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브로큰 컨트리
클레어 레슬리 홀 지음, 박지선 옮김 / 북로망스 / 2025년 10월
평점 :
* 본 리뷰는 도서 제공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재판정에서 사람들이 묻는 건 단 하나였다. "왜 그랬습니까?" 하지만 베스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들이 함께 만들고 연습한, 완벽한 이야기뿐이었다. 진실을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쉬울까 생각했다.
이 모든 일은 아들 바비를 잃은 뒤부터 시작되었다. 베스는 목장 일에 몰두했다. 몸을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그나마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프랭크는 바비의 이야기를 견디지 못했다. 죄책감이 너무 깊어, 마치 그 아이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굴어야 겨우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 같은 집에 살지만, 두 사람은 커다란 슬픔 위에서 각자의 방향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때 게이브리얼이 돌아왔다. 십여 년 전, 여름 호숫가에서 처음 만났던 그 사람.
"날 떠나지 않을 거지?" 서로 약속했지만 끝내 지키지 못했던 그날의 그림자와 함께 말이다.
게이브리얼의 아들 레오는 열 살. 바비가 살아 있었다면 그와 같은 나이였다. 베스는 레오를 돌보기 시작한다. 강아지를 함께 훈련시키고, 바비 이야기를 들려주며, 프랭크가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하는 그 이름을, 게이브리얼은 함께 불러주었다. 베스는 처음으로 온전한 자신으로 숨을 쉴 수 있었다.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면서도.
이 이야기는 영국 도싯의 목장을 배경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1955년 여름의 약속과, 1968년 어느 토요일 밤 총성 사이를. 퍼즐처럼 맞춰지는 장면들 속에서 드러나는 건, 사랑이 아니라 책임에 관한 이야기였다. 프랭크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게 될 때,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의 무게가 달라진다.
우리는 사랑하는 존재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