간은,

'다시 찾아뵈어야 하는데…'하면서도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게 되었고

어느 날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나서야 망연자실한다.


어머니의 짐을 정리하면서

본인이 알지 못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되고,

뒤늦게 알게 된 진실 앞에

자식으로서 소홀했던 마음에

후회와 눈물로 가득 찬 신지는

어머니의 친구로부터 '고양이 식당'에

가보라는 말을 듣고는 용서를 빌기 위해,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까

싶은 기대로 고양이 식당을 찾게 된다.


마지막 이야기는 60년 전 세상을 떠난

첫사랑 약혼자 요시코를 잊지 못하고

홀로 인생을 살아온 순정남

시게루 할아버지의 사연을 담았다.


평생을 아버지 대부터 일궈온 안경점을 운영하며

'늘 그 자리를 지키며' 평온해 보이는 그였지만,

사실은 어린 시절부터 정혼자였던

요시코와의 결혼을 앞두고

그녀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며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지 못한 채

평생을 혼자서만 살아왔던 터.


인생의 막바지, 평생을 지켜온

안경점이 사라지게 되는 것도

세월의 흐름에 따른 변화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는,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거나

자신의 인생이 불행하다고 생각지는 않으며

그 어떤 미련이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인생을 마감한다고 생각했을 때

요시코와 부부가 되지 못했던 생이

허무하다고 생각이 든 그는

추억 밥상을 통해 그녀를 만나

미처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안타까움을

전하고자 하는데…


각각의 사연을 따라가며

어떤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절망과 슬픔 앞에 무너지는 등장인물들,

그리고 전하지 못했던 고마움과 사과,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해

고양이 식당을 찾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의 한 단면을

새삼 다시 깨달을 수 있었고,

나 역시 갑작스레 소중한 가족과의 이별을

겪어보았기에 그들의 감정에 더더욱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었다.


가족이나 연인, 소중한 관계의 지인 등

누군가와의 '작별'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이미 세상을 떠난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고양의 식당의 존재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가보고 싶은' 장소일까 싶다.


만약 그런 식당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어떤 메뉴를 준비해달라고 할까

그런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니

괜스레 마음 한편에 눌러두었던

그리움이 다시 살아나 먹먹해지기도 했다.


식당을 찾아 추억의 음식을 맛보며

이미 저세상으로 떠난 소중한 사람을

다시 만나는 등장인물들은

그 만남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고

슬픔을 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했고,

또 서로 미안했던 마음을 나누거나

사랑을 확인하며

따스운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

후회로 가슴에만 남긴 말들을 주고받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울컥하기도,

위로의 감동의 마음을 느낄 수도 있었다.


각각의 등장인물이 한 명도 빠짐없이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를 갖고 있기에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이별 앞에

우리는 매 순간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게

최선과 진심을 다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큰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했고,


그저 한 그릇의 음식이지만

고인과의 추억을 되짚기도 하고

마음을 달래주며 위로가 되는 음식들은

살아온 인생 속 다양한 추억의 순간들을

충분히 곱씹을 수 있게 해주어

'맛'을 넘어선 '그리움'을 맛볼 수 있게 해주었다.


실제로 이런 식당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판타지로나마 그리움과 후회를 녹여낸

히마리와 미나토, 신지와 시게루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실제로 각자의 가족, 연인을 만나

사랑을 확인하고 위로를 얻은 것인지

혹은 음식을 먹으며 빠져든 생각 속

'꿈과 같은 경험'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삶을 소중히 여기고

지금의 행복을 아낄 줄 알아야 한다는

책의 따스하면서도 묵직한 조언은

감동을 넘어 오래 마음에 새기고 싶은

그런 인생관이 될 것 같다.


《고양이 식당》시리즈를 즐겁게 읽어온

기존 독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소중한 사람이 있는 누구에게든

따스한 위로와 힐링으로 다가올 것이기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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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한다는 착각 - 나는 왜 어떤 것은 기억하고 어떤 것은 잊어버릴까
차란 란가나스 지음, 김승욱 옮김 / 김영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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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영화 〈인사이드 아웃〉.
그중 본부를 이탈하게 된 주인공 라일리의 감정 기쁨과 슬픔이

원래의 자리를 찾아가는 길에서
라일리가 쌓아온 수많은 기억 구슬을 만난 장면이 기억난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 구슬들 중 일부는 폐기하게 되는데,
이 모습을 목격한 기쁨이는 '얼마나 소중한 기억인데…' 하며 안타까워한다.
정작 소중한 기억은 시간의 흐름을 이유로 버려지지만 

