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자녀교육 로드맵 - AI 시대 우리 아이는 적응할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
김상균 지음 / 빅피시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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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빅피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을 기록하였습니다 *


2025년 당장 내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에 AI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된다. 교육부에서는 교실환경 변화를 주도할 교사 양성 교육을 계획하여 10,000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24년 교실혁명 선도교사 연수를 실시하였다. 24년 하반기부터는 찾아가는 학교 컨설팅 연수를 통해 교사 코디네이터 주관으로 각 학교의 선생님들께 교실혁명 역량과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을 위한 학교 변화 연수를 추진 중이다.

 

 처음에 교실혁명이라는 용어에 대해 나를 비롯한 많은 선생님들께서 거부감을 느꼈다. 혁명이라는 용어에서 현재 교실 환경에서의 교육을 전면 부정하는 어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실혁명 선도교사 연수 초반에 교육부 정책을 설명했는데 기존 교육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실 환경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연수의 목적은 교실 환경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AI교과서를 활용하여 학생의 학습데이터를 분석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김상균 교수의 책 ' 2030 자녀교육 로드맵 '에서는 AI시대 교육과 직업의 변화를 살펴보고 현재 교육의 문제를 진단하며 오늘날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을 제시한다. 시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꼽은 뒤 AI 교육의 방향과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현재 상황 분석과 앞으로 미래 변화를 설명하고 나서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짧은 소설로 묘사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교감과 협력을 강조하며 " 타인의 생각을 차분하게 들어주고 내 생각도 섬세하게 표현하는 과정, 타인의 긴 글을 읽고 나도 길게 내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 생각이 달라도 외면하기 보다는 그 내면을 들여다보려는 노력, 익숙하기에 당연하다고 여기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해주는 배려, 이런 것들을 통해 우리는 교감할 수 있습니다.( 2030 자녀교육 로드맵 , 김상균 , p.118) " 교육 내용을 제시한다.


 김상균 교수님의 교감과 협력을 강조해야 한다는 내용에 공감이 되었다. 나도 미래역량 4C(communication, creativity, critical thinking, collaboration)를 길러주기 위해 교육 방법을 고민해왔다. 문해력과 의사소통을 기르기 위해 사토 마나부의 배움에 대한 정의 " 학습자는 텍스트와의 대화(교재나 학습지), 학습자 간 대화 또는 교사와 대화, 자신과의 대화(자신의 언어로 정리하기) "를 인상 깊게 읽었다. 의견을 주고 받을 때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질문이나 보충이 있는지' 물어보게 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거나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이나 친구의 의견에 대해 덧붙이게 하는 것이다.


 김상균 교수는 AI시대에 요구되는 역량으로 탐험력, 주도성(질문력), 교감, 적응을 제시했다.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실패하더라도 좌절감을 극복할 수 있는 탐험력은 스스로 계획하고 움직일 수 있는 인재로 자라나게 한다. 학생 주도성은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도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다. 김상균 교수는 주도성이란 질문을 품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도 학생의 주도성을 기르기 위한 프로젝트 수업 활동을 강조한다. 그러나 학생의 기본 지식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젝트 수업 활동을 진행하려면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AI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하면 학생의 맞춤형 진단을 통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이렇게 AI교과서로 학습한 내용을 기반으로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수업 활동을 프로젝트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학습에 대한 의지가 없거나 AI교과서를 활용해서 기초 지식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학생은 모니터링을 통해 교사가 파악하고 개별적으로 지도해야 한다. 일 대 다수의 상황에서 학습 부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AI의 도움을 받는다고 완전히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학생의 학습현황 파악과 학생 맞춤형 문제 배부는 가능하다.(물론 맞춤형 문제를 배부해도 학생이 푼다는 것은 보장되지 않지만....)


 책의 뒷부분에는 생성형 AI 활용 교육이 제시된다. 14세 미만은 생성형 AI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지난 아이에답 연수에서도 생성형 AI를 사용하기 보다 블록형 프로그래밍을 통한 AI 설계해보기 등의 수업 사례가 제시되었다. 나는 슈퍼J 선생님 블로그를 통해서 뤼튼이 부모의 동의를 얻을 경우 만 14세 미만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월달에 뤼튼을 활용하기 위해 가정통신문과 동의서를 배부하였다.


