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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자그마한 기쁨을 선사하는 소설이다. 짧고, 쉽고, 간간히 나오는 귀여운 삽화까지.
고슴도치처럼 온몸을 방어하는 가시로 감싸고, 어머니와 딸 하나와 같이 살아가는 이혼 남자가 본의 아니게 수다쟁이 여자를 만나고 다시 결혼하는 일상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굳이 어려운 단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사랑"이니 "희생"이니 힘든 단어가 등장하지 않아도 읽는 사람을 가슴 포근히 만들어주는 이야기가 가능하다.
현재를 바꾸기 위해 사람을 바꾸는 건 힘들다. 그 이유가 자신이 아닌 타인이 되어서는 더욱 그렇다. 이 이야기에서는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고, 남들과 같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그냥 그렇게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곤두세우더라도, 그 가시에 찔리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되는 것이다.
고슴도치 같은 남자는 스스로를 바꾸지도 못하고 바꾸려고 하지도 않고 그가 만난 수다쟁이 여자 또한 그 남자를 바꾸려 하지도 않는다. 이런 게 천생연분인걸까?
그냥 그렇게 그 고슴도치 같은 남자의 가시에 찔리지 않는 그런 가시가 있는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여자가 있어서 있는 그대로의 그를 만나는 것.
너무나 소극적이고 자기 방어가 강한 그 남자를 보며 화도 나련만 그보다는 귀여운 느낌이 먼저 드는 건 삽화의 덕이다.
그 고슴도치 남자에겐 형제가 둘 있는데 모두들 같은 성향을 지니고 있어 형제들이 만나는 장면 묘사와 그에 맞는 삽화 - 고슴도치 세 마리가 앉아 있는 장면은 정말 유쾌하다.
(그게 실제라면 답답해서 미쳐버릴듯 싶지만. )
가볍게 읽고 따뜻하게 덮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