별 의미가 없어 보이는 CM송 구슬은
'이런 건 한 번씩 위로 올려보내야 한다'라며 버리지 않는 모습을 보며
'맞아, 어떤 기억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떠오르지 않는데 

CM송같이 일부러 기억하려 애쓰지 않는
어떤 기억은 오래 마음에 남는다니까' 하며 피식 공감의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문득 궁금해진다.
왜 인간은 어떤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오래 기억되고, 어떤 기억은 금방 잊을까?
기억의 저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면 

시험이나 공부, 업무에 필요한 기억은 오래 붙들어두고,
의미 없는 것들은 지워버리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며 말이다.

《기억한다는 착각》은 이러한 궁금증을 시작으로
인간의 기억력에 대한 차란 란가나스의 탐구를 총망라해 담아내었다.

책에서 저자는 인간은 인생의 모든 경험을 모두 기억할 수 없기에 

본질적으로 기억은 선택적인 것이고,
이 선택을 결정하는 데 있어 '맥락'과 '도식'이 근거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그 사건의 장소, 상황, 감정 등의 맥락을
'사건의 경계선'이라는 덩어리로 묶어 저장하고,
다른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면 뇌는 이를 새로운 맥락으로 인식해
이전 기억을 흐리게 하고 새로운 덩어리로 묶어 정보를 저장한다는 것.

그리고 익숙한 환경에서 쉽게 정보를 정리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반복되는 패턴이나 구조를 '도식'으로 묶어 

중요한 공통 요소로 미리 준비해두었다가 비슷한 상황에 재활용한다고 한다.

이러한 맥락과 구조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가 기억력이 나빠서 과거의 기억을 잊는 게 아니라 

특별할 게 없는 기억이기에 잊는 것이며,
라일리 기억 속에 남은 CM송처럼 '음악'과 같은 효과적인 도식이 있는 기억은
멜로디를 듣는 순간 손쉽게 사건의 경계선으로 진입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기억력은 지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며,
망각은 오히려 뇌가 의도한 효율적인 정보 처리 방식이라는 

기억의 기본 작동원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기억의 기본 작동원리에 이어 기억한다는 착각이 밝혀내는

기억의 진실에 대해 심화한다.

기억을 떠올릴 때 우리는 앞서 배웠던 맥락과 도식을 활용해 정보를 재구성하는데,
과거의 경험에 대한 소량의 맥락에 되살려낸 정보를 출발점으로 삼아 

여기에 살을 덧붙여 상상한다고 한다.
이런 기억의 특징은 저장된 데이터를 있는 그대로 꺼내는 것이 아니라,
결국 기억을 꺼내는 현재 시점의 내가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기억을 왜곡시키기도 하고,
'다시 쓰기' 과정을 통해 거짓 기억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정확하게 기억한다고 믿는 정보가 사실은 일부의 기억 맥락을 바탕으로
내가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결과물'이라는 사실은 다소 충격적이기도 했다.
군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났던 기억을 얘기할 때 

'무용담'으로 변하듯, 우리의 기억은 100% 사실만을 담지 않고 

새로운 정보를 추가해 갱신하는 유동적인 것이라는 진실은
조금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게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무조건적인 단점이 아니라 기억 갱신으로 앞으로의 행동을 조정하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 역시 존재하기에,
기억 갱신과 유동 기억 시스템은 오히려 개인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회피하고
미래에 대처하기 위해 인류가 진화시킨 가장 적극적인 생존방식임을 배울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 효과적으로 

기억하고 학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언이 이어진다.

처음 기억과 관련된 궁금증에서 '기억을 선택적으로, 

혹은 내게 필요한 기억만 더 오래 가져갈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조금 어렵기는 했지만 이 파트가 특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뇌과학적인 측면으로 살펴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동물이 보이는 정향 반응처럼,
우리 역시 예상 가능한 정보보다는 예상치 못한 정보에 우선순위를 부여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싶은 것 사이에 

정보격차가 발생할 때 호기심이 자극되며,
호기심이 자극되면 자연스럽게 이 격차를 해소하고자 어떤 노력을 행하게 되고,
호기심이 충족될 때 뇌는 보상으로 도파민을 분비해 