 AI를 활용하거나 AI 코스웨어를 활용할 때마다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무척 번거롭다. 올해 다양한 코스웨어를 체험해보았는데 학생들과 수업을 적용할 때마다 가정으로 동의서를 배부하였다. 올해 우리 반 학부모님께서는 나의 학급 운영과 수업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교육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일부 학부모님은 생성형 AI로 인한 편견 형성이 우려된다며 생성형 AI 활용을 비동의하기도 했다. 비동의한 학생의 경우 생성형 AI를 활용하지 않고 기존의 인터넷 검색을 활용하여 정보를 찾도록 안내하였다.


 그러나 일부 학교에서는 에듀테크 활용 수업이나 AI 관련 교육에 우려를 표하고 심한 경우 민원을 제기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행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생의 교육을 위해서 학부모의 동의를 생략하고 교육기관에서의 동의를 얻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앞으로 AI 관련 교육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우리도 디지털 기반 혁신에 대한 학부모의 이해와 행정업무 경감을 위한 동의 과정 일원화가 필요해 보인다.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생각을 확장하는 프롬프트가 인상적이었다. 토론주제와 생각만 제시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넘어 직접 의견을 주고받는 토론 과정을 함께하는 것이다. AI는 자신의 주장에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며 차분하게 토의를 진행할 수 있다. 교육현장에서 생성형 AI 사용이 어렵다면 경기도 하이러닝 내의 챗봇 등을 통해서 AI를 활용한 사고 확장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하이러닝의 챗봇은 현재 무제한으로 대화를 나눌 수 없고 질문횟수가 제한되어 있다)


 김상균 교수의 책 2030 자녀교육 로드맵을 통해 AI시대 학생교육과 AI 활용 교육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쓴 책이라 굉장히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고 더불어 김상균 교수의 다양한 교육적 경험이 녹아있어 좋았다. 보조도구로서 AI의 활용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전반적으로 동의한다. 현재 AI 교과서에 대한 논쟁도 보조도구로서 교육에 활용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책의 내용처럼 별다른 저항 없이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물론 예산이 지나치게 많이 소요되어 다른 교육 활동에 제한을 받는 현실의 문제는 함께 논의해야 할 내용임이 분명하다)


 김상균 교수의 다른 책에 관심이 생겼고 유튜브 채널에 있는 교수님 영상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교육현장에 있는 나로서도 AI시대 교육의 방향과 AI활용 교육은 계속해서 고민하고 탐구해야 할 주제이다. 올해 다양한 연수와 관련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가며 우리 학급의 교육활동 계획 및 실행과 확산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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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쇄미록
오희문 지음, 서윤희 풀어씀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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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실천교육교사모임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을 기록하였습니다. *


 초등 5학년 역사를 가르치면서 정도전이 설계한 조선 한양의 도성 이름을 지어보았다. 신진사대부였던 정도전이 유교의 사상을 담아 사대문을 만들고 시경에서 이름을 따온 경복궁과 사직단, 종묘를 세웠다. 유홍준 교수님의 설명을 곁들여 종묘의 역사적 가치와 당시 조선에서 종묘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까닭을 설명했다.


그런 다음 아이들도 사대문의 이름을 짓고 처음 조선이 건국되었을 때 한양을 어떻게 설계하면 좋을지 의견을 나누었다. 이후 조선 전기의 문화사와 임진왜란을 가르쳐야 하는데 참고 문헌으로 좋아 보여서 ' 청소년을 위한 쇄미록 ' 서평단을 신청했다. 사회평론 출판사에서 발간된 ' 쇄미록 '은 1~8권의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는데 ' 청소년을 위한 쇄미록 '은 아이들이 읽기 쉽게 내용을 간추려서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 쇄미록 '은 임진왜란이 발생하였을 때 양반 오희문이 살던 곳을 떠나 가족과 함께 떠돌아다니면서 쓴 기록물이다. ' 쇄미록 '에는 적군을 피해 여러 지역을 거쳐 홍주에 머물다가 신응구의 제안으로 임천으로 이동한다. 임진왜란 시기에 진주성이 함락(1592)된 사실을 알게 된 오희문은 1593년에 임천에서 다시 경기도로 피란을 가야 하는지 고민한다. 그렇지만 형편이 어려운 터라 머물기로 하고 임천 군수에게 청탁하여 논을 빌린다.


