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미드나이트
릴리 브룩스돌턴 지음, 이수영 옮김 / 시공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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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총 네 권의 원작 소설을 읽게 될

검은숲 넷플릭스 원작연구소입니다.



오늘 연구할 네 번째 작품은

넷플릭스 드라마 <미드나이트 스카이>의

원작 『굿모닝 미드나이트』



“비록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해도

이 먼 길을 돌아와 결국 죽게 된다고 해도”​



세상의 종말에 관한 아름답고 쓸쓸한 이야기

그 마지막 여정을 함께 합니다.



/



이야기는 어거스틴과 설리의 시점으로

북극과 우주를 넘나들며 흘러간다



여기에서 지구 종말은 중요하지 않다

작가는 앞도 뒤도 말하지 않는다

그저 하나의 순간을 뚝 떼어 건넨다



삶, 고독, 상실, 슬픔, 그리고 사랑



그러다 우리들에게

둘의 관계를 넌지시 알려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퍼가 설리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마음에 쨍- 하고 금이 갔다



둘의 짧았던 대화가 애달프고

어거스틴의 마지막이 눈에 밟혀

겨울비를 맞은 빈 가지처럼 쓸쓸해진다



*



올해의 마지막 책이 된

『굿모닝 미드나이트』



오늘은 넷플릭스에 들어가

어거스틴이 아이리스와 보낸

조용하고 평온했던 날들을

눈으로 직접 볼 생각이다



그리고 언젠가

고독이 삶을 삼키려 할 때

다시 이 책을 꺼내야지



그리고 이건 아이리스 대신

내가 아빠에게 보내는 교신 📡



외로움은 유전이라는 문장을

어디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그러니까 당신에게는 내가 있다는 거

언제나, 언제까지나 잊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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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정한 마야
멀린 페르손 지올리토 지음, 황소연 옮김 / 검은숲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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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연말까지 총 네 권의 원작 소설을 읽게 될
검은숲 넷플릭스 원작연구소입니다.

오늘 연구할 세 번째 작품은
넷플릭스 드라마 <퀵샌드: 나의 다정한 마야>의
원작 『나의 다정한 마야』

여기 불행하고도 오만한 아이가 있습니다.
당신은 기꺼이 손을 내밀겠습니까?

진정한 어른이 없는 세상,
모든 것을 잃어야 했던 다정한 이웃집 소녀
마야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

담담한 목소리 속에 갇힌 비명이 들렸다
나는 마야가 구원받기를 원했

망가진 관계는 돌이킬 수 없고
그를 불쌍히 여길 순 있겠지만
영혼까지는 구원할 수가 없다는 걸
어린 마야는 몰랐으니까

누구도 경고하거나 알려주지 않았다

딛고 있던 바닥은 단단한 땅이 아니라
발버둥 칠수록 깊어지는 늪,
모든 일이 일어난 직후에야 겨우 깨달았을 것이다

누구라도 붙잡고 펑펑 울고 싶었을 마야

나는 마야가 불쌍했다
늘 그랬듯 손을 잡아주고
품에 안아 괜찮다고 다독이고 싶었다

껍데기만 어른인 그들은
아이들의 입을 엑스로 긋고
음소거로 만든 방에 밀쳐
멋대로 재단하며 방치한다

참담한 결과를 책임지는 건 누굴까

결국 마야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 끔찍한 악몽을 벗어나기는 어렵겠지
내내 후회와 고통 속에서 살아갈 마야가
언젠가는 구원받기를,
그리고 또 다른 마야가 생겨나지 않기를

*

귀를 막지 말고 눈을 뜨세요
작아진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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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진
이동은.정이용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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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그 사이에서 나아가는 우리 모두의 고민



“삶이 고통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목청껏 함께 노래를 부르는 일이다”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도 없이 아등바등 살아가는 진아와

살아온 세월만큼 남아 있는 세월을 버티기 막막한 수진



평범한 두 주인공의 일상을 서정적으로 묘사하며

모두가 안고 있는 삶과 죽음 사이의 고민을

덤덤하게 풀어내는 만화 『진, 진』의 서평단 모집



/



사실 며칠은 표지만 만지작거렸다

뭐가 두려운 건지 알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들에게 비친 내 그림자를

애처롭게 여기진 말아야지



어수선하기만 한 2020년이 끝나가는 지금,

삶의 다함과 나아감의 무게를 똑바로 마주해 본다



/



수진의 마음이 내 마음이라고 짙게 등호를 그었지만

나는 힘들어서 혹은 끝이라서 주저앉은 게 아니다



지금까지 쉬지 않고 그저 나아가기만 했기에

잠시 멈춰서 정리도 하고 또 정돈도 하는 쉼,

그렇게 매일이 고마운 시간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進과 盡의 가운데 선 나는

안쓰러운 진아를 다독이고

쓸쓸한 수진을 부축한다



그들과 우리의 채비가 끝나면

이제는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선명한 색채를 따라 흘러가야지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앞으로도 삶은 물과 같을 테지만

이제 나는 그 안에서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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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총 네 권의 원작 소설을 읽게 될

검은숲 넷플릭스 원작연구소입니다.



