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대한 백과사전 - 눈보라 속에 남겨진 이상한 연애노트
사라 에밀리 미아노 지음, 권경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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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제목으로 쓰인 '백과사전'
처음엔 사전을 들추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책을 읽어 갈수록 눈이 녹듯이 사랑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눈이 주는 차가움과 애잔함이 소설 속 곳곳에 담겨져 있다. 읽어가는 나에게 내용적인 면도 새로웠지만 나도 모르게 마음에 담게 되는 독특한 형식은 어쩌면 소설을 읽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새로운 형식에 놀라게 된다.

작가가 그려내는 상상력은 어쩌면 처음부터 불편하기 보다는 신선함으로 나를 끌어안았던 것 같다. 한 여인의 삶을 송두리째 가져간 한 남자가 그려내는 그의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이기 때문에 더욱더 애잔하게 느껴지고 깨끗한 눈처럼 순수하게 받아들여지는지도 모르겠다. 한 편 한편의 짤막한 느낌을 정리한 듯한 단어와 단어의 연속적인 배치는 소설의 완성도 면에서 보면 우연히 발견된 노트의 낙서처럼 보이기도 하고 하루하루의 모습을 섬세하게 담아낸 생명력을 지닌 하나의 이야기로 읽히기도 한다.
인용과 주석 등 사전에서 볼 수 있는 형식적인 면은 읽어가는 나에게 새로움을 넘어서 어느새 한 여인을 사랑한 한 남의 슬픈 자화상으로 읽혀지기도 하고 세월의 흔적을 찾아 그 시간으로 거슬러 오르게 만든다. 작가가 그려내는 새로움은 우리가 그동안 사랑에 대한 느낌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눈이 주는 느낌은 미완성의 사랑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기도 한다. 겨울이면 내리는 눈을 바라보던 느낌이라고 설명하면 이 소설을 이해하는데 조금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을 덮어버리는 눈으로 인해 더러움과 쓸쓸함은 온데간데없고 읽어낼 수록 사랑은 더더욱 내 마음에 들어와 차갑게 만들어 놓는다.
흰눈과 차가움을 마음으로 느낄 때쯤 발견된 노트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어떻게 사랑을 찾아가는지를 보여준다. 소설이라는 처음의 생각이 이제는 새로운 방식을 그리고 있는 작가의 눈으로 쏠리게 되고 전작을 읽은 도움을 이제야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변으로 내리는 눈을 그저 한 순간의 느낌으로 받아 들였던 지난날의 나의 모습이 이 작가의 글을 보니 더욱 순수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리고 사전적인 의미의 눈이 아닌 다양하게 해석되는 눈을 표현하는 다양한 표현들은 어쩌면 우리가 계속해서 알아가야 하는 것들인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것이 사랑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노트에 담겨진 여러 가지 단어들을 조합해 보고 이리저리 생각을 해 보면 그것은 하나의 눈으로 집결된다.
사랑도 만남이 있다면 헤어짐이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에서는 작가 본인이 느끼는 깨끗함을 더욱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사랑이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경이로움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눈이 녹듯 사랑도 이제는 사라지겠지만 잠깐 동안 뭉쳐 있던 눈덩이에서 느껴지는 새로움은 또 다른 사건을 만들어가기에 충분하고 여운으로 남아 내 마음으로 아련하게 만든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사랑의 느낌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마음 한 구석이 아프고 그 아픔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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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
닉 혼비 지음, 박경희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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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공통분모를 갖는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일까? 순리에 맞게 살아가고 변하지 않는 마음을 지니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지녀야 하는 지극히 낮은 자세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느 날 갑자기 머릿속이 흰 종이처럼 하얗게 변해 있는 때가 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게 되는 말로는 표현 되지 않는 그런 느낌. 우울하면서도 무언가 주고받지 못하는 대화들, 잠시 침묵. 그리고 긴 한숨.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어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을 전달할 수가 없다. 단지 서로에게 바라는 것을 조금 덜 바라는 마음이 어른이 되어가는 길일 것이다. 또한 내 자식만은 그렇게 살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엘리시아의 갑작스러운 임신은 특별할 것 같지 않는 나에게 커다란 충격을 전해준다. 그리고 이 세상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작가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게 만든다. 이것은 정말 결정적인 순간임을 알린다. 샘은 창피한 느낌이 들어서 잠시 머뭇거린다.
작가는 읽어가는 나를 순수함은 사라진 샘에게로 인도한다. 그리고 샘에게서 노코멘트라는 말을 듣게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밀려서 갈 곳이 없어진다. 또한 미련이 생긴다고 해도 그것을 무마시킬 어떤 힘도 작용하지 않는다. 갑자기 찾아온 소식은 모든 사람들을 그저 넋 놓게 만든다. 그 충격은 쉽사리 없어질 것 같지도 않다. 도망친다고 해결된다면 그저 멀리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다. 할 말은 많지만 입을 굳게 다물어 버린다. 누구와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는 밤이다.
차라리 꿈이라고 누군가가 말해 주면 좋지 않을까