 피란길에서 갖은 고초를 겪지만 오희문은 양반이기 때문에 노비들보다는 생활이 더 낫다. 양반인 그는 노비가 환곡으로 받는 쌀을 빌리고 갚지 않아 그 때문에 노비가 옥에 갇히기도 하고 노비가 나라에 바쳐야 하는 쌀을 대신 받고 과거 시험을 통해 나라의 관리로 등용된 아들에게는 필요해서 받은 것이니 독촉하지 말아달라고 청탁한다. 아들은 도울 수 없다고 말하여 나라에 공물을 바치지 못한 노비는 옥에 갇힌다. 오희문은 후환이 없도록 노비에게 빌린 곡식을 관아에 바로 갖다주어 청산하지만 노비의 입장에서는 무척 억울하고 불공평하게 느껴지는 일이다.


처음에 이 책을 수업에 활용하려고 생각했을 때는 임진왜란을 학습할 때 책 일부 내용을 발췌하여 당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생각해보게 하는 도입부로 쓰고자 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조선 사회의 신분제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서 임진왜란 전에 조선 전기의 사회와 문화의 모습을 설명할 때 보조 자료로 적절해 보였다. 양반과 노비가 있었던 신분제 사회인 조선의 사회 모습을 막정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그런데 한 달도 안 되어 분개가 송이와 다시 도망갔다. 9월 2일 밤이었다. 그 소식을 듣고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큰 소리로 떠들어 대면서 욕했지만, 사실 이제는 분개가 밉지 않다. 제 살길을 찾아갔겠지. 남들은 이해하지 못할 게다. 주인어른도 어이없어하시는 것 같다. 나랑 사는 게 뭐가 재미있겠는가? 나는 일밖에 할 줄 모른다. 내가 분개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제대로 표현 한 번 못 했다. 내 신세가 처량하고 한탄스러울 뿐이다.

청소년을 위한 쇄미록 , 오희문 , 임천 생활을 정리하다 , p.140


  막정은 분개와 결혼하여 살다가 오희문의 심부름을 하기 위해 두 달 동안 집을 비운 사이 분개는 송이라는 남자 종과 도망가버린다. 사랑한 아내를 잃어버린 막정은 병에 걸린 이후 회복되지 못하고 51세로 죽는다. 노비로서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주인의 명만 따르다가 사랑한 사람을 잃어버린 막정의 처지가 무척 가엾다. 이외에도 호랑이에게 물려 가는데 여종(여자 노비)이라고 구해주지 않는 (가축인 망아지는 호랑이에게 덤벼서 구해내는 데도) 등 신분제의 모습을 알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임진왜란 이후 다시 왜적이 쳐들어와서 시작된 전쟁인 정유재란을 겪으면서 이희문은 둘째 누이의 비극을 듣는다. 전라도 영암에 살고 있던 둘째 누이는 왜적이 쳐들어왔을 때 남편을 잃고 그녀의 열 살 딸 경온이 포로로 끌려가는 것을 본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둘째 누이는 은장도로 목을 찔렀고 그 바람에 왜적에게 잡혀 가지는 않았지만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어도 친척들의 푸대접을 받으며 힘겹게 삶을 이어간다. 이후 그녀의 열살 딸은 왜적에게 치욕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적진에서 병에 걸려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정유재란 당시 둘째 누이의 비극은 무척 참혹하다. 전쟁의 참상이 드러나고 두 번의 전쟁을 겪으며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당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과정을 양반의 시선으로 썼기 때문에 청소년이 교과서 속 역사적 현실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역사적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 쇄미록 ' 하단에는 연도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표기했다. 1592년 임진왜란을 시작으로 1593년, 1594년, 1595년, 1596년, 1597년 정유재란 등을 거쳐 오희문이 한양으로 되돌아가는 1601년까지의 여정을 구분할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중학교 1학년 이후의 청소년이 읽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는 판단이 든다. 전쟁의 참상이 무척 잔혹하기 때문에 일부 장면에서 심약한 아이들이 무서워할 것 같았다. 우리 반 학생들에게는 이 책을 직접 읽도록 하기 보다는 책 속의 내용을 일부 순화하여 아이들에게 설명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단순히 역사적 사건으로 임진왜란을 접하는 것보다는 가족을 걱정하며 떠도는 양반 오희문의 시선에서 겪은 일을 들으면 보다 생생하고 현장감 있게 임진왜란을 이해할 수 있다. 역사에 관심 있는 중학교 1학년 이상의 학생이나 그 나이 이하의 학생은 일부 장면에 대한 보호자의 조언을 덧붙여 읽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사회평론에서 출간된 쇄미록 1~8권 시리즈가 궁금해졌다. 언제고 기회가 되면 찾아 읽으면서 원문은 어떻게 나타나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 포스트잇으로 붙여 둔 내용을 수업자료로 잘 다듬어서 임진왜란과 조선 전기의 사회 모습을 아이들이 잘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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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예찬 - 문학과 사회학의 대화
지그문트 바우만.리카르도 마체오 지음, 안규남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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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 리뷰는 인디캣님 블로그를 통해서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을 기록하였습니다. *



