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개정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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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르포르타주(reportage)는

허구가 아닌 사실에 관한 보고,

실제의 사건을 보고하는 문학을 말한다.

어떤 사회현상이나 사건에 대한

단편적인 보도가 아니라 보고자로서

자신의 식견을 배경으로 하여 심층취재하고,

대상의 사이드 뉴스나 에피소드를 포함시켜

종합적인 기사로 완성하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조지 오웰의 르포르타주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 쓰인 시기는

대공황기로 대량 실업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정치적으로는 유럽 여러 나라에서

파시즘이 득세하던 때였다.


이 즈음 밑바닥 사람들의 생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오던 그가

잉글랜드 북부 노동자들의 실상을 취재하여

책을 써달라는 제의를 받고

집중적인 조사 끝에 완성한 책이다.


책은 탄광 지대 노동자들의 실상,

탄광의 실태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담겨

문학적으로도, 역사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는데


이 실상에 대한 내용에 이어

자신의 성장 배경과 영국의 계급 문제,

그리고 정치적 견해를 담은

주장 강한 에세이가 이어지며

큰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 이 책은

조지 오웰이 '작가'로서 얼마나

문학적으로도 감동을 주는

'르포르타주'를 써 내려갔는지,

그리고 역사학적으로 충실한 자료가 될 정도로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명의 기반이 되는 석탄을 캐기 위해

지옥 같은 땅굴에서 목숨을 걸고 노동하지만

천대받는 광부들의 모습을 통해

'그들' 없이 고상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자는 없다며

계급 문제, 정치적인 견해까지 이어져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탄광 노동자의 실상을 다룬 1부에서는

다큐멘터리나 미디어를 통해 접한

탄광 노동의 고됨을 면면히 알 수 있었다.


그저 '힘들겠지' 정도만 생각했던

노동의 고됨과 그럼에도 퍽퍽했던 생활,

'몸으로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을 위한 처우가 개선되거나

그들이 처할 수 있는 위험을 대비하지 않으며

사실상 '노예의 강제 노역'과 같은 노동환경은

먼 과거의 일이 아니라 오늘날 현대와

크게 다를 바 없어 씁쓸해지는 순간이었다.


시대와 국가는 다르지만

여전히 탄광 노동자들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공장에서 체력과 건강을 갈아 넣으며

자신을 다 태워 넣는 노동환경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기에


영국의 탄광 노동자의 현실이 아니라

'전태일'과 '미싱공'을 떠올리는 우리의 과거,

그리고 식품공장에서 목숨을 잃고도

여전히 일을 이어가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여전한 문장이라서

그들의 희생과 극한의 노동이

더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영화 〈기생충〉에서

상류층 동익이 아내 연교에게

운전기사 기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항상 선을 넘을 듯 말 듯 하지만

절대 선을 넘지 않는데,

그의 냄새만큼은 선을 넘는다."


아무리 숨기고 포장해도 숨길 수 없는

계급 차이를 '몸'으로 실감할 수 있던 대사라

오래 기억에 남았는데

'아래 것들은 냄새가 나'라는

부르주아로 자란 유럽인들이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시선,

'그들 사이의 넘을 수 없는 장벽'에서

영화를 보며 실감했던 같은 씁쓸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그저 관찰하고

글로 써 내려갈 뿐만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고 사회적, 정치적으로 확대해 바라보는

어쩌면 용기 있었던 조지 오웰의 선택에서

지금의 우리가 알아야 할,

목소리 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르포르타주라는 '보고'를 넘어선

2부의 내용은 상당히 어렵게 느껴졌다.

정치나 이념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고,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와

주장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에세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말에

반대로 '정치적인 목적'으로 글을 쓴다고 말하는

조지 오웰만의 신념을 엿볼 수 있기도,

계급 차별에 대한 냉철한 현실을 꼬집고

그 안에서 자신의 인생 궤적을 되짚으며

한 인물의 서사를 알게 되는 문장들이기도 했다.


탄광 노동자들의 실상을 시작으로

'밑바닥 사람들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메시지는


같은 맥락에서 힘없는 빈자와 약자와 소수자가

사회에 압살당하지 않고

공공의 영역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스스로 느끼고 고민해 보게 도와주었다.


