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쇄미록
오희문 지음, 서윤희 풀어씀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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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실천교육교사모임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을 기록하였습니다. *


 초등 5학년 역사를 가르치면서 정도전이 설계한 조선 한양의 도성 이름을 지어보았다. 신진사대부였던 정도전이 유교의 사상을 담아 사대문을 만들고 시경에서 이름을 따온 경복궁과 사직단, 종묘를 세웠다. 유홍준 교수님의 설명을 곁들여 종묘의 역사적 가치와 당시 조선에서 종묘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까닭을 설명했다.


그런 다음 아이들도 사대문의 이름을 짓고 처음 조선이 건국되었을 때 한양을 어떻게 설계하면 좋을지 의견을 나누었다. 이후 조선 전기의 문화사와 임진왜란을 가르쳐야 하는데 참고 문헌으로 좋아 보여서 ' 청소년을 위한 쇄미록 ' 서평단을 신청했다. 사회평론 출판사에서 발간된 ' 쇄미록 '은 1~8권의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는데 ' 청소년을 위한 쇄미록 '은 아이들이 읽기 쉽게 내용을 간추려서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 쇄미록 '은 임진왜란이 발생하였을 때 양반 오희문이 살던 곳을 떠나 가족과 함께 떠돌아다니면서 쓴 기록물이다. ' 쇄미록 '에는 적군을 피해 여러 지역을 거쳐 홍주에 머물다가 신응구의 제안으로 임천으로 이동한다. 임진왜란 시기에 진주성이 함락(1592)된 사실을 알게 된 오희문은 1593년에 임천에서 다시 경기도로 피란을 가야 하는지 고민한다. 그렇지만 형편이 어려운 터라 머물기로 하고 임천 군수에게 청탁하여 논을 빌린다.


 피란길에서 갖은 고초를 겪지만 오희문은 양반이기 때문에 노비들보다는 생활이 더 낫다. 양반인 그는 노비가 환곡으로 받는 쌀을 빌리고 갚지 않아 그 때문에 노비가 옥에 갇히기도 하고 노비가 나라에 바쳐야 하는 쌀을 대신 받고 과거 시험을 통해 나라의 관리로 등용된 아들에게는 필요해서 받은 것이니 독촉하지 말아달라고 청탁한다. 아들은 도울 수 없다고 말하여 나라에 공물을 바치지 못한 노비는 옥에 갇힌다. 오희문은 후환이 없도록 노비에게 빌린 곡식을 관아에 바로 갖다주어 청산하지만 노비의 입장에서는 무척 억울하고 불공평하게 느껴지는 일이다.


처음에 이 책을 수업에 활용하려고 생각했을 때는 임진왜란을 학습할 때 책 일부 내용을 발췌하여 당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생각해보게 하는 도입부로 쓰고자 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조선 사회의 신분제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서 임진왜란 전에 조선 전기의 사회와 문화의 모습을 설명할 때 보조 자료로 적절해 보였다. 양반과 노비가 있었던 신분제 사회인 조선의 사회 모습을 막정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그런데 한 달도 안 되어 분개가 송이와 다시 도망갔다. 9월 2일 밤이었다. 그 소식을 듣고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큰 소리로 떠들어 대면서 욕했지만, 사실 이제는 분개가 밉지 않다. 제 살길을 찾아갔겠지. 남들은 이해하지 못할 게다. 주인어른도 어이없어하시는 것 같다. 나랑 사는 게 뭐가 재미있겠는가? 나는 일밖에 할 줄 모른다. 내가 분개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제대로 표현 한 번 못 했다. 내 신세가 처량하고 한탄스러울 뿐이다.

청소년을 위한 쇄미록 , 오희문 , 임천 생활을 정리하다 , p.140


  막정은 분개와 결혼하여 살다가 오희문의 심부름을 하기 위해 두 달 동안 집을 비운 사이 분개는 송이라는 남자 종과 도망가버린다. 사랑한 아내를 잃어버린 막정은 병에 걸린 이후 회복되지 못하고 51세로 죽는다. 노비로서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주인의 명만 따르다가 사랑한 사람을 잃어버린 막정의 처지가 무척 가엾다. 이외에도 호랑이에게 물려 가는데 여종(여자 노비)이라고 구해주지 않는 (가축인 망아지는 호랑이에게 덤벼서 구해내는 데도) 등 신분제의 모습을 알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임진왜란 이후 다시 왜적이 쳐들어와서 시작된 전쟁인 정유재란을 겪으면서 이희문은 둘째 누이의 비극을 듣는다. 전라도 영암에 살고 있던 둘째 누이는 왜적이 쳐들어왔을 때 남편을 잃고 그녀의 열 살 딸 경온이 포로로 끌려가는 것을 본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둘째 누이는 은장도로 목을 찔렀고 그 바람에 왜적에게 잡혀 가지는 않았지만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어도 친척들의 푸대접을 받으며 힘겹게 삶을 이어간다. 이후 그녀의 열살 딸은 왜적에게 치욕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적진에서 병에 걸려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정유재란 당시 둘째 누이의 비극은 무척 참혹하다. 전쟁의 참상이 드러나고 두 번의 전쟁을 겪으며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당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과정을 양반의 시선으로 썼기 때문에 청소년이 교과서 속 역사적 현실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역사적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 쇄미록 ' 하단에는 연도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표기했다. 1592년 임진왜란을 시작으로 1593년, 1594년, 1595년, 1596년, 1597년 정유재란 등을 거쳐 오희문이 한양으로 되돌아가는 1601년까지의 여정을 구분할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중학교 1학년 이후의 청소년이 읽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는 판단이 든다. 전쟁의 참상이 무척 잔혹하기 때문에 일부 장면에서 심약한 아이들이 무서워할 것 같았다. 우리 반 학생들에게는 이 책을 직접 읽도록 하기 보다는 책 속의 내용을 일부 순화하여 아이들에게 설명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단순히 역사적 사건으로 임진왜란을 접하는 것보다는 가족을 걱정하며 떠도는 양반 오희문의 시선에서 겪은 일을 들으면 보다 생생하고 현장감 있게 임진왜란을 이해할 수 있다. 역사에 관심 있는 중학교 1학년 이상의 학생이나 그 나이 이하의 학생은 일부 장면에 대한 보호자의 조언을 덧붙여 읽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사회평론에서 출간된 쇄미록 1~8권 시리즈가 궁금해졌다. 언제고 기회가 되면 찾아 읽으면서 원문은 어떻게 나타나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 포스트잇으로 붙여 둔 내용을 수업자료로 잘 다듬어서 임진왜란과 조선 전기의 사회 모습을 아이들이 잘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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