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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예찬 - 문학과 사회학의 대화
지그문트 바우만.리카르도 마체오 지음, 안규남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9월
평점 :
* 본 리뷰는 인디캣님 블로그를 통해서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을 기록하였습니다. *
문학 예찬은 지그문트 바우만과 리카르도 마체오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서로 생각을 주고 받는 편지를 엮은 책이다. 문학 예찬은 두 사람이 사회학과 문학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면서 관련된 문화를 분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저서가 언급되거나 대중매체 비판, 밀란 쿤데라의 소설을 다룬다. 쉽지 않은 내용이지만 묵직한 깨달음을 주는 문장이 많았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폴란드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나 사회학과 교수가 되지만 반유대 정서로 교수직을 잃는다. 이스라엘, 영국 대학의 교수로 부임한 경력이 있다. ' 소비사회와 교육을 말하다 ', ' 액체 현대 ' 등 현대 사회를 분석한 탁월한 통찰이 담긴 책들을 출간했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내용이 많았다.
리카르도 마체오는 문학을 전공하였고 에릭슨 출판사의 편집장으로 오래 일했다. 지그문트 바우만과 함께 이 책 ' 문학 예찬 '과 ' 교육에 관하여 '라는 책을 썼다. 문학 예찬은 리카르도 마체오가 현대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화두로 제시하면 지그문트 바우만이 그에 답하는 서한으로 구성되었다.
시장은 "우리의 자아 이해에까지 침투했다. 개인 삶이 시장화되면서 전에는 느낌에 따라 자연스럽게 하던 일상적인 행위들 - 결혼 상대를 결정하고 아기 이름을 짓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알아내는 일 같은 것들 -이 이제는 돈을 내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지그문트 바우만 , 리카르도 마체오 / 문학 예찬 / 3. 진자와 칼비노의 비어 있는 중심 / p.83
리카르도 마체오가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가 되었음을 진단하고 일반화된 히스테리 속에 사람들이 무기력해지고 냉담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 ' 사회학의 쓸모 '를 인용하며 시간은 선처럼 흐르는 것이 아니라 진자처럼 움직이면서 전에 존재하던 일은 새로운 상황에서 자취를 감추므로 우리는 변화가 일어나고 나서야 이전에 존재했던 것이 사라졌음을 알 수 있다는 해석에 자신의 관점을 덧붙인다.
이에 지그문트 바우만은 개인 삶이 시장화되면서 개인의 자유가 손상되었음을 진단한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인간 고유의 사교 기술은 점차 사라지고 온라인 네트워크 안에서 사람들 간의 유대는 약해지고 대화의 기술을 상실해갈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사람들이 여행을 할 때 가이드북이나 전문가의 정보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공감이 되었다. 기존에 여행은 우연히 마주하는 사건들을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면 최근에는 다른 사람들의 추천 여행을 따라가며 가장 최적의 동선과 완벽한 여행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장이, 사회가 홍보하는 규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만의 것을 스스로 선택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 SNS를 넘길 때마다 따라붙는 맞춤형 광고를 보거나 은연 중에 유명 연예인의 일상과 나의 일상을 비교하면서 불필요한 욕망을 따라 추구하게 되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 결코 충족할 수 없는 공허한 욕망을 따라 살지 말고 진짜 내면에서 간절히 바라는 일을 따라야 할 것이다.
온라인 안전지대가 내거는 복잡하고 난해하고 힘든 사랑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 주겠다는 달콤한 약속은 돌이킬 수 없는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사랑은 행복이지만, 오랫동안 수많은 사례들이 보여주었듯이 행복은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처럼 다 차려진 상태로 오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아무 고통 없이 오지도 않습니다. (중략) 사랑은 결코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고 행복에 이르는 여러 길 중 하나이지만, 사랑이 없으면 행복은 거의 낯선 나라, 사실상 지도에 없는 미지의 땅이 되고 맙니다.
지그문트 바우만 , 리카르도 마체오 / 문학 예찬 / 6. 블로그와 중개자의 소멸 / p.134
이 책의 탁월한 점은 인용되는 문헌이 흥미롭고 저자의 빛나는 통찰이 담긴 문장으로 현 시대를 생각해보게 한다는 것이다. (여자) 아이들의 '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 노래 가사에 담긴 삶을 꼬집는다. 사랑을 시작하게 될 것 같은 순간 아픈 건 싫다며 그냥 지나치고 싶어하는 마음은 오늘날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장일 수 있다. 그러나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대로 아픔 없이 행복을 누릴 수는 없다. ' 고통 없는 사랑은 거짓말이고 사기(p.134)'이다. ' 알코올 없는 맥주, 칼로리 없는 음식, 하늘에서 떨어진 동전(p.134)' 처럼 공허한 바람이다.
문학의 상상력에서 공감 가는 문장이 또 있었다. 학문을 탐구하며 생각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 처음에는 느슨하고 심지어 엉성할 수밖에 없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라는(p.251) 것이다. 독창적인 생각은 그러한 토대 안에서 나온다. 함께 인용된 데이비드 그로스먼의 책을 함께 읽으면서 문학이 구현한 생각과 상상력에 대해 좀더 생각해보아야겠다.
결코 쉬운 책은 아니었지만 읽으면서 행복함을 느꼈던 독서였다. 문학과 사회학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명작이 언급되고 그에 대한 명사의 개인적인 생각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더불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거나 진단한 내용도 무척 공감이 갔다. 종종 다시 읽으면서 책의 내용을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다.