우리가 어떤 곳에 힘을 실어야 하는지

어디에 연대의 함성을 보내야 하는지,

과거의 그가 전하는 문장을 통해

우리의 '내일'을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과 기대를 품을 수 있었고


다시 '조지 오웰'을 읽는 이유를,

각자가 사회와 노동자와 자신을 위해

해야 할 몫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는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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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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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피할 수 있으면 누구나 피하고 싶은 길을

부러 찾는 사람이 있을까?


영국 문학에서 중요한 입지를 가진 인물,

여러 매체를 통해 가장 위대한 작가로 손꼽히는

조지 오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요즘으로 치면

명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명문대 입학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입학을 포기한 채 열악한 환경의 나라로 떠나

공무원 생활을 하는 셈이다.


아버지의 근무지로 인해

식민지 인도에서 태어났지만

교육을 위해 다시 본국으로 돌아와

명문 기숙학교에 입학하게 되지만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명문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식민지 인도의 경찰 간부,

파리와 런던에서의 부랑자 생활,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는 등

평생 남과 다른 길을 걸어간 사람이다.


그의 유명한 저서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왜 쓰는가'라는 이 제목은

어떤 이념과 생각 그리고 현실이

그를 '쓸 수밖에 없게' 만들었는가를 살펴보는

그의 인생 연대기를 담아낸 책이라 할 수 있겠다.


그의 작품 가운데 동명의 에세이를

타이틀로 한 이 책에서는

그가 평생 동안 써 내려간 에세이 가운데

엄선된 서른여 편의 글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과 인생을

제대로 마주해야만 비로소 가능하다고들 한다.


합리주의자이자 반파시스트,

반 마르크스주의자이자 반자본주의자,

사회주의자로 설명되는 조지 오웰은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에

오히려 반대로 지극히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곤 했는데,


글을 통해 당대의 영국과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

더 나아가 영국 노동당이 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며

지나치게 관료적으로 변하였다는 평가,

노동 계급을 대변하고,

또 국제주의적 관점을 지니면서도

과학적 사회주의에 반대하는 등

독특한 그의 시선을 엿볼 수 있었다.


부랑자로 세상을 떠돌며 마주한

밑바닥의 삶에서 깨우친

'영국 노동자의 주인 근성'을 시작으로

자신에게 기대하는 시선을 외면하지 못해

코끼리에 총구를 겨누며 느낀

'가면을 쓴 꼭두각시 경찰'에 대한 회의,

헌책방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마주한

손님들을 관찰하며 써 내려간 독설과 유머 등


그의 인생 시계를 따라 여기저기로 옮겨가며

그가 마주한 다양한 환경, 체감한 계급 등

때로는 재미와 위트로 어떤 페이지에서는

진지한 사회에 대한 비판과 질타로

'인간 본성'에 대한 그의 탁월한 이해는 물론


어린 시절 침대에 오줌을 자주 싸는 통에

혼날까 봐 무섭고 두려웠던 순간,

자신을 향해 '부정적이다' 평하는 시선에

'그게 전부는 아닌데' 하듯

자신이 키워낸 장미 넝쿨에 대한

아름다움이나 뿌듯함을 써 내려간 글,

아내를 잃고 남은 아들을 위해

글쓰기를 멈추고 오랜 시간을 쏟으며 애썼던

아버지로서의 모습까지


철저히 현실적이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표현한 글이 많지만

자칫 무겁고 암울하게만 느껴지는

인생사 사이에서 만끽한 아름다운 순간을 표현하며

예술적인 서정성을 놓지 않은 이 글들은

'조지 오웰'이 어떤 사람인가,

그가 살아온 시대는 어떤 세상이었나를

깨우쳐주기에 충분했다.


처음에 책 제목만 보고서는

그가 왜 쓰는가의 이유를 알기 위해

책장을 열심히 넘겼지만,

부랑자들을 수용하는 스파이크 생활이나

누군가를 죽이는 교수형 등의 경험이

'쓰는 것'과 무슨 연결고리가 있을까

곱씹어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책에서

'내가 이런 배경 설명을 일일이 하는 것은,

어릴 때 어떤 식으로 성장했는지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한 작가의 동기를 헤아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듯

그의 인생 배경을 훑어가며 그 끝에 가서야


똑똑해 보이고 싶은,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은,

사후에 기억되고 싶은 순전한 이기심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또는 낱말과 그것의 적절한 배열이 갖는

묘미에 대해 자신이 체감한 바를

나누고자 하는 미학적 열정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을 알아내고,

그것을 후세를 위해 보존해두려는

역사적 충동


그리고 어떤 사회를 지향하며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정치적 목적


왜 쓰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이유' 네 가지를 모두 마주할 수 있었다.