​ 문학 예찬은 지그문트 바우만과 리카르도 마체오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서로 생각을 주고 받는 편지를 엮은 책이다. 문학 예찬은 두 사람이 사회학과 문학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면서 관련된 문화를 분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저서가 언급되거나 대중매체 비판, 밀란 쿤데라의 소설을 다룬다. 쉽지 않은 내용이지만 묵직한 깨달음을 주는 문장이 많았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폴란드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나 사회학과 교수가 되지만 반유대 정서로 교수직을 잃는다. 이스라엘, 영국 대학의 교수로 부임한 경력이 있다. ' 소비사회와 교육을 말하다 ', ' 액체 현대 ' 등 현대 사회를 분석한 탁월한 통찰이 담긴 책들을 출간했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내용이 많았다. 



 리카르도 마체오는 문학을 전공하였고 에릭슨 출판사의 편집장으로 오래 일했다. 지그문트 바우만과 함께 이 책 ' 문학 예찬 '과 ' 교육에 관하여 '라는 책을 썼다. 문학 예찬은 리카르도 마체오가 현대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화두로 제시하면 지그문트 바우만이 그에 답하는 서한으로 구성되었다.   


​시장은 "우리의 자아 이해에까지 침투했다. 개인 삶이 시장화되면서 전에는 느낌에 따라 자연스럽게 하던 일상적인 행위들 - 결혼 상대를 결정하고 아기 이름을 짓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알아내는 일 같은 것들 -이 이제는 돈을 내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지그문트 바우만 , 리카르도 마체오 / 문학 예찬 / 3. 진자와 칼비노의 비어 있는 중심 / p.83



 리카르도 마체오가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가 되었음을 진단하고 일반화된 히스테리 속에 사람들이 무기력해지고 냉담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 ' 사회학의 쓸모 '를 인용하며 시간은 선처럼 흐르는 것이 아니라 진자처럼 움직이면서 전에 존재하던 일은 새로운 상황에서 자취를 감추므로 우리는 변화가 일어나고 나서야 이전에 존재했던 것이 사라졌음을 알 수 있다는 해석에 자신의 관점을 덧붙인다. 



 이에 지그문트 바우만은 개인 삶이 시장화되면서 개인의 자유가 손상되었음을 진단한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인간 고유의 사교 기술은 점차 사라지고 온라인 네트워크 안에서 사람들 간의 유대는 약해지고 대화의 기술을 상실해갈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사람들이 여행을 할 때 가이드북이나 전문가의 정보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공감이 되었다. 기존에 여행은 우연히 마주하는 사건들을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면 최근에는 다른 사람들의 추천 여행을 따라가며 가장 최적의 동선과 완벽한 여행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장이, 사회가 홍보하는 규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만의 것을 스스로 선택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 SNS를 넘길 때마다 따라붙는 맞춤형 광고를 보거나 은연 중에 유명 연예인의 일상과 나의 일상을 비교하면서 불필요한 욕망을 따라 추구하게 되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 결코 충족할 수 없는 공허한 욕망을 따라 살지 말고 진짜 내면에서 간절히 바라는 일을 따라야 할 것이다. 



온라인 안전지대가 내거는 복잡하고 난해하고 힘든 사랑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 주겠다는 달콤한 약속은 돌이킬 수 없는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사랑은 행복이지만, 오랫동안 수많은 사례들이 보여주었듯이 행복은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처럼 다 차려진 상태로 오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아무 고통 없이 오지도 않습니다. (중략) 사랑은 결코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고 행복에 이르는 여러 길 중 하나이지만, 사랑이 없으면 행복은 거의 낯선 나라, 사실상 지도에 없는 미지의 땅이 되고 맙니다. 

