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네이스 3 아이네이스 3
베르길리우스 지음, 김남우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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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제공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전장에서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신은 이리스를 보내 적을 부추기고

트로이인들은 성벽 위에서 방어를 이어 갔다.

배를 불태우려던 적 앞에서

목재가 요정으로 변해 바다로 사라진 장면은

신이 여전히 이들의 운명을 지키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늘의 신은 전쟁 개입을 금했지만

땅 위의 불길은 꺼지지 않았다.

그와 함께 돌아온

한 젊은 전우는 아버지를 떠나 전장을 택했다.

그러나 적과의 결투에서 쓰러졌고

그 전리품은 적의 허리에 매달렸다.

땅은 평화와 전쟁을 두고 갈라졌고

곳곳에서 창과 화살이 오갔다.

전장은 잠시도 고요할 틈이 없었다.

마지막 결투에서

그는 쓰러진 적을 살려줄까 망설였다.

그러나, 적의 허리에 매달린

젊은 전우의 전리품을 본 순간,

망설임은 사라졌다.

창은 복수를 택했고,

서사는 그렇게 끝났다.

운명은 그를 여기까지 데려왔지만,

마지막 한 걸음은 그의 선택이었다.

그 선택이,

로마의 첫걸음을 만들었다.

《아이네이스》는 단순 전쟁 영웅담이 아니다.

한 인간의 운명과 선택이 어떻게 한 제국의 시작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로마의 기원은 승리의 환호보다,

그 길 위에 남은 희생과 책임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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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가족엔 이야기가 있다 - 사랑과 상실, 치유와 성장의 드라마
줄리아 새뮤얼 지음, 이정민 옮김 / 사이드웨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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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제공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존재이면서도

가장 복잡한 감정을 품은 관계다.

사랑하지만 상처 주고,

기대할수록 서운함이 커지는 사이.






이 책에서는 각기 다른 여덟 가족의 실제 상담 사례를 따라가며

우리가 가족 안에서 어떻게 상처받고,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떤 가족은 아버지에 대한 깊은 의심과 거리감 속에서

정체성을 지켜내려 애쓰고,

어떤 가족은 사랑하는 아이의 죽음 이후

슬픔과 분열을 견디는 방법을 배운다.



또 어떤 이들은

부모가 되는 자격을 스스로 증명해내기 위해,

혹은 이미 엉켜버린 관계를 풀어보려는 마음으로

낯선 상담실을 찾는다.






이들의 이야기는 처음엔 낯설게 느껴지지만,

한 발짝 떨어져 보면

우리 모두가 겪어왔던 익숙한 감정들과 겹쳐진다.

사랑하고, 지치고, 떠나고, 다시 돌아오는-

그 익숙한 감정들 말이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건,

'누구도 완벽하지 않지만

모두 나름의 이유로 버텨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하나씩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가족을 이해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보게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얼마나 멀어졌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느냐는 것.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이유로,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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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질감
윤우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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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제공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사랑은 만질 수 없지만,

그 질감은 분명히 존재한다. ❞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사랑이라는 말 아래

서로를 옭아매고

때로는 아프게 파고드는

모녀의 이야기.




우아하고 신실한 위선자로 살아온 엄마 은희와

그 곁에서 자기 삶을 찾아가려는 딸 선우.




은희는 겉으로는 단정하고 친절한 교수,

신실한 신앙인이지만,

집에서는 딸의 선택 하나하나를 죄악시한다.

원치 않는 유학, 강요된 졸업 작품,

그리고 끊임없는 통제.




그 억압 속에서도 선우는

처음으로 '나'로 살아보는 연습을 시작한다.

수업 끝난 뒤 보는 야구 경기,

친구와 함께 떠나는 드라이브-

평범하지만 은희의 세계에선 허락되지 않던 자유.


자유가 피어나는 순간마다,

은희는 선우를 더 깊이 죄어온다.




하지만 은희 역시

한때는 자유를 꿈꾸던 사람이었다.

프랑스 유학 시절 마주한 마티유와의 만남,

그리고 부모님의 뜻에 무너졌던 선택들.




