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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처럼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반성과 함께 뒤늦게나마 페이퍼를 작성한다.
역사에 관한 책을 읽고 싶어져서 몇권을 골라보았다.
주제는 비주류를 위한, 비주류에 관한, 비주류에 의한 역사.
유라시아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아픈역사 150년
유대인들은 남북왕조가 무너진 후 신 바빌로니아의 수도인 바빌론에 강제로 끌려가게된다. 그들은 훗날 팔레스타인 땅으로 되돌아 왔지만, 일부는 바빌론에 남겨져 공동체 생활을 유지하게 된다. 이처럼 한 인종이 자신의 살던 곳이 아닌 다른 나라로 이주해 '흩뿌려지거나 퍼지는 것'을 '디아스포라'라고 부른다. 고려인은 19세기에 연해주 등지에 살던 조선인(그 당시)들이 소련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인해 중앙아시아로 '흩뿌려진' 사람들을 지칭한다. 일제의 패망이후 사할린 섬에 남겨진 조선인과 같이 유라시아에 걸친 고려인들을 모두 합친다면 그 규모가 5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주류가 아닌 이들의 삶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한국에서도, 북한에서도, 소련에서도, 독립한 중앙아시아 국가에서도 이들은 이방인일 뿐이었다. 소외되었던 그래서 기록되지 못했던 그들의 삶을 저자는 어떻게 그려내었을까.
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
스스로가 자신을 설명할 기회를 가진다면 어떠한 글이 쓰여질까.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이 가능할까. 장점은 부각되고 단점은 포장되지 않을까. 취직을 위한 자기소개서의 샘플을 보면 어느 하나 쓸만하지 않은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막상 일을 시작한 신입사원은 자기소개서와는 딴판이다. 한편, 자신이 직접 기술한 스스로에 대한 모습 보다는 타인이 나를 보는 시선은 좀 더 객관적일 가능성이 크다. 지인이 소개시켜주는 소개팅에서 나오는 상대방의 수준이 내가 사회적으로 평가받는 수준과 유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접한적이 있었는데, 인간을 수치화한다는 점이 불쾌하기는 하지만 냉정하게 바라보면 꽤나 수긍이 가는 이야기였다. 저자는 일본인이다. 어쩌면 그의 시선이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것 보다는 좀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역사를 서술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저자는 뉴라이트가 이야기하는 것 처럼 이승만과 그의 세력들이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시장경제의 옹호자가 아니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나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반제국주의 그리고 반자본주의적인 기조 속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을 형성해 나갔다는 주장은 꽤나 흥미로운 부분이다.
99%의 로마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스스로가 1%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삶은 훗날 역사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아마 존재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먼지와 같이 역사 속에서 사라지겠지. 평범한 개개인들의 삶은 사회를 만들어내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이들보다는 권력구조의 상위의 존재들을 중심으로 기술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러한 서술에 가려져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화려한 로마제국과 그 시대는 그 화려함을 떠받치는 대다수의 기억되지 않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 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쩌면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것은 항상 화려하게만 보였던 로마라는 여자친구의 화장을 걷어내고 마주하는 그녀의 '생얼'일지도 모른다.
맥주, 문화를 품다
어느나라에나 그 지역을 대표하는 술이 있다. 동양에서는 쌀을 이용해서 곡주를 만들었고, 유럽은 홉을 이용해서 맥주를 만들어 마셨다. 석회질의 물이 마시기에 좋지 않았던 것도 맥주가 생활 음료로 받아들여지는데 한 몫을 했다고 한다. 이 책은 맥주에 대한 이야기한다. 그러나 단순히 맥주의 종류나 특성에 대한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기원과 종교 그리고 삶에서 발견되는 맥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맥주의 문화사라고 해야할까? 하여간, 맥주야 모임에서 빠지기 힘들 정도로 자주들 마시는 것이지만 이런 뒷 얘기들까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알아두면 술자리 안주로도 유용할 것 같은 책.
그나저나 비주류에 관한 추천을 한다고 해놓고 주류에 관한 책을 선정하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세계사의 구조
잘은 모르겠으나 맑스를 기반으로했다고 하니, 결국은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가 가진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으로 기술한 책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문제제기와 어떠한 방식으로 바라보는지, 그리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해결책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맑스가 오늘날에 주류는 아니지만 브레이크가 사라진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비판하는데는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저자의 이름은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다. 나같은 문외한이 이름이나마 알고 있다는 것은 저자가 그 분야에서 상당한 내공을 쌓아온 사람이라는 얘기다. 그말인즉슨, 독창적인 관점을 기대하게된다는 말도 된다. 이미 신간평가단의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선정해 주셨지만 뒤늦게나마 그 행렬에 동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