지그문트 바우만 , 리카르도 마체오 / 문학 예찬 / 6. 블로그와 중개자의 소멸 / p.134



 이 책의 탁월한 점은 인용되는 문헌이 흥미롭고 저자의 빛나는 통찰이 담긴 문장으로 현 시대를 생각해보게 한다는 것이다. (여자) 아이들의 '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 노래 가사에 담긴 삶을 꼬집는다. 사랑을 시작하게 될 것 같은 순간 아픈 건 싫다며 그냥 지나치고 싶어하는 마음은 오늘날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장일 수 있다. 그러나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대로 아픔 없이 행복을 누릴 수는 없다.  ' 고통 없는 사랑은 거짓말이고 사기(p.134)'이다. ' 알코올 없는 맥주, 칼로리 없는 음식, 하늘에서 떨어진 동전(p.134)' 처럼 공허한 바람이다. 



 문학의 상상력에서 공감 가는 문장이 또 있었다. 학문을 탐구하며 생각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 처음에는 느슨하고 심지어 엉성할 수밖에 없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라는(p.251) 것이다. 독창적인 생각은 그러한 토대 안에서 나온다. 함께 인용된 데이비드 그로스먼의 책을 함께 읽으면서 문학이 구현한 생각과 상상력에 대해 좀더 생각해보아야겠다. 


​​


 결코 쉬운 책은 아니었지만 읽으면서 행복함을 느꼈던 독서였다. 문학과 사회학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명작이 언급되고 그에 대한 명사의 개인적인 생각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더불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거나 진단한 내용도 무척 공감이 갔다. 종종 다시 읽으면서 책의 내용을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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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 로쟈의 문학 읽기 2012-2020
이현우 지음 / 교유서가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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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교유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느낌을 작성하였습니다 *



 8월 7일부터 9월 7일까지 1달 동안 25권의 책을 읽고 기록했다. 읽기만 하고 기록하지 않은 책까지 포함하면 하루에 1권 반 정도 분량을 꾸준히 읽었다. 도서 인플루언서를 목표로 책 리뷰를 꾸준히 쓰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왜 그렇게 책을 (많이) 읽냐, 요즘은 유튜브의 시대다, 유튜버를 해라 등의 조언을 한 번씩 들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내 블로그 이웃분들의 블로그를 방문한다면 내가 읽는 것이 그렇게 '많이'는 아니라는 것을 알 텐데. 사람들의 조언을 들을 때마다 나는 블로그로 책 읽고 기록을 남기는 게 좋다고 답변했다. 답변하면서도 나는 왜 읽고 쓰는 게 좋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는 러시아문학을 전공하였고 블로그로 서평을 꾸준히 올려 서평가로 자리매김한 로쟈 이현우 작가님의 책이다. 흔히 고전이라고 불리는 세계문학을 읽고 여러 번역본을 검토한 후 읽은 내용에 대한 생각을 덧붙인 서평 모음집이다. 지금은 블로그에 읽고 싶은 책이나 서평단 활동으로 읽은 책을 올리고 있지만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다 읽은 후에는 고전을 꼭 한 두 권씩 포함하여 읽은 뒤 리뷰를 작성하려고 한다.




 앞으로 고전 읽기를 목표로 무엇부터 읽을까 고민하던 차에 만나게 된 '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는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일부 책은 서로 다른 2가지 이상의 서평을 포함하고 있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책을 고르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지만 앞으로 책을 읽고 어떤 내용을 남겨야 할까 서평의 내용을 구성하는 데에도 많은 아이디어를 주었다. 나는 주로 개인적인 감상을 덧붙이는데 로쟈 이현우 작가님의 서평은 훨씬 더 전문적으로 느껴졌다. 서평 내용 구성하기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책의 차례를 살펴보면 하나의 주제로 함께 분류된 책들이 특히 인상적이다. 러시아문학 작품이 특히 많은 편이지만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의 유명한 작품들이 고루 섞여 있다. 내가 이미 읽었던 책들에 대한 서평도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알지 못했던 내용을 새롭게 알게 되어 한 번 더 다시 읽고 싶어진 책도 있었다. 잘 보이는 서가 한 켠에 이 책을 두고 무엇부터 읽을 지 고민이 될 때 훑어보는 목적으로 활용하면 독서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아마도 이런 시작의 이야기들은 한참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당신의 시작을 유예시킨다면, 이쯤에서 멈춰도 좋겠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새로운 시작이니까.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 이현우 , 새로운 인생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 p.41




