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문지 에크리
김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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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사랑으로 인해서가 아니라 다른 것들로 인해서 더 큰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의 충만함과는 별개로 고독해질 수 있다는 것. 오래된 연인이 함께해온 많은 방식을 어느 한쪽은 익숙해져 안온해하는 반면, 어느 한쪽은지루해져서 변화와 모험을 욕망할 수도 있다는 것. 다른사랑을 추억하고 상상할 수도 있다는 것. 사랑받는 자의천성적인 그릇이 작아서 어떤 경우는 너무 넘쳐 받아내다 지칠 수도 있다는 것. 예민하던 사랑이 둔감해져가는자연스러운 사실에 대하여 한 사람은 생활이 되어간다.
며 안도감을 느끼지만 한 사람은 상실감으로 받아들일수도 있다는 것,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모르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일 수도 있다는 것.
이 어쩔 수 없는 모습 앞에서,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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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실로 가다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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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읽은 레싱의 책.
여성으로서의 내 자아가 이 책을 읽는 동안 참 많이 아파하고 참 많이 분노하고 같이 체념했다.
왜 이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는지-
다른 책들도 찾아보니 절판된 것이나 미출간본이 많다.
그마저도 레싱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해에 잠깐 출간되다가 말았더라-
출판사들이 조금 더 열일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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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작은 생각의 조각이었다.

이틀 전 모처럼만의 여유를 누리고 있던 내 머리에, "안녕, 잘 있어."라는 말이 스쳤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한 마디의 말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을 해 본 적이 있던가?

내가 먼저 이별을 고한 적이 있었던가?

 

-8살 어린아이의 순수함으로 한 아이를 3년 동안 쫓은 적이 있다.

결국 좋아한다는 말은 꺼내 보지도 못하고 그애는 작별 한마디 없이 이사를 갔다.

갈 데 없는 마음은 그때부터 배회하는 연습을 했는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사는 집이 내가 태어난 곳이다.

이사는 단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

나는 줄곧 떠나보내기만 했다.

내가 떠나본 적이 없다.

항상 익숙한 것은 누군가의 뒷모습이지, 남겨진 사람의 얼굴이 어떨지 생각하는 것은 내 몫이 아니었다.

 

-15살에 처음으로 이별을 고했다.

나는 그런 것을 해 본 적이 없었기에 결국 되돌아갔다.

그래서 결국 남겨지는 쪽은 나였다.

부질없었다.

지금까지도 괴로운 것은 나다.

떠난 쪽이 어떤 마음으로 떠나는지 모른다.

이해할 수 없었다.

 

-<4월은 너의 거짓말>은 애니로 보았다.

워낙 잘 만들어진 터라 입소문도 타고 있었고, 음악이 있다는 얘기에 혹해서 이번 봄에만 2번을 보았다.

그리고 원작이 있다는 이야기에 <이치고 동맹>을 찾아 읽었다.

책이 90년에 출간되었다는 것에 놀랐다.

애니와 책 사이의 갭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마치 그대로 옮겨온 듯 자연스럽다.

 

-차이점은 정말 많다.

주인공들은 서로 일대일 대응이 아니다.

 

-나는 우에하라 나오미를, 미야조노 카오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환경 특성 상, 그 심리에 대해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특유의 변덕스러움.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특유의 변덕스러움에 대해서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늘 기타자와의 역할이었고, 아리마 코우세이였다.

그래서 그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참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아리마가 마지막으로 연주하며 카오리를 보내는 장면에서 울었다.

카오리가 아리마에게 기대서 울었던 장면에서는 울지 않았다.

한 번도 왜 그런지 생각해본 적 없었다.

나는 슬픈 영화를 보아도 항상 남겨지는 사람의 슬픔만을 공감할 수 있었다.

반쪽짜리.

 

-처음으로 '떠나보낸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나에게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에 한 번도 고민해 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이치고 동맹>을 다 읽고 문득 저런 생각이 났다.

이 책은 나에게 떠나는 것과 떠나보내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물론 더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자살'에 대해 고민하는 주인공들의 입장이 서로 다른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면 꽤 재미있을 것 같다.

 

-떠나보냄에 익숙하다고 해서 그 이별들이 모두 같지는 않았다.

모두 달랐고 모두가 하나같이 가슴아픈 것들 뿐이었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배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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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이야기.낯선 여인의 편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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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에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곧바로 리뷰를 작성하던 중에 실컷 쓴 글이 다 날아가 버려서 때려치웠다.

오늘에야 다시 쓰고 싶은 마음이 들어 간단하게 기록해 둔다.)

 

'슈테판 츠바이크'라는 이름을 처음 본 곳은 아마도 로쟈님의 서재글이었을 거다.

'전기(傳記)'를 전문적으로 많이 썼다는 점에서 내 구미를 당겼던 것 같다.

그래서 츠바이크의 책 중에서 가장 먼저 구매한 책은 이 책이 아니라 세창출판사에서 나온 <도스토옙스키를 쓰다>였다.

원래 이 책은 전혀 읽을 계획도, 구입할 계획도 없었다.

평소처럼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을 구경하는데, 온라인 중고샵에 등록된 것을 보고, 그것도 최상!인 것을 보고 혹해서 충동구매한 책이다.

 

이번에 이 책을 읽겠다,고 고른 이유는 단지 얇아서였다. 그리고 단편을 두 편 묶어둔 책이라 중간에 끊어 읽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간단하게 내 느낌을 정리하자면,

생각보다 날카로웠고 생각보다도 훨씬 더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츠바이크는 정말 글을 잘 쓰지만, 정말 건조하게 글을 쓰는구나.

그래서인지 이 사람이 쓴 전기는 더 기대가 된다.

이 정도로 요약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만족은 작가가 묘사한 B박사의 '미쳐버릴 것만 같은' 심리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는 점과 '낯선 여인'과 같이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며 사랑해본 적이 있는 나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아마도 누군가는 저 여자를 손가락질할 것이고 나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아프게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츠바이크의 문체는 너무도 건조하다고 느껴졌다. 아픔을 담은 '단어'를 사용하지만,

실제로 그 단어와 단어의 조합 사이에서 느껴지는 아픔은 크지 않았다. 

아직 츠바이크의 전기는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이런 느낌이라면, 나는 이 사람의 '전기'문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또 다른 소설이라면? 글쎄, 뭐라고 해야할지, 구미는 당기지만 선뜻 내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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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을 시간이 없어 책을 읽지 않는다는 변명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책 읽는 시간은 내가 만드는 것이지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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