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제목으로 쓰인 '백과사전' 처음엔 사전을 들추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책을 읽어 갈수록 눈이 녹듯이 사랑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눈이 주는 차가움과 애잔함이 소설 속 곳곳에 담겨져 있다. 읽어가는 나에게 내용적인 면도 새로웠지만 나도 모르게 마음에 담게 되는 독특한 형식은 어쩌면 소설을 읽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새로운 형식에 놀라게 된다. 작가가 그려내는 상상력은 어쩌면 처음부터 불편하기 보다는 신선함으로 나를 끌어안았던 것 같다. 한 여인의 삶을 송두리째 가져간 한 남자가 그려내는 그의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이기 때문에 더욱더 애잔하게 느껴지고 깨끗한 눈처럼 순수하게 받아들여지는지도 모르겠다. 한 편 한편의 짤막한 느낌을 정리한 듯한 단어와 단어의 연속적인 배치는 소설의 완성도 면에서 보면 우연히 발견된 노트의 낙서처럼 보이기도 하고 하루하루의 모습을 섬세하게 담아낸 생명력을 지닌 하나의 이야기로 읽히기도 한다. 인용과 주석 등 사전에서 볼 수 있는 형식적인 면은 읽어가는 나에게 새로움을 넘어서 어느새 한 여인을 사랑한 한 남의 슬픈 자화상으로 읽혀지기도 하고 세월의 흔적을 찾아 그 시간으로 거슬러 오르게 만든다. 작가가 그려내는 새로움은 우리가 그동안 사랑에 대한 느낌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눈이 주는 느낌은 미완성의 사랑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기도 한다. 겨울이면 내리는 눈을 바라보던 느낌이라고 설명하면 이 소설을 이해하는데 조금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을 덮어버리는 눈으로 인해 더러움과 쓸쓸함은 온데간데없고 읽어낼 수록 사랑은 더더욱 내 마음에 들어와 차갑게 만들어 놓는다. 흰눈과 차가움을 마음으로 느낄 때쯤 발견된 노트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어떻게 사랑을 찾아가는지를 보여준다. 소설이라는 처음의 생각이 이제는 새로운 방식을 그리고 있는 작가의 눈으로 쏠리게 되고 전작을 읽은 도움을 이제야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변으로 내리는 눈을 그저 한 순간의 느낌으로 받아 들였던 지난날의 나의 모습이 이 작가의 글을 보니 더욱 순수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리고 사전적인 의미의 눈이 아닌 다양하게 해석되는 눈을 표현하는 다양한 표현들은 어쩌면 우리가 계속해서 알아가야 하는 것들인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것이 사랑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노트에 담겨진 여러 가지 단어들을 조합해 보고 이리저리 생각을 해 보면 그것은 하나의 눈으로 집결된다. 사랑도 만남이 있다면 헤어짐이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에서는 작가 본인이 느끼는 깨끗함을 더욱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사랑이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경이로움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눈이 녹듯 사랑도 이제는 사라지겠지만 잠깐 동안 뭉쳐 있던 눈덩이에서 느껴지는 새로움은 또 다른 사건을 만들어가기에 충분하고 여운으로 남아 내 마음으로 아련하게 만든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사랑의 느낌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마음 한 구석이 아프고 그 아픔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