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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 월의 친구들 ㅣ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0
미샤 담얀 지음, 이명희 옮김, 두산 칼라이 그림 / 마루벌 / 1996년 9월
평점 :
절판
<십이 월의 친구들>(미샤 담안 저, 마루벌)이란 제목만 보고 짐작한 것은 책에 십이 월, 그러니까 열두 달이 다 등장하는 책인 줄 알았다. 읽어 보니 그렇지 않았고 십이 월이 철수, 순이 같은 이름이었고 친구들은 삼 월, 유 월, 시 월 이렇게 세 명(?)만 등장했다.
발상이 참 재밌는 책이다. 각각의 달을 의인화시켜 줄거리를 만들고, 또 그것을 그림으로 상징화했으니 말이다. 만약 아이들에게 각 달을 사람으로 상상해서 그리라면 어떻게 했을까? 두산칼라이처럼 모자로 그 달을 나타냈을까?
<십이 월의 친구들>(미샤 담안 저, 마루벌)은 글 자체는 어렵고 긴 내용이 아닌데도 번역의 문제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읽기가 참 지루하다. 또한 일정한 크기의 활자가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져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글의 내용을 받쳐 주지 못한다. 다행스럽게도 그림이 그 동안 우리가 익히 봐왔던 그림과 전혀 다른 느낌을 주기에 그나마 이 책이 빛을 보는 것 같다. 내용에 의해 그림이 탄생했겠지만 이 책은 그림이 해내는 역할이 참 큰 책이다.
십이 월, 삼 월, 유 월, 시 월을 곰곰이 뜯어보게 된다.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그렸을까? 가장 대비되는 차이는 모자다. 각 달의 특성을 살려 모자가 다르다. 그 중 십이 월의 모자가 참 특이하다. 새 집을 얹고 다니다니...... 재밌다. 글에서 모자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은 딱 두 번 있다. 꽃으로 엮은 모자를 쓴 유 월과 사과 모양의 모자를 쓴 시 월을 만나는 장면에서다. 왜 삼 월과 십이 월의 모자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했을까?
안데르센 상을 받은 <십이 월의 친구들>(미샤 담안 저, 마루벌)의 글과 그림은 아이들에게 계절적 특성을 자연스럽게 알리면서 동시에 꿈과 희망, 우정을 느끼게 해 주고, 달을 의인화시키는 것을 통해 많은 상상력을 키워 주는 데 그 의미가 큰 책인 듯 하다. 글을 읽으면서 그림 속에서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등장 인물과 소재를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이 주는 쏠쏠한 재미다. 그런 의미에서 글과 그림의 어울림이 순조롭게 된 책으로 평가하고 싶다. 내용에서는 계절적 특성이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점이 좋았다.
그런데 왜 등장한 각 달을 다 소년으로 표현했을까? 소녀들이 소외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여자인 내가 갖는 지나친 편견일까? 그림책을 보면서 별생각을 다 하는 건 아닌가 싶다. 한 번 읽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