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골의 서
로버트 실버버그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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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와 베트남의 시기의 미국의 4명의 젊은이는 영생을 구하러 두개골의 사원을 향해 떠난다. 언어학을 공부하는 일리야가 도서관 귀퉁이에서 발견한 '두개골의 서'. 그 책 안의 9번째 비의에 의하면 4명이 출발하여 그 중 하나는 스스로 희생하고, 다른 하나는 다른 이들에 의해 희생당하며 나머지 둘은 영생을 얻는다고 한다.

4명의 룸메이트, 유태인이고 언어학을 공부하는 일리야, 백인 상류층의 티모시, 농촌 출신이며 의대생인 올리버, 작가이며 냉소주의자에 게이인 네드는 영생을 얻기 위해 애리조나로 떠난다.

사실 실버버그의 다른 장편 '다잉 인사이드'는 꽤 좋은 소설이었지만(사실은 꽤 정도가 아니라 아주 좋은 소설일지도 모르지만) 지루했다. 다 읽고 나서는 좋은 소설을 읽은 데 대한 만족감이 매우 컸지만 그 과정은 즐겁지만은 않았다.

그 지루함 때문에 실버버그의 두 번째 소설을 쉽게 시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의 번갈아 일인칭으로 서술하는, 빠르게 바뀌는 화자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사실 두께에 비해 페이지도 많지 않다. 긴 장편은 아니다.

흥미진진한 과정에 결말을 매우 기대했으나, 의외로 결말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읽는 중에는 너무너무 재밌었는데 막상 끝까지 다 읽고 나니 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 결말보다는 거기까지 가기 위한 여정이 결말보다 훨씬 중요하고 재밌는 책이다. 그 과정이 충분히 재밌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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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잠들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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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을 하는 주인공이 폭풍우 치는 밤, 길에서 자전거를 끌고 가던 어느 소년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 그 소년은 믿을 수 없게도 텔레파시 능력자였다. 성장물, 초능력이야기, 미스테리 등등

미리 밝히고 시작한 결말. 그러기에 무언가 좀더 놀라운 이야기가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예상대로 끝났을 때는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재밌다.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무엇이 메인테마인지 알 수 없이 뒤섞어서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내용자체는 오히려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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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5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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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영화가 마음에 들어 구입하고자 하는 분들은 한번 더 생각해보시기를.  이 책은 단편집이라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그 중 매우 일부분을 차지할 뿐이고, 이 단편은 영화와 많이 틀리다. 거의 모티브만 제공하는 정도라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 듯.

기대하는 바가 커서인지 표제작인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오히려 별로였다. 영화는 보지 않았는데 지나치며 보게 된 몇몇 장면 중 가장 인상깊게 남아있는 유모차는 소설에는 나오지도 않았다. 그냥 '조제'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일본소설은 읽다 보면 축축하게 젖은 옷가지에 둘러싸여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미묘한 감각을 뭐라 불러야 할까? 장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그 안 깊숙이 들어있는 그 감각은 변화가 없다. 그네들의 정서가 그런 건가 하고 섣부른 판단을 내리게 된다.

조제와는 달리 오히려 나머지 단편들은 버릴 게 없다. 비슷한 느낌을 주기는 하는데, 그래서 하나를 읽었을 때보다 묶어 읽음으로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게 뭐였는지 보일 것 같다.

전반적으로 결혼 생활하고 있지 않은 여자들 얘기, 혹은 결혼했지만 남편과 관계없는 다른 남자와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인상적인 것 몇 가지.

30대의 자기 일을 가진 여자와 10대의 남자아이. 같이 가기로 한 별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애인을 두고 오히려 그 기다림, 초조함을 에너지 삼아 일에 전진하는 남자. 갑자기 나타난 예전과 다른 전 애인, 다른 여자에게 떠나면서 죄책감 없이, 가지 말까 따위를 묻는 남편.

읽어볼 만한 소설이다.