무모함이 있는 16살의 애 아빠의 성장기(?)는 아이를 기다리는 여느 부모의 마음과 비슷하다. 아이를 품에 안게 되면 누구나 기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라기보다는 자신에게 던지는 무언의 메시지로 읽으면 좋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탄생을 즐기려는 마음은 모든 애 아빠가 가지는 어떤 찬사와도 비교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책 ‘슬램’에는 16살이라는 아이가 애 아빠가 되는 것이다. 순리로 보면 억지 같지만 유럽에는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피자를 좋아하고 파스타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제 된장찌개가 익숙해지는 나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그 음식을 받아들이고 먹고 맛있어 하겠지만 극단적인 방식의 16살의 애 아빠는 과연 농담과도 같은 지금의 방식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또한 지금의 정리가 되지 않는 느낌을 어떻게 해결해 갈지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작가는 나에게 이러한 순간들, 잠시 머뭇거리게 하는 부분들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미숙하지만 진지한, 삶의 한 부분들을 통해 성장의 아픔과 성장기를 거치면서 비로소 어른이 되는 모습을 알게 해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미숙한 나이에도 진지해질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느꼈다. 그리고 따라오는 하나의 느낌. 만약 내가 16살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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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브레이킹 - 가슴 떨리는 도전
조일훈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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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야 나를 알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 멀었음을 또한 알게 되었다. 벗어나고 싶었지만 벗어나지 못하고 현재의 조직에 몸을 담고 있다. 안주하는 함정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것은 여전히 내가 몸을 담고 있는 곳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 ‘넷브레이킹’을 통해 ‘그들은 어떻게 CEO가 되었는지’ 무척 궁금했다. 사실 고백을 하자면 새로운 생각을 통해 새로운 출발지점에 있음을 스스로 느낀다. 그리고 그 새로움이 늘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느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삶들은 자신만의 인생을 그리는 하나의 로드맵이 될 수 있고 정당한 노력을 통해 당연한 결과를 가져와야 하며 납득 가능한 댓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무엇이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를 저자는 한번 품었던 꿈에서 흔들리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그 꿈이 자신에게 커다란 의미를 지니며 인생이란 길에서 변화하지 못하고 안주를 한다면 평생을 후회 할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그 조언의 의미가 넓게는 수많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며 좁은 의미에서는 다양한 마음의 힘의 균형을 잃어버리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세상엔 영원한 네트워크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실로 쉬운 말이지만 현실에서 생각해 보면 복잡한 관계가 얽혀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 네트워크의 주인은 누구이며 지금 누군가의 네트워크에 자신이 속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한다.
저자는 네트워크의 중심을 자신으로 만들어 보라고 이야기 한다. 쉬운 일은 물론 아니겠지만 나를 바라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나름의 기준을 통해 나를 판단한다면 당연한 결과가 자신에게 다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곳에서 나름의 결과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것도 하나의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CEO를 만나면서 저자가 느꼈다는 겸손과 당당한 포부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을 읽어 갈수록 절실함으로 다가왔다. 오늘을 사는 나에게 그 의미는 왠지 모를 슬픈 감정을 갖게 만들기도 했다.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회사의 CEO, 그 내면의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들에겐 분명 회사를 이 만큼의 수준으로 끌어 올린 노력이란 이름이 존재한다. 미래를 바라보지 못하고 두려워하면서 지금의 모습에 안주를 했다면 그들에겐 지금의 회사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네트워크도 그것과 비슷하다. 아니 똑같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생각에 너무 파묻혀 있지 말고 강박관념을 벗어나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갖는다면 강적은 상대방이 아닌 나 자신이 되어 있을 것이다.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추억과 시간을 소중히 하고 나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노력을 매일같이 기울여야 함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생각했던 처음의 마음은 창의적인 제품을 기획하는 회사의 모습을 통해서 또 다른 면을 보게 되고 새로운 생각을 갖게 했다. 이것은 아마도 인적 자원이 풍부해서 그런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 생각엔 자신을 혁신하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모습이 예전엔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알려주는 창조적인 사람이 되어야 함을 알게 되었다. 나는 오늘부터 내 관심의 영역을 하나로 만들어 보려고 한다. 네트워크가 다양하고 복잡할수록 나는 변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꽃을 피우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 실패를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실패를 통해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대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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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티유 광장
레온 드 빈터 지음, 지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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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티유 광장은 프랑스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서울 사람들에게 시청 광장의 의미와 비교해도 될지... 그것과 비교를 한다고 해서 내가 생각하는 느낌을 가져다줄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런 의미를 갖고 나는 ‘바스티유 광장’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레온 드 빈터의 장편소설이다. 그리고 소설은 파올이 쓰고 있는 ‘바스티유 광장’이란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책 속의 또 다른 책 이야기를 작가는 펼치고 있다. 사람들의 의식엔 어쩌면 그동안 살아오면서 사회에 대한 분노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좌절을 맛보기도 하고 시간에 기대기도 한다.

