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
닉 혼비 지음, 박경희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유일한 공통분모를 갖는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일까? 순리에 맞게 살아가고 변하지 않는 마음을 지니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지녀야 하는 지극히 낮은 자세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느 날 갑자기 머릿속이 흰 종이처럼 하얗게 변해 있는 때가 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게 되는 말로는 표현 되지 않는 그런 느낌. 우울하면서도 무언가 주고받지 못하는 대화들, 잠시 침묵. 그리고 긴 한숨.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어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을 전달할 수가 없다. 단지 서로에게 바라는 것을 조금 덜 바라는 마음이 어른이 되어가는 길일 것이다. 또한 내 자식만은 그렇게 살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엘리시아의 갑작스러운 임신은 특별할 것 같지 않는 나에게 커다란 충격을 전해준다. 그리고 이 세상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작가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게 만든다. 이것은 정말 결정적인 순간임을 알린다. 샘은 창피한 느낌이 들어서 잠시 머뭇거린다.
작가는 읽어가는 나를 순수함은 사라진 샘에게로 인도한다. 그리고 샘에게서 노코멘트라는 말을 듣게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밀려서 갈 곳이 없어진다. 또한 미련이 생긴다고 해도 그것을 무마시킬 어떤 힘도 작용하지 않는다. 갑자기 찾아온 소식은 모든 사람들을 그저 넋 놓게 만든다. 그 충격은 쉽사리 없어질 것 같지도 않다. 도망친다고 해결된다면 그저 멀리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다. 할 말은 많지만 입을 굳게 다물어 버린다. 누구와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는 밤이다.
차라리 꿈이라고 누군가가 말해 주면 좋지 않을까
무모함이 있는 16살의 애 아빠의 성장기(?)는 아이를 기다리는 여느 부모의 마음과 비슷하다. 아이를 품에 안게 되면 누구나 기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라기보다는 자신에게 던지는 무언의 메시지로 읽으면 좋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탄생을 즐기려는 마음은 모든 애 아빠가 가지는 어떤 찬사와도 비교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책 ‘슬램’에는 16살이라는 아이가 애 아빠가 되는 것이다. 순리로 보면 억지 같지만 유럽에는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피자를 좋아하고 파스타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제 된장찌개가 익숙해지는 나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그 음식을 받아들이고 먹고 맛있어 하겠지만 극단적인 방식의 16살의 애 아빠는 과연 농담과도 같은 지금의 방식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또한 지금의 정리가 되지 않는 느낌을 어떻게 해결해 갈지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작가는 나에게 이러한 순간들, 잠시 머뭇거리게 하는 부분들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미숙하지만 진지한, 삶의 한 부분들을 통해 성장의 아픔과 성장기를 거치면서 비로소 어른이 되는 모습을 알게 해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미숙한 나이에도 진지해질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느꼈다. 그리고 따라오는 하나의 느낌. 만약 내가 16살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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