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상상놀이터 2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함미라 옮김 / 보물창고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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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벌 받을 부모들"이라는 글귀는 핵폭발 뒤 남겨진 상처받고 찢긴, 갈 곳 없는 고아들이

부모들을 원망하면서 벽에다 숯으로 커다랗게 쓴 글귀다.

 

제목만 보아도 어떤 내용이 그려질 지 짐작은 되는 책이었다.

그런데 읽으면서 짐작 그 이상의 충격을 받는 책이었다.

 

핵무기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두려움이 매우 구체적으로 다가왔고,

만약 내가 작품 속에 있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에 대한 감정 이입이 저절로  되었다.

 

수많은 처참함을 대하면서도 사람에 대한 애정과 예의를 지키는 어린 주인공을 보면서

내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고,

부모를 잃고 남겨진 아이들을 보면서, 그리고 그 아이들이 벽에 쓴

"천벌 받을 부모들"이라는 문구를 보면서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난 지금 무엇을 간과하고 있는가?

"천벌 받을 부모들"이라는 말을 들을 만하지 않은가?

이런 질문을 수없이 하게 되었다.

 

핵폭발이란 극단적인 상황... 무엇이 온전하고 무엇이 파괴되었는지도 모르는, 눈 앞에 보이는 상황이  전부인 상황에서, 생과 사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오기 전에, 후세에게 "천벌 받을 부모들"이란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어른인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현재 우리 사회는 극단적인 사회의 모습으로 가고 있다.  기사를 보면 타인에 대한 범죄는 물론이요, 부부간에, 부자간에,모자간에, 이웃 간에 패륜이라고 하는 범죄들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논리의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수많은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평범한 우리들의 일상이 평범하지 않게 극단적으로 많이 파괴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그 평범함을 파괴하는 것은 개인이 어찌해 볼 수 없는 경쟁 중심, 가진 자 중심의 사회 변화가 무수한 약자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 같다. 다행인 건지 불행인 건지 그 가진 자들도 행복해 보이진 않는다.

수많은 사회 문제를 남의 것인양 보고 있는 내가  "천벌 받을 부모들"의 한 사람인 것만 같다. 뭔가 정의를 위해서 작은 무언가라도 실천해야 하는데 말이다. 잠재되어 있는 핵폭발이 언제 내게, 우리에게 올 지 모르는데 말이다.

 

어제, 오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있다. 이를 대하는 언론은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이들의 파업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부분만 대서특필한다. 우리 모두 사회 구성원인데 기사의 내용을 보면 그들은 사회 구성원이기 보다는 사회에 해를 끼치는 사람들로 호도된다. 그들이 왜 파업할 수 밖에 없는지, 사회 구성원인 그들을 위해 우리 사회가, 시스템이 해야 할 일에 대한 고민은 없는 것이다. 그들에겐 정규직과 비교했을 떄, 열악하기만 한 보수 체계가 핵 폭발과 다르지 않을 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우리 아이들의 숨통을 조이는 핵 폭발이 여기 저기 숨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난 핵폭발을 멈추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하지 못하고 있기에 나중에 "천벌받을 부모들"이란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시종일관 책을 읽으며 마음을 졸이고

현재 우리 사회와 견주고,

핵폭발 뒤 자기 살던 곳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하는 주인공의 엄마를 쫒으면서

엄마의 잘못 된 선택에 대해 나무라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질문하고

살아있는 자들의 비극적인 최후를 보면서

그리고 새로 태어난 아기의 비참한 시작과 최후를 보면서

두 눈을 질끈 감아도 보이는 현실에 대해 피할 길은 없는 것 같았다.

 

마음이 무겁다....

 

그런데 최후의 그 상황에서도 주인공은, 아버지와 세운 학교에서 읽기, 쓰기, 셈하기보다 다음과 같은 것을 가르쳐 주고 싶다고 한다.

 

"너희들은 빼앗거나, 도둑질하거나, 죽이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너희들은 다시 서로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도움을 줄줄 알아야 한다. 너희들은 서로 대화하는 법을 배워 당장 치고 박고 싸우기보다는,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함께 어울려 찾아 내야 한다. 너희들은 서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너희들은 서로 사랑해야 한다. 너희들의 세상은 평화로운 세상이 되어야 한다. 비록 그 세상이 오래 가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왜냐하면 너희들은 쉐벤보른에 남은 최후의 아이들이니까...

 

우린 최후가 아니기에 위의 것들을 실천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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