그의 글은 지극히 정치적이기도,

그래서 때로는 예술이나 서정성과는

거리가 멀고 차갑고 냉소적이거나

지나치게 비판적이라 느껴지기도 했지만


인생의 순간마다 남들이 예상하는

그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함으로써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경험하며 깨달은 생각을 펼쳐내었기에

더 살아있는 문장으로 실감 나게 와닿았고


그렇기에 그의 세상사에 대한 성찰은

당시의 시대상에 대한 파악을 넘어

인간 본성에 대한 탁월한 이해자로서

조지 오웰의 진면모를 실감했다.


단순히 한 번의 만남으로

그 사람의 전부를 헤아릴 수 없었듯,

오랜 시간을 두고 여러 번 다시 펼쳐보며

조지 오웰이 통찰한 세상,

그의 경험과 사유를

이해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시대가 바뀌고 다양한 정치색으로

각자의 생각이 충돌하는 요즘,

오늘날에 적용해도 여전히 유효할

'두려움 없는 지식인' 조지 오웰의 통찰이

오랫동안 마음에 울림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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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품 남매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오정화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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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는 부부와 그 자녀들로 이루어져

함께 공간을 공유하고 '밥을 먹는'

경제적, 사회적 공동체의 최소단위를 말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부모와 자녀'라는

불문율을 가지고 있던 가족의 형태가

다양한 형태로 변화를 가져왔다.

이혼과 재혼으로 인해

각기 다른 부모를 가진 아이들이

서로 형제나 자매, 남매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요이치와 유카리 역시

각기 다른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요이치의 엄마와 유카리의 아빠가

재혼하게 되면서 가족이 된 케이스이다.


여러 가지로 길을 돌아왔지만

'드디어 만났다'라는 느낌을 주는

금술 좋은 두 부부와 아이들은

새로운 가정에서 행복할 일만 남은 것 같았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동시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미 성인이 되어 대학생이던 요이치는

부모님의 죽음 이후 중퇴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일자리를 구했고,

유카리를 거두겠다는 친척들 앞에서

'우리는 남매니까요, 가족이니까.'하며

유카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


회사에 다니며 가정의 경제적인 부분을

오롯이 담당하는 오빠 요이치,

학교에 다니면서 나머지 살림과

요리를 씩씩하게 담당하는 동생 유카리.


계절의 흐름을 따라 변해가는 풍경,

함께 요리해 먹는 메뉴들을 따라가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를 단단히 지키는 남매의 우애에

슬며시 미소가 나오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죽음은

앞으로의 삶은 모두 내가 알아서 하기에

현실을 버겁고 무겁게만 느끼게 할 것이다.


이 세상에 우두커니 혼자 떨어진 기분,

두렵고 막막한 상황에서

기꺼이 나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동생 유카리를 떠맡겠다고 다짐한 오빠 요이치는

도대체 어떤 마음이었을까 궁금해졌다.


현실 속의 요이치는

만사 천하태평하거나 조금은 귀찮은 태도로

휴일이면 집에 틀어박혀 있는 어설픈 사람이라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 싶은 마음이었는데


회사에 가져가는 점심 도시락을

매일같이 정성스레 만들고,

그가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

텅 빈 집안에 불을 밝히고

먹음직스러운 요리로 따스함을 안겨주는

동생 유카리의 존재와 그가 주는 힘 만으로도

내일을 또 살아갈 수 있다는

기분이 든다는 그의 말에서

흔하고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가장 중요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서로가 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고,

그렇기에 털고 일어나

'가족의 일원'으로 자신의 몫을 해내는

남매의 모습에서


얼핏 보기에는 '모조품'같은 남매가

그 어떤 혈연관계의 가족보다

포근하고 따뜻한 결속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는 '한 지붕 아래 있으면 가족'

혹은 '같이 밥 먹는 사이면 가족'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매일을 부대끼며 함께 살아가고,

곁에서 그의 일상을 함께 한다면

멀리 있는 친척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처럼


한 지붕 아래에서 누군가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무심코 간과하기 쉬운

'함께 살아가기'라는 것의 진정한 의미

그리고 그에 담겨 있는 가치를 배웠다.