다시 학습의욕과 동기부여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즉, 어떤 정보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습득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기억 역시 자연스럽게 강화되니
결과적으로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보'가 지루한 정보보다 머릿속에 더 남는다.
이러한 작용을 이용하면 우리가 원하는 학습과 기억능력의 향상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매 수업 시간마다 보는 쪽지시험과 같이 

도전과 실수에서 배운다는 간단한 원칙이지만 정답을 맞히기 위해 애쓰며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학습한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보관하게 된다는 '실수 기반 학습'과
수면을 통해 낮에 있었던 일을 정리하고 기억을 응고화하는 시간을 가지며 

스스로 '시험을 치르는 효과'를 주는
'수면'을 이용한다면 학습과 기억에 더 큰 도움을 준다는 것.


어디선가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익숙한 것보다는 낯선 것, 

해보지 않았던 것이 인지에 도움이 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는데 이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기억이 어떻게 작동되며, 우리가 알고 있는 '기억'이 100% 사실이 아니라

상상력으로 인해 '다시 쓰기'된 것이라는 진실을 알게 되고 나니 

그럼 어떤 기억이 진짜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구별해야 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그런 생각은 기억의 작동 방식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기억은 진실도 거짓도 아니고 본질적으로 '상상력이 가미된 재구축'이기에
각자의 경험이나 해석에 따라 같은 사건에 대해서 

다르게 재구성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그렇기에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는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본질 자체를 이해하면
이를 활용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제안한다.

기억과 망각이 뇌의 한계나 개개인에 따른 능력이 차이라고 생각해왔던 기존의 고정관념,
'왜 잊어버리는지'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고 변화 가능한 기억을 활용해
창의적이고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미래에 대처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기억하는 자아'를 잘 알게 되면 기억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과거의 족쇄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킨 뒤
오히려 과거를 안내인 삼아 더 나은 미래로 향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나는 기억력이 안 좋아서라는 이유로 학습이나 공부를 놓아버리거나
혹은 상대에 대한 좋지 않았던 기억을 다시 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채 

관계를 단절시킨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과거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기억하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기억력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한 그의 심도 있는 탐구를 통해
우리가 기억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새로운 시야와 방법을 배웠다.

불완전하게 기억하는 과거에 묶여있거나 갇혀있을 필요 없이,
'나만의 해석과 재구성'으로 더 멋진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새로운 자신감, 기대를 부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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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보다 소중한 너의 미래에게 - 불안의 시간을 건너는 청소년들을 위한 공부 철학 에세이
강성태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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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지난 학창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일명 '공부 못하는 모범생'이었다.
분명 열심히는 하는데 성적은 애매한,
공부하는 데 비해 성적은 뛰어나지 않아
'머리가 나쁜가…'하고 좌절하는 날도 참 많았다.

시험 기간이면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
선생님이 '이건 꼭 나온다'하는 부분을
열심히 들여다보았지만
막상 시험지 앞에서는 그간 공부한 게
다 빠져나간 양 머릿속이 하얘지는지
속상한 결과를 받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모범생들을 보면 확실히 달랐다.
한 교시 사이 쉬는 시간에 잠깐,
표시해둔 중요 포인트만 슥 본 것 같은데도
많이 틀렸다 해도 한두 개,
척척 정답을 찾아내는 모범생들 앞에서
위축되는 마음을 갖곤 했다.

시간을 지나고 보니
그때는 '공부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런 것들은 하나도 모른 채
책상 앞에 앉아 교과서나 문제집을
그저 눈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면서 말이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말처럼
지나간 '공부'에 대한 아쉬움은
나는 이미 늦었지만 지금 아이들이라도
공부하는 방법을 일찍이 깨닫고
실천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래서일까, 올해 고등학생이 된 조카에게
어릴 적 내가 그렇게 듣기 싫던
공부에 대한 잔소리를 자꾸 덧붙이게 된다.

'계산기가 있는데 수학은 왜 배워야 하는 거야?'
'번역기가 있는데 영어 단어를 왜 외워야 해?'
'AI가 모르는 건 전부 답을 알려주고,
지금 있는 직업 중에 대부분이 사라진다는데
굳이 공부할 필요 있나?'

공부를 하다가 힘들 때면 푸념하듯,
어른들 기준에는 딴지 거는 듯 보이는
이 질문들 앞에 어른인 나 역시
뭐라고 답하면 좋을까 고민했던 게 사실이다.