 오르한 파묵의 ' 새로운 인생 '은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 파묵의 자전적인 내용이 반영된 소설이다. 책 때문에 인생이 바뀐 인물의 이야기를 꼭 읽고 싶어졌다. " 내 생각에는 쓰는 것이 좋고 즐겁다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해. 쓸 수 있을 때까지 써야 한다고 생각해. 인생은 짧으니까. " 파묵의 이야기가 울림을 준다. 쓰는 게 즐겁다면 쓸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써야 한다는 파묵의 말, 시작을 유예하는 것을 멈추고 당신의 새로운 시작을 중요하게 바라보라는 이현우 작가님의 말이 와닿았다.



톨스토이가 보기에 역사는 무의식적 과정이며 주체가 없다. 그것은 마치 사회성 곤충으로서 벌의 생활과 유사하며 실제로 톨스토이는 벌에 자주 비유한다. 개개의 벌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전체 군집의 생존과 존속에 기여한다. 역사적 과정에서는 인간도 이런 벌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톨스토이의 교훈이다.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 이현우 , 비로소 읽을 수 있게 된 『전쟁과 평화』 , p.287



 톨스토이의 역사관이 기억에 남는다. 톨스토이는 국가의 대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개인적인 관심사에 골몰하며 삶을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중요한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중심 인물 위주로 다루어지는 역사에서 개인들의 이야기에 집중한 톨스토이의 ' 전쟁과 평화 '를 다시 읽고 톨스토이의 역사 관점에 대해 생각해보는 독서 경험을 하고 싶어졌다. 



​​

 고전을 읽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켜 주고 책 읽기의 즐거움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다. 로쟈 이현우 작가님의 서평을 읽으며 나도 내가 읽고 쓰는 기록에 대해 좀더 체계적으로 남기고 싶어지기도 했다. 빌려온 책들을 읽고 나서 고전 읽기에 도전하면서 책 읽는 즐거움에 흠뻑 빠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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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그네 - 교유서가 소설
하명희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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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교유서가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을 기록하였습니다. >

하명희 작가의 소설 ' 밤 그네 '는 단편소설을 엮은 책이다. 하명희 작가의 단편소설 속 주인공들은 상실을 겪고 달라진 일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인생의 중요한 사람을 잃거나 건강했던 나 자신을 잃는 일 등은 큰 고통을 야기할 것이다. 등장인물들이 담담한 태도로 변화를 받아들이며 자신 안의 고통을 들여다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준비할 여유도 없이 사고처럼 몰아닥친다. 또래임에도 맏언니처럼 가까운 사람들의 어려움을 챙겼던 친구 진숙이의 시한부 소식을 듣고 진숙이의 병원을 찾아간다. 진숙은 연숙이의 아버지 간병을 도맡고 장례 준비를 위한 안내사항을 전달한 후 장례식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종적을 감추었던 친구가 갑작스럽게 전하는 소식은 내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자신이 있는 병원으로 찾아와달라는 부탁이었다. ( 밤 그네, 하명희 , ' 먼 곳으로 보내는 ')

-얘들아, 내 장례식에 와주어 고마워. 너희들이랑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 오늘. 오늘은 내 장례식이니까 그동안 내가 못되게 군 거 다 봐주라. 나중에 갈 데는 없고 어디든 가고 싶고 그런 때가 있을 거잖아. 가출하고 싶은 날. 그런 날에는 나한테 와. 그땐 내가 시간이 훨씬 많고 할일은 없으니까 다 들어줄게. 안녕, 내 친구들.

하명희 , 밤 그네 , 먼 곳으로 보내는 , p.41

재개발을 앞두고 철거가 시작된 옛 동네를 다시 찾은 미숙은 진숙을 떠올린다. 개발로 인해 살았던 곳을 잃는 상실감이 친구를 떠나보내는 이별의 고통과 중첩된다. 미숙은 가만히 ' 새벽을 건너고 있을 ' 친구 진숙을 떠올리며 함께였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나열되는 문장 속에서 쓸쓸함과 그리움과 애달픔이 전해져왔다. 이처럼 이 단편소설집 ' 밤 그네 '는 한국사회의 사회문제로 인한 개인들의 고통과 회한을 다루고 그것을 고요히 응시한다.