둘만의 힘으로 꾸려가는 일상,

종은 따르지만 그들과 함께 가족이 되어

즐거운 하루를 만들어주는 고양이 다네다씨,

우연히 누군가에게 친절로 베푼 우산,

반짝이는 여름 이웃집 뒷마당 밭에서의 시간과

갑자기 걸려온 말 없는 전화 이야기가 담긴

여섯 편의 에피소드를 쫓아가며


서로의 '행복'을 기원하며

평범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남매,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이 되었지만

이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노력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족'을 실감하게 했다.


요이치는 동생 유카리에게

함께 살아가는 공간,

저녁밥 냄새와 고양이의 재롱,

다정하게 묻는 안부와 따스한 저녁밥.

그것만으로도

'내일을 또 살아갈 수 있다는 기분'을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그런 얘기를 함께 나눈 적은 없지만

같은 이유로 서로의 존재로 힘을 얻고

매일을 살아가는 남매의 사랑으로

잊고 있던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그리고 당연한 듯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독서였다.


가장 평범하면서도 소중한 기적인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스스로에게 되묻고 답을 찾아가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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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하루 만에 잊어라
야나이 다다시 지음, 박선영 옮김 / 다산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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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창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

겨울이면 출퇴근길이 참 난감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붐비는 사람과 난방으로 인해

외투가 너무 두껍고 덥게 느껴지고,

바깥에만 나오면 낮은 기온에

몸을 부르르 떨게 되는 양극의 상황.


그때, 직장동료 한 명이 그런 얘길 했었다.

"나는 겨울에 유니클로 옷만 있으면 돼."

처음에 그녀가 그 말을 할 때만 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옷의 장점을 설명하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나도 유니클로 옷 사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복은 아이들이나 입는 것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린

얇은 티셔츠 느낌의 내의인 히트텍을 입고

겉에는 두께가 두껍지는 않지만

포근하고 바람이 통하지 않아서

야외에서도 춥지 않은 라이트 다운을 입으면

지하철에서는 답답하지 않으면서도

밖에서는 떨 일이 없다는 것.


실내에서는 활동성이 좋은 후리스를

자리에 두고 입으면,

단정하면서도 깔끔한 코디가 가능해

어디서든 입을 수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와 일본의

역사적인 이슈로 인한 적대감으로

일본 브랜드인 유니클로는

쇼핑의 선택지에서 항상 제외되곤 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 제품 자체가 가진 장점과 메리트 때문에

유니클로에 혹하게 되었다.


그 뒤로 히트텍을, 라이트 다운을,

기본 티셔츠를 사 입어보면서

'확실히 튼튼하고 오래 입을 수 있다'는

유니클로의 제품력에 감탄하게 된 것.


과연 이 브랜드를 만든 사람은

어떻게 이런 제품들을 만들어내고,

또 어떤 경영으로 성공하게 된 걸까?


시간을 한참 흘러 'NO JAPAN'

불매운동에도 불구하고

시장 진출 이래 꾸준한 성공을 이뤄낸

유니클로의 저력이

경기 불황과 맞물려

있던 브랜드도 사라져 가는 요즘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광고홍보학, 경영학을 전공하며

마케팅을 업으로 삼아온 나에게

이런 '성공'의 비결은

직장이 아닌 자영업을 하며

더욱 큰 갈증처럼 다가왔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지방의 작은 의류점을 큰 기업으로,

더 나아가 세계시장에서 주목받는

성공으로 이끌어낸 '경영방침'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지

그동안 가지고 있던 궁금증과 갈증을

유니클로 창업주 야나이 다다시의 저서

《성공은 하루 만에 잊어라》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참으로 대단한 성공이다.

누가 봐도 더할 나위 없이

순풍에 돛 단 상황이지만

그는 이런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다고 했다.


제아무리 겸손하다 칭찬받는 연예인도

엄청난 사랑과 성공 앞에

'연예인 병'을 앓을 수밖에 없다고 하고,

하던 대로만 해도 될 것 같은 상황에서

성공을 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그의 발걸음이 참 경이롭기도 했다.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는 시기에

줄어들 판매량을 대비해 생산량을 조정하고,

기업의 큰 성공에 만족하기 보다

더 큰 성장을 위해 CEO 본인만이 아닌

전 직원이 구체적인 기업의 경영이념과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매해 신년마다 메일을 보낸다고 했다.


새해의 포부가 담긴,

기업의 정신이 담긴 이메일을 받으며

직원들 또한 더 도전적인 자세를

그리고 소속감과 자신감을 얻었을 터.


어쩌면 '굳이 그렇게까지' 싶을 정도로

엄격한 느낌이기도 했다.