그 순간 은희의 삶은 멈췄고

그 틀 속에 딸을 끼워 넣으려 했다.

그것이 옳다고,

그것만이 살 길이라고 믿으면서.






《사랑의 질감》은 

모녀의 뒤틀린 감정선을 따라가며,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상처 내고,

또 어떻게 다시 끌어안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떤 사랑은 부드럽고 포근하고,

어떤 사랑은 뾰족하고 거칠다.



우리는 그 질감 속에서 배우고, 흔들리고,

부드럽고 거칠었던 모든 사랑을 지나

결국 서로를 다시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사랑은 결국,

나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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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사람을 위한 책 - 정신건강의가 알려주는 진짜 휴식
스즈키 유스케 지음, 최서희 옮김 / 사이드웨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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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제공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나에게 늘 하루는 24시간으론 부족하다.

몸도 마음도 피곤하지만,

정작 '쉬는 법'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

지금 나의 이야기이자,

이 책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사람을 위한 책》은

'왜 우리는 쉬지 못하는가'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시선으로

차분하게 들여다보는 책이다.






진짜 휴식은,

내 몸의 감각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단순히 아무것도 안 한다고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 몸과 마음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스스로 파악할 수 있어야

비로소 회복이 시작된다.






✔ '결혼, 임신, 승진'처럼 긍정적인 사건조차

스트레스 점수는 높게 매겨진다는 점.

▸ 변화 자체가 우리 신경계에는 큰 부담이 된다.




✔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항스트레스 호르몬은

일종의 '도핑 효과'를 유발한다는 것.

▸ 이 도핑 상태는 약 3개월간 유지되다 고갈되며,

그 뒤에야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온다.




✔ '허리 통증'이나 '피부 트러블' 같은 증상은

마음의 데미지를 나타내는 신체 반응일 수 있다는 것.

▸ 눈치채지 못한 불편함들이

휴식이 필요하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 때,

사실은 '몸이 셧다운을 요청 중'일 수 있다는 것.

▸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탓하기보다,

신경계가 회복을 시도 중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저자는 스트레스 반응이 단지 심리적인 것이 아니라

신경계와 깊게 연결된 반응이라고 말한다.

몸의 리듬이 깨지고 감각이 무뎌진 상태에선

아무리 쉬어도 개운하지 않고,

오히려 무기력과 불안이 더 커지기도 한다.




'쉬고 싶지만 쉴 수 없다'는 마음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결과다.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

타인의 기대에 반응하며 살아온 사람일수록

자기 안의 신호에는 무뎌지기 쉽다.






제대로 쉰다는 건

그저 멈추는 것이 아니라

내 신호를 인식하고 반응하는

연결의 기술이다.






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열심히 살고 있지만, 정작 쉬는 법을 모르는 사람,

아무것도 안 해도 피곤한 이유가 궁금한 사람,

나처럼 쉼이 서툰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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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포 투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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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제공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누군가와 마주 앉아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일.
그건 생각보다 많은 것의 시작이 된다.
《테이블 포 투》는 그런 순간을 포착한다.



책에는 여섯 편의 단편과 한 편의 중편이 담겨 있다.
드라마도 없고, 거창한 반전도 없다.
하지만 작가는 사람의 '변화'를 표현하는 데 있어 탁월하다.



가령, 〈밀조업자〉에서 토미는
카네기홀에서 불법 녹음을 하던 노인을 고발한다.
법을 지킨 일이었지만, 그 뒤로
그는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한다.
노인은 말한다.
아내가 아파서 오지 못했기에,
그녀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마음이 옳았던 일이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현실이 되었을 때,
우리는 그 옳음을 끝까지 믿을 수 있을까.





평범해 보이던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삶은 종종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의도가 순수하다고 해서,
결과까지 따뜻하라는 보장은 없다.
누군가의 진심은 다른 누군가에겐 실망이 되고,
어떤 결정은 한참 뒤에야 고통이 된다.



이 책의 제목이 '테이블 포 투'인 이유는 분명하다.
작품 속 많은 장면들이
누군가와 마주 앉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지나쳤던 조용한 장면들,
그곳에 이야기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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