오늘 연구할 두 번째 작품은 바로

넷플릭스 드라마 <너의 모든 것>의 원작

『무니의 희귀본과 중고책 서점』



“좋아하는 건 소유해야 하는 거야.

단순하고 당연한 사실이지.” 



사이코패스도 사랑을 느낄까요

만약 그가 당신을 선택한다면?



/



넷플릭스 드라마 <너의 모든 것>의

원작 소설 『무니의 희귀본과 중고책 서점』



이야기는 사이코패스이자 스토커인

조의 관점으로 흘러가는데,

그의 시선을 통해 생각까지 보는 건

매우 불쾌하고도 힘든 일이었다

전지적인 건 분명 난데

어째서 조가 내 머릿속을 헤집는 건지



더 참을 수 없었던 건 나를 슬그머니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무엇도 문제가 될 게 없어.’

그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고

‘그는 다정하고 오직 너만 보는데 왜 그러는 거야?’

결국 누가 잘못인지 헷갈리기 시작하며

그의 마음으로 벡의 행동을 책망한다



어느새 동화되어 하마터면 그를 이해할 뻔한 

내 자신에게 깜짝 놀라고 마는 것이다



표지를 유심히 들여다보니

경쾌한 노란 배경의 꼬마 유령 캐스퍼가

긴 못이 중앙을 관통한 책으로 변했다

어쩐지 속은 기분



그래 얼핏 보아서는 착각하기 쉽다

그게 내 잘못은 아니다

다만, 경계심은 가질 필요가 있겠지



늘 주목받고 싶은 외로운 현대인들의 SNS 전시,

무분별한 정보 노출로 이어져 범죄에 휘말릴 수 있다

나는 또 다른 벡이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만 책을 덮는다



*



누구든 아름다운 장미를 보면 꺾고 싶어 하지,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여긴 내 정원이잖아?

벌이든 나비든 내 장미를 건드리는 건 용서할 수 없어.

명심해. 넌 오직 나만의 꽃이야.




너는 여기 책을 사러 온 게 아니었어, 벡. 너는 내 이름을 굳이 부를 필요가 없었어. 미소를 지을 필요도, 내 말을 듣거나 나를 이해할 필요도 없었어. 그런데도 너는 그렇게 했지. 네 서명이 영수증에 남아 있다. 이건 현금 거래나 암호화된 직불카드 거래가 아니었다. 이건 진짜였다. 엄지손가락으로 너의 영수증의 젖은 잉크를 쓰다듬는다. 기네비어 벡의 잉크가 나의 살갗 위에 얼룩을 남긴다.

나는 낮에도 밤에도 여기 온다. 그리고 내가 올 때마다 창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넌 저녁 뉴스나 공포영화 같은 건 전혀 안 보는 모양이지.

"새가 날 수 있는 새장 같은 건 없단다, 조셉. 새를 가두는 작은 새장보다 더 잔인한 물건은 새들이 자기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큰 새장이야. 오직 괴물만이 그런 곳에 새를 가둬놓고 스스로를 동물애호가라고 칭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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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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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만들고 싶었습니다.

빛을 환대하고,

빛에게 환대받는 집을.”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도 삶은 계속 된다.

상실감과 좌절을 이겨내고 꿋꿋이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보내는 위로와 갈채.

『64』 이후 7년 만에 출간된

거장의 가장 아름다운 미스터리

『빛의 현관』

/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빛이 들어오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포근한 이불을 폭 덮고 잠이 들면

어느새 아침이 되어

마주한 창문 사이로 빛이 들어오고,

투명한 커튼 아래로

따뜻한 햇살이 방을 환하게 밝히면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창문을 열고 차가운 바람과

나는 이렇게 망설임 없이

‘나의 작은 세계’를 떠올린다.

 

 

 

 

 

* 먼저 내 마음에 남는 문장들

   그때, 처음 시작했던 그 아파트로 돌아갔더라면.

    그때, Y주택을 ‘우리 집’으로 제안할 수 있었다면.

    “늦어서 미안.”

    “방금 엄마 전화지? 안 받아도 돼?”

    아오세의 말에 히나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닌데? 아빠 아냐? 나한테 전화했잖아.”

    히나코는 휴대전화를 조작하더니 아오세의 눈앞에 내밀었다.

    “이거 아빠 번호잖아.”

    “<사자에 씨> 벨소리라서.”