당장은 필요 없는 것처럼 보이는 공부도
인생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수많은 순간들에
꼭 도움이 될 때가 있노라고,
이것저것 공부해 봐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는데 좀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하지만

막상 그런 것들을 모두 떠나
'점수를 위한 시험, 시험을 위한 공부'로 보이는
지금의 입시제도 앞에
공부를 하고 성실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아이가 공감할 수 있는 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이 책 《공부보다 소중한 너의 미래에게》는
이 질문들에 대한
대한민국 대표 멘토, 공부의 신이라 불리는
강성태의 답을 담아냈다.

본인의 학창 시절을 되짚어가며
실패했던 공부와 낮은 성적에 대한 고백,
무모해 보이는 18시간 공부 도전처럼
성취감을 느꼈던 기억 등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공감할 수 있는
수많은 경험담을 바탕으로

자신 역시 보통의 입시생들과 다르지 않았지만,
아니 오히려 많이 부족한 학생이었지만
공부하겠다는 굳은 다짐과
나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 아래 애쓴 결과
공부의 신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설 수 있었노라고 말했다.

단순히 빨리 암기하는 법,
점수를 올리는 법 등 '성적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본인이 인생을 살아오며,
그리고 20여 년간 봉사로 멘토 활동을 하며 느낀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며
진정한 공부에 대한 통찰을 집대성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책은 공부할 결심을 하게 만드는 동기부여,
그리고 공부의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
공부를 잘하는 방법과
공부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희열을
차례로 이야기한다.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불안, 열등감 등의 감정에 대해서도
이는 당연한 감정이며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
더 잘하고 싶게 만드는 동기가 된다고 했다.

분명 처음부터 남달랐을 것이라 생각했던
공신의 위축되고 볼품없던 과거를 보며
'나도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와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다'는 동질감은
책을 읽는 학생 독자들에게도 공부의 '결심'을
가져오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이어 공부의 '이유'에 대한,
우리가 공부를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으며
왜 공부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다양한 사례와 설득을 덧붙여 설명한다.

내가 못나거나 지질하지 않으며
패배자가 아니라는 것을,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 나가는 과정이 공부라는 설득은

열정과 잠재력이 있다는 말로는
그 사람을 판단, 채용을 결정하기 어려운
요즘의 세상에서 불가피한 선택지임을
이해할 수 있었고

공부라는 것은
꼭 실생활에 써야 해서 하는 게 아니라
사고력, 구체적으로 말하면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배우는 것이라고,
당장은 써먹는 상황이 명확히 보이지 않아
쓸모없이 보이지만 실은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가장 중요한 능력임을 깨우쳐준다.

이야기를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공부의 필요성,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배우는 성장에 공감하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된다.

공신의 책이라 하면 가장 기대되는
공부를 잘하는 '방법'도 빼놓지 않았다.
직접 경험한 효과적인 공부법,
백지에 내가 공부한 것을 써 내려가는 암기법이나
반복학습의 중요성은 물론이거니와
실제 3수를 하면서 멘탈이 흔들려 실패했던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조급함을 다스리고
공부습관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팁을 전수하면서
기술적인 공부 방법 외에 자신을 믿는
태도와 인성의 중요성까지 배웠다.

책의 마무리는 공부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희열'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부는 우리가 가장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자 기적이며,
미래를 빛내주는 도구라는 깨우침은
아직 꿈을 찾지 못하고 그저 '시키니까' 하고
매일을 수동적으로 사는 청소년들에게
위로와 공감, 그 이상의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공부와 성적이 나를 불행하게 만든다며,
성적 순으로 줄을 세워 위에서부터
성공에 가까워지는 삶은
나이를 떠나 우리를 옥죄는 부담이 된다.

이런 세상에서 꿈을 꾸고 행복을 찾기란
아이들의 시선에서는 마냥 막막하고
두렵게만 느껴져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더 빠르겠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 공부 때문에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공부의 진짜 목적은 나를 아끼고
내 미래를 단단하게 가꾸어나가는 것이라며

공부로 인해 더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다고,
포기하지 않는 공부는 결국 능력까지 바꿔
내가 원하는 곳까지 나아갈 수 있는
성취를 만날 수 있다는 그의 응원은
이 세상을 마주하는 데 있어
좀 더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준다.