과거의 모습이 자신의 현재의 모습을 대변한다는 말이 있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현재의 모습을 과거에 기대어 현재 어떤 부분들에 영향을 주었는지 그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삶은 시간의 흐름대로 흐르지 않는다. 그러나 역사는 시간의 흐름대로 정리하고 해석하려고 한다. 이 소설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좋은 것이 파올이 역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가족의 울타리에 얽매인 한 중년 남자의 처절한 모습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유태인으로 살아온 운명과 진지한 삶에서 느끼는 무력감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부분, 또한 자신의 형을 찾아 나서는 모습은 어쩌면 프랑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전쟁의 모습과도 비견되는 부분으로 읽히기도 한다.
읽어갈수록 유대인이 가지고 있는 역사의 한 단면을 상처와 현재의 모습을 적절하게 섞어놓아 삶을 아니 지금의 모습을 더욱 더 진지하게 해 주는 면도 발견할 수 있다.

느낀다는 것은 무언가의 영향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내 과거의 삶의 모습을 통해 현재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전쟁이란 삶을 두 동강이의 마음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자의 모습은 늘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넓은 광장은 그래서 늘 사람들로 부적거리는 것이며 그 속에서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광장을 통해 작가는 삶의 모습, 즉 내면의 마음을 끄집어내려고 노력한 흔적을 이곳저곳에서 다양하게 보여준다.
전쟁 속의 가족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보이고 있는 것들을 읽으면서 나에겐 간접적인 체험의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늘 굶주리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다양한 다큐멘터리에서 느꼈던 느낌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다양함이 더욱 더 강하게 다가왔다. 아마도 상상력을 통해 다양하게 뻗어가는 생각으로 인해 그 모습이 더욱 크게 다가온 것 같기도 하다.

최근에 읽은 소설들 가운데 비교적 짧은 분량의 이 소설이 나에게 고독을 불러일으키는데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과거가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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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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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춰진 비밀은 늘 우리의 가까이게 있게 마련이다. 늘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따지거나 되물어보는 법이 없다. 이것은 가족이란 울타리가 주는 편안함에서 오는 일종의 주어를 뺀 나머지의 문장만으로 대화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삶에 진지해지려고 할 때 그 가족의 구성원과 그 울타리는 비와 바람, 그리고 눈에도 끄덕하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 놓인다. 그러나 가족과의 단절은 울타리를 타고 넘을 수 있다는 진리를 우리는 종종 잃어버리고 살아간다. 편안한 존재와 존재와의 만남이기에 더더욱 쉽게 잃어버리고 그렇게 살아가도 된다는 팽배한 마음이 더욱더 무방함을 부추긴다.
가족 간에 늘 무언가를 바라고 늘 속삭이지만 개개인을 살펴보면 자기중심적이고 자기만 아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정이현의 신작 ‘너는 모른다’를 읽으면서 그 가족의 모습은 철저하게 개인의 모습을 띄고 사회로부터 분리되려고 하는 존재로 읽힌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일상에선 서로 간섭하기를 거부한다. 그것은 가족이란 이름이 주는 안일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늘 개인으로 머물기를 바라는 각자 자신의 바람이 충분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편안한 일요일, 그저 자신의 주변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평온한 느낌을 하루 종일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 행복을 멀리에서 찾으려고 시도를 하거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지금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만이라도 행복하면 그 뿐인 것이다. 

평소 삶에서 찌든 것들을 달콤한 휴식으로 유보하거나 없애려고 할 뿐이다. 그리고 가족 간의 모습을 서로 이끌어주는 존재가 아닌 스스로에게 다가가지 않으려는 몸짓들만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일련의 모습들이 현재의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회의 단절된 모습과 그 속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 이것이 우리의 참 모습이며 진정으로 그 속에서 헤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네가 어찌 알 수 있는가.
소설은 우리가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을 하면서 되물어본다. 슬픈 대답이다. 그리고 우리가 안고 있는 커다란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물음일지도 모른다.
막내딸의 실종이 한 가족의 비밀을 겉으로 들춰내게 하는 재미도 있지만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왜 바람이 부는 방향에서 가족으로 모습이 단절되게 보이고 있는지 사뭇 궁금했다. 그리고 책장을 모두 덮으면서 도시의 가족에게 보이는 이면의 모습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면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가족의 비밀은 모두 가족의 비밀을 들여다 볼 때 가능한 일이고 단절된 것은 누군가 다가가려할 때 조금씩 금이 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작가에게 이번 소설이 안겨주는 새로운 소재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시의 이미지를 전작에서 읽어왔던 우리는 이 소설에서 보여주고 있는 사회의 확장과 개인사적인 모습들은 인간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치열한 순간이 사회와 내가 거리를 두고 있을 때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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