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 우리 근현대사의 무대가 된 30개 도서관 이야기, 2025 한국출판평론상 수상작
백창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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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0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 입니다.















책을 애정하는 사람들에게

도서관 만큼 반가운 공간은 없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구입하지 않고도

맘껏 읽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구하기 어려운 절판 도서나 월간지,

일간지까지 만나볼 수 있기에

집 가까이에 도서관이 있는 '도세권'에

사는 것이 큰 혜택이라 느껴지니 말이다.


요즘은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행사,

강좌 등이 열리기도 하고

때때로 플리마켓 같은 장터가 열려

지역주민이 모이는 '사랑방'의 역할도

함께 맡고 있으니 우리의 생활에서

도서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랄까.


나 역시 단지 앞에 바로 도서관이 있는

도세권에 살고 있고

날씨가 너무 더운 날이면 더위를 피해,

혹은 딴짓 안 하고 집중해서 책을 읽고 싶을 때

도서관을 찾곤 한다.


하지만 이 도서관의 역사, 시작에 대해서는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학창 시절 '시에서 가장 큰 도서관'으로 손꼽히는

수원 선경도서관에 갔을 때

해당 도서관이 현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에서 설립해서 시에 기부한 것이며,

그래서 도서관 부지 내에 선경그룹 회장의

동상이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고는

'신기하다' 정도로만 생각했던 게 전부이다.


여기 도서관을 애정하는 한 '도서관 덕후'가

역사 속 도서관, 그리고 도서관 속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 있다.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에서는

근현대사의 무대가 된

우리나라의 30개 도서관에 대해 이야기하며

도서관의 정치학,

혁명과 민주화 투쟁의 무대가 된 도서관,

제국부터 민국까지, 국가 도서관에 대한 조명과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도 모르는

도서관의 숨은 역사까지

쉽게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도서관'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였다.


도서관이 언제 누구에 의해 설립되었고

또 어떤 시대부터 존재했는지에 따라

어느 정도 그와 관련된 '스토리'가

있을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도서관은 '인문'을 배우고 다루는 공간이기에

'정치·사회'와는 관련이 없는 곳이라 생각했다.


조용한 절간을 연상시키듯 고요한 공간,

소리라고는 책장 넘기는 소리나

'학습'을 위해 애쓰는 학생들의 모습이

정치나 투쟁을 연상시키지는 않기에 말이다.


하지만 성균관 존경각을 시작으로,

폭격으로 사라진 식민지 조선의 철도 도서관,

친일파 동상이 있는 종로도서관,

박정희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정독도서관,

공수처, 사직동 팀의 사연이 얽힌

서울특별시 교육청 어린이 도서관,

정치적으로 이용된 용산도서관,

또 잔혹한 근현대사의 사연이 남아있는

도곡 정보문화 도서관까지


도서관에서 엿볼 수 있는 '정치'를 통해

역사적 현장인 '도서관'이라는

새로운 시야로 확장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또한 도서관을 통해 국권을 되찾고자 했던

선조들의 시도를 엿볼 수 있는

우현서루와 경북대 중앙도서관,

이승만에게 도서관 이름을 바친

중앙대학교 학술정보원,

혁명을 기념하는 단 하나뿐인 도서관인

4·19혁명 기념 도서관,

유신 체제의 종말을 부른 부마민주 항쟁의

불꽃이 된 부산대, 동아대, 경남대 도서관과

6월의 항쟁으로 이어진

도서관 점거농성의 주인공

서울특별시청 을지로별관까지


투쟁의 무대가 된 도서관을 통해

우리의 지나간 근현대사의 모습,

그 시간 아래 기록되지 않고 묻혀 잊힌

안타까움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경복궁 집옥재를 시작으로

덕수궁 중명전, 조선총독부 도서관,

친일파 사서가 있었던 국립도서관과

독재자의 하사품이었던 국립중앙도서관 등

국가 도서관 이야기와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조차 알지 못했던

최초의 사서가 있었던 경성 도서관,

도서관을 세습한 명성교회 도서관,

'도서관'이라는 명칭을 갖게 된 유래나

친일, 반일과 관련된 역사까지


여전히 존재하며, 혹은 사라졌지만

우리에게 큰 영향을 준 도서관들의

뿌리를 훑어가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도서관의 역사, 도서관이 말해주는 역사를

새로이 알게 된 경험을 갖게 되었다.


투쟁과 민주화의 무대였으며

정치적 격변과 정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이용당하고 소모된 도서관,

하지만 역사 속 인물의 삶의 무대가 되기도,

어느 위인의 업적을 기념하는 도서관을 통해

책, 지식, 배움이라는 기능을 넘어

자유, 평등, 사랑이라는 가치로 가득 찬 공간

그리고 근현대사의 장면 장면을 재확인하고

그들이 남긴 메시지를 깨우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이 곁에 있음에도

그저 '책이 있는 곳'이라는 이름으로만

단순하게 바라본 건 아니었을까,

더 많은 도서관 속에 숨겨진 역사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반성이 들기도 했다.


이제 찾게 되는 도서관마다

그 안에 누구를,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생긴지 오래지 않아

'별 이야기가 없는' 일상 속 도서관 역시

시간이 흐르고 쌓이고 나면

또 어떤 기록과 메시지가 되어

'역사'가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도서관을 통해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그리고 가려진 역사를 배울 수 있었고,

이 배움을 바탕으로 미래로 나아가는

발걸음의 방향을 단단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의 흐름을 사건이 아닌

공간을 묶어 조명하는 참신한 시도, 시선을 통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도서관에서

읽고, 보고, 뜨겁게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역사와 도서관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에 얽힌 사연과 재미를 쫓아가면서

도서관 속 스토리를 새롭게 읽게 된

색다른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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