처음부터 천재로 태어나 쉬운 길로
성공에 닿았을 거라 생각했던 공신의 삶도
수없이 마주하는 한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둔재라는
스스로의 패배의식, 열등감으로 가득 찬
시간이 분명 존재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겨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 아래
지금의 흔들림 없는,
스스로를 더 사랑하고 꿈을 펼치며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꿈꾸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한창 공부의 필요와 쓸모에 물음표를 던지는
고등학생 조카에게도,
어쩌면 '지금은 뭔가를 하기엔 늦었어'하며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고 있는 스스로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떠나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열등감이 가득한 사람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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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 우리 근현대사의 무대가 된 30개 도서관 이야기, 2025 한국출판평론상 수상작
백창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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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0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 입니다.















책을 애정하는 사람들에게

도서관 만큼 반가운 공간은 없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구입하지 않고도

맘껏 읽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구하기 어려운 절판 도서나 월간지,

일간지까지 만나볼 수 있기에

집 가까이에 도서관이 있는 '도세권'에

사는 것이 큰 혜택이라 느껴지니 말이다.


요즘은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행사,

강좌 등이 열리기도 하고

때때로 플리마켓 같은 장터가 열려

지역주민이 모이는 '사랑방'의 역할도

함께 맡고 있으니 우리의 생활에서

도서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랄까.


나 역시 단지 앞에 바로 도서관이 있는

도세권에 살고 있고

날씨가 너무 더운 날이면 더위를 피해,

혹은 딴짓 안 하고 집중해서 책을 읽고 싶을 때

도서관을 찾곤 한다.


하지만 이 도서관의 역사, 시작에 대해서는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학창 시절 '시에서 가장 큰 도서관'으로 손꼽히는

수원 선경도서관에 갔을 때

해당 도서관이 현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에서 설립해서 시에 기부한 것이며,

그래서 도서관 부지 내에 선경그룹 회장의

동상이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고는

'신기하다' 정도로만 생각했던 게 전부이다.


여기 도서관을 애정하는 한 '도서관 덕후'가

역사 속 도서관, 그리고 도서관 속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 있다.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에서는

근현대사의 무대가 된

우리나라의 30개 도서관에 대해 이야기하며

도서관의 정치학,

혁명과 민주화 투쟁의 무대가 된 도서관,

제국부터 민국까지, 국가 도서관에 대한 조명과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도 모르는

도서관의 숨은 역사까지

쉽게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도서관'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였다.


도서관이 언제 누구에 의해 설립되었고

또 어떤 시대부터 존재했는지에 따라

어느 정도 그와 관련된 '스토리'가

있을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도서관은 '인문'을 배우고 다루는 공간이기에

'정치·사회'와는 관련이 없는 곳이라 생각했다.


조용한 절간을 연상시키듯 고요한 공간,

소리라고는 책장 넘기는 소리나

'학습'을 위해 애쓰는 학생들의 모습이

정치나 투쟁을 연상시키지는 않기에 말이다.


하지만 성균관 존경각을 시작으로,

폭격으로 사라진 식민지 조선의 철도 도서관,

친일파 동상이 있는 종로도서관,

박정희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정독도서관,

공수처, 사직동 팀의 사연이 얽힌

서울특별시 교육청 어린이 도서관,

정치적으로 이용된 용산도서관,

또 잔혹한 근현대사의 사연이 남아있는

도곡 정보문화 도서관까지


도서관에서 엿볼 수 있는 '정치'를 통해

역사적 현장인 '도서관'이라는

새로운 시야로 확장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또한 도서관을 통해 국권을 되찾고자 했던

선조들의 시도를 엿볼 수 있는

우현서루와 경북대 중앙도서관,

이승만에게 도서관 이름을 바친

중앙대학교 학술정보원,

혁명을 기념하는 단 하나뿐인 도서관인

4·19혁명 기념 도서관,

유신 체제의 종말을 부른 부마민주 항쟁의

불꽃이 된 부산대, 동아대, 경남대 도서관과

6월의 항쟁으로 이어진

도서관 점거농성의 주인공

서울특별시청 을지로별관까지


투쟁의 무대가 된 도서관을 통해

우리의 지나간 근현대사의 모습,

그 시간 아래 기록되지 않고 묻혀 잊힌

안타까움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경복궁 집옥재를 시작으로

덕수궁 중명전, 조선총독부 도서관,

친일파 사서가 있었던 국립도서관과

독재자의 하사품이었던 국립중앙도서관 등

국가 도서관 이야기와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조차 알지 못했던

최초의 사서가 있었던 경성 도서관,

도서관을 세습한 명성교회 도서관,

'도서관'이라는 명칭을 갖게 된 유래나

친일, 반일과 관련된 역사까지


여전히 존재하며, 혹은 사라졌지만

우리에게 큰 영향을 준 도서관들의

뿌리를 훑어가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도서관의 역사, 도서관이 말해주는 역사를

새로이 알게 된 경험을 갖게 되었다.