하지만 직원들에게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일하지 않는 경영자'를 경계하며

관리만 하는 지도자를 질책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시너지를 일으켜 능력을 키우듯이

자신도 이러한 조직문화의 일부이자

이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서

기꺼이 능동적으로 앞장서는 모습은

마치 '장인'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는 물건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상황에 대해서도

'호황'이 아니라 경계로 받아들이며,

이는 장사가 아니라고 했다.

그런 상태가 지속되면 감각이 마비되기에

언제든 쉽게 팔린다는 착각에 빠져

현실에 안주하게 만든다며

성공을 경계하고 만끽하고 나태하지 않았다.


그런 성공에 안주하는 것은 '성공이라는 실패'라며

확실하고 장기적인 시야로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모범을 보였다.


하다못해 작은 가게라 하더라도

성공에 취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몇 시간씩 줄을 서는 맛집에서도

줄 선 손님들을 모두 받기 위해서 때로는

'조금 양을 줄여도 모르겠지'

혹은 '약간 짜게 되었는데 괜찮겠지' 하며

안일하게 상황을 넘어가고


그 성공에 푹 빠지게 되면 갑과 을이 뒤바뀐 듯

'내가 고객에게 팔아주는 거야' 하는 태도로

내가 우선인 장사를 하려 든다.


꼭 '변할 거야'라는 결심이 아니어도

작은 성공 앞에, 많은 판매량 앞에

이토록 평정심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때로 성공하고 실패하는 과정 속에서도

그는 '고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비전 하나로

뚝심을 가지고 길을 걸었다.


실패했을 땐 무엇이 왜 실패했는지,

성공했을 땐 무슨 이유로 성공했는지

그 이유를 면밀히 살피는

'돌다리를 두드리는' 과정을 통해

실패를 실패로 끝내지 않고

성공으로 이어지는 발걸음을 만들었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도 말한다.

어설픈 성공은 실패보다 위험하다고.


갑자기 성장한 기업의 규모 앞에

이런 초심과 다짐을 유지하기란

정말 쉽지 않았을 텐데

뚝심 있게 자신만의 신념으로 회사를 이끌어간

그의 노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과연 나라면,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더 혹독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솔직히 자신이 없다.


쉽지 않은 그 결심을 이어와

지금의 성공으로 이끈 그에게서

규모를 떠나 '어떻게 성공을 바라볼 것인가'

하는 질문의 답을 다시 생각해 보게 했다.


대기업병의 저지, 후계자 육성, 해외 사업,

사내 구조 개혁 등 끊임없이 착실한 노력으로

세계 제일을 목표로 여전히 나아가는

그가 만들어낼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소비자로서, 나 역시 '판매'를 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기대가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일을 하며

작은 성공에 도취되어 나태해진 적이 참 많았다.

한 번의 성공 이후,

다음도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는데도

'내가 이걸 이뤄냈다'는 성취감에 취해

그 성공의 혹은 반대로 실패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기보다는

기분에 도취되어 성공했던 방식을

검토하지 않고 다시 한번 반복하거나,

실패에는 크게 낙담해서

아예 포기해버리려는 태도를 가졌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무지했던 선택이,

안일했던 감정에 반성이 든다.

어쩌면 너무 쉽게 일희일비하면서

내가 나의 성공을 막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매해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

직원들에게 직접 발송한 사내 신년 메시지,

그의 정성스럽고 열정적인 경영철학이 담긴

이 책을 통해 마음을 다잡아 본다.


그가 제시한 신념 아래

건강하고 책임감 있는 착실한 노력으로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나와 내 일을

다르게 봐야겠다는 의욕이 생긴다.


꼭 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내가 하는 일에 있어 '이른 성공'을 맞이하거나

동기부여가 잘되지 않는 사람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리라 생각한다.

한 번씩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다시 꺼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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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벽
다이구 겐쇼 지음, 지소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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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때 mz 세대에서 유행하던 밈이 있다.

'오히려 좋아', '가보자고'라는 말로,

이 말들은 일반적인 기준이나 짐작, 기대와는

전혀 반대되거나 다르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좋아'라는 긍정을 뒤에 붙이며

환기하는 목적으로 사용했다.


실제 긍정적인 의미를 가졌다기 보다

쉽지 않지만 오히려 좋다는 허세로,

그렇지만 일단 '고민 말고 GO'하는

무데뽀의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말이 유행하면서

의도치 않은 '긍정 파워'를 얻게 되어

의외의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는

얘기가 꽤나 끊이질 않았다.


