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의 심장 애장판
하기오 모토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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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경은 겨울, 독일의 한 기숙제 남학교. '아무르(사랑의 신)'처럼 누구에게나 예쁨받던 미소년 토마 베르나가 철도 위에 몸을 던져 죽는다. 소년의 죽음은 기숙사 전체를 술렁이게 하지만 누구보다도 깊은 충격을 받은 것은 유리스모르라는 학생이다. 생전의 토마는 유리스모르를 유혹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걸고 '내기 연극'을 했고, 그 계획을 안 유리스모르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토마를 거절한다. 유리스모르는 자신의 책상에 놓인 토마의 유서를 읽고 그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죽은 토마의 그림자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는 유리스모르의 눈앞에 어느날 토마와 꼭 닮은 소년 에릭이 나타난다. 전학생 에릭은 모든 이들이 자신에게서 토마의 모습을 찾는 것을 알고 토마의 죽음에 대해 흥미를 가진다. 필연적으로 에릭은 유리스모르에게 다가가고, 유리스모르의 어두운 비밀이 점점 드러나기 시작한다.

   풍문으로 이름만 계속 들어 온 전설의 명작 [토마의 심장]이다. 내가 이걸 한국어판으로 손에 들 날이 오리라곤 바로 어제 영풍에서 기웃거리기 전까진 몰랐다. 

   온다 리쿠 박순희로서 [네버랜드]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등과의 유사성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다. [네버랜드]에 대해 리쿠 여사가 "토마의 심장 같은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전혀 다른 얘기가 되어 버렸다"고 고백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라리 [보리바다]가 훨씬 닮았다. 클라이막스의 고백 부분, '사랑하는 소년'의 죽음의 그림자라는 요소는 네버랜드가 상당히 유사하다. 라스트 가까이 도서관의 책 속에 끼워  죽은 사람의 글을 읽는다는 연출은 보리바다가 생각났다. 

   아름다운 소년의 죽음, 그에 얽히는 미스터리. 간단히 이야기의 방향성을 말하자면 그렇다. 옛날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이 세련돼서 낡았다기보단 고전적이라고 하는 게 어울린다. 기숙사제 학교에서 비밀을 품고 죽은 남학생이란 것도 뭔가 하나의 영원한 테마가 아닐까. [사육계 리카]의 테츠 같은 변주가 있는가 하면, [K의 장렬] 역시 이 계통의 방계인 듯하다. 열거하라면 의외로 몇 개 떠오르는 게 없지만, 이 테마에는 아득하게 가슴을 설레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성별이 없는 천사(혹은 타천사) 같은 아름다운 소년들의 청춘과 죄, 순진함과 잔혹함, 즐거움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그 정도로 절묘한 상황설정이 더는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폐쇄된 공간에서 죽은 이의 그림자를 쫓는다는, 변형된 고딕-유령이야기로서의 딱히 집어낼 수 없는 기묘한 긴장감이 그들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 책 [토마의 심장]은 그런 불온한 아름다움의 원형질이 살아 있는 이야기다. 유리스모르-(토마)-에릭의 (삼각)구도는 전형적이면서도 전형성만이 갖는 깊은 맛이 있다. 여러가지 자기만의 내면과 역할을 가진 조연 소년들의 매력도 상당하고, 특히 유리스모르의 룸메이트 오스카는 정말 멋지다. 오스카가 등장하지 않는 부분을 읽으면서 그 녀석 언제 등장하나 기다렸을 정도로.

   하기오 모토의 팬뿐 아니라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적극 추천하는 한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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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감각은 범죄다- '저항의 미학'으로서 성 미학
이희원 지음 / 이루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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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용어 사전
데이비드 스탯 지음, 정태연 옮김 / 이끌리오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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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에드워드 사이드를 위하여
빌 애쉬크로프트.팔 알루와리아 지음, 윤영실 옮김 / 앨피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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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
토니 마이어스 지음, 박정수 옮김 / 앨피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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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박 넘기
스티븐 모튼 지음, 이운경 옮김 / 앨피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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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텍스트 롤랑/바르트
그레이엄 앨런 지음, 송은영 옮김 / 앨피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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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본격추리 1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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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이건 별점을 떠나서 "전설"급이다.
  표지를 언뜻 보고 "웬 배트맨이 창문을 기웃거리지? 배트맨이 란포랑 무슨 상관?"이라고 갸웃거렸다.
  물론 저 검은 실루엣은 고양님이시다...

