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인두투스 : 입는 인간 - 고대 가죽옷부터 조선의 갓까지, 트렌드로 읽는 인문학 이야기
이다소미 지음 / 해뜰서가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리뷰는 도서 제공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화무십일홍. 본질을 채우지 못한 아름다움은 덧없다."


《호모 인두투스 입는 인간》에서 루이 14세의 스타킹을 다룬 챕터 끝에 나오는 문장이다. 발레로 다져진 종아리를 자랑하던 왕의 호즈는 절대왕정의 상징이었지만, 끝내 프랑스 혁명 앞에서는 힘을 못 썼다. 결국 스타킹은 화려했지만, 국정 운영까지 책임질 수는 없었다. 


이 책이 흥미로운 건, 저자가 패션 디자이너 출신이라는 점이다. 천을 몸에 직접 걸쳐 가며 만드는 드레이핑 기법을 설명하면서 고대 그리스의 천 주름이 왜 지금도 명품 브랜드들이 참고하는 디자인인지 보여주고, 에르메스가 말 안장을 꿰매던 바느질 방식을 가방 제작에도 그대로 쓰고 있다는 걸 장인의 눈으로 풀어낸다.


저자에게 옷은 생존 도구이자 욕망의 표현이며, 개인의 정체성이자 시대의 기록이다. 그래서 '호모 인두투스', 입는 인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관점으로, 성경 속 선악과에서 시작해 21세기 조선의 갓까지, 26가지 옷 이야기를 통해 옷이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었다는 걸 보여준다. 과거의 옷들이 각자의 시대를 말해왔듯이, 오늘 내가 입은 이 옷은 백 년 후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로 읽힐지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