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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맞지 않는 것을 하지 않는 것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25년 5월
평점 :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것을 알면서도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나를 가장 우선시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나 자신에게 가장 정직해야 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추구하며
나와 맞지 않는 것은 과감하게 놓아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사회의 암묵적인 룰을 따르느라
혹은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에
나를 잃어버리고 살아간다.
대개 본래의 나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적당히 참고 양보하며
오히려 그게 맞다고 나를 설득하기 때문에
'지금의 삶이 만족스러운가'에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운 건 아닐까.
이 책 《나와 맞지 않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은
일본의 대표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다양한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깨달은
'자기에게 딱 맞는 흐름을 타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깨우쳐주는 에세이이다.
시간, 돈, 신, 지금이라는 네 가지 주제 아래
생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갖가지 불안 앞에
자신의 당위성을 의심하는 현대인들에게
남들의 시선과 기준에 맞춰 변화하는 것보다는
'변화하지 않는 것'에 힌트가 있다고 제안한다.
주위 환경이나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에 떠밀려
정작 나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요즘,
그렇기에 살아가면서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는 '나와 맞지 않는 것'을
계속 이어가는 것도 일종의 버릇이라 말하며
이런 버릇을 떨쳐내고
나 자신으로 살아갈 것을 역설한다.
가만 보면 오히려 어린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자신만의 주관이 크다.
내가 싫어하는 것에 대해
아기들도 울며 의사 표현을 하고,
좋아하는 것 앞에 환하게 웃거나
하기 싫은 행위 앞에서는 고집을 피우는 등
아직 미숙해 보이지만
그 어떤 어른보다 적극적이다.
반면 어른들은 내키지 않는 제안에
아니라고 거절하지 못하거나
타인과 나를 비교하면서 맞지 않는 것을
계속 이어가기도 하니
오히려 '모든 것을 잘 해내려는 노력'이
되려 삶을 실패로, 혹은 행복과 멀어지게 만든다.
바나나는 특유의 영적인 시선을 더해
그가 교류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뭘 좋아하는지를 찾는 과정이
나를 '회복'하는 행복의 지름길이라 말한다.
살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그런 전제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며
그런 설정이 앞으로의 길을
다르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잊지 말라며
든든한 위로로 '나로 사는 삶'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우주 마사지사, 영감이 발달한 특별한 사람,
독자들이 보낸 질문에 답을 해가며
자신만의 논리로 이야기를 이어가기에
때로 '이게 무슨 소리야' 싶기도 하지만
울퉁불퉁하고 각기 다른 모양을 가진 삶에도
제각기의 맥락이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자는 그의 메시지는
매일을 바쁘게 움직이고 열심히 살지만
무언가 놓친 듯 허전하고
'나도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는
요즘의 현대인들에게
유쾌하고도 엉뚱한 위로로
각자의 어깨에 얹어진 무거운 짐을 덜어주고
가뿐한 기분,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방향을 짚어주는 해결을 제시한다.
늘 '이게 맞나' 의심하며 살아가는 매일에
이득이 되는 일을 하거나
성장해야만 한다는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나사가 한 개쯤 빠진 인간으로 살아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느긋한 자기 고백,
진정한 나를 기억해 내고
초기 설정을 바꿔 유쾌하게 살기 바란다는
작가의 바람은 너무 진지하게 임하느라
몸에 힘을 빼지 못하고,
그렇기에 매일이 행복하기보다 버거운
지금의 오늘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다르게 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하고 싶은 대로 해도 괜찮아,
살고 싶은 대로 살아도 어떻게 되지 않아.
사실 누구나 그런 말을 기다리지 않았을까.
어떤 사람이든 나를 사는 것이 중요하고,
나에게 정직하며
타인과도 정직하게 소통한다면
앞으로의 인생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성공과 실패'라는 두 가지 길만이 아닌
나를 회복하는 행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채워진다.
특유의 가벼움으로,
농담 같지만 무게감이 있는 조언과
특별한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을 통해
괴로움이 덜어지거나 슬픔이 없어지지는 않더라도
자기를 산다는 '주체적인 삶'으로 나아가야겠다는
단단한 다짐이 생긴다.
앞으로는 애쓰지 않고, 무리하지 않으며
나에게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르며
그렇게 인생의 발걸음을 더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