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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풀꽃도 꽃이다 - 전2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평점 :
택배 포장을 뜯고 책을 처음 대했을 때 일단 상큼한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우리의 교육 문제, 어디서부터 어떻게 헤쳐 나가야 될 지 막막한 교육 문제를 다룬 책 치고는 표지가 너무 아름답고 밝았다. 그래서 좋았다.
표지의 빛깔은 싱싱한, 싱싱해야 할 우리 아이들을 나타냈고, 나태주 시에서 빌려 온 제목은 하나하나 소중한, 소중해야 할 우리 아이들을 온몸으로 나타냈다.
우리 아이들의 색깔을 찾아 주고픈 작가의 강한 바램이 드러나는 표지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는내내 시종일관 작가의 목소리가 곁에서 쟁쟁하게 들리는 듯 했다.
20여년 전 선생님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내용은 말할 것도 없고 어투 자체가 작가 그 자체였던 인상깊었던 강연이라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목소리로, 그 어투로 내 곁에서 계속 말씀을 들려 주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하실 말씀이 정말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지상에서 보았던 심각했던,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았을 팩트를 소설에 다큐처럼 넣어서 구구절절하게 느껴질만큼 상세하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정말 답답하셨구나 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고, 공감이 되었다.
교육은 교육을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행복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의 교육은,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행복해 보이지가 않으니 교육이 아닌 것 같다. 그럼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훈련인가? 한창 감수성이 피어날 시기에 대학이란 목표를 가지고 12시간 이상을 책상에 앉아 하는 공부, 강제하는 교육, 정말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더구나 노력에 비해 너무 많은 아이들이 외면 당하고, 패배감과 절망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 참 속상한 교육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학을 배워도, 과학을 배워도, 수학을 배워도 시험 문제로 보이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과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가 없다.
대체 이 나라 위정자들이 하는 일은 무엇이란 말인가? 교육을 논할 때 정치를 논하지 않을 수 없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을 이중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시선도 참 불편하다. 교육 제도를 만들고, 정책을 만드는 것이 정치라면 교육의 문제를 논할 때 당연히 정치를 논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요즘 개콘에서 유행하는 말로 "정신 바짝 차려서" 교육 문제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여야가 한마음으로 대안을 마련하면 좋겠다.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게 아닌가? 국민을 개돼지라고 말하는 위정자들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들이 그들의 할 일에 정신 바짝 차려 주길 바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선생님께서는 작품에서 대안교육과 혁신교육을 대안으로 분명하게 제시하신 듯 하다. 3년 취재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될까? 현장에 있는 나로서는 솔직히 대안교육은 대안이 아니고, 혁신교육도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태동하게 되었고, 일부라도 내놓은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결과물을 볼 때 작가가 말씀하고 싶으셨던 것을 지지하고 싶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한마음 한뜻으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진짜 교육을 하기 위해 대동단결해서 한 마음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성적 따위에 목매어 진짜 목을 매는 아이들이 없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아들을 논산 훈련소에 보내면서 느끼신 참담함을, 손주의 사교육을 보면서도 느끼셨다고 했다. 그래서 작가는 사명감을 갖고 이 책을 쓰신 것 같다. 74세 어르신이 따끔한 일침을 놓고 계신 것이다. 더하고 뺄 것도 없이 딱! 현재 우리 사회에, 부모들에게, 선생들에게, 위정자들에게 필요한 정묘일침이란 생각이 들었다.
김제동씨가 진행하는 선생님의 "풀꽃도 꽃이다" 출판 관련 대담 방송을 보았는데 선생님께서 국회에 가셔서 국회의원들에게 교육정책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고 오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국회 교육위원장이 인사말만 하고 바쁘다고 나가 버려서, 우리나라는 무책임한 장이 문제라고 한방 먹이셨다고 대소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책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실천을 도모하는 선생님이 참 멋졌다. 이런 책을 쓰는 것 자체가 작가로서 이미 커다란 실천이지만 말이다. 시대의 어른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사회에 나쁜 일이 참 많이 일어나는데, 나쁜 일만 보면 우리 사회가 이렇게 굴러가는 것만도 용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빠지는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어 주는 것은 조정래 선생님 같은 분을 비롯한 자기 삶속에서 작게든 크게든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들 덕분인 것 같다.
요즘에 청소년 소설, 어린이 동화를 자주 읽다 보니 선생님의 문체가 조금은 올드하게 느껴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조정래 작가님의 긴 호흡으로 쭈욱 밀어 붙이는 묵직한 책 두 권이 그 어떤 청소년 소설보다 빨리 읽혔다.
서문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퀴즈를 냈다. 74세 할아버지께서 강교민이란 주인공 이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독자들에게 알아 내라고 하셨다. 사모님께서 작위적인 이름이라고 지적하셨지만 작가는 말 그대로 강력한 메시지를 주고 싶은 바람에 고집하신 이름이라고 한다.
강교민----강력한 교육 민주화..... 솔직히 나는 스스로 찾지 못하고 선생님께서 손석희씨와 인터뷰한 내용에서 알게 되었다. "교육이 강력하게 민주화" 되면 아마도 우리 아이들이 많이 행복해질 것 같다. 교육이 민주화 된다는 것은 다양성이 인정되고 저마다의 자질을 키워주는 교육을 하게 되는 것일 거다. 그러면 우리는 아이들을 자세히, 오래 보아야 할 것이고, 아이들이 예쁜 줄, 사랑스러운 줄 알게 될 것이다.
강력한 교육 민주화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강력한 바램과 함께 변화를 위한, 민주화를 위한 꾸준한 실천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꾸준한 실천이 지칠 때쯤, 최규석 작가의 100℃라는 만화에서 사람도 반드시 100℃에서 끓으니 지금이 99℃라고 믿고 멈추지 말고 버티라는 구절을 생각하며.... 버텨야겠다.
교육....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중심 잡기 참 힘들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초등교육을 하고 있기에 입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학력의 망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대체 학력이란 게 뭔가?
그러나 앞으로는 흔들릴 때마다, 중심이 안 잡힐 때마다 "풀꽃도 꽃이다"를 생각하며, 조정래 선생님을 생각하며 중심 잡기에 노력할 것이다. 함께 읽고, 깨달음을 실천하는 든든한 벗들과 함께 말이다.
책은 참 좋다. 그리고 그 책을 함께 읽고 나누는 사람들이 있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