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리뷰는 실천교육교사모임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을 기록하였습니다. *
초등 5학년 역사를 가르치면서 정도전이 설계한 조선 한양의 도성 이름을 지어보았다. 신진사대부였던 정도전이 유교의 사상을 담아 사대문을 만들고 시경에서 이름을 따온 경복궁과 사직단, 종묘를 세웠다. 유홍준 교수님의 설명을 곁들여 종묘의 역사적 가치와 당시 조선에서 종묘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까닭을 설명했다.
그런 다음 아이들도 사대문의 이름을 짓고 처음 조선이 건국되었을 때 한양을 어떻게 설계하면 좋을지 의견을 나누었다. 이후 조선 전기의 문화사와 임진왜란을 가르쳐야 하는데 참고 문헌으로 좋아 보여서 ' 청소년을 위한 쇄미록 ' 서평단을 신청했다. 사회평론 출판사에서 발간된 ' 쇄미록 '은 1~8권의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는데 ' 청소년을 위한 쇄미록 '은 아이들이 읽기 쉽게 내용을 간추려서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그런데 한 달도 안 되어 분개가 송이와 다시 도망갔다. 9월 2일 밤이었다. 그 소식을 듣고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큰 소리로 떠들어 대면서 욕했지만, 사실 이제는 분개가 밉지 않다. 제 살길을 찾아갔겠지. 남들은 이해하지 못할 게다. 주인어른도 어이없어하시는 것 같다. 나랑 사는 게 뭐가 재미있겠는가? 나는 일밖에 할 줄 모른다. 내가 분개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제대로 표현 한 번 못 했다. 내 신세가 처량하고 한탄스러울 뿐이다.청소년을 위한 쇄미록 , 오희문 , 임천 생활을 정리하다 , p.140
그런데 한 달도 안 되어 분개가 송이와 다시 도망갔다. 9월 2일 밤이었다. 그 소식을 듣고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큰 소리로 떠들어 대면서 욕했지만, 사실 이제는 분개가 밉지 않다. 제 살길을 찾아갔겠지. 남들은 이해하지 못할 게다. 주인어른도 어이없어하시는 것 같다. 나랑 사는 게 뭐가 재미있겠는가? 나는 일밖에 할 줄 모른다. 내가 분개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제대로 표현 한 번 못 했다. 내 신세가 처량하고 한탄스러울 뿐이다.
청소년을 위한 쇄미록 , 오희문 , 임천 생활을 정리하다 , p.140
막정은 분개와 결혼하여 살다가 오희문의 심부름을 하기 위해 두 달 동안 집을 비운 사이 분개는 송이라는 남자 종과 도망가버린다. 사랑한 아내를 잃어버린 막정은 병에 걸린 이후 회복되지 못하고 51세로 죽는다. 노비로서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주인의 명만 따르다가 사랑한 사람을 잃어버린 막정의 처지가 무척 가엾다. 이외에도 호랑이에게 물려 가는데 여종(여자 노비)이라고 구해주지 않는 (가축인 망아지는 호랑이에게 덤벼서 구해내는 데도) 등 신분제의 모습을 알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임진왜란 이후 다시 왜적이 쳐들어와서 시작된 전쟁인 정유재란을 겪으면서 이희문은 둘째 누이의 비극을 듣는다. 전라도 영암에 살고 있던 둘째 누이는 왜적이 쳐들어왔을 때 남편을 잃고 그녀의 열 살 딸 경온이 포로로 끌려가는 것을 본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둘째 누이는 은장도로 목을 찔렀고 그 바람에 왜적에게 잡혀 가지는 않았지만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어도 친척들의 푸대접을 받으며 힘겹게 삶을 이어간다. 이후 그녀의 열살 딸은 왜적에게 치욕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적진에서 병에 걸려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정유재란 당시 둘째 누이의 비극은 무척 참혹하다. 전쟁의 참상이 드러나고 두 번의 전쟁을 겪으며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당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과정을 양반의 시선으로 썼기 때문에 청소년이 교과서 속 역사적 현실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역사적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 쇄미록 ' 하단에는 연도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표기했다. 1592년 임진왜란을 시작으로 1593년, 1594년, 1595년, 1596년, 1597년 정유재란 등을 거쳐 오희문이 한양으로 되돌아가는 1601년까지의 여정을 구분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사회평론에서 출간된 쇄미록 1~8권 시리즈가 궁금해졌다. 언제고 기회가 되면 찾아 읽으면서 원문은 어떻게 나타나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 포스트잇으로 붙여 둔 내용을 수업자료로 잘 다듬어서 임진왜란과 조선 전기의 사회 모습을 아이들이 잘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