    무슨 소리야, 하고 히나코는 웃었다.

    “그룹에 설정해둔 벨소리야. 이거 봐.”

    히나코가 화면을 움직였다. ‘그룹 등록, 가족’. 그곳에 ‘아빠’와 ‘엄마’의 휴대전화 번호가 등록되어 있었다.

    “봤지? 그러니까 아빠가 전화해도 <사자에 씨> 벨소리가 나와. 알았어?”

    “알았어.”

    눈은 아직도 ‘가족’이라는 글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침대로 돌아왔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눈을 감아 밤하늘보다 짙은 어둠은 만들 수 있었지만 그것이 마음 놓고 달아날 보금자리가 되어주지는 않았다.

    이번 번개는 모든 것을 비추었다.

    이번에 튀어오른 사고는 착지할 곳을 찾아냈다.

    알았다. ‘처음부터’의 의미를. ‘이미 시작되어 있던 것이다’의 의미도.

    ‘아오세 씨가 살고 싶은 집을 지어주세요.’

    그것은 유카리의 말이었다.

    유카리가 아오세에게 보내는 메세지였다.

    뒤늦게 깨닫고 보니, 이 세상에서 오직 유카리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합장하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온몸에서 열기가 사라지고 감정은 한없이 무뎌졌다. 눈앞에 있는 건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인데, 조금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핏줄이 전부가 아니야. 함께 보낸 시간이 중요하지. 그건 나와 잇소 둘만의 시간이야.’

오사카의 의뢰인 부부에게 말해야지. 고객님 가족만을 위한 집을 지읍시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삐, 삐삐.

    아오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투명한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는 제비 한 마리가 보였다. 둥지를 지을 재료를 그 부리 사이에 꼭 물고 있었다.

 

 

따스한 빛이 만드는 아늑한 공간

그리고 아름다운 미스터리

그렇게 마음이 동하여 시작했지만

건축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거리감과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는 꽤 지루한 전개

게다가 아오세의 집착이라고 해야 될까

그들을 찾으려는 그 집요함까지

처음에는 사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흐트러지는 집중력을 애써 붙잡아

자꾸만 남은 페이지를 확인해 가며

심드렁한 눈길로 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Y주택을 서성이는 내 모습

건물의 아래쪽에 조잡한 검은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게 보였다. 두 번째 장으로 넘기자 멀리 보이던 건물이 가까워졌다. 검은 동그라미가 옆으로 늘어나 타원형이 되었다. 세 번째 장에는 더욱 가까워져, 타원형이 직사각형이 되었고, 그제야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장으로 넘겼다. 놀라움에 눈이 휘둥그레져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갔다. 스토리가 있었다. 그 작은 창문을 향해 똑바로 난 길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기념관을 찾은 사람은 새하얀 건물을 보며 이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어, 하고 생각하겠지. 멀리서 봐서는 창문이라는 건 모를 것이다. 거무튀튀한 벽의 얼룩처럼 보일 것이다. 궁금해져서 길을 따라 걷는다. 이내 그것이 창문이며 벽돌로 쌓은 벽이라는 걸 깨닫겠지. 더 가까이 가면 낡고, 초라하고, 서글픈, 사람들은 모르는 파리의 한 단면과 맞부딪치겠지. 그리고 그곳에 까맣게 뻥 뚫린 창문이 바로 고독한 화가의 준열한 영혼이 깃든 곳임을 알리라. 창문 안을 들여다보고 싶어질 것이다.

아오세는 오카지마가 마지막으로 남긴

‘후지미야 하루코 기념관’의 초안을 보고

감탄의 한숨을 내뱉는데,

그것은 작가가 7년 동안 공들여 차곡차곡

쌓아올린 이야기에 놀란 내 모습과 겹쳐졌다

초입에는 지루함과 어려움 사이에서 헤맸지만

먹먹함에 목이 메이면 잠시 멈춘 채 숨을 고르고

앞을 향해 뻗은 길 하나를 묵묵히 걸었더니

마침내 벅찬 마음을 안고

타우트의 의자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결국 ‘집’이라는 것은

물리적인 공간을 벗어나

‘내’가 ‘살고 싶고’

또 ‘살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감상과 별개로 타우트를 보면서

한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크 테토가 떠올랐다

귀를 기울이면 어디에선가

히나코의 맑은 웃음 소리가 들린다

그 옆에는 이제서야 도란도란

행복을 나눌 아오세와 유카리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오기 전에

다시 한 번 Y주택을 찾아야겠다

*

부드럽게 나를 감싸는

고요한 북쪽의 빛

계단을 한 단 올라갈 때마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다

마지막 발걸음이 멈추면

마침내 그 너머로 펼쳐지는

하나의 거대한 풍경

당신이 사랑하는 세계는

어떤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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