그 방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한 시절을 기억해준 이야기꾼에게 "우리의 이야기다"라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그것은 누구나 각자의 페이지가 있고, 각자의 문장이 삶의 한 부분이었던 사람들의 합창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선생님이 던진 돌멩이가 저항한 오랜 투쟁 같았다. 선생님, 지금은 외롭지 않으시죠?

하명희 , 밤 그네 , 모르는 사람들 , p.94

4.19혁명 당시 시위대에 우연히 휘말려 맨 앞에 서서 돌을 던지게 된다. 휩쓸려 던진 돌멩이 하나로 시위가 격화되고 시위대를 탄압하기 위한 총알이 빗발쳤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던진 돌 하나가 사람을 죽게하는 것을 보고 두려움이 생겼다고 고백한 작가는 이후 18년이 걸려 자신의 경험을 소설에 쓴다. ' 선생님은 사람이란 게 원래 이렇게 소심하고 겁쟁이라고, 그것이 평생을 살게 한다면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소설이 아니겠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분노와 좌절과 슬픔이 섞여 있는 뒤표지 사진은 18년이 지나도 그날을 기억한다는 표정 같았다. 사진을 찍을 때 선생님은 소설에 다 담을 수 없었던 그날을 떠올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명희 , 밤 그네 , 모르는 사람들 , p.87) '

참혹한 경험은 아물지 않는 상처처럼 계속해서 일상을 파고들고 그로 인하여 겪은 이는 그 일이 발생하기 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처에 난 딱지를 뜯고 다시 흐르는 피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이다. 수많은 시간이 지나도 차마 언어로 말할 수 없는 일들을 어떻게 안고 살아가야 할까. 하명희 작가의 책 ' 밤 그네 '는 곁에선 이들이 건네는 다정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고통을 겪는 이들이 자신의 아픈 경험에 대해 말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이야기를 듣는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우리 안에 있는 다정을 열어 찾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아픈 일들이 참 많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4.19혁명, 시위대를 가혹하게 탄압하는 총알에 희생된 사람들... 여러 가지 사회 문제와 질병으로 인한 가슴 아픈 이별, 상실을 겪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차마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아픔을 담담하게 들여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읽으며 저자인 하명희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다.

곁에 있는 이들에게 다정을 열어 찾는 일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우리 안에 있는 다정을 찾아 건네는 일이 고통을 겪는 이들에 대한 작은 위로가 될 것이다. 단편 ' 다정의 순간 '처럼 관련 작품을 읽고 이야기를 들으며 내 안의 다정을 열어 찾는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교유서가 서포터즈 9월 마지막 추천 책 하명희 작가의 ' 밤 그네 '를 읽으면서 다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서로를 향한 부드러운 마음 씀. 오늘날의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것이 아닐까 떠올리면서 나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어졌다.

꽃대가 무거워 보일 정도로 빨간 꽃을 피우던 제라늄을 처음 본 건 지중해 마을이 배경인 어느 영화에서였어. 영화 제목도, 줄거리도 기억이 안 나는데 제라늄이라는 꽃만은 각인되어 있었거든. 엄마가 결혼하기도 전이니까 20년도 훨씬 전에 본 영화의 잔상이 집집마다 베란다에 빨래처럼 나와 있는 붉은 제라늄이었어. 베란다에 빨래처럼 나와 있는 붉은 꽃은 이곳에 온 걸 환영한다는 인사나 행복한 사람들의 표정 같았어. 그 정도의 여유가 스물두 살의 엄마가 바라는 행복의 조건이어서였을까. 엄마는 제라늄을 통해 누군가 모르는 사람을 환영하는 마음의 쉼터를 가지고 살아가자고 생각했었어. 언젠가 집을 사게 된다면 제라늄 화분을 풍성하게 키워서 베란다 난간 화분걸이에 내놓고 싶었거든. 10여 년 지나 그 마음이 환대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결혼하고 집을 구한 후에는 그걸 잊고 있었던 거야.

하명희 , 밤 그네 , 밤 그네 , p.233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마음이 있다고 믿는 사회가 되기를. 붉은 제라늄을 난간에 걸어 서로를 따스하게 맞아주는 사람들이 되어주기를 바랐다. 나도 마음 속의 붉은 제라늄을 내걸어 마주하는 사람들을 환대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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