단, 읽는 내내 가장 이질감을 느끼게 한 것은 소설 내 여자들의 나이대. 작가가 몇 살이고 언제 쓰인 소설인지는 모르겠다만 이 안에서 이야기하는 결혼 적령기는 20대 초반, 20대 후반은 이미 올드미스, 30대는 이혼했거나 결혼 못한 사람이라는 뉘앙스다. 너무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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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뫼비우스 : 부기팝 바운딩 - 부기팝 시리즈 13, NT Novel
카도노 코우헤이 지음, 김영종 옮김, 오가타 코우지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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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충 절반 정도를 이 사람이 누구지? 언제 나왔지? 기억을 되살리려 노력하며 보냈다.

부기팝은 13권이 나오도록 앞 부분과 많은 시공간을 겹친다. 덕분에 내면으로 점점 파고들어가는 나선 같아졌다.
같은 인물,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 아주 약간 비켜갈 뿐이다.

이번 편은 특히 그런 느낌이 강해 한 권의 소설로 완결성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 한 권을 읽어서는 인물 성격과 배경이 모두 설명되지 않는다.

부기팝은 확실히 한 권, 한 권의 완성도와 개성이 많이 차이 난다. 하지만, 그 굴곡만큼 매력적인 시리즈다.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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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 전3권 세트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윤정 옮김 / 손안의책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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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수험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고3인 미츠키 등은 등교하고 보니 학급위원인 자신들 8명밖에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모든 교실은 깨끗이 정리되어있고 사람이 있었던 것처럼 난방과 조명이 켜져 있다. 그들은 곧 출입구를 비롯한 1층 창문 등이 열리지도, 깨지지도 않아 나갈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른 사람을 찾아 헤매다 보게 된 담임 책상 위에 사진에는 담임을 비롯한 7명의 학생뿐. 하지만, 그 사진 또한 곧 없어져 확인할 수 없다. 나머지 한 명은 누구인가?

두 달 전 축제 마지막 날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같은 반 학생 하나가 투신자살을 했다. 하지만, 그가 누구였는지는 모두 기억나지 않는다.

학교의 모든 시계는 자살 사건이 있었던 5시 53분으로 맞추어져 있다. 그들 중 한 명이 샤워실에서 사라진다. 그 자리에는 피 흘리는 인형만이 누워있다. 그 순간부터 시계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다시 5시 53분이 되자 다른 사람이 사라진다.

이런 줄거리를 알고 이 책을 잡았을 때는 너무나 당연하게 공포, 추리소설일 줄 알았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한 명씩 사라지는 두려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유령(혹은 귀신)이 자신들 사이에 숨어있다는 데서 오는 의심과 공포를 이 소설은 표현하지 않는다.

8명은 끝까지 그들 사이에 있는 죽어있을지도 모르는 한 명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가장 의심되는 미츠키를 감싸려 든다. 그녀가 만약 정말로 범인이다 해도, 끝까지 의심하지 말자고 하며. 그들 중 한 명이 죽어있다는 사실에, 두려워하기보다는 안타까워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중의 하나를 잃은 것인가?

범인 또한 의외로 빨리, 쉽게 나온다. 추리나 공포 소설로서 기대하면 안 되는 책이다. 이 소설에서는 한 명, 한 명 사라지는 순간에 다음 순서가 자신일까를 의심하면서 각자에게 초점이 맞춰지고, 그 사람이 그동안 겪어온 고통이 나온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통이 있다. 그런 고통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환경 - 성장기의 청소년이라는 데 기반을 둔다.

그러나 고통은 나오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약점을 극복하지는 못한다. 단지 이번 사건으로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는 계기가 되는 것뿐. 사실 성장기에 갖는 고통은 뚜렷한 답을 통해 해결되진 않는다. 시간이 지나며 잊히는 것뿐이다.

분위기가 독특한 소설이다.

3권으로 분권한 데 비해 내용이 많지 않다. 이렇게까지 분권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당연히 들긴 하는데, 그럼에도 책은 참 예쁘다. 3만 원이란 가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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