사실은 난감하고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유행어라 던진 말 한마디였을 뿐인데

오히려 좋다는 긍정적인 말과

일단 가보자며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 속에서

얻게 된 결과가 생각보다 컸던 것.


이처럼 말 한마디, 마음가짐 하나가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에 미치는 영향이 참 크다.


여기에 위와 같은 유행어처럼

'마음먹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이 있다.

마음은 물과 같아 모양이 계속 바뀌며,

모양을 만드는 건 마음 그릇의 주인인

'나'다 말하는 다이구 겐쇼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의 유명한 주지 스님이자,

무려 70만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그가 쓴 이 책 《나라는 벽》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 있는

욕심, 분노, 무지, 질투, 시기, 비교,

불안, 후회, 슬픔 등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룰 것인가를 담은

'마음먹기'에 대한 카운셀링 책이다.


신에게 의지하는 종교로서가 아닌

마음의 움직임과 감정의 변화를 분석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가르침 아래

'고통의 제조 공장은 내 마음이다'는 메시지로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한

다양한 길잡이를 제시하였다.


아무리 세상 이치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한다고는 하지만

누군가를 향한 부러움과 질투,

혹은 미워하는 마음을 비워내고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몇 명의 사람만 모여도 남의 뒷얘기를 하거나,

혹은 가정, 학교, 직장 등에서도

타인과의 비교 아래

초라한 스스로를 마주하기도 한다.


부처는 이러한 괴로움의 원인이

나보다 뛰어나거나 혹은 못난

타인이나 환경에게 있는 게 아니라

나의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작정 감정을 지우려는 것보다는

내가 왜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되었는지,

혹은 그 괴로움의 이면에는

어떤 생각이 있는지

자신의 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내부의 생각을 오롯이 마주하며

부정적인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그 뿌리를 파악함으로써,

그 미운 감정을 탓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일종의 심리치료 시간이기도 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타인을 미워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들을 보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나름 긍정적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했지만

때때로 찾아오는 열등감이나 미운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 당연한 것만 같았다.


하지만 책을 통해 내가 가진 감정을

온전히 마주해보는 시간을 가지며,

타인과의 비교 아래 단단하게 똘똘 뭉쳐있는

잘못된 감정, 즉 '망상'이 존재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힘들게 만드는 감정이,

내가 가진 고정관념과

스스로 만들어낸 '벽'으로 인한 것이란 걸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양한 감정의 뿌리를 쫓아가며,

이것이 어떻게 고통의 근원이 되는지

불교 경전과 함께 풀어가며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고,


질투, 시기, 비교와 같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감정 역시

어떻게 방향을 바꾸어나갈 것인지를

배울 수도 있었다.


제대로 마주하지 않았다면

고쳐나갈 수 없었을 감정들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짚어가면서

모든 감정의 원인을 '타인'에게서

먼저 찾으려던 무의식적인 습관을

고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부정적인 감정의 실체를 쫓아가며

충분히 스스로를 미워할 수도 있지만

자기 자신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태도,

감정을 다스리는 수행법으로

명상과 일상에서의 실천 등의 제안은

문제 인식에 멈추어 있지 않고

이 감정들을 어떻게 흘려보낼 수 있을지

스스로 과정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충분히 도와주었다.


마음에 괴로움과 고민이 생기는 것 자체를

죄스럽게 생각하고 부정하기 보다,

이는 '당연한 것'이다 생각하며

그 감정의 뿌리를 파악하는 것은

내 안의 사나운 파도를 잠재우며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기둥을 세우게 하는

탄탄한 '마음 수업'이 된다는 것.


나를 가장 아프게 하거나,

사실은 가장 자주 배신했던 것은

나 자신이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를 해결할

어떤 기술을 찾기 이전에

'나라는 벽'을 마주하고 이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을 깨달아야 한다는 가르침이


부정적이기 쉽고,

마냥 어렵고 버거운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새로운 '인식 전환'이 되리라 생각한다.


고통의 원인을 제대로 찾지 못하면

그 어떤 해결책도 일시적일 뿐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 분노는

그 마음을 일으키게 한 상대가 아닌

그 감정을 가진 나를 괴롭게 한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다.


생각의 전환, 마음먹기에 따라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 깊이 이해하지 못했던

그 가르침을 이제야 제대로 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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