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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벽
다이구 겐쇼 지음, 지소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 본 포스팅은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때 mz 세대에서 유행하던 밈이 있다.
'오히려 좋아', '가보자고'라는 말로,
이 말들은 일반적인 기준이나 짐작, 기대와는
전혀 반대되거나 다르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좋아'라는 긍정을 뒤에 붙이며
환기하는 목적으로 사용했다.
실제 긍정적인 의미를 가졌다기 보다
쉽지 않지만 오히려 좋다는 허세로,
그렇지만 일단 '고민 말고 GO'하는
무데뽀의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말이 유행하면서
의도치 않은 '긍정 파워'를 얻게 되어
의외의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는
얘기가 꽤나 끊이질 않았다.
사실은 난감하고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유행어라 던진 말 한마디였을 뿐인데
오히려 좋다는 긍정적인 말과
일단 가보자며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 속에서
얻게 된 결과가 생각보다 컸던 것.
이처럼 말 한마디, 마음가짐 하나가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에 미치는 영향이 참 크다.
여기에 위와 같은 유행어처럼
'마음먹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이 있다.
마음은 물과 같아 모양이 계속 바뀌며,
모양을 만드는 건 마음 그릇의 주인인
'나'다 말하는 다이구 겐쇼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의 유명한 주지 스님이자,
무려 70만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그가 쓴 이 책 《나라는 벽》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 있는
욕심, 분노, 무지, 질투, 시기, 비교,
불안, 후회, 슬픔 등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룰 것인가를 담은
'마음먹기'에 대한 카운셀링 책이다.
신에게 의지하는 종교로서가 아닌
마음의 움직임과 감정의 변화를 분석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가르침 아래
'고통의 제조 공장은 내 마음이다'는 메시지로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한
다양한 길잡이를 제시하였다.
아무리 세상 이치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한다고는 하지만
누군가를 향한 부러움과 질투,
혹은 미워하는 마음을 비워내고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몇 명의 사람만 모여도 남의 뒷얘기를 하거나,
혹은 가정, 학교, 직장 등에서도
타인과의 비교 아래
초라한 스스로를 마주하기도 한다.
부처는 이러한 괴로움의 원인이
나보다 뛰어나거나 혹은 못난
타인이나 환경에게 있는 게 아니라
나의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작정 감정을 지우려는 것보다는
내가 왜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되었는지,
혹은 그 괴로움의 이면에는
어떤 생각이 있는지
자신의 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내부의 생각을 오롯이 마주하며
부정적인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그 뿌리를 파악함으로써,
그 미운 감정을 탓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일종의 심리치료 시간이기도 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타인을 미워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들을 보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나름 긍정적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했지만
때때로 찾아오는 열등감이나 미운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 당연한 것만 같았다.
하지만 책을 통해 내가 가진 감정을
온전히 마주해보는 시간을 가지며,
타인과의 비교 아래 단단하게 똘똘 뭉쳐있는
잘못된 감정, 즉 '망상'이 존재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힘들게 만드는 감정이,
내가 가진 고정관념과
스스로 만들어낸 '벽'으로 인한 것이란 걸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양한 감정의 뿌리를 쫓아가며,
이것이 어떻게 고통의 근원이 되는지
불교 경전과 함께 풀어가며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고,
질투, 시기, 비교와 같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감정 역시
어떻게 방향을 바꾸어나갈 것인지를
배울 수도 있었다.
제대로 마주하지 않았다면
고쳐나갈 수 없었을 감정들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짚어가면서
모든 감정의 원인을 '타인'에게서
먼저 찾으려던 무의식적인 습관을
고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부정적인 감정의 실체를 쫓아가며
충분히 스스로를 미워할 수도 있지만
자기 자신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태도,
감정을 다스리는 수행법으로
명상과 일상에서의 실천 등의 제안은
문제 인식에 멈추어 있지 않고
이 감정들을 어떻게 흘려보낼 수 있을지
스스로 과정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충분히 도와주었다.
마음에 괴로움과 고민이 생기는 것 자체를
죄스럽게 생각하고 부정하기 보다,
이는 '당연한 것'이다 생각하며
그 감정의 뿌리를 파악하는 것은
내 안의 사나운 파도를 잠재우며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기둥을 세우게 하는
탄탄한 '마음 수업'이 된다는 것.
나를 가장 아프게 하거나,
사실은 가장 자주 배신했던 것은
나 자신이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를 해결할
어떤 기술을 찾기 이전에
'나라는 벽'을 마주하고 이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을 깨달아야 한다는 가르침이
부정적이기 쉽고,
마냥 어렵고 버거운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새로운 '인식 전환'이 되리라 생각한다.
고통의 원인을 제대로 찾지 못하면
그 어떤 해결책도 일시적일 뿐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 분노는
그 마음을 일으키게 한 상대가 아닌
그 감정을 가진 나를 괴롭게 한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다.
생각의 전환, 마음먹기에 따라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 깊이 이해하지 못했던
그 가르침을 이제야 제대로 배운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