  재패니즈 미스터리는 내가 한창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인 90년도 초반에도 꽤 꾸준히 국내에 유입되어 일정한 독자층을 확보해 왔다. 비록 정식계약작이 아닌 소위 '해적판'도 슬쩍 끼어들어 있었고, 기껏해야 매니아의 전유물 혹은 말초적인 삼류소설 취급을 받았다고 해도 말이다.
  2000년대 중반에 들어 재패니즈 미스터리의 위상이 크게 상승되었다. 근래의 장르소설 붐도 일조하여(혹은 붐에 일조하여) 재패니즈 미스터리는 손에 꼽히는 거물급 작가의 이름과 한묶음으로 일종의 브랜드네임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에도가와 란포의 무려 '전단편집'이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다는 것은 감히 '사건'이라 칭할 일이라 사료된다. 에도가와 란포는 재패니즈 미스터리의 시원임과 동시에 역사를 나타내는 아이콘이기에, 이를 수용한다는 것은 즉 그만큼 우리의 재패니즈 미스터리에 대한 수용의 깊이와 수준이 무르깊어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로, 원색적 표지와 원색적 제목(대부분 번역 출판사 측에서 멋대로 바꾼)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책을 어른 몰래 보던 어릴 적과 격세지감을 느낀다.
  각설하고, 에도가와 란포의 저작들은 이전에도 여러가지 판본과 편집으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주로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의 편집판으로, 개중에는 어린이용 책의 외장을 하고 거울지옥이나 우충 같은 단편을 끼워넣은 염치없는 판본도 있었다(아마 에도가와의 작품만이 아니라 다른 작가의 작품들이 섞인 미심쩍인 물건이었던 것 같다). 물론 전집이 정식 계약되어 출판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본서는 총 세권의 전단편집의 첫타를 끊는 1권으로, 본격추리를 테마로 원고지 200매 안팎의 작품을 선정했다(일본의 원고지는 400자 기준이라고 하니 우리식으로 환산하면 400매인가? 아니면 번역자께서 이점도 염두에 두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의 물리적인 부피도 상당하지만 안에 들어있는 작품 역시 무려 22권으로 쾌재가 절로 나올 정도로 풍성하다. 게다가 대부분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적 없는, 내지는 내가 이제껏 한번도 본 적 없는 작품들이라는 점은 커다란 매력 포인트다.
  걸작 "2전짜리 동전"이나 "심리시험", "D언덕의 살인사건" 등은 말할 것도 없다. 명탐정 제1세대 아케치 코고로의 능청스런(?)모습이 돋보이는 "흑수단"이나, 은근히 호러블한 "유령"(죽은 사람의 얼굴이 사진에 커다랗게 찍혀 있는 대목은 꽤 섬찟하다), 란포 본인은 실패작이라고 궁시렁거리지만 꽤 읽는 맛이 있는 아이러니컬한 단편 "무서운 착오", 역시 란포 본인은 개그글은 자기 본령이 아니라고 발뺌하나 반전의 유쾌한 재미에 충실한 "입맞춤", 희곡투로 쓰여져 묘한 긴장감에 넘치는 "낭떠러지" 같은 작품들은 실로 이제껏 숨어 있던 게 아까운 절품이다. 특히 "영수증 한 장" 같은 작품은 제목처럼 영수증 한 장으로 대사건(?)을 밝혀낸다는 촌철살인적 발상과 허를 찌르는 기발함에서 요즘 작품들과도 비견할 만한 세련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굳이 본서의 "백미"를 딱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기존에 소개된 유명한 작품들도 있지만, 나는 "석류"를 올리고 싶다. 맨 끝에 실린 본작은 분량도 다른 작품에 비해 두텁거니와, 란포다운 허를 찌르는 심리트릭은 물론 소설적인 재미도 뛰어나고, 무엇보다도 "새빨갛게 익어 터진 석류"의 이미지가 강렬하다. 하필 '석류'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올린 데 대해 뭐라 말할 수 없는 찝찝함과 섬뜩함을 느끼며, 그것이야말로 란포 소설의 '맛'임을 새삼 인정하게 된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충실한 '부록'이다. 역자의 작가소개 페이지는 물론이고 일어 초심자를 위한 히라가나 표까지 붙어있다. 뭐니뭐니해도 에도가와 란포 본인의 코멘터리가 수록되어 있는 점이 대히트다. 작품에 자부심을 표시하는 대목도 많지만, 탐탁찮은 작품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불평(?)을 늘어놓는 모습에 더욱 매력을 느꼈다. 자신의 비교적 이지적인 본격추리물보다는 퇴폐적이고 환상적인 변격물에 더 호응하는 세간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모습에도 호감도 대폭상승이다. 나 자신 역시 변격적인 요소가 더 취향이라 그런 쪽에서 란포다움을 찾기는 하지만.
  문체와 연출 면에 있어서는, 물론 20년대의 작품인고로 큰 쇼킹함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추리소설의 초심자와 일본 미스터리적인 '맛'을 즐길 줄 아는 독자라면 본서에 대해 실망할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일상계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도 어필할 만하다. 물론 사람들은 많이 죽지만(....), 거창한 트릭을 구사하기보다는 인간 심리의 맹점을 교묘하게 찌르는 섬세함이 돋보인다.
  진리는 시간의 딸이라는 말이 있다. 소위 '걸작' 역시 시간의 총애를 받는 아이라고 하겠다. 80년 세월에 걸쳐 사랑받아온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들이 우리나라 독자의 시간 속에서도 영원히 사랑받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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