투쟁과 민주화의 무대였으며

정치적 격변과 정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이용당하고 소모된 도서관,

하지만 역사 속 인물의 삶의 무대가 되기도,

어느 위인의 업적을 기념하는 도서관을 통해

책, 지식, 배움이라는 기능을 넘어

자유, 평등, 사랑이라는 가치로 가득 찬 공간

그리고 근현대사의 장면 장면을 재확인하고

그들이 남긴 메시지를 깨우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이 곁에 있음에도

그저 '책이 있는 곳'이라는 이름으로만

단순하게 바라본 건 아니었을까,

더 많은 도서관 속에 숨겨진 역사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반성이 들기도 했다.


이제 찾게 되는 도서관마다

그 안에 누구를,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생긴지 오래지 않아

'별 이야기가 없는' 일상 속 도서관 역시

시간이 흐르고 쌓이고 나면

또 어떤 기록과 메시지가 되어

'역사'가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도서관을 통해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그리고 가려진 역사를 배울 수 있었고,

이 배움을 바탕으로 미래로 나아가는

발걸음의 방향을 단단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의 흐름을 사건이 아닌

공간을 묶어 조명하는 참신한 시도, 시선을 통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도서관에서

읽고, 보고, 뜨겁게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역사와 도서관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에 얽힌 사연과 재미를 쫓아가면서

도서관 속 스토리를 새롭게 읽게 된

색다른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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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는 몇 번의 월요일이 남아 있는가
조디 웰먼 지음, 최성옥 옮김 / 토네이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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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토네이도 소용도리 2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매주 월요일이면 '월요병'에 시달리곤 한다.

일주일의 시작이니 활기차게 시작하면 좋으련만

마음껏 즐겼던 주말의 후유증이랄까,

혹은 바쁜 하루, 반복되는 일상과

쳇바퀴 돌듯 끝없는 루틴에 지쳐

버티고 견디는 마음으로

그저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한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 달리해보면

월요일을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진다.

신나는 여행과 휴가의 시작처럼

기대되는 행사가 월요일인 경우,

혹은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누군가에게

월요일은 마냥 귀찮고 싫은 날이 아니라

소중하고 활력 넘치는 순간,

의미 있고 중요한 날이 된다.


여기 운 좋게 맞이한 오늘을 낭비하지 말라며,

지금 당장 원하는 삶을 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그 역시 우리와 다를 바 없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살아왔다고 했다.

허무와 생의 지루함에 빠져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삶을 살고 있던 중

어머니의 임종을 계기로 생각이 바뀌며

'매일이 활력 넘치고, 매 순간을 의미로 가득한

삶으로 만드는 방법'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어차피 단 한 번 살고, 단 한 번 죽는 인생 속

더 즐겁게,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가자는

라이프 코치 조디 웰먼의 메시지가

바로 이 책 《당신에게는 몇 번의 월요일이

남아 있는가》에 담겼다.


그는 우리가 인생을 더 넓고 깊게 사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되는 것으로

항상 죽음을 성찰하는 태도인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를 강조한다.


생을 가장 활력 넘치게 살아가기 위해

가장 두렵고 멀리 유예하고 싶은

'죽음'을 강조하다니, 참 아이러니했는데


삶의 활력과 의미는

죽음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며

죽음을 외면하는 사람일수록 삶이 지루해지고,

죽음을 곁에 두는 사람일수록 매일이

생동감 넘치는 하루로 채워진다고 말했다.


해도 해도 새롭게 쌓이는 할 일,

반복되는 하루에서 잃어가는 생동감,

그리고 버티기만 하며

'태어난 김에 삽니다'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이 알려주는 활력 충전법, 의미 탐구법은

꺼져가는 일상에 숨을 불어넣고,

삶을 진짜 '내 것'으로 만들어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행동하는 것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다.


