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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5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일단 영화가 마음에 들어 구입하고자 하는 분들은 한번 더 생각해보시기를. 이 책은 단편집이라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그 중 매우 일부분을 차지할 뿐이고, 이 단편은 영화와 많이 틀리다. 거의 모티브만 제공하는 정도라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 듯.
기대하는 바가 커서인지 표제작인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오히려 별로였다. 영화는 보지 않았는데 지나치며 보게 된 몇몇 장면 중 가장 인상깊게 남아있는 유모차는 소설에는 나오지도 않았다. 그냥 '조제'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일본소설은 읽다 보면 축축하게 젖은 옷가지에 둘러싸여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미묘한 감각을 뭐라 불러야 할까? 장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그 안 깊숙이 들어있는 그 감각은 변화가 없다. 그네들의 정서가 그런 건가 하고 섣부른 판단을 내리게 된다.
조제와는 달리 오히려 나머지 단편들은 버릴 게 없다. 비슷한 느낌을 주기는 하는데, 그래서 하나를 읽었을 때보다 묶어 읽음으로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게 뭐였는지 보일 것 같다.
전반적으로 결혼 생활하고 있지 않은 여자들 얘기, 혹은 결혼했지만 남편과 관계없는 다른 남자와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인상적인 것 몇 가지.
30대의 자기 일을 가진 여자와 10대의 남자아이. 같이 가기로 한 별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애인을 두고 오히려 그 기다림, 초조함을 에너지 삼아 일에 전진하는 남자. 갑자기 나타난 예전과 다른 전 애인, 다른 여자에게 떠나면서 죄책감 없이, 가지 말까 따위를 묻는 남편.
읽어볼 만한 소설이다.
단, 읽는 내내 가장 이질감을 느끼게 한 것은 소설 내 여자들의 나이대. 작가가 몇 살이고 언제 쓰인 소설인지는 모르겠다만 이 안에서 이야기하는 결혼 적령기는 20대 초반, 20대 후반은 이미 올드미스, 30대는 이혼했거나 결혼 못한 사람이라는 뉘앙스다. 너무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