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월 19일은 애드거 앨런 포우의 생일이다. 해피 버스데이 대신 Gloomy Birthday 가 더 어울릴 것 같은 포우님. 미세먼지로 글루미한 오늘 아침, 음울하고 기괴하며 무서운 그의 단편 '어셔가의 몰락'을 읽었다.

 

몇백년의 전통을 가진 대저택의 귀족 어셔의 초청을 받은 화자. 음산한 석조 건물과 그 앞의 늪에 그리고 어셔의 병환에 계속 우울한 기운에 빠져든다. 소설 '드라큘라'와 매우 흡사하다. 다만 어셔가 피를 빨지 않을 뿐. 대저택이 커다란 석조관으로 보인다.

 

결론은 처음부터 분명했다. 다만 언제 그 공포와 우울의 근원이 드러날지 조마조마할 뿐. 아주 짧은 이야기 속 범죄, 혹은 망상의 세부사항은 독자 각자가 해석하고 정리해야 한다. 어셔의 최후 고백이 진실이라면 가부장제 집착 쩌는 못난이다. 그의 말만 듣고 믿은 화자의 이야기는 '소설'이 되는 거고, 그를 따라가며 소름 돋아하는 독자는 ... 이 모든 걸 다 뒤집어 봐야 한다. 투박한듯 혹은 원석같은 공포 소설, 몰아치는 바람에 휘영청 밝은 달밤, 그리고 쩍 쩍 갈라지고 쨍쨍 거리는 금속성 소리. 소설 속 소설 낭독과 함께 다가오는 공.포, 혹은 진.실.

 

 

 

 

 

 

 

 

 

 

 

 

 

 

 

 

애니매이션 (https://youtu.be/Pic4PS8o41M)

포우님, 태어나줘서 고마워요. 멋지게 무서운 소설 써주셔서 더 감사하고요. 해피 (혹은 글루미) 버스데이 투 유. (하루 늦은건 시차 때문이에요. 여긴 코리아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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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0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20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8-01-21 0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어셔가의 몰락을 어느 주말 저녁 명화극장에서 흑백영화로 보고는 무서워서 화장실도 벌벌 떨면서 갔던 기억이 있어요.
나중에 youtube에서 찾아보니 영화, 애니메이션, 연극등으로 한두편이 만들어진게 아니더군요. 그 옛날 제가 TV에서 본게 어느것이었는지 구분도 안될 정도로요.
Poe 자신이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못받고 자라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것이 작품에도 반영되었을까요. 이 소설은 음울하고 시 애너벨리는 슬프고...
Birthday 라는 단어와 Gloomy 가 붙어 있는 것을 보니 웬지 슬퍼지네요 ㅠㅠ

유부만두 2018-01-20 22:52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생각했어요. 포우의 불우한 과거가 작품에 녹아있겠지요.
어셔가의 몰락 영화를 보고 공포에 떨었던 기억은 저도 있어요. 글로 읽어도 영화와 다른 여러 디테일과 함께 색다른 매력이 있네요. 글루미 버스데이....슬프고 우울해도 포우에겐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전 애너벨리는 안 읽었어요. 찾아 볼게요. 추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