활기차게 사는 9가지 방법,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11가지 방법,

지루한 일상을 바꾸는 7가지 방법,

후회를 유익하게 활용하는 7가지 방법 등

이론적이고 감성에 호소하는 조언이 아닌

실질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책의 서두에서 그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당신에게 앞으로 몇 번의 월요일이

남아있는지 알고 계시나요?"


매주 찾아오는 월요일에

딱히 의미를 부여한 적이 없기에

몇 번이나 되려나 싶은 생각이 들던 찰나


여성이라면 숫자 81, 남성이라면 76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뒤 그 숫자에 1을 더하고,

그 숫자에 52주를 곱한 숫자가

각자 자신의 인생에 남은

총 월요일의 횟수가 된다는 계산법에

뜻 없이 계산기를 두드려보게 되었고


그 숫자를 본 순간 번뜩,

'생각보다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하는

조급한 마음이 들게 된 것이다.


마치 무한대로 주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던,

그래서 소중하지 않았던 인생의 시간이

갑자기 시한부처럼 한계가 느껴지며

이 유한한 날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

하는 근본적인 고민에 접어들었다.


단순하지만 마냥 가볍지 않은 이 질문을 시작으로

그는 구체적인 행동을 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후회 없이 살기 위한

삶의 12가지 영역에 대한 자가 진단법,

삶을 흔들어 깨우는 활력 챌린지,

변화 없는 습관과 루틴에 잠식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

의미와 목적을 발견하는 실천 가이드를 통해


'내 인생도 언젠가 끝난다'는 강력한 진실을

스스로가 제대로 마주하고 인정해

앞으로 남은 삶의 방향을 바꾸고

진짜 원하는 삶을 선명히 만들어

더 이상 막연하지 않은 인생으로 이끌도록

따스한 조언을 건넨다.


'내일 하지 뭐', '지금 말고 나중에'하며

해야 할 일에 대한 회피뿐 만 아니라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에 대해서도

나중으로 미루는 경향이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월요일이라는 구체적인 단위로

죽음을 우리의 가까이로 끌어오고 직시함으로써,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게 만들어주는

책 속의 질문들은

나만의 의미와 활력,

그리고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그리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처음에는 '죽음'을 자꾸 상기하는 것이

부정적인 감정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내가 곧 죽을 것이라는 사실은

이 삶을 제대로 살아내고,

마지막 순간까지 일말의 후회 없이 살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을 불러일으키며

삶을 '긍정'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를 하나씩 이뤄가는 것처럼,

죽음이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한 동기가 되어

밀도 있고 깊이 있는 삶을 만드는

하나의 계기가 된 것이다.


단지 내가 삶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현재를 즐기는 방법을 찾아

생생하게 매일을 살아내는 것이기에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에 대해

무기력하게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죽음을 상기함으로 인해

두려움과 무관심, 시간 낭비로 가득했던

삶을 지나 생생하게 살아내는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생각하면

오히려 '긍정심리학'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내가 원하는 삶을 탐색하고,

불필요한 습관과 루틴을 버리고,

후회를 남기지 않는 인생을 위한

작은 행동들을 시작해 보면서

결국 '죽음을 가까이하는 것이

곧 삶을 충만하게 하는 길'이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끔 설득하는

책 속의 문장들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월요일을

더 이상 무의미한 반복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자 다시 한번 삶을 선택할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고,

또 허투루 인생의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는

'진짜 인생'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


월요일마다 월요병에 시달리며

'일하기 싫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게으름과 체념으로 시간을 보내다

하루 끝에 '이러면 안 됐는데…'하고

후회하는 날들이 참 많았다.


하지만 인생에 주어지는 총 4,000번의

월요일 가운데 내가 그냥 흘려보낸

지난 월요일과 남은 월요일을 셈하고 나니

매주 찾아오는 월요일을

이제는 피하지 말고 제대로 맞이해야겠다는

단단한 다짐을 하게 되었다.


한 번에 뚝딱 마음을

실행으로 옮기기까지는 쉽지 않겠지만

차근차근 작은 실행, 버킷리스트로

나를 변화시켜 나간다면

앞으로 다가올 월요일들은 잿빛이 아닌

채도 높은 다양한 빛깔로

후회 없이 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 반복된 일상 속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독서였다.


내 마음가짐에 따라

'엇비슷한 매일'이 가슴 벅찬 하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다가올 월요일이 마냥 두렵거나

싫지 않을 것 같다.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

건설적인 매일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조금은 안일하고 나태해진 사람들에게도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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